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기약하며 전날 일찍 잠자리에 들었는데, 알람소리에 깨어나니 개운하다.
스트레칭 하며, 침대 위에서 이리저리 육체를 비비대기치며 깨우고 일어나 아내의 배려 섞인 곰국을 데워 한그릇 비운다.
'자... 이제 가는 거야......'
새벽 다섯 시에 집을 나선다.
중계동 봉욱이네 집에 들러 자동차를 주차하고 잔차를 꺼내 탄다.
친구와 둘이 잔차를 몰고 중계역으로 가 5시 40분 지하철 나고 상봉역으로 간다.
잔차를 끌고 지하철 계단을 오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더군! ㅋㅋㅋ
상봉역에서 6시 7분 첫차를 타고 용문역으로 간다.
제일 앞칸과 뒷칸을 자전거를 실을 수 있단다. 둣칸에 잔차를 실고 컴컴한 도시를 빠져나간다.
장환이한테 전화가 온다. 허겁지겁 전철을 탔는데, 가운데칸이란다. 사람이 많아 잔차 끌고 뒤로 올 수는 없단다. 종착역에서나 만나야 한다.
봉욱이가 싸온 마누라표 김밥으로 우리 둘은 아침 참을 먹는다.
용문역에 도착하니 7시 20분 경!
장환, 봉욱, 이 둘은 한번 뿐인 면식이다. 인사를 나누며 잔차 정비 등으로 25분 뒷차를 타고올 성희를 기다린다.
35분 경, 성희가 내려온다.
용문역을 배경으로 사진 한 컷 박은 뒤 주저없이 잔차에 올라 페달을 밟는다.
이미 두 번 다녀온 장환이가 선도를 선다.
그 뒤을 상계동 당고개 매니아 봉욱이가 씩씩하게 따른다.
초장부터 시속 25킬로를 유지하면 달려 대는 녀석 둘 뒤를 따르자니 난 영 벅차다.
내 뒤를 따르는 잔차 경험 많은 성희의 비아냥이 영 거슬린다.
'야, 그래서 가겠냐? 얼마 안 갔을 때 돌아서지?'
첫 한 시간에 25킬로를 쉬지 않고 챘다.
마라톤을 하려면 컨트롤과 지구력이 남다러야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체력이 좋긴 좋다.
선도를 서다가 멈추고 뒤쫒는 우리들을 열심 사진 찍어 주고, 마지막에 선 내 뒤에 달라붙어서 독려하다간 다시 선도로 치고 나간다.
장환이의 독려 탓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면서 그 유명한 '조각 장승 좃대' 휴게소에 들르니 점심 즈음일세...
'좃대 휴게소' 바로 아래 전주식 한식 뷔페에서 점심을 찍는다.
12시 40분까지 70여 킬로를 달린 뒤 밥을 먹는다. 난 밥보다 엉덩이에게 넓은 의자를 허락하고 쉬게 할 수 있다는 게 더 좋았다.
나름 고도의 훈련을 했건만 이즈음부터는 엉덩이로 몰리는 고통이 등줄기를 타고 어깨를 오르며 목덜미까지 치달아 종내는 손으로까지 내려온다. 마침내는 손가락까지 마비돼 기어 변속과 브레이크 조절이 힘들 지경......
숙달된 놈들은 한손으로 잡고 쉬는 손으로 스트레칭 하는데, 연륜이 짧은 나는 한손 놓고 속도 내며 쫓아간다는게 영 어려운 일이다.
식사 후 커피 한잔 하고 1시 25븐에 다시 일어선다.
삼십 분 가량 달리니 벌써 엉덩이에 난리가 난다. 이제부터는 근육 뭉치고 힘든 게 문제 아니다. 이 엉덩이를...
4시 15분에 백담사 입구 슈퍼에 들러 평상에 앉았다.
'여기서 빵 하나 바나나 우유 하나씩 먹고 가자. 이제 진짜다'
실실 웃는 장환이의 얼굴이 징그러워 보인다.
이미 체력은 방전이요, 똥꼬는 부풀어 올라 터지기 일보 직전인데...... 아흐흐흐흐~~~
방전된 배터리에 실금 하나 만큼 충전하고 다시 길을 접어 든다.
터널이라는 게 잔차에게는 참 고난의 길이다.
특히 강원도 터널은 길고도 경사는 있는데, 잔차 전용 공간이 없다.
