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 지리산 태극 종주 94 km - 무박 48 시간 > 를 다녀와서....

[한살림]

1. 산행 개요

    * 제목 : < 무박 지리산 태극 종주 - 이하 '무박지태' > 

    * 산행 코스 : 구 인월 마을회관 ~ 노고단 대피소 ~ 천왕봉 ~ 밤머리재 ~ 웅석봉 ~ 어리내 (어천)

    * 산행 거리 : 총 약 94 km  ( 알바 약 13 km 구간 포함 )

    * 산행 시간 : 총 약 48 시간 ( 알바 약 6시간 포함 )

                       9월9일(수) 00 : 30 구인월 마을회관 ~ 9월11일(금) 00 : 30 어리내 (어천) 태극종주 출발점

    * 산행 참가자 : 영준외 3명 ( 김진주님, 김진주 +1님, 영준 +1님 )

    * 산행 리딩 : 영준

2. 지리산 ( 智異山 ) ....

   글자 그대로 " 지혜로운 이인(이인)의 산 "  이란 뜻의 지리산은

   1967년 12월 29일 우리나라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지리산은 3개도(경상남도, 전라남·북도)에  

   그 면적이 471.758㎢로서 20개 국립공원 중 가장 넓은 면적의 산악형 국립공원이다.

   지리산은 예로부터 금강산, 한라산과 함께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 민족적 숭앙을 받아 온 민족 신앙의

   영지(靈地)로써, 반야봉, 종석대, 영신대, 노고단과 같은 이름들도 신앙을 상징한다.

   구름 위에 떠 있는 고봉 준령마다 영기가 서리고, 계곡은 웅장하면서도 유현(幽玄)함을 잃지 않는다.

   천왕봉에서 노고단에 이르는 주 능선의 거리가 25.5km로 60여리가 되고, 둘레는 320여 km로 800리쯤 된다.

   지리산의 너른 품안에는 1,500m가 넘는 20여개의 봉우리가 천왕봉(1,915m), 반야봉(1,732m),

   노고단(1,507m)의 3대 주봉을 중심으로 병풍처럼 펼쳐져 있으며,

   20여개의 긴 능선이 있고 그 품속에는 칠선계곡, 한신계곡, 대원사계곡, 피아골, 뱀사골 등 큰 계곡이

   있으며, 천왕봉 바로 아래 천왕샘을 비롯하여 주능선 곳곳에서 끊임없이 샘물이 솟아나고 있다.

   "산은 사람을 가르고, 강은 사람을 모은다." 고 했다.

   그래서 지리산은 단지 크고, 깊고, 넓은 것만으로 설명이 안되는 다른 매력이 있는 산이다.

3. 무박지태 준비

    2007년 5월, 

    후배와 단 둘이서 <지리산 태극 종주 : 인월 --> 덕산 90.5 km >를 2박3일 <비박 완주> 했던 추억을

    간직한 체 참으로 오랜 기다림 속에 또 다시 <지리산 태극 종주>를 준비하였다.

    이번에는 <무박 종주> 를....

    <무박지태>를 위해 8월 말부터 컨디션 조절에 들어갔다.

    8월 20일(목) ~ 21일(금) : 강원도 영월 심산 유곡으로 1박 2일 비박 산행.

                                        베낭 약 30 kg 으로 다리 근육 강화

    8월 22일(토) : 설악산 장수대 ~ 남교리 / 베낭 약 15 kg

    8월 23일(일) : 용문산 종주 / 베낭 약 15 kg

    8월 29일(토) : 경기 강화도 마니산 / 베낭 20 kg

    9월 05일(토) : 경기 송추 여성봉 오봉 / 베낭 20 kg

    나름대로 쉬지 않고 꾸준히 걷는 나만의 방법으로 최상의 몸상태를 유지하려고 했다.

4. 무박 지태 들머리 <인월>로 출발.   

    - 2009년 9월8일(화) 오후 1시 10분 / 강남 고속 터미널 호남선

    - 준비물 : 물 2 리터 / 행동식

                   갈아입을 여벌 옷 / 양말, 속옷 / 스틱 한조 / 모자 / 장갑 / 방풍복 / 세면도구 / 중등산화

                   산악용 GPS / 지도 / 자료 ( 구간별 거리및 시간 등 )

   - 베낭 무게 : 약 8 kg

   무박 지태를 계획 세워놓은 후,  하루 종일 온통 <지리산 능선>이 내 눈앞에 어른거렸다.

