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때문에 그래. 오늘 처음 있는 뮤직비디오 촬영이.. 약간은 부담 됐나봐. 거기에다가 날씨도 더웠고.. 원래 체력이 여자체력처럼 약한 것 같기도 하고.. 아직 가수와 가수들의 스케줄에 익숙하지 못해서 그래. 시원하게 해주고, 잠깐 자게 두면 괜찮아 질 거야. 그런데 배는 많이 아플 거야."
"얼마정도 쉬어야 되요?" -신
"한.. 적어도 2시간 이상은 자게 해야지."
"저희 30분 뒤에 무대 올라가야 되는데.." -신
"어쩔 수 없어. 안 그러면 더 아프게 되는 걸.."
그렇게 말을 마친 여자 매니저가 문을 닫고는 대기실 밖으로 나간다.
가만히 시빈을 바라보던 본 매니저.
멤버들과 코디들에게 말을 한다.
"생방 올라가기 2분전에 깨워. 사장님이.. 그러라고 하시네."
"독하다 정말.. 그 사장.. 정말 독하다.. 매니저 아저씨.. 아저씨가 어떻게 좀 해 봐요.." -유리
"그냥.. 그대로 해."
매니저도 미안한지 문을 닫더니 대기실을 나가버린다.
그런 매너지가 나간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더니 시빈의 옆에 앉는 미연.
시빈이의 머리를 쓸어 넘겨주며.. 안쓰러워 한다.
[25분 뒤]
..아프다.. 아퍼..
그렇게 나는 아직까지도 땀을 약간씩 흘리며 어쩔 줄 몰라했다.
그러나 나 강시빈이 누구 던가. 이깟 고통에.. 죽을 인간은 아니란 말이다.
입술을 꼭 깨물고는 팔꿈치로 소파를 짚고는 몸을 일으켰다.
"..시빈아, 괜찮아? 응?"
"미연누나.. 방송.."
"방송이 문제야 지금? 어? 이게 뭐야 대체.. 아프면 아프다고 진작 말을 하지.."
"나도 몰랐다 뭐.. 그런데.. 애들 다 어디 있어?"
"다들 올라갈 준비하러 밖으로 나갔어. 5명 이서 한다고 어찌나 고집을 부리던지.."
"누나.. 나 나갈게. 알았지? 유리 누나 오면 잘 말해 줘.."
"이 몸으로 어딜 나가!"
"어쩔 수 없잖아. 나 때문에.. 방송에 문제생기는 거 싫어.. 누나.. 부탁해."
그렇게 나는 미연 누나의 어깨를 두 번 치고는 옷을 매만지며 뛰쳐나왔다.
그렇게 막 뛰어서는 생방송 무대 밑으로 갔다.
나를 보고는 놀란 듯 손가락질을 하는 후천이와 욱이.
그때 마침 MC들의 말이 들려왔다.
"예, 다음은 가요계의 거대한 핵 돌풍의 무대인데요. 함께 만나볼까요? J-F의 멀어져 가는 그대 모습."
"가, 강시빈.." -후천
"하아, 빨리 올라가자."
그렇게 마이크를 한 손에 쥐고는 무대에 섰다.
150여명이 넘는 사람들과 어지러운 색의 풍선을 보니.. 머리가 어질 했다.
자꾸만 한 쪽으로 넘어질 것 같아.. 옆에 있던 지천이의 어깨를 잡고는 노래를 불렀다.
립싱크가 아닌 라이브라 음정이 약간 불안정했지만.. 그래도 가사 하나 틀리지 않고는 끝까지 다 부를 수 있었다.
그렇게 허리를 부여잡고는 아파하는 나를 보더니, '얼음찜질 해줄까?' 하며 묻는 미연코디.
나는 '아니야' 하며 가만히 베개를 허리 뒤에 넣고는 천장을 보며 몸을 돌려 누웠다.
천장만 보고 있자니, 갑자기 배가 고파오는 건 왜일까. 이 놈의 배! 이 놈의 배!
"저기.. 미연누나. 나 있지.. 아이스크림하고 빵 먹고 싶은데.."
"아아- 아이스크림하고 빵? 아하하, 아, 그, 그래. 잠시만 기다려. 가서 사올게."
