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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강원문화-강원아동문학편
강원의 자연과 닮은 사람들
아동문학의 메카, 춘천교육대학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하얀 꽃 이파리 눈송이처럼 날리네…”
언제 들어도 정겨운 ‘과수원 길’은 어린이들만이 아니라 전 국민이 애송하는 국민 동요다. 아카시아 꽃이 하얗게 핀 고향마을의 과수원 길로 성큼 들어서는 듯 삼삼하다. 이 노래는 박화목 작사, 김공선 작곡으로 초등학교 6학년 음악교과서에 실렸다. 김공선은 북강원 고성 출신으로 춘천사범학교(현 춘천교육대학-4회)를 졸업하고 교사생활을 하며 수많은 동요를 작곡했다. 강소천의 「나무야」, 어효선의 「파란 가을 하늘」, 유성윤의 「냇물」 등이 맑고 고운 어린이 노래로 동심을 키웠다. 그리고 우리나라 동요작곡의 선두주자였던 정세문 역시 춘천사범학교 1회 졸업생이다. 강소천의 「그리운 언덕」 이원수의 「겨울나무」 「고향」, 길묘순의 「어린이 행진곡」 등 주옥같은 동요들이 이 땅의 어린이들과 함께 자랐다. 김공선의 「과수원 길」 노래비와 정세문의 「어린이 행진곡」 노래 조형물이 춘천교대에 있다.
박화목과 김공선은 함께 아동문학과 동요를 좋아하던 친구였다. 박화목은 황해도 황주가 고향으로 과수원이 많았던 마을, 동구 밖 산자락 마다 꽃을 피우던 과수원의 봄을 시로 썼다. 여기에 곡을 붙인 김공선 역시 고향마을 사과나무 과수원 추억이 있었다.
춘천교육대학이 아동문학의 산실이 된 데에는 초대학장을 지냈던 최태호의 영향이 크다. 당시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원로였던 그는 장편동화『리터엉 할아버지』를 비롯 20여 편의 중단편 동화를 발표했던 아동문학가이자 수필가였다. 당시 그의 친구였던 박목월 등도 자주 학교를 찾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 중견작가들 가운데는 춘천교대에서 풍부한 문학적 토양을 쌓은 작가들이 많다. 소설가 한수산, 이외수 등 다양한 장르에서 돋보이지만 특히 아동문학 분야에서 뚜렷한 맥을 이어오고 있다. 강원도 곳곳에서 초등교육을 담당하며 영원한 동심 속에서 생활하는 그들의 자부심과 긍지가 시원하고 푸르른 그늘을 만든다. 언제 읽어도 절로 마음이 환해지는 동시를 쓴 그들 중에는 임교순의 「방울꽃」, 「눈 오는 산길」, 남진원의 「산골버스」, 김양수의 「매미」, 최복형의 「편지나라 우체통」, 이화주의 「아기 새가 불던 꽈리」, 이연승의 「해를 파는 가게」등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렸고 임교순의 작품은 중국어로 번역되었으며, 동시 「방울꽃」과 「봄밤」은 시비가 세워졌다.
1972년 강원아동문학회 발족
삶의 무게가 느껴질 때 어른들도 동요를 부르면 절로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행복해진다. 인생에서 가장 축복받는 시기가 바로 유년시절일 것이다. 아무리 가난하고 어려워도 자연과의 경이로운 만남이 있고,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미래’가 있어 그들은 언제나 희망이다. 그 꿈을 키우며 밝고 맑게 자랄 수 있도록 마중물이 되어주는 게 바로 아동문학일 것이다.