   특히나 지난 6월 중순경에 뜻하지 않게 중도 포기한 때문인지 이번엔 기필코 성공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나를 며칠 째 짓누르고 있었다.

   남원으로 향하는 버스 안에서 함께 하는 동료는 피곤한 듯 눈 감고 잠들었지만 나는 그러질 못했다.

   어느 구간에 몇시까지 통과해야 하고 어디서 식수를 구해야 하고..등등..

   어느새 버스는 남원에 도착하고 있었다.

   먼저 도착한 나와 영준+1, 2 사람은 조금 늦게 도착하는 김진주님을 기다렸다.

   김진주님과 김진주 +1 (이하 '시골연가'로 칭한다.) 이 차례로 도착하였고

   저녁 식사를 한 후,  곧 우리는 심야 산행 시작을 위해 휴식에 들어갔다.                                  

5. 지리산 서북 능선 :  덕두봉 ~ 노고단 대피소 ( 약 25.7 km )

    구인월교 앞을 통과하면서

    옅은 안개가 벼가 익어 고개숙인 들녘을 포근히 감싸 안아주고 있었고,

    우리의 씩씩한 입김은 안개 속으로 널리 퍼져나갔다.

    개 짓는 소리가 점차 멀어지며 우리는 마을을 벗어나 덕두산 1150 으로 오르는 호젓한 산길로

    접어들었다.

    진정 아무도 없는 산길을 4개의 해드램프가 환하게 비춰주었다.

    가을인가... 벌써 찌르르~ 하는 풀벌레 소리에 우리 자신이 어쩜 처량하게 느껴지는 사이에

    풀 숲을 헤치며 어느 정도 올랐을까... 2 년전 쉬어갔던 낯익은 장소에서 똑같이 휴식을 취했다.

    약간 언덕에 나무들은 고요히 잠을 자고 있는지... 두런 두런 우리들 이야기만 공허하게 울리고.

    <무박지태>를 완주하기 전에는 다리가 부러지더라도 내려가지 말자~ 라는 지극히 통상적이긴

    하지만 우리 4 사람은 그렇게 다짐하고 또 다짐하면서 첫 봉우리 덕두산 1150 으로 올랐다.

 

    - 덕두산 1150

    우리의 무박지태 첫 산.   이제 왼쪽 길을 따라 가게 되면 <철쭉제>로 유명한 <바래봉 1165>가

    나온다.  바래봉에서 시작되는 <서북 능선>은 큰 어려움 없이 <성삼재 휴게소>까지 우리를

    인도해주리라...

    여차하면 지나칠 뻔했던 바래봉 1165 아래,  약수터를 <시골연가>님이 용케도 찾아내어

    길가던 나그네 목 축이 듯, 새벽의 텁텁한 갈증을 시원하게 풀수 있었다.

    키 작은 풀잎 사이로 곱게 나있는 등산 길...

    곧 이어 철쭉이 만발해 있는 팔랑치 1000.   

    행여 철쭉이 등산객의 발걸음에 치일라~ 친절하게도 통나무를 이용 탐방로를 잘 꾸며놓았다.

    아마도 우리 후손 대대로 바래봉의 철쭉은 오래도록 즐길 수 있으리라...

    부운치, 세동치를 통과하며 세걸산 1220 에 오른 우리는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그런데 어째 함께 온 내 친구 컨디션이 좋아보이지 않았다.   스틱도 없이....

    어쩔 수 없니 내 스틱하나를 빌려주어,  서로 스틱 한개로 산행을 계속했다.

    동료 한사람이 약간씩 뒤로 쳐지기 시작하면서, 나머지 3 사람은 그를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했다...  이제 무박지태는 시작인데...

    아무래도 컨디션이 안좋은 듯 했다. 

    자연의 섭리... 부지런히 걷는 가운데 날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잠시 쉬었다가 뒤 따라오겠다는 그 친구는 결국,  정령치 휴게소에서 나머지 3 사람들에게 폐를

    끼칠 수 없다면서 탈출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아쉬웠다.

    2 년전 나와 함께 태극종주를 2박3일, 비박으로 성공했고,

    작년엔 <영남 대 태극 종주 ( 울산 내사마을 --> 밀양 살내마을 / 133 km )>를 함께 했던 친구였는데... 

    아쉬운 이별에 우리 3 사람은 꼭 성공하자는 다짐과 함께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만복대 1433 으로 향하니, <김진주>님이 발바닥이 약간 아프다고 했다.