그렇게 어색하게 웃으며 내 방을 나가는 미연코디. 그렇게 미연코디가 나가자마자 나는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
"우와, 다치니까 모든 게 해결되네? 미연코디가 내 심부름을 다 해주고.. 앗싸. 웬 떡이냐."
앞으로 며칠 간은 많이많이 부려먹어야겠다는 생각이다.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코디들을 부려먹을 수 있겠어.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몸부림치다가 결국 허리 통증으로 인해, 나의 몸부림은 잠잠해졌다.
그나저나.. 유지천 그거는 왜 그런 표정을 짓고 있었던 거야. 사람 걱정 되게..
그래, 신경 안 쓰는 편이 나을지도 몰라. 녀석들이 혼날 일들 다 내가 그랬다고 하고 내가 혼나면.. 어차피 3년 뒤에는 다 끝나는 거니까..
그렇게 가만히 누워만 있자니, 뭔가가 답답해서 허리를 부여잡고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는 컴퓨터를 켜서.. J-F 1호 카페라는 곳을 들어가 보았다. J-F 팬들의 모습을 한 번 보고 싶었을 뿐이다.
"..."
그렇게 가만히 '후기' 방에 들어가 글을 읽었다. 아무래도 며칠 전 음악방송 후기인 것 같았다.
후천이가 자기를 쳐다봤다느니, 한울이랑 지천이랑 손이 스쳤느니 어쩌니.. 내가 플랜카드를 보고 웃어줬다느니.. 하여튼 이런 말들이 많았다.
그냥 노래를 불러서.. 즐거워서 웃은 것뿐인데.. 이렇게 받아들이는 팬들이 참 재미있었다.
그렇게 여러 이야기가 있는 그 게시판을 나와 자유 게시판으로 들어가 보았다.
나의 관한 얘기들이 꽤나 많았다.
[나는 아직까지 익숙하지가 않아서..] [나는 좋던데.. 귀엽잖아요.] [시빈이 오빠에 대해 알고싶어요]
뭐, 이런 글들이 주 내용이었다. 나에 대해 이름만 알지 성격까지는 모르는 팬들이 많았다.
그래서 자기 PR도 할 겸.. 팬들과 친해지는 계기도 만들 겸.. 멤버들만 쓸 수 있는 게시판으로 가서 글 쓰기 버튼을 눌렀다.
일단 목록을 보니까, 멤버들은 글을 몇 번 쓴 것 같았다. 적어도 3번 이상은 다들 쓴 것 같은데.. 쓸 수 있는 회원 등급이 주어줬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 번도 쓴 적이 없는 것 같다.
"..음, 제목을 뭐라고 할까.."
컴퓨터 앞에서 그런 걸 고민하는 나의 모습이 참..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게다가 허리가 아파서 의자와 허리 사이에 푹신한 베개를 하나 넣고 있는 꼴이란..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모르겠다.
그렇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나의 관한 이야기들을 쭉쭉 써 나가기 시작했다.
일단 제목은.. '안녕하세요. 강시빈입니다~' 로 결정을 했다. 뭐, 어때.
[안녕하세요. J-F의 신입생 강시빈이라고 합니다.
이렇게 잠깐 여기저기 둘러보다가 글 남기게 됐는데.. 정말 기쁘네요.
아직까지 저의 대해.. 이상한 감정도 있겠고.. 나쁜 감정도 많이 있겠지만..
일단 저는 그 모든 팬들을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해요. ^^
정말.. 이렇게 몇 주 방송 같은 거 하고.. 뮤직 비디오 촬영하면서 느낀 건데..
정말 J-F는 대단한 동생들이고, 친구 에요. 정말.. 대단한 아이들이죠.
팬 분들이 왜 J-F를 사랑하는지 알 것도 같고 하네요.
J-F 팬클럽 이름이.. 엔젤 보이스. 아, 영어로 angel boys.
정말 angel boys 여러분 사랑하구, 앞으로 노력하는 J-F의 강시빈 될 테니까 기대해주세요.
지금 후천이랑 욱이는 이번에 찍을 오락프로그램 촬영하러 갔어요. 그 프로그램 꼭 보세요!
