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마케팅 혁신주도 `폴 울밍턴` 캔버스 월드와이드 CEO
우리가 인터넷에서 보는 소위 배너 광고(디지털 디스플레이 광고)는 검색 기록과 방문 사이트 등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가 인터넷을 사용하면서 남긴 수많은 기록을 바탕으로 광고주들이 소위 타깃 광고를 하기 때문이다. 육아 관련 사이트를 많이 방문한 사람에게는 기저귀 광고가, 자동차 검색을 많이 한 사람에게는 신차 광고가 나타난다. 광고의 디지털화로 보편화된 현상이다.
최근에는 광고구매도 디지털화와 자동화가 이뤄지고 있다.
인터넷 광고 거래소에서 자동화된 광고 구매 프로그램에 따라 구매가 이뤄진다. 광고영업 사원이 필요 없어지는 것이다. 광고주가 원하는 가격에 원하는 고객군(audience)에 대해서만 광고가 가능해진다. 더 놀라운 것은 이런 구매과정이 실시간으로 일어난다는 점이다. 내가 어떤 사이트에 들어가는 짧은 순간에 나의 정보를 바탕으로 BMW와 벤츠가 경쟁을 하고 여기서 이긴 BMW의 광고가 화면에 나타나게 된다. 이를 프로그래매틱바잉(programmatic buying)이라고 한다. 미국에서는 전체 디스플레이 광고의 절반 이상이 이런 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동영상이나 TV 광고에까지 이런 기술이 적용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소위 애드테크(ADTech)의 시대가 찾아오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광고 시장의 빠른 디지털화는 기존의 광고와 마케팅에 큰 도전이다. 구체적인 타깃을 대상으로 저가에 효율적인 광고가 가능해지면서 소위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마케팅이 힘을 잃기 때문이다.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쓰고, 창의적인 TV 광고를 만드는 것이 과연 실제 기업의 매출 증가로 이어지는지 입증이 필요한 시대가 됐다.
최근 매일경제 더비즈타임스와 만난 폴 울밍턴 캔버스 월드와이드 최고경영자(CEO)는 이 같은 마케팅 트렌드를 과학자와 성직자의 대결로 비유한다. 디지털화된 효율성을 추구하는 마케팅과 무형의 브랜드 가치를 추구하는 마케팅이 충돌하고 있다는 것. 오랜기간 광고업계에서 일해온 그는 두 극단 사이에서 균형 잡힌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울밍턴 CEO는 "(전 세계 모든 사람이 아는) 구글도 TV 광고를 해야 할까. 나는 그렇다고 오래전부터 주장해왔다. 브랜드는 경험이고 사람이 느끼는 것이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반면 (브랜드 가치의 상징과도 같은) 코카콜라도 애널리틱스를 이해해야한다"면서 마케팅에서도 디지털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최근 미디어 광고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트렌드 혹은 키워드가 하나 있다면 말해달라.
▷좋은 질문이다. 많이 생각을 해봤는데 내 대답은 이것이다. 기술(Technology)이 사람들의 행동·문화·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고 있다. 이것이 아마 가장 중요한 단 하나의 단어일 것이다. 내가 말하는 기술이란 인터넷, 디지털화의 성숙을 말한다. 나는 요즘 젊은 세대를 연결된 세대(connected generation)라고 부른다. 이들을 밀레니얼이라고도 부르지만 핵심은 그들의 행동이 근본적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런 결과로 문화가 바뀌었고 그것이 비즈니스 모델을 바꾸고 있다.
예를 들어보겠다. 10년 전에는 고객과 브랜드가 만나는 접점 셋 중 둘은 브랜드가 주도한 것이었다. 광고, 다이렉트 마케팅, 프로모션, 영업사원 등에 의한 것이다. 이제는 반대로 셋 중 둘을 소비자가 주도하고 있다. 검색, 제3자 사이트, 고객 리뷰, 소셜미디어 등을 말한다.