강원아동문학회의 태동은 춘천에서 시작된다. 물론 그간 강릉 조약돌아동문학회, 횡성 석류아동문학회, 홍천 화양강 아동문학회 등이 60년대에 탄생해 활동하고 있었다.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동인회 또는 아동문학회로 소규모의 산발적인 활동들을 펼치고 있었지만 강원지역을 아우르는 아동문학회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던 것. 당시 춘천에는 우리나라 창작동요보급운동에 열정을 바치던 유성윤이 처가인 학곡리에 자주 드나들었고 지역 아동문학가들과 친교를 가졌다 (이후 학곡리에 거주, 말년을 보냈다). 그는 1970년대 군납품 피혁회사를 운영하는 기업인이기도 했다. 그의 부추김이 있던 터에 1971년 임교순이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연못 속의 동네」가 당선된다. 이를 계기로 1971년 1월 6일 춘천 밀물다실에서 임교순 박유석 심우천 이연승이 발기모임을 갖고 이듬해인 1972년 1월 6일 춘천초등학교에서 창립총회를 열어 「강원아동문학회」로 출발한다. 초대회장에는 임교순, 부회장 심우천, 사무국장 박유석, 감사는 이연승, 고상순이 맡았다. 아동문학의 풍토조성과 자질향상, 어린이 글짓기 지도를 통한 소질계발, 회원 상호간 친목도모 등을 목표로 뜻을 같이한 12명이 첫발을 디뎠다. 초기 모임에는 유성윤의 친구였던 박화목이 춘천에 자주 드나들며 참석하여 힘을 보태기도 했다.
강원아동문학회의 출범이 기폭제가 되어 70년대에는 도내에서 아동문학가들의 활동이 활발히 펼쳐졌다. 71년 임교순, 최돈선(동아일보-「철이와 남이의 하루」), 72년 정호승(한국일보-「석굴암 오르는 영희」), 73년 김종영(조선일보 동시- 「아침」), 박유석(한국일보 동시-「꽃이 되면」)의 등단을 시작으로 74년에는 전상기가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자라는 아이의 꿈」, 심복수가 동시 「소쿠리」로 당선되었고, 안상명이 서울신문에 기록문학 「하늘 끝 먼 곳까지」, 김지도는 풀과 별지에 동시「탄 마을의 아침」이, 김학선은 동시가 교육자료에 추천 완료되는 등 무려 5명이 힘찬 발길을 내 디뎠다.
이어 75년에는 최종남이 강원일보 신춘문예에 동화 「해님이 된 할아버지」, 이연승이 월간문학 2월호에「방앗간」으로 제15회 신인상을 받았으며, 월간문학 제16회 신인상에는 방원조의 「얘기 주머니」가, 또 박유석의 「외할머니와 대추항아리」가 교육자료대상 동화최고상을 수상했다. 매해마다 신인들이 쏟아지는 경사였다. 하여 12명으로 출발했던 강원아동문학회 회원은 2007년 62명으로 늘어났다.
강원아동문학회는 72년 6월 1l일 회보를 발간한데 이어 73년 5월 5일 창간호를 낸다. 이무렵 정호승 최돈선 최종남 등이 가입, 회원이 21명으로 는다. 그리고 74년부터 강원아동문학회 세미나를 개최, 향토문학의 토착화를 모색한다.
그간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던 회원들이 77년부터는 개인 작품집을 출간하기에 이른다. 심우천은 동시집 『동그란 안경』을, 박유석은『꽃이 되면』을 냈다. 뒤이어 79년에는 최도규의 동시집 『교실 꽉 찬 나비』가, 80년에는 임교순·윤부현의 『장다리 꽃밭』이, 이연승의 동시집 『해를 파는 가게』, 최도규의 『이사 가던 날』, 김종영의 『하늘을 날아다니는 아이들』 등이 발간되어 강원아동문학의 열매를 나눈다. 이후 동시, 동화집 등 매해 서너 편의 작품집이 발간되고 있다.
82년에는 강원도 내 아동문학가들의 창작의욕을 고취시키고 향토 아동문학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강원아동문학상」을 제정하여 격려하게 된다. 제1회에 박유석의 「풀밭」을 시작으로 매년 이어져 2007년 26회에는 배정순의 「시간 가위질」이 받았다.
연도별 수상작
『강원아동문학』은 2007년 제32집을 발간하며 튼실한 뿌리를 내렸다.
강원아동문학 역대 회장은 임교순, 심우천, 박유석, 성덕제, 이연승, 전상기, 조규영, 진호섭, 이화주, 용호군(현 회장)이다.
