莊子 外編 11篇 在宥篇 第7章(장자 외편 11편 재유편 제7장)
[제7장 해석]
보잘것없지만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물건이고, 낮지만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백성들이고, 번거롭지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일이고, 거칠지만 베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법法이고, 멀지만 지키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의義이고, 친근하여 인정에 빠지기 쉬운 것이지만 넓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인仁이고, 절도를 귀찮게 따지지만 익혀 두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예禮이고, 중용을 따라 세상과의 화합을 도모하는 것이지만 높여 나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덕德이고, 유일唯一 절대絶對의 하나이지만 때에 따라 바꾸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도道이고, 영묘하지만 닦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하늘이다.
그 때문에 성인은 천도天道의 변화를 살피기는 하지만 조장하지는 않으며, 덕을 이루기는 하지만 인위에 얽매이지는 않으며, 행동이 도에서 나오기는 하지만 계획하지는 않으며, 행동이 인仁에 부합되지만 그것을 믿지 아니하며, 의義에 다가가면서도 쌓지 않으며, 예禮를 지키면서도 금기에 얽매이지 않으며, 일을 처리하면서도 핑계 대지 않으며, 법으로 백성들을 가지런히 하면서도 지배하지 않으며, 백성들에 의지하면서도 〈백성들의 노동력을〉 가볍게 사용하지 않으며, 물건을 용도에 따라 쓰기는 하지만 버리지 않는다.
물건이란 추구할 만한 가치는 없지만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 때〉 천도를 분명히 알지 못하는 자는 덕이 순일하지 못하고 도를 통달하지 못하는 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도를 분명히 알지 못하는 이야말로 슬프다.
무엇을 도라 하는가. 천도天道가 있고 인도人道가 있으니 아무런 작용 없이 존귀한 것은 천도이고 인위적으로 움직여서 번거롭게 얽매이는 것이 인도이다. 군주는 천도를 실천해야 하는 자이고 신하는 인도를 실천해야 할 자이다. 천도와 인도는 서로 차이가 크니 살피지 않아서는 안 된다.
賤而不可不任者物也 卑而不可不因者民也 匿而不可不爲者事也
麤而不可不陳者法也 遠而不可不居者義也 親而不可不廣者仁也
節而不可不積者禮也 中而不可不高者德也 一而不可不易者道也
神而不可不爲者天也
(천이불가불임자는 물야오 비이불가불인자는 민야오 익이불가불위자는 사야오
추이불가불진자는 법야오 원이불가불거자는 의야오 친이불가불광자는 인야오
절이불가부적자는 예야오 중이불가불고자는 덕야오 일이불가불역자는 도야오
신이불가불위자는 천야니라)
보잘것없지만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물건이고, 낮지만 따르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백성들이고, 번거롭지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일이고, 거칠지만 베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법法이고, 멀지만 지키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의義이고, 친근하여 인정에 빠지기 쉬운 것이지만 넓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인仁이고, 절도를 귀찮게 따지지만 익혀 두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예禮이고, 중용을 따라 세상과의 화합을 도모하는 것이지만 높여 나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덕德이고, 유일唯一 절대絶對의 하나이지만 때에 따라 바꾸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도道이고, 영묘하지만 닦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하늘이다.
- 불가불임자不可不任者 : 임任은 맡길 임. 그 공용功用에 맡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니, 곧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란 뜻이 된다.
- 익이불가불위자匿而不可不爲者 사야事也 : 번거롭지만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일임. 일상의 잡무는 번거롭지만 처리하지 않을 수 없다는 뜻.
- 추이불가불진자麤而不可不陳者 법야法也 : 거칠지만 베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법임. 추麤는 조粗 또는 저伹의 가차자로 본 것. 진陳은 포진布陳‧시행施行, 즉 베푼다, 시행施行한다는 뜻.
- 원이불가불거자遠而不可不居者 의야義也 : 멀지만 지키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의임. 거居는 몸을 둔다는 뜻. 인仁이 가깝다[친親]면 의義는 멀다는 뜻에서 원遠으로 표현한 것. 구체적으로 인仁이 친근한 사람에 대한 사랑의 윤리倫理라고 한다면 의義는 친근親近 관계가 없는 사회 일반의 사람들에 대한 행위行爲의 규범規範이다.
- 절이불가부적자節而不可不積者 예야禮也 : 절도를 귀찮게 따지지만 익혀 두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예임. 절節은 절도를 귀찮게 따진다는 뜻이고 적積은 익혀 둔다는 뜻.
- 중이불가불고자中而不可不高者 덕야德也 : 중용을 따라 세상과의 화합和合을 도모하는 것이지만 높여 나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덕임. “중中은 따름이다. 본성을 따라 높여 나감이다.”, “중中은 중용中庸일 것”, “덕德은 사람이 다 같이 생득적生得的으로 타고난 것이다. 그리하여 비록 세상과 화동和同하는 것이지만 거기에는 마땅히 자립自立하는 것이 있으니 어찌 세인世人과 같을 수 있겠는가. 이에 비해 중中은 화동和同이다.(林希逸)”
- 일이불가불역자一而不可不易者 도야道也 : 유일절대唯一絶對의 하나이지만 때에 따라 바꾸지 않을 수 없는 것이 도임. 역易은 변역變易의 역易.
- 신이불가불위자神而不可不爲者 천야天也 : 영묘靈妙하지만 닦지 않을 수 없는 것이 하늘[천天]임. 위爲는 닦음의 뜻.