    등산화에 문제가 있는 듯 했다.  중등산화가 무거울 것 같아 한 등급 아래 등산화를 신어서 그런가보다

    하면서 발을 손바닥으로 맛사지 하고 곧 출발했다.

    기나긴 만복대 1433 을 넘어 고리봉 1248로 향하는 길다란 능선이 밝은 낮인데도 

    짙은 안개에 쌓인데 조망을 보이질 않아 조금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안개만 없다면 걸어온, 걸어갈 능선을 조망하면서... 

    멀리 지리산 주능선 끝으로 천왕봉 1915 가 보일텐데...

    틀림없이 언제 저길 가나~ 하고 한마디씩은 할텐데...

    우리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짙은 안개는 산 봉우리를  휘감고 돌아다니며

    그들만의 숨박꼭질을 하고 있는 듯... 사라졌다 우리 앞을 가로 막았다 했다.

    기나긴 능선을 오르며 내리며 마치 시소를 타는 듯한 산행길이 한동안 계속되더니 

    급기야 수줍은 듯~  구불거리는 아스팔트 길이 눈아래 멀리 보이더니... 살짝 성삼재 휴게소의

    귀퉁이가 눈에 띄었다.    갑자기 힘이 솟았다.

    밤새 걸어온 길... 드디어 김치에 밥을 먹을 수 있으려나 보다.

    힘들게 걸어온 탓에 시장기는 요동을 치고 있었고,  발바닥은 조금씩 아리기도 했다.

    성삼재 도착 : 오전 10시 50분

    우선 아침 세수및 이를 닦고 비빔밥으로 아침을 그야말로 시원하게(?)하게 해치웠다.

    평일의 성삼재 휴게소는 한산했으며,  안개가 걷힌 하늘은 흡사 가을을 무색케할 정도로

    파랗고 맑았다. 

    그 파랗고 맑은 하늘 아래 보이는 노고단..  왜 저렇게 높아만 보일까 ??

    나는 스틱 하나로는 완주가 힘들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 스틱 한개는 동료가 정령치로 하산하면서

    가지고 갔기 때문 )  성삼재에서 하나를 새로 구입했다.

    11시 30분 경 우리는 성삼재를 출발하면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쉬지 않고 꾸준히 걸었다.

    따사로운 햇살은 성삼재의 아스팔트 길을 뜨겁게 달구어 이내 땀을 솟게했고,  푹푹 찌는 듯한 

    더위는 가을 하늘과 달리 우리의 발걸음을 더디게 만들었다.

6. 지리산 주능선 : 노고단 대피소 1507 ~ 천왕봉 1915  ( 약 25 km )

    노고단 대피소...

    오래도록 쉴 틈이 없었다.

    물을 보충하고 서로 눈인사로 결의를 다진 후,  돼지령을 향해 주능선을 힘차게 밟았다.

    야간의 안개는 완연한 가을 빛 하늘로 바뀌고,  내리쬐는 햇살은 흡사 여름날 이었다.

    하지만 이제 탄력이 붙은 우리 3 사람의 발걸음은 그런대로 가볍게 주능선을 훓고 있었고,

    앞선 등산객들 사이로 잰걸음으로 치고 나갔다.

    경상남도/ 전라남도 / 전라북도... 3 개 도에 걸쳐있는 삼도봉 1499.

    바로 그 자리에 화살촉 같은 표시를 해 놓았고,  마침 산아래에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은

    지리산 주능선에 당당히 서있는 내 자신을 한껏 띄우기에 충분했다.

    꿀맛같은 잠시의 휴식을 뒤로 우리는 다시 어려운 코스 중에 하나인 토끼봉 1534 로 향해야 했다.

    돌과 흙이 묘하게 섞인 산행길을 따라 우린 화개재 1340 을 거치면서 마음은 벌써 천왕봉에

    가 있는 듯~ 힘차게 앞으로 앞으로 걸어나갔다.

    함께 간 <시골연가>님이 삼도봉에서 화개재에 이르는 계단을 세어보자고 했다.

    하긴 그도 재밌는 일이라 싶어 미소가 슬며시 스쳤다.

    화개재를 거쳐 아무런 표시석 하나 없는 토끼봉 1534 에 올라, 그대로 명선봉으로 향했다.

    명선봉의 오르막 길에서

    김진주님이 과일을 먹고 싶어했다.   베낭 무게로 인해 과일을 싸가지고 오지 않았던 터.