후천이랑 욱이 많이 연습하고 갔답니다. 말뚝박기 하다가 저는 허리 다쳤지만 뭐. ^^;
그리고 한울이랑 신이는.. 한울이 방에서 뭐하고 있는지 모르겠네 요. 둘이 꼭 붙어서 나오지도 않으니.. 이거 원.
그리고 지천이는.. 지금 기분이 안 좋은 것 같네요. 제가 가서 풀어줘야 겠습니다.
그럼 이만 글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강시빈 이었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렇게 글을 쓰고는 등록 버튼을 누르고 컴퓨터를 꺼버렸다. 하음. 이 정도면 됐겠지?
처음 쓰는 글치고는 잘 쓴 것 같아서 '하하' 웃으며 침대에 누웠다.
저 글에서.. 일부로 오늘 있었던 그 일은 빼버렸다. 괜히 나쁜 기획사 만들었다가는 내가 볼 손해가 더 컸기 때문이다.
'기획사 사람들이 욕하면서 때렸다.' 이러면 팬들 사이에 오르내릴 거고, 분명 신문에 날 게 분명했다. 그러면 난 분명.. 하.
괜히 팬들한테 고자질하는 속 좁은 가수는 되기 싫었다. 난 솔직히 실력도 별로 없는 것 같고.. 춤도 못 추는 것 같고.. 다른 멤버들에 비해 딸리는 건 분명했다.
하지만.. 이렇게 자기 자책 해봤다 돌아오는 것도 없고.. 그냥 머리만 심란하다.
"시빈아! 거실로 나와!"
미연코디가 돌아왔나 보다. 배가 고팠던 나는 심란한 생각을 집어치우고 얼른 거실로 나갔다.
내가 나오기도 전에 이미 먹고 있는 멤버들. 특히 유지천! 몇 십분 전의 그 심오한 표정은 어디로 간 거야!
"어? 형. 빨리 오세요. 아이스크림 녹아요!"
그런 유지천이 참.. 신기했다. 어떻게 저렇게 태, 태연하게.. 태연하게 아이스크림 먹으라는 말을 할 수 있는 건지..
그렇게 심각하게 눈빛으로 '죄송해요.' 하면서 울려고 할 땐 언제고..
나 강시빈.. 한 마디로.. 지금 삐쳤다. 많이 삐쳤다. 유지천한테.. 삐쳤다.
"됐어. 빵이나 줘."
그렇게 나는 얼굴을 살짝 굳혀서는 미연코디 손에 있던 빵 봉지를 휙- 낚아채서는 방으로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이내 할 말이 있어서는 아이스크림을 먹고있는 신한울과, 류신과, 유지천과, 미연코디를 향해 소리쳤다.
"..나 삐쳤다!"
그렇게 문을 쾅 닫고는 들어와 침대에 풀썩 엎어졌다. 그래, 나 삐쳤다. 심각하게 삐쳤다고.
뭐냐, 대체 뭐냐. 나는.. 일부로 지천이가 삐친 줄 알고 달래주려고 했더니.. 대체 이게 뭐냐.
그렇게 난, 입을 삐쭉- 내밀고는 빵 봉지를 뜯어 한꺼번에 입에 집어넣었다.
예상했던 대로 목이 메어온다. 그렇게 목구멍이 찢어지는 고통을 감수하고는 끝끝내 다 삼켜버렸다.
그렇게 빵에게도 삐쳐서는 빵이 들은 까만 봉지를 옆에 휙 던지고는 가만히 천장만 보고는 누워있었다.
아직도 허리가 아픈데.. 그걸 위로해준다는 사람들이 저기에서 아이스크림 따위나 먹고 있다는 게 너무 억울하다.
난.. 아이스크림 보다 못한 존재였나, 하는 생각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한다. 뭐야 이게..
난 한 조직의 보스인 데다가 신성그룹의 회장인데.. 내가 왜 이런 취급을 받아야 돼!
그렇게 훌쩍이며 괜히 억울한 마음에 입술만 삐쭉삐쭉. 정말 싫다..
그렇게 침대에 가만히 누워서 핸드폰을 삑삑- 거리며 가지고 놀았다. 문자 보낼 사람도 없는데.. 괜히 모르는 수신 번호를 입력하며 문자를 썼다가 모두 지웠다가..
