입력 : 2016.07.2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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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를 빼놓고 여름 술을 이야기하는 것은 수지가 없는 미쓰에이를 논하는 것과 같다. 잘 알려져 있듯이 무라카미 하루키는 맥주 예찬가다. 그의 에세이는 물론 소설에도 맥주가 자주 등장한다. 총 152쪽 분량의 처녀작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는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 56번이나 등장할 정도다. 실제로 이 책은 야구장에서 맥주를 마시다 갑자기 무언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밤에 맥주를 마셔가며 집필한 결과물이다. 그의 맥주 사랑은 그야말로 끝이 없어서 삿포로 맥주에서 진행한 달리기 캠페인 광고의 카피를 쓰기도 했다. 더욱이 광고의 감독은 <아무도 모른다>, <걸어도 걸어도>의 고레에다 히로카즈였다.
20년 전에 나온 한국 영화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일곱 가지 이유>를 보면 제목처럼 맥주가 애인보다 좋은 일곱 가지 이유를 잘 알 수 있다. 첫째, 맥주는 내가 다른 맥주를 마셔도 질투하지 않는다. 둘째, 언제나 맥주는 내가 처음 오픈한다. 셋째, 맥주는 친구와 나눠 마실 수록 맛있다. 넷째, 맥주는 누구라도 함께 나눠 마실 수 있다. 다섯째, 맥주는 어디서나 망설임 없이 먹을 수 있다. 여섯째, 맥주는 겉만 봐도 그 내용물을 알 수 있다. 일곱째, 맥주를 평생 마실 의무는 없다.
맥주를 왜 마시는지 모르겠다면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에 나오는 맥주에 관한 명언에 그 해답이 있다. “왜 맥주 같은 걸 마시는 거야?” “맥주의 좋은 점은 말이야. 전부 소변으로 나와버리는 거야. 원 아웃 일루 더블 플레이, 아무것도 남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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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생크탈출>에서 죄수들이 아련한 눈빛으로 맥주를 그윽하게 바라보는 장면에는 많은 의미가 숨어 있다. 악질 간수가 세금 문제로 골치 아파하자 은행원이었던 앤디(팀 로빈스)는 합법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대신에 보통 사람처럼 즐길 휴식과 맥주 세 병을 달라고 요구한다. 결국 죄수들은 맥주를 마실 수 있게 되고, 이 장면은 무더운 어느 날 노역 중에 얻게 된 시원한 한 병의 맥주에 대한 소중함을 잘 나타낸다. 우리는 쉽게 맥주를 마실 수 있지만 그 맥주 한 병조차 누군가에게는 자유에 대한 갈망과 모든 것을 잊게 하는 행복한 시간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몽글몽글 올라오는 탄산의 추억, 스파클링 와인
와인 용어로는 프랑스의 샹파뉴 지역에서 생산된 스파클링 와인을 샴페인이라고 불러야 하지만, 우리는 기포가 있는 와인을 통틀어 샴페인이라고 곧잘 부른다. 샴페인이 여름 술인 이유는 차갑게 마시는 술이기 때문이다. 영화 <시민 케인>을 연출한 영화감독 겸 배우 오슨 웰즈는 “세상에서 가장 참을 수 없는 것 세 가지. 지나치게 태운 커피, 차가운 여자, 그리고 미지근한 샴페인”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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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를 자축할 때 펑 하는 소리와 터뜨리기 때문인지 샴페인은 남자의 술이기도 하다. 나폴레옹은 “승자는 샴페인을 마실 자격이 있고, 패자는 샴페인을 마실 필요가 있다”고 말했으며, 샴페인 애호가였던 처칠이 말한 “한 잔의 샴페인은 유쾌함을 주고 용기를 북돋우며, 상상력을 자극하며 재치가 넘치게 한다”는 말은 너무나 유명하다. 또한 20세기 경제학계의 거장 존 케인즈는 임종 직전 “인생에서 단 한 가지 후회되는 일은 샴페인을 더 마시지 못했다는 것이다”라고 말해 진정한 샴페인 마니아임을 증명했다. 인생의 특별한 순간을 기념하기 위해 샴페인을 여는 게 아니라 샴페인을 여는 그 순간이 바로 특별한 순간이 된다는 것을 시사하는 명언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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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의 트렌디한 라이프스타일을 그려서 인기를 얻은 영화 <섹스 앤 더 시티 2>. 결혼과 육아, 직장, 노화 문제에 부딪힌 네 주인공은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로 휴가를 떠난다.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사막 한가운데에서 모엣&샹동 그랑 빈티지 2003을 마시며 그녀들만의 파티를 즐기는 모습은 샴페인이 있어야 할 때와 장소에 대한 정의를 잘 보여준다.