    스스로 평소 밥보다 과일을 더 먹는다는 김진주님에게는 과일이 생각나서 괴로운 모양이었다.

    산행~ 이라면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김진주님의 발거음이 느려지더니...

    급기야는 산행길 옆에 있는 나무 열매를 따서 맛을 보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산행을 하시던 <스님>에게 채소라도 얻어 먹어야 겠다고 하더니

    정말 그 스님 ( 아마도 비구니 같았다. ) 에게 채소라도 좀 달라고 했고, 그 스님은 기꺼이 오이를

    주시는 것이었다.

    이미 <시골연가>님은 앞으로 치고 나가 보이질 않고....

    조금 힘겨워하는 김진주님을 두고 가자니 그렇고...

    일단 연하천 대피소 까지 길은 외길.

    나도 오르막길을 치고 나갔다.

    <시골연가>님의 발걸음도 빨랐다.  무릎에 이상이 있다고는 하시지만 빨리도 가신다.

    달리다 시피 도착한 연하천 대피소...

    시골연가님은 담배 한대를 막 피우기 시작하셨고,  나를 보시더만 < 금방왔네~> 라고 하셨다.

    이어서 " 김진주님은 어떻게 되었어요 ? " 라고 하시길레...

    솔직히 나는 그 당시 김진주님이 힘겨워 하시길레 아마도 포기해야하지 않나 싶어,

    " 글쎄요... 오래걸릴 듯... 아마도 연하천 대피소에서 1박하게 하고 형님과 저만 가야할지도..."

    그러나 저력의 김진주님....내 생각과는 달리 곧연하천에 모습을 드러냈다.

    많이 피곤해 하면서 급경사 오름에서 약간 힘겨워하는 모습이었는데...

    " 우와~ 김진주님... 정말 빨리도 따라왔네요~ " 하니까..

    " 오이 먹고 힘냈다~ " 고 했다.

    평소 과일과 채소를 식사 대용으로 즐긴다했는데 정말.. 오이가 힘을 주었던 모양이었다.

    반 쯤 남은 오이를 베어무는 김진주님.... 정말 대단한 여성 산꾼이었다.

    일단 재 정비를 하고 벽소령 대피소를 향해 다시 힘찬 걸음을 재촉했다.

    지루한 너덜지대를 벗어나니 언덕 바로 아래 벽소령 대피소가 반갑게 기다리고 있었다.

    선선해진 가을 바람에... 등산객들은 옹기 종기 모여 앉아 버너에 저녁을 하는지 

    하얀 김이 모락 모락 오르고... 정말 침이 넘어가고 있었다.

    우리는... 태극 종주... 베낭 무게로 인해 가지고 온 것이라고는 행동식 뿐.

    상의 끝에 햇반이라도 사 먹기로 했다.  

    햇반 3 개,  햄 1 개,  참치캔 1 개,  복숭아 통조림 1 개...

    이 것이 우리의 저녁 식단이었다.

    그러는 중에 김진주님은 옆 테이블에 가서 삼겹살 2 점을 얻어(?) 먹었고,

    나는 햄을 조각내어 밥과...시골 연가님은 참치캔에 햇반을... 그렇게 우리는 조촐한 저녁 식사를 하고

    점차 내려가는 기온을 느끼며, 해가 늬엇 늬엇 지는 가운데 세석 대피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무리 빨리 발걸음을 해도 지는 해를 막을 수는 없었다.

    덕평봉 1522 에 도착하기도 전에 해는 완전히 지고... 다시 검은 장막 속에 감춰진 지리산.

    오직 바로 앞길만 비춰지는 랜턴에 기대어 우리 3 은.. 걷기만 할 뿐..  이야기 한마디가 없다.

    어쩌다 김진주님이 잠시 쉬자고 한다...

     역시 잠을 자지 않고 연 이틀 산행은 그 누구를 막론하고 힘들게 하는 모양이었다.

    어둠 속에 우뚝선 칠선봉 1558 을 지나는 길이 많이 험했다.

    언제인가 지리산 국립 공원 측은 주능선의 보호를 위해 돌도 많이 깔아 놓았고,

    계단도 많이 만들어 놓았다.   다음 산행자 (후손)을 위함이리라...

    하지만 아기자기 했던 주능선의 맛은 상당 부분 훼손되었다.

    뿐만 아니라.. 종주자들의 무릎과 발을 많이 상하게 만드는 듯 했다.