이게.. 외로움이 아니면 무엇일까. 문자 하나.. 전화 한 통 당장에라도 보낼 사람이 없다는 게 외로움 아니면 뭘까..
그렇게 이 방에 딸려있는 밀실로 들어가 의자 하나 딸랑 있는 그 곳에 앉아 창을 열었다.
창을 열자 밝은 빛이 창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창을 열면 커다란 나무가 있었고.. 반대편 집 창문과 마주보고 있다는 점이 참 마음에 들었다.
저 집에는.. 누가 살고 있을까? 가족? 친구들끼리 모여 사는 사람들? 아니면.. 할머니나 할아버지?
그렇게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 쪽 집 창가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약 3분쯤을 멍하니 햇빛이 드는 창가에서 보내고 있었을까..
그 반대편 집 창이 확 열리더니 한 여자아이가 수건을 털기 시작한다. 그러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나를 바라보더니 그 큰 눈을 깜빡인다.
"..아."
그렇게 순간 당황한 나는 창문을 얼른 닫아버렸다. 놀라기도 했고.. 재미있기도 했다.
나이는 한.. 14살? 15살? 하여튼.. 그 정도로 보이는 꼬마였는데.. 꽤나 예쁘장하게 생긴 아이였다. 정말 나의 순간 관찰력이 뛰어난가?
그렇게 약 1분 정도를 가만히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앉아 있다가.. 다시 금 살며시 문을 열었다.
여전히 이 쪽 창가만 빤히 바라보고 있는 꼬마 아이. 나는, 가만히 인형 같은 모습으로 이 쪽만 바라보는 꼬마를 향해 말했다.
"..왜 여기만 보고 있는 거 에요?"
"연예인 구경이 어디 쉽나요?"
당돌하면서도 한 쪽 입 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는 그 아이가, 아이 같지 않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뭐, 그런 건 아니지만 요."
"새 멤버인가 봐요? 친구들 말 들어보면.. 새 멤버가 하나 있다고 하던데.."
"아, 그렇게 됐어요. 어쩌다 보니까.."
"..왜 팬들이 당신을 싫어하는 줄.. 아세요?"
그 아이의 그런 말에.. 가슴 한 구석이 살짝 아파 왔다. 팬들이 나를 싫어한다.. 라는 말에 자꾸만 아파 왔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왕 말 들었으니까.. 그 이유를 안다고 하니까 한 번 들어보고 싶었다.
"..왜.. 그런데요?"
"J-F 신인 시절에.. 원래 한 멤버가 더 있었어요. 서정우 라고.."
"더 있었어요? 몰랐는데.."
"그런데.. 죽었어요 그 사람. 1.5 집 뮤직비디오 찍다가.. 죽었어요."
"..주, 죽어요?"
"불쌍하게 됐죠 뭐. 뮤직비디오가.. 상당히 위험했었나봐요. 대역 없이 그냥 하다가.. 사고로 죽었어요 그 분."
"..."
"팬들은 그 분이 아직도 살아있다고 생각하면서 기다리고 있는 거 에요."
"..."
"뭐, 일부 팬들 사이에서는 부모님 때문에 중간에 가수 활동 접고 미국으로 갔다는 소문도 있는데.. 기획사 쪽에서는 죽었다고 밝혔으니까.. 죽은 거겠죠."
"..아, 그랬구나.. 몰랐어요 전. 그런 멤버가 있었을 줄은.."
"그런데.. 미국에 여행 갔던 한 팬이 서정우를 봤다는 소리가 있어서 한 때, 팬들 사이에서 서정우가 살아있다, 라고 뒤집힌 적이 있었죠."
"..."
"..그런데.. 지금은 모르겠네 요. 아직도 서정우가 살아있다고 믿는 팬들이 있을지는.."
그렇게 나는 잠시.. 그 아이의 얘기를 되짚으며 서정우라는 사람에 대해 생각을 해보기 시작했다.
죽었다는 게 확실치도 않은 사람이고.. 게다가 내가 모르는 사람이다. 결국 난.. 그 사람 대신이라는 소리밖에는 되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