시원상큼한 과일의 추억, 샹그리아
와인을 마시기 부담스럽다면 샹그리아를 추천한다. 샹그리아는 스페인의 대중적인 술로, 레드와인에 여러 가지 과일을 넣은 뒤 차게 해서 먹는 가향와인이다. 스페인은 올리브와 포도가 유명한데, 좋은 상품의 와인이 아닌 경우 과일과 섞어 먹은 게 샹그리아의 유래로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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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레드와인에 오렌지, 사과 등의 과일을 잘라 넣고 탄산수와 보드카 등을 더해 만든다. 미리 만들어 병에 담아 차게 두었다가 먹으면 과일 맛이 와인에 잘 배어 훨씬 달콤해진다. 독하지 않아서 술을 잘 못 하는 사람들도 쉽게 먹을 수 있으며, 음미할수록 과일의 향긋한 향과 와인의 깊은 맛이 만나 연출하는 화려한 맛의 향연을 느끼게 된다. 예쁜 볼이나 유리병에 담아 지인들과의 모임이나 파티에서 꺼내놓으면 그야말로 인기만점이다.
다른 술과 달리 샹그리아는 직접 만들어 먹는 술이니 레시피를 숙지해야 한다. 기호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략적인 조리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레드와인 2컵, 오렌지 1개, 레몬 1개, 사과 ½개, 오렌지주스 1컵, 탄산수(소다수) 1컵, 시나몬 스틱 1개를 준비한다. 오렌지는 깨끗하게 세척해 반으로 자른 뒤 0.5㎝ 두께로 반달썰기 하고, 레몬은 웨지 모양으로 8등분한다. 사과는 깨끗하게 씻어 껍질째 통으로 썬다. 유리 피처에 레드와인을 담고 과일, 오렌지주스, 탄산수, 시나몬 스틱을 넣어준다. 냉장고에 차갑게 보관해두었다가 잔에 담아 내면 끝이다.
먹다 남은 와인을 처치하기 곤란할 때, 선물 받은 와인인데 자신의 취향이 아닐 때, 와인파티를 하고 싶은데 게스트 중에 술을 잘 못 먹는 사람이 있을 때, 과일을 한 번에 없애고 싶을 때 샹그리아는 센스 있는 대안이 되어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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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글고 바닥이 얕으며 양쪽에는 손잡이가 달린 커다란 프라이팬에 해산물과 고기, 채소, 쌀을 넣어 만든 요리인 파에야는 스페인 사람들이 샹그리아와 함께 즐겨 먹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재료는 쌀 2컵, 오징어 1마리, 새우 8마리, 모시조개 12개, 홍합 12개, 다진 마늘 3큰술, 토마토소스 1컵, 백포도주 ¼컵, 올리브오일 ¼컵, 물 1½컵, 샤프란(강황가루) 1큰술, 소금 약간, 후춧가루 약간이 필요하다. 쌀은 씻어서 30분 정도 불린 후 망에 건져 놓는다. 깨끗하게 씻은 오징어 몸통은 링 모양으로 얇게 썰고 새우는 내장을 손질한 뒤 머리는 그대로 둔다. 올리브오일을 두른 팬에 다진 마늘을 볶다가 샤프란이나 강황가루를 넣어 황금색을 낸 후 씻어둔 쌀을 넣고 투명해질 때까지 볶는다. 오징어, 바지락조개, 홍합, 새우를 팬에 추가해서 볶다가 토마토소스와 물, 백포도주를 붓고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려서 잘 섞은 다음 중불에서 20분간 익힌다. 불을 끈 후 잠시 뜸을 들여 완성한다.
쿠바를 사랑했던 헤밍웨이에 대한 추억, 모히토
“몰디브 한 잔 하러 모히토 가자”는 영화 <내부자들>의 명대사 덕에 모히토는 이제 너무나도 유명한 술이 되었다. 모히토는 미국 소설가이자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쿠바에서 즐겨 마셨던 칵테일로 유명하다. “내 모히토는 라 보데기타, 내 다이키리는 엘 플로리디타(My Mojito in la Bodeguita, My Daiquiri in elFloridita).” 헤밍웨이가 아바나의 레스토랑 겸 바 ‘라보데기타 델 메디오’에 남긴 낙서다. 실제로 쿠바에서 모히토는 노점, 바, 식당 등 어디에서나 쉽게 마실 수 있는 음료로 많은 여행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헤밍웨이는 쿠바에 살기 전 마이웨이 키웨스트에서도 살았는데, 키웨스트 맛집 ‘슬로피 조스 바(Sloppy Joe’s Bar)’에서는 모히토를 하루에 10잔 이상씩 먹었다고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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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히토는 쿠바의 아바나처럼 습기가 많은 기후와 잘 어울린다. 민트의 상큼함과 라임의 싱그러움, 사탕수수나 설탕이 내는 단맛은 그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맛이다. 그러나 맛있다고 계속 먹다가는 럼주의 도수가 만만치 않아 다리가 풀릴 만큼 취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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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키리는 모히토와 쌍벽을 이루는 쿠바의 대표 칵테일이다. 쿠바에서는 얼음을 갈아서 만든 ‘프로즌 다이키리’를 많이 마신다. 헤밍웨이는 당뇨 때문에 설탕을 줄인 대신 럼을 더 넣은 프로즌 다이키리를 즐겨 마셨다고 전해진다. 다이키리는 라임 외에도 망고, 딸기 등 다양한 과일을 넣어 만들 수 있다. 상큼하고 달콤한 맛을 시원한 얼음과 즐기기에 여름 술로 적합하다.
/여성조선
진행 김선아 사진 셔터스톡 레시피 제공 이마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