―미국에서는 소위 프로그래매틱 바잉의 비중이 올라가고 있다고 들었다. 이는 시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나. 그 외에도 기술이 미디어 및 광고 업계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나.
▷미국에서는 프로그래매틱이 전체 디지털 디스플레이 광고의 절반가량을 이미 차지하고 있고 2017년에는 60%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왜?' 인가다. 프로그래매틱 바잉은 빅데이터라는 더 큰 트렌드의 일부에 불과하다. 점차 마케터들이 광고를 투자대비수익(ROI)으로 보는 것이다. 또한 데이터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통해 알고리즘을 만들고 이를 통해 마케팅의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이는 퍼블리셔(광고매체)와 광고주 양쪽이 상호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애널리틱스를 통해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결국은 마케터도 이를 받아들여야만 한다.
아직 이 업계에는 두 개의 다른 믿음이 있다. 전자는 성직자 그룹이다. 이 사람들은 브랜드가 무형의(intangible) 가치가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브랜드에 신뢰(trust)와 목적(purpose)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믿음은 과학자, 엔지니어 그룹이다. 이들은 신을 증명할 수 없다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것처럼 마케팅도 숫자로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는 사람들이다. 캔버스 월드와이드 CEO로서 내 역할은 여기에 있다고 본다. 두 개의 사고를 동시에 하는 것이다. 구글 같은 고객을 예로 들면 그들은 100% 엔지니어다. 알고리즘을 믿고 증명할 수 있는 것만 믿는 그룹이다. 나는 그들을 꼬집는다. 세상은 복잡하다. 자연을 증명할 수는 없지 않나. 전 세계 사람들의 80%는 내세를 믿는데 이를 증명할 수 있나? 하지만 유니레버나 코카콜라 같은 경우는 어떨까. 이들은 브랜드에 마술이 있고 비밀이 있다고 얘기할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코카콜라도 디지털 세계를 이해해야 하고 프로그래매틱 바잉과 애널리틱스를 이해해야 한다. 나는 구글 사람들에게 구글은 단순히 검색엔진이 아니라 브랜드라고 말해줘야 한다. 이는 경험이고 사람이 느끼는 것이다. 어떤 고객이 단지 상점 근처에 있다고 그 상점에 대한 광고를 보낸다고 그 사람이 상점에 들어가서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구글이 TV 광고를 해야한다고 최초에 주장했던 사람 중 하나다. 지금은 구글은 브랜드에 많은 비용을 지출한다. 슈퍼볼에 크롬 광고가 나온다.
―미국에 비해 한국은 디지털 마케팅으로의 변화 속도가 느리다. 한국 시장에 대해서 한마디한다면.
▷미국 시장을 설명해보겠다. 방에 고릴라가 있다. 아주 중요한 문제지만 사람들은 이를 애써 무시하고 있다. 이 고릴라는 구글과 페이스북이다. 두 회사는 미국 광고시장에서 엄청나게 힘이 세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모든 디지털 광고 시장의 50%를 장악하고 있다. 사실상 미국에서 복점(duopoly)을 하고 있다. 이런 환경이 디지털 마케팅이 빠르게 도입된 배경이다. 한국은 소비자들이 빠르게 디지털에 적응했지만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많은 논의가 있었는지 잘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구글이 크지만 중요한 광고 플랫폼은 아니다. 오히려 네이버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점차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페이스북은 더 이상 소셜미디어가 아니라 멀티디멘션 플랫폼이다. 비디오로 전환도 성공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사회적인 관계망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그게 전부가 아니다. 요즘 내 고객들은 페이스북 계정이 있으면 별도 웹사이트가 필요한가 하는 질문을 한다. 브랜드 마케터들에게 '산 것, 내 것, 얻은 것'이라는 단어가 있다. 예를 들어 광고는 돈을 주고 산 것이다. 웹사이트는 브랜드가 보유하고 있는 내 것이다. 입소문은 활동을 통해 얻은 것이다. 많은 사람은 페이스북에 있는 계정이 '내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월세를 내면서 빌려 쓰고 있을 뿐이다.