故聖人觀於天而不助 成於德而不累 出於道而不謀 會於仁而不恃
薄於義而不積 應於禮而不諱 接於事而不辭 齊於法而不亂
恃於民而不輕 因於物而不去
(고로 성인은 관어천이부조하며 성어덕이불루하며 출어도이불모하며 회어인이불시하며
박어의이부적하며 응어예이불휘하며 접어사이불사하며 제어법이불란하며
시어민이불경하며 인어물이불거하나니라)
그 때문에 성인은 천도天道의 변화를 살피기는 하지만 조장하지는 않으며, 덕을 이루기는 하지만 인위에 얽매이지는 않으며, 행동이 도에서 나오기는 하지만 계획하지는 않으며, 행동이 인仁에 부합되지만 그것을 믿지 아니하며, 의義에 다가가면서도 쌓지 않으며, 예禮를 지키면서도 금기에 얽매이지 않으며, 일을 처리하면서도 핑계 대지 않으며, 법으로 백성들을 가지런히 하면서도 지배하지 않으며, 백성들에 의지하면서도 〈백성들의 노동력을〉 가볍게 사용하지 않으며, 물건을 용도에 따라 쓰기는 하지만 버리지 않는다.
- 관어천이부조觀於天而不助 : 천도의 변화를 살피기는 하지만 〈인위적으로〉 조장하지는 않음.
- 성어덕이불루成於德而不累 : 덕을 이루기는 하지만 인위에 얽매이지는 않음. 林希逸은 “不累란 쌓아서 높이지 않음이다. 쌓아서 높이면 마음을 씀이 자연스럽지 못하다.”라고 하여 루累를 누적累積의 뜻으로 풀이했다.
- 출어도이불모出於道而不謀 : 행동이 道에서 나오기는 하지만 계획하지는 않음. 도道는 무위자연의 도이고, 출어出於의 어於는 도道에서 나오거나, 도道로 나가거나, 모두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도를 따른다는 뜻. 모謀는 계획한다, 사려思慮‧노력努力을 한다는 뜻.
- 회어인이불시會於仁而不恃 : 행동이 인에 부합되지만 그것을 믿지 아니함. 회會는 부합된다는 뜻으로 합合과 같다. 불시不恃는 믿고 과시하지 않는다는 뜻.
- 박어의이부적薄於義而不積 : 의에 다가가면서도 쌓지 않음. 박薄은 가까이 다가가다는 뜻.
- 응어예이불휘應於禮而不諱 : 예를 지키면서도 금기에 얽매이지 않음. 휘諱는 말하지 말아야 할 금기.
- 접어사이불사接於事而不辭 : 일을 처리하면서도 핑계 대지 않음. 불사不辭는 핑계 대지 않는다는 뜻. 이때의 사辭는 사양이 아니라 핑계 댄다, 일일이 설명의 말을 한다는 뜻.
- 제어법이불란齊於法而不亂 : 법으로 백성들을 가지런히 하면서도 지배하지 않음. 란亂은 반훈문자反訓文字(하나의 문자가 문장의 맥락에 따라서 반대의 뜻을 나타내기도 하는 문자)로 다스리다는 뜻으로, ‘치란왈란治亂曰亂’에 해당한다.
物者莫足爲也而不可不爲 不明於天者不純於德 不通於道者無自而可 不明於道者悲夫
(물자막족위야나 이불가불위니 불명어천자는 불순어덕하고 불통어도자는 무자이가하니
불명어도자 비부라)
물건이란 추구할 만한 가치는 없지만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러니 이 때〉 천도를 분명히 알지 못하는 자는 덕이 순일하지 못하고 도를 통달하지 못하는 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도를 분명히 알지 못하는 이야말로 슬프다.
- 물자막족위야物者莫足爲也 이불가불위而不可不爲 : 물건이란 추구할 만한 가치는 없지만 쓰지 않을 수 없는 것임.
- 불명어천자不明於天者 : 천도를 분명히 알지 못하는 자. 물건은 없애기 어려운 것이나, 천도를 분명히 알고 도에 통달하고 덕에 순일하게 되면, 물건이 없어지기를 기다리지 않고도 물건이 저절로 얽매이지 않게 될 것이다.
- 무자이가無自而可 : 할 수 있는 것이 없음. 무엇에 의해서도[자自] 가可함이 없다는 뜻.
- 불명어도자不明於道者 비부悲夫 : 도를 분명히 알지 못하는 이야말로 슬픔. 위에서는 천도를 분명히 알지 못하면 도에 통달하지 못함을 말했고, 이곳 마무리 부분에 이르러 또 도를 분명히 알지 못하면 천도를 알 수 없고 도에 통할 수 없다고 말했으니 두 구절은 같은 뜻이다.
何謂道 有天道有人道 無爲而尊者天道也 有爲而累者人道也
主者天道也臣者人道也 天道之與人道也相去遠矣 不可不察也
(하위도오 유천도하며 유인도하니 무위이존자는 천도야오 유위이루자는 인도야라
주자는 천도야오 신자는 인도야니 천도지여인도야 상거원의니 불가불찰야니라)
무엇을 도라 하는가. 천도天道가 있고 인도人道가 있으니 아무런 작용 없이 존귀한 것은 천도이고 인위적으로 움직여서 번거롭게 얽매이는 것이 인도이다. 군주는 천도를 실천해야 하는 자이고 신하는 인도를 실천해야 할 자이다. 천도와 인도는 서로 차이가 크니 살피지 않아서는 안 된다.
- 유위이루자有爲而累者 인도야人道也 : 인위적으로 움직여서 번거롭게 얽매이는 것이 인도임. 루累는 위 문장과 마찬가지로 얽매이다는 뜻.
- 신자인도야臣者人道也 : 신하는 인도를 실천해야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