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헬 디아고스티노의 음악은 무척 듣기 쉽고, 기초적인 음악이라고 설명합니다. 그 이유는 비트감이 확실하고, 퍼레이즈(phrase)와 파트 구분도 명확하다는 이유 때문이죠. 또 악기도 여러 가지 짬뽕으로 들리지 않아서 지금 무슨 악기다, 무슨 악기다 나누어서 들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죠. 오늘 강습의 가장 마지막에 들었던 트로일로(Anibal Troilo)의 <Torrente>(이 글 맨 뒤에 영상)와 비교하여 박자, 퍼레이즈, 악기의 구분에 신경써서 들어보면 얼마나 디아고스티노의 음악이 너무 고맙도록 쉽고 교과서적인지를 이해할 수 있었죠.
앙헬 디아고스티노(Angel D'agostino)의 <Tres Esquinas>라는 곡에서 노래를 불렀던 가수는 앙헬 바가스(Angel Vargaz)로 탱고계의 락스타같은 인물이라고 합니다. 가장 유명한 탱고 가수 3명을 뽑는다면 그 유명한 가르델(Carlos Gardel) 외에 까스띠쇼(Alberto Castillo)와 바로 이 앙헬 바가스를 뽑는다고 하니깐요.
루시아노는 디아고스티노와 바가스가 나오는 빛바랜 영상 하나를 잠시 우리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것이 바로 아래의 영상이었죠.
앙헬 디아고스티노(Angel D'agostino)는 이웃, 댄스, 밀롱가 같은 ‘일상’이라는 주제로 음악을 만들었는데 그의 또 하나 유명한 곡이 <Adios Arabal>이라는 곡이라고 합니다. Adios는 작별할 때의 ‘안녕~’이고, Arabal은 ‘교외, 변두리’라는 뜻. 이 음악을 들을 때 악기에 집중하여 잘 듣기를 요구하였습니다.
듣고 난 후에 이 곡을 만든 사람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또는 이 음악의 특징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그 답은 바로 문답형식이 명확하게 들리는 곡이라는 것이죠.
뮤지컬리티를 들으시는 분들께서는 잘 아시겠지만, 아직 탱고음악의 구조를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잠시 기초 부분을 언급해보도록 할게요. 예전에 제가 올렸던 <초보님들 탱고 박자가 안들리시나요?>글에서 쓰여져 있듯이 탱고 음악은 짜임새(구조)가 있습니다. 그 짜임새를 간단 명료하게 설명하면(저의 설명이 아니라 영상 속의 설명) 다음과 같죠.
탱고음악은 몇 개의 부분(part) A, B, C 등으로 작곡되었다.
고전적으로 이 부분들의 배열은 A, B, A, C, A의 순서이다.
"sam보충: 꼭 5개의 파트는 아님"
(즉, 유사 파트가 처음, 중간, 끝에 배열되고 사이사이에 변주를 끼워넣는 형식)
"sam보충: 유사파트가 반주의 중간 중간으로 들어갈 수도 있음"
각 부분은 일반적으로 네 개의 구절(phrase)로 작곡된다.
각 구절은 8박자(8bit)이고,
대체적으로 질문으로서의 4박자와 답변으로서의 4박자로 배열된다.
"sam보충:꼭 4박 4박 주고 받진 않음"
즉, 이 문답의 구조가 명확하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떤 악기와 어떤 악기가 서로 주고 받는지 음악을 들어가면서 세세하게 루시아노와 마라가 설명해주었죠. 강습을 안 들으신 분들을 위해 제가 한 번 동영상으로 구현해보았습니다.
정리하자면 <Adios Arabal>24개의 구절(phrase)로 되어 있었습니다. 4개의 구절이 모여 하나의 파트(part)를 이루니 총 6개의 파트로 만들어진 곡이었습니다.영상의 자막에서는 이 파트의 순서를 A, B, C, D, E, F라고 표시해놨습니다만, 유사한 파트가 반복되었으므로 이를 다시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때 유사한 구절이 가수가 노래 불렀던 C와 E 그리고 B, D, F였습니다. 그러니 이곡의 배열은 A, B1, C1, B2, C2, B3로 구성되어 있네요. 유사파트들은 완전 똑같음을 피하여 응답의 악기들을 변형하고 있었습니다. 가수 노래 부분인 C1에서는 가수와 반도네온의 구성이었는데, C2에서는 가수와 피아노의 구성으로 바뀌었습니다. B의 경우에도 B1에서는 반도네온과 피아노였다면 B2에서는 바이올린과 반도네온, B3에서는 가수+바이올린과 반도네온이었지요.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지요
탱고 음악에서 미미하더라도 보통 이런 문답의 구조는 보편적으로 존재한다고 합니다. 다만 어떤 음악가의 곡은 명확하고, 어떤 음악가 특히 뿌글리에세 같은 경우는 찾기가 힘들고의 차이가 있지요. 아무튼 무엇보다 개별 악기의 음색을 구별해낼 수 있어야 가장 기본적인 뮤지컬리티가 가능하겠지요. 즉, 걷는 신호인 비트를 알려주는 반도네온만 귀에 들린다면 음악이 주는 많은 생각들(idea)을 우리가 춤으로 만들어낼 수 없게 되니깐요.