집주인은 언제든 맘대로 집안 온도를 올리거나 창문을 열 수 있고 임대료도 높일 수 있다. 이런 현실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페이스북은 구체적으로 독자들을 집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나는 고객들에게 "페이스북에 중독돼 너무 빠지면 장기적으로는 더 안 좋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 고객 중에는 자체 페이지를 없애고 페이스북 페이지만을 운영했던 고객이 있었다. 그들은 최근 "만약 5년 동안 자체적인 엔진이나 커뮤니티를 운영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이전 전략으로 돌아갔다. 페이스북은 쉽고 환상적인 마케팅 수단이지만 균형을 잃어서는 안 된다. 이는 구글도 마찬가지다. 구글은 고객들에게 검색에 더 많은 돈을 쓰라고만 한다.
―당신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네이키드 커뮤니케이션 미국 법인을 공동 창업했다. 어떤 일을 했나.
▷나는 맥락(context), 접촉(contact), 콘텐츠(contents)가 없는 창의성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세 가지의 조화가 진정한 창조성이고 아이디어를 강력하게 만들어준다. 맥락이 없는 콘텐츠는 공허하다. 신문을 읽어만 봐도 알 수 있다.
10년 전 마케팅이 점점 복잡해지면서 고객들은 광고대행사들로부터 점점 더 많은 자문과 창의성을 필요로 했다. 네이키드에서 내 생각은 만약 산출물에 대해서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으면 편향(biased)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내가 모바일 광고 회사면 고객에게 모바일에 돈을 쓰라고 할 것이다. 내가 웹사이트를 운영하면 웹사이트를 만들라고 할 것이고, TV 광고대행사면 TV 광고를 하라고 할 것이다. 정육점에 가서 생선을 달라고 하지는 않는다. 이 같은 상황을 우리는 "브랜드는 소비자들 앞에 발가벗겨져 있고 소비자들은 브랜드 앞에 발가벗겨져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이해관계를 떠나 '발가벗은 진실(Naked Truth)' 을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자문에 따른 돈만 받는다는 것이었다. 우리가 만든 생산품에 대해서는 돈을 받지 않는다. 물론 우리가 제작사를 고용하기는 한다.
어떤 고객은 우리를 '티셔츠를 입은 맥킨지 컨설턴트'라고 부르기도 했다. 맥킨지 컨설턴트는 창의성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는다. 마케팅 담당이라고 해도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서 얘기할 뿐이다. 우리는 고객의 마케팅을 할 때 아주 초기 단계에 참여해서 고객이 작곡가(composer)이자 지휘자(conductor)가 되도록 도와주지만 우리가 연주를 하지는 않았다. 오늘날 고객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통합(integration)이다. 통합이란 한 가지 색으로 모든 걸 통일해버리는 것이 아니다.
―구체적인 사례로 설명해줄 수 있겠나.
▷우리가 프레젠테이션을 한 고객의 예를 들겠다. 이 은행은 '당신을 최우선으로 하는 은행'이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우리는 고객인 것처럼 은행 직원들에게 전화를 걸고 대화 내용을 녹음했다. '나를 어떻게 최우선으로 한다는 거죠?'라고 물어봤다. 200명 정도를 인터뷰했다. 직원들은 이렇게 말한다. "광고에서 그렇게 얘기하는 것뿐이에요" 아니면 "최우선으로 하는 건 아니에요. 정해진 순서에 따라 할 뿐이에요"라고 말했다. 이는 엄청난 불일치다. 광고에서는 '최우선으로 한다'고 해놓고는 실제는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은행에 어떻게 최우선으로 하는지를 고객에게 증명하라고 했다. 어떤 제품과 서비스가 있는지. 말로만 하지 말고 행동으로 증명하라고 했다. 그리고 실제로 증거가 생기면 그때 말하라고 했다. 오늘날 고객들은 말 따로 행동 따로를 원하지 않는다. 젊은 세대들은 기업이 거짓을 얘기하는지 아닌지를 본능적으로 알고있다.