좁은 한뼘 길로 비척비척 달리는데, 자동차들은 경적 울리며 공갈쳐대면서 위협하듯 치고 가지, 매연으로 가득찬 내부는 숨쉴 때마다 경유 매연과 휘발유 매연을 가늠하게 하지, 어느 터널인가는 얼마나 긴 지 중간에 완전 방전돼가는데, 차들은 빵빵거려요, 멈출 공간은 없어요...... 거긴 지옥의 공포였다. 또 소음은 얼마나 큰데!
거기다가 좁은 공간을 달려야 하다 보니 뒤를 돌아보며 소음의 진원을 확인할 수가 없다.
그저 빠앙!!! 하며 커다란 소리를 내는 거대한 무엇이 등뒤에서 점차 무서운 속도로 내게 돌진해 오고 있다는 그 공포감!!!!!!!!!!! 아 더럽다 더러워~~~~~~~~~~~~~~ ㅋㅋㅋ
이 즈음부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지!
미시령길에 들어설 즈음부터는 빗줄기도 굵어졌다.
속은 땀에 젖고 겉은 비에 젖고......
그나마 설악산 속으로 들어서니 계속 불어 대던 마파람이 잦아들어 다행이랄까?
원래는 가을의 편서풍 덕을 보려 했던 건데? 비구름 때문인지 마파람으로 불어대서 오는 내내 아주 고생했다.
5시 즈음부터는 어둠마저 내려깔리고 드디어 미시령 터널 앞 미시령 예길에 도착하니 시꺼멓고 비는 추젖추적하는데 5시 15분이다.
이제부터는 자동차 없는 호젓한 시커먼 길을 잔차 네 대가......
잔차 타고 오른 건 처음 오분 여? 아무리 기어를 최대로 했도 오 분 여 지나니 근육이 굳어버린다.
이건 아닐세! 내려 잔차를 끌고 오른다.
마라톤 하는 장환이만 잔차에서 내리지 않고 페달을 밟는데, 잔차 오르는 속도나 끌고 걸어오르는 속도나 엇비슷하다. 종내는 내려라 하고, 담소를 나누며, 헉헉대며, 비를 맞으며 미시령을 오른다.
이따금 내려가는 자동차들이 화들짝 놀라며, 비상들을 켜고, 속도를 줄이며 비껴 내려갈 때면 하나같이들 차창을 열고 끼득끼득 웃는다......
난 다시는 저런 짓 않으리라!!! 배려심이란 걸 생각해 봤다고나......
미시령 정상에 오르며 담배 한 대쯤 피우는 호사가 몹시 필요하다 생각했는데...... 웬걸?
마루턱을 올라서니 비바람이 얼마나 거센지...
젖은 옷을 파고드는 비바람이 얼마나 추운지...
인증샹 하나 찍는데도 몰려드는 빗줄기에 화면이 영 이상하지만, 너무 추워서 그냥 내려가기로 했다.
6시 30분!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무임 승차하듯 내려가는 서비스의 긴 길을 꿈꾸며 올랏는데, 꿈은 깨어지고 비바람 추위와 뵈지 않는 전방 시야 땜에 오만 고생하며 내려가야만 했다.
장갑을 준비 안 한 나는 손가락이 얼어 굳는 바람에 곱배기로......
결국 봉욱이는 앞브레이크 선이 끊어지는 상태까지 일어나고......
옛길을 내려와 주도로에 접하니 그래도 속초 시내까지 9킬로 남았단다.
다행히 약간의 내리막이 계속 이어져 힘들진 않았지만, 비에 젖은 네 중늙은 돼지들이......
앞바퀴를 타고 오르는 빗물은 내 사태를 목표로 쏴대고, 뒷바퀴는 똥꼬를 향해 쏴대니, 내릴 즈음은 속바지와 바지 안엣것들이 퉁퉁 분다 불어~~~
처음 계획은 회 한 접시에 쇠주 한잔 하며 여유 좀 부리고 막차 타고 서울갈 요량이었다.
그곳에서는 잔차를 타고 돌아갈 수도 있으니...
헌데, 이정도면 서울에도 비가 오고, 비오면 잔차 타고 돌아가기 그러니 서두르자고...
요령없는 계획이 짜증난다는 성희를 달래며, 다음날 주일 성수를 꼭 해야한다는 봉욱, 실상 내일이 자기 생일이니 아침상은 집에서 하는 장환이, 섭섭하지만 이 놈 저 놈 사연 다 헤아려야 하니 내가 중재서며 달랜다.