강원아동문학의 이같은 역량은 박유석이 문인협회 도지회장을 역임하는 등 강원문학의 중추적 위치를 갖는 동력이 되기도 한다.
지역의 풀뿌리 문학회들
조약돌 아동문학회
도내에서 가장 먼저 출발한 아동문학회는 「조약돌」이다. 1960년 10월 10일 강릉 청탑다방에서 설립된 「조약돌아동문학회」는 동호인간의 순수한 만남 및 지방문화인구의 저변확대, 중앙문단 및 타 문학동인과의 유대 및 정보교환을 목적으로 출발했다. 1995년 기준 회원은 31명이다.
초대회장은 김원기가 맡아 기반을 다졌으나 그의 사망으로 제2대 회장으로 엄성기(1970. 월간문학 「별 열매」)가 선출됐다. 김원기 회장 유고집으로 시집 『환한 햇볕아래 살아 나오리라』, 동시집 『귀뚜라미 시계』를 냈다.
93년에는 회원 중 4명이 문학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았다. 남진원은 제12회 강원문학상, 김종영은 제12회 강원아동문학상, 정태모는 제3회 관동문학상, 조무근은 제7회 영남 아동문학상을 탔다. 또한 정태모는 동시집 『아기 학』을, 최갑규는 제5수필집『솔바람 푸른 꿈 되게』를, 김종영은 동시집 『어머니 무릎』을 , 김교현은 동시집 『활짝 웃어라』, 박성규는 동시집 『별과 풀꽃』을 발간. 알찬 수확을 거두었다. 94년 10월 30일 조약돌 20집 발간했다. 그러나 엄성기의 타계로 활동이 이어지지 않았다.
솔바람 동요 문학회
강릉시에 근무하는 교사들 13명이 주축이 되어 1984년 5월 16일 창립하였다. 맑고 밝은 노랫말로 새로운 창작동요를 만들어 어린이들에게 널리 불려지게 함으로써 어린이들이 티 없이 자라나도록 고운 심성과 동심의 꿈을 심어주려는데 뜻이 있다.
좋은 노랫말을 전국 동요작곡가들에게 제공하여 많은 동요곡이 만들어지도록 하기 위해 월 1회 회보를 발행하는 한편 작곡가들과의 유대를 강화, 매월 마지막 토요일에 작품평가회와 낭독시간을 가졌으며, 회원 발표의 동요 동시에 누구나 곡을 붙일 수 있는 자유권을 주는 등 문호를 개방했다. 조약돌 아동 문학회와 친밀한 유대관계를 갖고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1984년 7월 15일 「솔바람」창간호를 발간하여 전국동요작곡가들에게 배포, 큰 호응을 받았으며 꾸준히 회보를 발간했다.
회원들의 회비로 발표된 노랫말은 1,300여 편, 작곡은 500여 곡에 이른다. 전국 동요 작곡집에 조약돌 작사의 동요곡이 195곡 수록되었고, 동요 테이프에 42곡이 수록되었다(1996년 기준).
그리고 1985년부터 MBC 동요제(2회)에 참가, 계속 본선진출 및 입상의 영예를 안고 있다. 1989년에는 KBS동요제에서 금상을 받았다. 1993년에는 MBC창작동요제에 3곡이 입상했으며, 93년 KBS창작동요제에는 5곡이 입상하는 쾌거를 일궜다.
김교현 회장 이후, 회장이 비어있지만, 김옥순이 총무일을 맡아 현재까지 계속해 오고 있다.
감자아동문학회
강원도의 흙에서 태어나 강원도 흙에서 나는 감자를 먹고 동시를 쓰는 동인들의 모임으로 79년 1월 태백시 황지에서 권영상, 김종영, 김진광, 남진원, 마석규, 이상대 장영철, 조영주, 최도규 9명이 출발했다.