―이는 캔버스월드와이드를 경영할 때도 적용되는 것인가.
▷그렇다. 우리는 단순히 과학자와 성직자 중 하나가 되려는 것이 아니다. 나는 우리 회사가 단순히 광고 대행사가 아니라 신뢰받는 조언자이자 전략적인 파트너가 되기를 바란다. 광고대행사가 빠질 수 있는 함정은 자신들이 실행자가 돼 버린다는 것이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는 더 나은 의사 결정 아이디어를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러려면 신뢰받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 전통적인 미디어 시장에서는 물량의 영향력이 크다. 광고할 수 있는 미디어를 더 싸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중요하지만 내 인사이트가 30% 이상 효과를 낼 수 있다면 가격은 상관없는 것 아니겠나. 가격이 아니라 가치가 중요하다. 디지털 시대에는 누구도 구글과 경쟁할 수 없다. TV 광고시장을 보면 큰 광고대행사가 방송사들에 내는 목소리가 크다. "우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느냐. 당신들 한 시즌의 10%를 내가 살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말한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에는 구글에 광고를 하더라도 애널리틱스를 활용하면 구글이 광고 가격을 올리기 전에 필요한 광고를 집행할 수 있다.
―디지털 시대에 브랜드의 가치는 무엇인가.
▷나는 디지털을 수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과거의 교훈도 기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네이키드에서 나는 이런 것을 많이 배웠다. 반짝반짝하는 것만 좇아가서는 안 된다.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이런 것을 좇지만 말고 사람들의 마음도 좇아야 한다.
세탁기가 고장 났다고 해보자. 아마존에서 구매하면 당장 내일 받을 수 있는 세상이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이렇게 세탁기를 사는 건 아니다. 소위 인구학적으로는 동일하지만 완전히 다르게 행동할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
우리 회사 이름이 캔버스인 것은 빈 캔버스를 우리의 아이디어로 채우겠다는 뜻이다. 많은 미디어 회사들이 새로운 생각을 장착(retrofit)해야 한다. 미래를 위해서 무얼 채워야 하나. 미래의 고객을 위해서 뭘 해야 하나. 페이스북은 12살밖에 안 됐고, 구글은 만들어진 지 18년밖에 안 됐다. 지금은 최고의 회사가 됐다. 우리도 준비해야 한다.
―미디어업계에서 소위 네이티브애드가 화두가 된 적이 있다.
▷30여 년 전 내가 여전히 광고대행사에서 일했을 때 네이티브 광고를 애드버토리얼이라고 불렀다. 버즈피드가 만들어서 혁명적인 것처럼 느껴지지만 새로운 것이 아니다. 다만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째로 애드블록(Ad―Block)이라는 것이 있다. 인터넷 사이트의 디스플레이 광고를 없애주는 프로그램이다. 애드블록이 생긴 것은 광고가 지나친 공해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티브애드는 애드블록의 등장으로 인해 시작된 부분이 있다.
두 번째 이유는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다. 버즈피드는 뉴욕타임스와 다르다. 버즈피드는 '내 고양이가 하는 10가지 것…' 같은 기사를 쓴다. 이 기사는 고양이 사료업체의 돈을 받는다. 버즈피드는 소위 기사와 광고의 분리(Church and State)에 덜 민감하다. 버즈피드는 애널리틱스를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기자들도 이런 기사를 쓴다. 각 소셜미디어 플랫폼에 최적화된 기사를 생산한다.