7시 30분에 시외버스 터미널에서 8시 30분 동서울행 차표를 끊는다.
그리곤, 그야말로 옛날식 터미널 식당에 들어가 늙수레 아주머니가 끓여주는 육개장 네 그릇에 쇠주 두 병을 후딱 비운다.
이후 오는 길은 내내 추위와의 싸움이었다.
28인승 우등고속은 왜 한밤중에도 에어컨을 켜대는지? 젖은 옷을 파고 드는 에어컨 냉긴는 뼛속까지 굳힌다.
동서울에 도착하니 또 왠 바람이 그리 센지! 비는 안 와서 다행이다만 바람이 얼마나 센지 아주 뒈지는 줄 알았다.
바람에 시달리며 삼십 여 분 헤매다 봉욱 아내가 몰고 온 차를 만났다. 차내의 퐇근함이 그리 반가웁기는!
중계을 거쳐 집에 돌아오니 새벽 한식경일세!
젖은 옷을 벗어 보니 손가락 발가락 또 나머지 돌출된 것들이 모다들 튕튕 불어 쪼그라들었네? 온통 뻔데기 투성일쎄?
따순물에 샤워하고, 곰국에 밥 조금 말아 들이켜며 안안팍을 뎁히니 그제사 눈꺼풀이 내려앉는다.
허벅지 뒷근육이 묵지근하다. 아마도 새로 불어난 근육이 뒤에서 자리자겠다고 난리를 피우나 보다.
평시 문제 있는 좌우 도가니 바깥쪽 십자인대도 찌릿찌릿하다.
오늘은 아이싱이나 많이 하면서, 내 몸을 사랑해줘야겠다.
'이놈이 아직 생생하네?'
장환이는 내가 오늘쯤 뻣어있는 줄 알았나?
'악천후 속에서 대단했지! 똥꼬나 관리 잘혀...'
소심한 성희 녀석에게는 대단한 사건이리라!
'속초 쪽으론 오줌도 안 눈다! 내 체력이 이럴 줄이야...'
평시 족구와 잔차 라이딩 당고개 주파로 체력 자랑하던 봉욱이에 현실이 놀라움이고 아품이었던 모양!
예비군이라고 날 놀리다가 제가 처질 줄은 진정 몰랐던 모양!
아침에 난 친구들에게 이런 문자를 보냈었단다.
'Have a good memory!
잘들 들어갔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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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지도상으론 140킬로였는데...
미시령 옛길로 가다보니 실측 160킬로였단다~~~
하나의 추억은 만들었다만은, 사람에게 권장할 일은 아니란 생각이다...
이건 운동 중독 걸린 사람들이 객기 부리는 일이지 예삿일이 아니다, 아니다~~~ ㅎㅎㅎ
이제 큰아들에게 사진 올리는 법도 배웠다~~~ ㅎㅎㅎ
즐겁고 해피한 이세상, 사노라면 그에 따르는 등짐도 이고지고 가야겠지~~~? ㅎㅎㅎ
이런 엄청난 드라마를 읽고 댓글들을 안 달다니..
참 사는 것처럼 살고 있네.. 대단해.. 휘이익~
입대한 아들에게 보내주고 싶은 이야기네..
도전이 인간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아름답게 가꾸는지를 느꼈으면 해서..
아들이 입대했구만~~!
저기... 아저씨 성 자가 민 인가?
잡생각 떨치려 극기훈련 삼아 다녀왔지...
너무 촉박하게 다녀와서 들르지도 못했네?
다음에 자동차로 갈 때 연락 한번 하세~~~ ㅎㅎㅎ
뭘~
자전거로 오지 이번엔 우아하게 잘 할 수 있을 텐데?
무섭다 지치지 않는 열정이..
승용차로 오면 대접이 약소하겠지만 오슈
남편은 황영한
그럼 우리 카페가 행킹당했나?
주문진 호텔 진, 민광옥이란 사람이 자꾸 놀러오라고 초대하네? 기분 요상하구만......
중독된 놈들이나 잔차로 자주 가지...
예삿사람들은 한번의 추억으로 충분한 일이야...
중독된 친구는 담에 또 뭐하고 놀지 하며 아우성이다만...... 뭐하고 놀까?
새로운 도전 아이템에 포상 걸겠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