그래서 우리는 일종의 실습을 했습니다. 강습생들을 A, B, C그룹으로 나누고 A그룹은 반도네온이, B그룹은 피아노, C그룹은 바이올린을 연주한다고 생각하고 음악에 들리는 대로 마치 그 악기들을 연주하는 시늉을 하였죠. 마치 초딩생 음악시간이 된 듯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움직임은 들린 다음에 움직이기 때문에 약간씩 음악과 몸짓의 시차가 뜰 수 밖에 없습니다. 춤이란 미리 준비해야 출 수 있는데, 즉 들린 다음에 추려면 결국은 못추게 되는데, 지금 상태로는 이 음악의 뮤지컬리티를 구현낼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른거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의 결론은 '외워야죠 ㅠㅠ'
그럼 문제는 이 문답형식을 어떻게 춤으로 구현할까가 문제
1. 파트가 달라지면 흔히 대화의 주제(topic)이 달라지는데 이것을 한결같이 똑같은 느낌으로 춤을 추는 것은, 그저 비트와 전체적인 분위기만으로 춤을 추는 것이지 뮤지컬리티를 구현해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2. 이 곡의 경우 사까다나 히로 등 원형 느낌의 피구라를 언제 쓸 수 있느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앞서 동영상에서 보여주었듯이 <Adios Arabal>는 6개의 Part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2, 4, 6파트가 반복되었고, 가수의 노래는 3, 5, 6에 나타났죠. 원형 느낌의 피구라는 가수의 노래와 노래 사이 즉, 노래를 쉬고 있을 때 바이올린이 선율을 연주하는 Part 4(D)에서 추면 좋을 것 같다고 합니다. 노래 부르는데 거기다 대고 히로 도는 것은 다소 부적절해 보인다는 것이죠.
3. 다구스티노의 음악은 왼손 반도네온 연주를 많이 쓰는 특징이 있습니다.
<Adios Arabal>의 경우 음악의 처음인 Part A는 전체적으로 악기들이 고음(high note)을 연주하다가 차츰 차츰 내려옵니다. 이런 선율(음의 높낮이가 달라지는데 같은 느낌으로 춤을 춘다는 것은 이 음악가의 의도를 제대로 표현한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4. 다구스티노는 무척 친절하게 주된 악기 하나씩의 교차를 보여주는 심플하고 모범적인데 반해 다른 이들의 음악은 한번에 3개의 악기가 같이 들리게 됩니다. 이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자신의 선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트로일로(Anibal Troilo)의 <Torrente>의 음악을 들어보면 얼마나 아구스티노가 심플하고 베이직한지를 알 수 있다고 했습니다.
5. <Adios Arabal>의 경우 피아노를 답변하는 부분에서는 땅게라에게 시간을 주어, 땅게라가 잔스텝을 밟으며 아드르노를 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 부분에서 왜 땅게라의 뮤지컬리티가 중요한지를 말하고 있죠. 땅게로의 리드가 없는 부분에서 자기의 춤을 만들어가는 것은 역시 땅게라도 음악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죠.)
“악기는 우리에게 춤출 다양한 idea를 준다. 악기에 귀를 기울여보자"가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그러나 악기에 귀기울이고 춤 추면 동작이 늦습니다. 외우는 것밖에 답이 없을 것 같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마라&루시아노 뮤지컬리티 강습은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토요일마다 개인적인 일정들이 계획되어 있어서 아쉽게도 이번 후기가 마지막이 되겠습니다. ^^ 그간 같이 강습들으신 땅게로스님들 다음에 뵈어요~
첫댓글 멋져요 샘!!
부끄부끄해요 ^^
깊이 감사 드립니다, 쌤님!! 아쉽스무니다!!!!!!!^^
감사는요 무슨 ^^ 제대로 인사도 못올렸네요. 다음에 뵐게요
@sam. 네, 쌤님!! 다음 기회엔 꼭 인사 드리겠습니다~~ 건강하고 행복한 가을날 보내세요!!^^
후기왕 샘님이 빠지면 타격이 크겠는데요. 다음 타자는 석정님이 맡아주시나요?
어느 순간 후기 책임감이 생겼는데, 책임을 방기하고 빠져나가니 송구하네요 ㅠㅠ
아이쿠!! 저는 스스로도 정리가 잘 안되는 터라... 송구스럽습니다, 피쉬님!! 쌤님께도 거듭 감사드립니다!!^^
아!! 너무도 훌륭한 글입니다...
감사드려요..
별말씀을요 ㅠㅠ 뮈벤님 후기도 잘 읽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글따라 꼼꼼히 일고 들어볼게욤~!!
스톤님의 정리'벽'의 경지엔 턱없는 정리여서 부끄럽습니다 ^^
완전 정리 잘된거 쏙 빼먹기 머하지만 너무나 좋은 자료라 탐이 나서 시리즈 다 퍼갑니다~~^^
고마워요 ~~^^
뒷풀이에서 자료정리 얘기를 듣고 들어와서 읽었네요. 아직 뮤지컬리티는 저에게는 너무 어려운 거 같습니다. 진짜 출간된 책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만큼 잘 정리를 하셔서 감탄스럽습니다. 잘 읽을께요,
와우~ 대단합니다, sam.님!
제겐 마르고 닳도록 읽어야 할 레포트^^입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