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장순례]〈64〉‘염화미소’는 중국서 만들어진 이야기?
삼처전심(三處傳心)의 전거(典據)
‘다자탑전분반좌’ 가장 먼저 나와
중국 선불교의 기원으로 알려져
중국불교에서 선종이 번창하고부터 선풍이 일세를 풍미하게 되었다. “문자를 세우지 아니 하고 교 밖으로 특별히 전한다(不立文字 敎外別傳)”는 기치를 내세우고 중국불교의 새로운 특성을 이룬 선은 그 기원을 삼처전심(三處傳心)에 두고 있다고 알려져 왔다. 삼처전심이란 부처님이 가섭존자에게 세 곳에서 법을 전했다는 전법의 유래를 말하는 것이다.
이 삼처전심이 어느 경전에 근거해 있느냐 하는 문제를 가지고 때로는 논란이 일어나기도 했다. 순전히 중국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라 하여 부처님 경전과 상관이 없다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전이 중국에서 찬술된 것도 엄연히 있다. 따라서 삼처전심의 전거가 되는 경전이 분명히 있기는 있다.
먼저 영산회상에서 부처님이 연꽃을 들어 보일 때 가섭존자가 빙그레 웃었다는 염화미소(拈花微笑)는 <대범천왕문불결의경> ‘염화품’에 나온다.
“그때 여래께서 이 보좌에 앉으시고 말이 없으시다가 연꽃을 들어 모여 있는 대중들에게 보이셨다. 8만4천의 인간과 천상의 대중이 모두 말없이 가만히 있었다. 이때 존자 마하가섭이 부처님이 연꽃을 들어 대중에게 보이는 것을 보고 부처님 하시는 일이 막힘이 없다 하고 얼굴 가득히 미소를 띠었다. 부처님께서 고하셨다. ‘옳도다. 내게 정법안장이요 열반묘심인 실상무상의 미묘한 법문이 있으니, 문자를 세우지 아니 하고 교 밖으로 특별히 전하는 것이다. 모든 것을 지녀 가져서 범부를 부처가 되게 하는 가장 으뜸가는 제일의 진리를 이제 마하가섭에게 부촉한다’고 하셨다.”
그러나 이 <대범천왕문불결의경>이 <고려대장경>이나 <신수대장경>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고 송나라 때 간행된 <속장경>에만 수록되어 있다. 이 때문에 염화미소의 이야기가 중국에서 만들어진 이야기라는 주장이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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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이 가섭존자에게 자리를 반쯤 나누어 주었다는 다자탑전분반좌(多子塔前分半座)이야기는 <중본기경> ‘대가섭시래품’에 나온다.
“그때 세존께서 사위국 급고독원에서 대중들을 위하여 설법을 하고 계셨다.(중략) 가섭이 헤진 옷에 머리를 늘어뜨리고 처음으로 부처님께 오고 있었다. 세존께서 멀리서 보시고, ‘어서 오시오, 가섭이여!’ 하시고 미리 자리를 반으로 나누어 가섭에게 명하여 앉게 하셨다.”
그러나 이 <중본기경>에서는 다자탑(多子塔)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다. 다자탑은 <장아함경> 권11 <아유이경>에 비사리성 서쪽에 있는 탑이라고 하여 탑 이름이 나오고 <법현전>이나 현장의 <대당서역기>에 탑의 유래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염송설화>에는 부처님이 다자탑 앞에서 인천대중에게 설법을 하실 때 가섭이 늦게 도착하자 당신의 자리를 나누어 앉게 하였다고 되어 있다. 그러니까 <중본기경>에서 자리를 나누 것과 선가의 분반좌 이야기는 장소가 다른 것으로 되어 있다.
또 부처님이 열반에 드신 후 관(棺) 밖으로 두 발을 내보였다는 곽시쌍부(槨示雙趺)의 이야기는 <대반열반경후분> ‘기감다비품(機感茶毘品)’에 나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 역시 <염송설화>에서는 좀 더 자세하게 구체적으로 설명되고 있다.
“부처님이 사라쌍수에서 열반에 드시고 7일이 지난 후 대가섭이 돌아와 관을 세 번 돌고 예배하니 부처님이 관 밖으로 두 발을 보이셨다. 이에 가섭이 예배를 올리자 대중들이 어리둥절하였다.”
이상의 삼처전심 이야기 중 <중본기경>의 분반좌 이야기가 전거 상으로 볼 때 가장 먼저 나온 이야기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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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안스님/ 조계종 고시위원장
[출처 : 불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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