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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이야기-꽃보다 아름다운, 친구들
2018년 4월 25일 오후 5시쯤의 일이었다.
꽃길을 걸었다.
이팝나무 하얀 꽃도 흐드러지게 폈고, 영산홍과 철쭉꽃이 빨갛고 하얗게 피어있는 길이었다.
전철 9호선 염창역에서 목동으로 가는 길목의 안양천변 길에 그렇게도 아름다운 꽃길이 있었다.
다리 하나를 건넜다.
서쪽의 양천구 목동에서 동쪽의 영등포구 양평동 사이를 갈라놓은 안양천을 건너가는 목동교 그 다리였다.
같은 전철 9호선 선유도역이 저만치 보이는 곳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바로 그 자리에, 우리 중학교 동기동창인 김명래 친구가 자기 이름으로 개업하고 있는 ‘김명래 치과의원’이 있었다.
그 친구가 오래 전부터 이날로 날을 잡아 가까운 친구들을 초대해서 저녁을 사겠다고 했었고, 그 초대를 고맙게 받아들인 친구들이 그 저녁에 거기로 모이게 되어 있었다.
나도 그 저녁 얻어먹으러 거기까지 간 것이었다.
그 저녁 자리, 뜨거운 우정으로 어우러질 것은 불문가지였다.
딱 찍어 안 불렀어도, 내 당연히 갈 판이었다.
염창역에서 거기까지는 시오리쯤의 거리로, 그 길을 걸어오는데, 한 시간 남짓 시간이 걸렸다.
사실은 처음부터 선유도 그 역에서 내렸더라면, 바로 그 자리였다.
그런데 그 역에서 내리지 않고, 신목동역을 지나 두 정거장 째인 염창역에서 내렸다.
친구들 만나고 싶은 생각이 앞서서 좀 일찍 길을 나서다보니, 한 시간 정도 빨리 당도하게 되었는데, 그 시간에 곧바로 김명래 친구의 일터인 치과의원으로 찾아가게 되면, 아무래도 그 친구를 부담스럽게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 약속시간인 오후 6시에 맞추느라 일부러 그렇게 그 역을 지나쳤다가 다시 되돌아 걸어온 것이다.
덕분에 그 아름다운 꽃길을 걷게 됐고, 그 길을 걸으면서 이날 자리를 함께 하게 될 친구들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려봤다.
그리고 지난날 그 친구들과 얽힌 사연들까지 짚어봤다.
켜켜이 고마운 사연들만 쌓여 있었다.
그 사연들을 떠올리면서 걷다보니, 한 시간 남짓의 그 거리가 마치 지척인 것 같았다.
일단은 바깥에서 누가 오나 하고 멀리 시선을 던져봤다.
잠시 기다리고 있으려니, 그 던진 시선 속으로, 한 친구 두 친구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서 김창현 친구도 왔고, 김재국 친구도 왔고, 신대식 친구도 왔고, 정재룡 친구도 왔고, 임종백 친구도 왔고, 고일림 친구도 왔고, 이정인 친구도 왔고, 김재열 친구도 왔고, 박상철 친구도 왔고, 그리고 최근에 미국에서 귀국한 이병일 친구까지 왔다.
거기에 나와 이날 유사인 김명래 친구까지 해서 모두 열두 친구가, 한 자리에 어울렸다.
그렇게 우리들 정담이 시작됐다.
하나하나 그 얼굴들, 만면에 웃음꽃들을 피워내고 있었다.
척 보기에, 꽃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