    무릎을 자주 만지시는 시골 연가님.

    발바닥과 발가락에 고통을 호소하는 김진주님.

    나 또한 가만히 있었지만은 힘들기는 마찬가지 였다.

    밤 9시 30분....우리는 세석 대피소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세석 대피소 샘터도 100 여 m 아래로 옮겨지고... 우리는 어둠 속에서 샘터에 도착, 물을 보충했다.

    다시 힘을 내어 장터목 대피소로 출발하려는 순간....

    김진주님이 발가락에 쥐가 났다며 고통을 호소했다.  

    등산화를 벗고 발가락을 주무르고...아스피린도 먹고... 잠시 있는 동안 정상으로 되었다.

    그러나... 내 판단에 그런 상황에서 장터목으로 가는 길은 불가능하다고 생각되었다.

    장터목에서 잠시 쉬기로 했던 계획을 바꾸어 세석대피소에서 쉬기로 했다.

    무작정... 시골연가님과 김진주님을 곤히 잠자고 있는 내실로 안내했다.

    체면이고 누구 눈치를 볼 상황이 아니었다.

    밖은 겨울 같은 매서운 바람이... 그래도 대피소 안은 따뜻했다.

    잠시 눈을 붙이는가 싶었는데... 밤 11시를 가리킨다...

    곧 시골연가님이 일어났고, 이어서 김진주님을 깨워 우리는 덜덜 떨리는 몸으로

    밤 11시 30분.. 장터목으로 길을 떠났다.

    평소 같았으면 연하봉 가는 그 멋진 길에 서너번은 감탄을 하며 걸었을 그 길이

    이젠 어둠 속에서 을씨년스럽기까지 검은 암벽 덩어리로 밖에 보이질 않았다.

    그래도 과거 낮에 보았던 아름다운 광경을 어둠 속으로 꿰뚫어보며.. 앞으로 앞으로 전진했다.

    다들 힘드는지 아무런 말이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잠 한숨 못자면서 50 km 를 넘어서고 있는 지금... 다들 지쳐 말할 기운도 없었다.

    그래도 우리 목표는 무박지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 요기만 통과하면 장터목 대피솝니다~~ "

    내 말에 대답해주는 사람이 없다... 나도 안다.  마음 속으로 했을 거란 것을....

    장터목의 너른 뜰을 밟고 지나는 그 기분... 아~ 반은 넘어가는구나....

    훅훅~~ 거친 숨소리를 내며 우리는 제석봉 1806 을 향해 지친 발걸음을 옮겨 놓는다.

    천천히 오른다 해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는 쉬는 시간을 줄이며 걸을 수 밖에 없었다.

    철계단으로 이어지는 <통천문>을 지나... 암릉을 통과해서 도착한 천왕봉 1915.

    대한 민국에서 두번째로 높은 천왕봉 1915.

    우리는 드디어 무박지태 최고봉 - 천왕봉에 무탈하게 오른 것이었다.

- 김진주 +1 님... 이번 산행에서 정말 초인적 힘을 보여주셨습니다.

- 김진주님... 대단한 체력의 여성 산꾼.

    천왕봉에는 <무당>으로 여겨지는 3 명의 여자분이 두터운 옷을 입고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날새기를 기다리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는 그들에게 누구냐고 물을 힘도 아끼어야 했다...

    서로의 사진을 기념 사진을 찍고,  반대 방향인 중봉 1874 로 걸음을 옮겼다.

7. 동부능선 : 천왕봉 1915 ~ 웅석봉 1099 ~ 어리내 (어천) ( 약 30.3 km )

    천왕봉 1915 에서 중봉으로 내려오는 길은 급경사.

    약 700 m 를 내려서면 중봉 1874 인 것이다.

    이미 절반은 넘어섰고,  최고봉 천왕봉 1915 를 넘었다는 안도감,  이젠 제아무리해도

    하산 방향이란 심리적 위안감이 발걸음을 많이 편안하게 해주었다.

    그러한 편안함 때문이었을까....

    여기서 나의 실수로 인해 커다란 <알바>를 2 차례 연속으로 하고 말았다.

    중봉 1874 를 지나면서 부터는 <입산 통제 구간> 이다.

    분명한 것은 <하봉 1781>으로 향하는 팻말도 없을 뿐더러 산행 길을 없앴을거란 생각이었다.

    * 어둠 - 어둠은 산행 방향을 잃게 만든다.

                조망이 전혀 되질 않으니 능선을 잃기 쉽상이다.