반면 뉴욕타임스는 언론의 신뢰를 상징하는 존재다. 기사와 광고가 완전히 분리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뉴욕타임스가 3년 전 T브랜드랩이라는 콘텐츠랩을 만들었다. T는 뉴욕타임스의 매거진에서 온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전 비즈니스위크 부장(editor)을 기사 작성 책임자로 고용했다. 그들은 네이티브 콘텐츠를 만드는 데 광고판매 담당자뿐만 아니라 상업적인 마인드를 가진 기자들도 같이 만든다. 경계를 흐린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전통적인 매출은 하락하고 있고 디지털 매출은 정체 상태다. 하지만 이 콘텐츠 제작 비즈니스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제 그 조직에서 300명이 일하고 있다. 한 달 전에는 이들이 아예 자신들이 네이티브 광고 회사임을 표방했다. 광고비를 받고 뉴욕타임스에 그걸 싣는지 마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제작비를 받고 콘텐츠를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네이티브애드는 의문의 여지없이 성장할 것이지만 지배적이지는 않을 것이다. 어느 정도 균형점을 찾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전통적인 미디어의 가장 큰 강점은 여전히 신뢰다. 요즘 같은 시대에 우리는 누구를 믿을 것인가. 뉴스를 보지 않는 밀레니얼 세대는 누구를 믿을 것인가. 소위 숫자로 된 지표만 따른다면 브랜드는 '수확 체감(diminishing return)'의 길을 따르게 된다. 모든 돈을 검색이나 프로그래매틱에만 쓰면 결국 돌아오는 성과는 점점 줄어든다. 성과도 중요하지만 희소성도 중요하다.
―글로벌 브랜드가 되고자 하는 다른 한국 브랜드에 해줄 조언은 없나.
▷한국에 올 때마다 한국은 정말 핫한 국가라는 것을 느낀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많은 것을 바꿔놨다. 소위 K팝이나 패션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서구 국가에서도 한국의 음식, 사진 등이 인기를 얻고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 서구의 브랜드는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특히 럭셔리 시장이 그렇다. 하지만 나는 뉴 아시안 럭셔리라는 것이 나올 것이라고 본다. 중국 시장을 보면 아시아 브랜드와 아시아를 위해 서양 브랜드의 대결이 벌어질 것이다. 상품 개발부터 마케팅까지 아시안 럭셔리는 기존의 럭셔리와 다를 것이다. 예를 들어 서양 브랜드지만 한국 드라마 배우를 중국 광고에서 사용하는 식이다.
만약 한국 브랜드라면 이것들을 끌어안아야 한다. 서양 브랜드처럼 되려고 할 필요 없다. 훌륭한 퓨전이 생겨날 수 있다. 뉴욕만 해도 미국이라고 볼 수 없다. 다양한 문화가 뒤섞여 있다. 뉴욕이 아니라 LA도 그렇다. 모든 국가의 음식을 아주 작은 가게에서도 구할 수 있다.
▶▶ 폴 울밍턴 CEO는 누구…
폴 울밍턴은 올해 1월 미국 광고대행사인 캔버스월드와이드의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됐다. 수십 년간 광고 업계에서 일해온 베테랑으로 2006년 네이키드커뮤니케이션 미국 법인을 공동 창업해 2012년까지 일했다. 2010년에는 미국 잡지 패스트컴퍼니가 선정한 '마케팅 업계에서 가장 창조적인 10인' 중 한 명으로 뽑혔다. 캔버스월드와이드는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이노션이 미국 최대 독립 미디어 대행사 호라이즌미디어와 설립한 합자회사다. 글로벌 광고시장은 WPP, 퍼블리시스, 옴니콤 등 대형 커뮤니케이션 그룹이 장악하고 있다. 호라이즌미디어는 이 중 어느 그룹에도 속해 있지 않은 6위권 회사다. 이노션은 이 합자회사를 통해 직접 미국 광고시장에 뛰어든다. 특히 매체 구매시장에서 글로벌 업체들과 직접 경쟁하게 된다.
■ <용어설명>
▷애널리틱스(Analytics) : 빅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 전반을 가리킨다. 디지털 마케팅에서는 이를 통해 다양한 고객들의 행동을 분석하고 또 예측할 수 있다.
▷프로그래매틱 바잉(Programmatic Buying) : 광고를 구매할 때 사람을 통해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사전에 만든 알고리즘에 따라 디지털을 통해 자동으로 구매를 하는 것. 이는 실시간으로 이뤄지기도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