회비를 모아 창작활동 및 회원 친목을 도모하고 현직 교사들로서 학생 글짓기 지도에 열과 성을 다하였다. 87년 5월 첫 동인지 『해』(권영상, 김종영, 김진광, 남진원, 마석규, 최도규)를 냈고, 88년 『감자’』2집(권영상, 김종영, 김진광, 남진원, 최도규 5명)을 출간했다. 89년 감자 3집을, 90년 4집, 91년 5집을 냈다. 감자 아동문학회는 최도규의 타계로 동인활동이 이어지지 않았다.
아동문학의 순수성과 정서 살려가야
「옛날 아이들은 비록 가난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자연을 동무삼아 자랐기에 유순하고 깨끗한 정서를 많이 공유했다.
요즘 아이들은 콘크리트 건물이 가득한 공간에서 흙을 밟아 볼 여유도 없이 바쁘게만 생활한다. 그 아이들의 마음속엔 이미 자연의 원리나 여유로움은 없고 경쟁의식과 조바심만 가득 차 보인다. 경쟁이 곧 삶인 사회는 얼마나 삭막한가.」
-김용복의 ‘시학칼럼’에서
김용복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자연 속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아이들과 도시의 콘크리트 공간에서 자란 아이들의 정서는 같지 않을 것이다. 어느 날 고층 아파트가 아이들의 고향이 된다는 생각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지금은 비록 맑고 싱그러운 바람길을 터주지 못할지라도 항상 어린이의 마음으로, 눈빛으로 세상을 보고 이끌어 주려는 아동문학가들이 있어 미쁘다.
강원아동문학회 초대회장을 역임했고 평생 아동문학의 길을 걸어 온 임교순(춘천교대 14회-작품집 『김소위와 노루』외 3권)은 “70, 80년대의 활기차던 아동문학이 지금은 다소 침체기를 맞고 있는 것 같다.”며, “순수한 동심을 지켜가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했다. 요즘 어린이 음악이 다양하게 폭을 넓혀 발전하는 것은 좋으나 동요의 순수성과 정서를 잊어가는 듯해 아쉽다며, 현장의 후배들이 요즘의 어린이들을 잘 이해(파악)하여 그들을 바로 잡는데 노력할 것을 당부한다.
그리고 글에 대한 소신을 밝힌다. “「글」은 우리 글자로 마음을 담아 표현하는 것이지요. 글은 남에게 보여 지는 것이므로 자신의 생각이 잘 표현되도록 해야 합니다. 원고지에 한자 한자 마음을 담아 쓰는 글과 글씨가 인간적인 소통이 될 것입니다. 하여 읽는 사람이 시원한 마음으로 볼 수 있게 쓰는 것이 도리지요.”
바른 글, 글씨 쓰기를 교육현장에서부터 되잡아 가야 할 것이라는 그는 컴퓨터 사용으로는 마음의 표현보다는 갈등을 표현하기 쉽다며 생각을 다듬으며 문장을 만드는 원고지 쓰기를 강조했다.
그의 대표작인 된 동요 「방울꽃」은 동요의 정감을 고스란히 터트린다.
방 울 꽃
아무도 오지 않는
깊은 산속에
쪼로롱 방울꽃
혼자 폈어요
산새들 몰래몰래
꺾어 갈래도
쪼로롱 소리날까
그냥 둡니다.
산바람 지나가다
건드리면은
쪼로롱 방울소리
쏟아 집니다
산노루 울음소리
메아리 치면
쪼로롱 방울소리
쏟아 지겠다.
삭막한 세상살이에 지친 이들을 위로해 주는 신선하고 푸른숨결 같은, 가슴 환해지는 동시와 동요와 동화가 있다는 건 얼마나 큰 축복인가? 자연과 생명의 하나 됨을, 삼라만상의 문을 열어주는 아동문학이야말로 모든 문학의 출발점일 것이다.
윌리엄 워즈워드가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했듯이, 사람으로서의 순수성을 잃지 않게 하는 아동문학이야말로 풋풋한 생명력으로 이 땅의 어린이들을 위한, 아니 어른들을 위한 숨통을 터 줘야 한다.
우리가 도시 속에 갇힐수록, 우리의 미래가 불안해 질수록 아동문학의 향기는 더욱 진한 그리움으로 다가 올 것이다.
문화통신 2008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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