    * 졸음 -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결국엔 알바를 하게 된다.

    위의 2 가지 요인 때문이었을까...

    중봉에서 무심코 들어선 <치밭목 대피소 방향>...

    일단 하산 방향이니 따질 것이 없었고, <하봉> 팻말이 없으니 그 대신 일거란 생각에 내려가기 시작했다.

    급경사... 이번 무박 지태에서 가장 급경사를 우리는 1 km 나 내려갔다.

    이상했다... <하봉 1781 >이 나타나야 할 거리임에도 전혀 나타날 조짐이 보이질 않는다.

    아차~ 하는 순간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보니... 우리 왼쪽으로 우리가 가야할 능선이...

    어둠을 타고 흐릿하고 실루엣으로 보였다...

    아~ 나의 리딩만을 믿고 두 사람은 그냥 그대로 따라왔는데... 어쩌지 ?? 하는 생각에 땀이 솟았다.

    걸음을 멈추고.. 시골연가님과 김진주님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사과하고 되돌아 오르기 시작했다.

    왜 그리 멀고... 경사가 급한지... 

    두 사람은 아무런 말이 없다.   첫 알바에... 이해를 해주신 두분.

    정말 미안했고, 감사했다.

    40 분 이상을 다시 올라왔으니... 내려간 것을 합하면 1 시간 이상은 충분히 알바 한 셈이었다.

- 2시 38분... 천왕봉에서 중봉에 도착하자 마자 찍은 사진....( 알바 하기 전 )

- 새벽 4시 정각... 중봉 --> 하봉으로 첫 알바를 끝내고.. 두번째 알바 직전 ..

우리는 여기서 약 2시간 40분여 걸쳐 2 번의 알바를 심하게 (?) 하게 됩니다...

    새벽 4 시.

    중봉에 다시 도착.. 다시 GPS 를 보고,  방향을 잡고... 길을 찾기로 했다.

    이번에는 틀림 없으리란 생각에 치밭목 방향과는 전혀 다른 길을 찾아 하봉으로 향했다.

    그런데... 하봉으로 향해 약 20여분 가는 중에.. 김진주님이 말했다.

    " 여기.. 우리가 아까 지나왔던 길이에요~ "

    " 정말~ 철제 난간과 바위를 보니 정말 우리가 지나왔던 길이야~ "  시골 연가님이 말했다.

    " 아닙니다.. 맞습니다.  아까 중봉에서 철저히 살펴보고 왔으니 문제 없습니다.

      내려가서 삼겹살 내기~ 할까요 ?  "  나는 확신을 가지고 말했다.

    헌데...이건 정말 이상하다... 어째 천왕봉으로 다시 올라가는 길 같았다.

    허둥 지둥.. GPS를 다시 살펴보니 ~ 아~ 이런... 정말 우리는 천왕봉으로 다시 올라가고 있었다.

    이걸 어째... 같은 장소에서 두번씩이나 알바를 하다니...

    시간 소모 ( 약 2시간 20분 )는 그렇다 치더라도 체력 소모는 어떻게 할 것인가...

    김진주님이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풀썩 주져 앉았다.

    시골연가님도 힘들어 무거운 표정이 어둠 속에서도 뚜렷이 보였다.

    어쩌겠는가....??  리더가 길을 헤맸으니... 미안하단 말 밖에...

    또 다시 중봉으로... 날이 조금씩 밝아오고 있었다.

    아~ 시간... 시간... 좀더 자세히 살펴보고 하봉으로 향할 것을..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중봉에서 하봉 방향으로 다시 잡고... 길을 다시 자세히 살펴보는 동시에

    <지리산 태극 종주>는 한 손에 꿰고 계신 <태극을 닮은 사람들...이하 '태달사'>의

    회장님이신 <동부능선 회장님>게 전화를 걸어, 하봉으로 가는 길에 대한 정보를 여쭈었다.

    하지만 캄캄한 밤... 전화로 듣는 정보와 똑같을 리는 없고... 

    하지만 내 생각과 같은 공통된 말씀을 들을 수 있었다. 

    " 하봉 방향은 <입산통제구역>...이 틀림 없다. "

    전화를 끝내고 중봉에서 하봉 방향으로 내려오며... 관리공단에서 만들어놓은 

   <입산통제>라는 팻말을 볼 수 있었다.   그렇다면 분명히 이 길이 하봉으로 가는 길이리라...

   역시 <입산통제> 뒤로 길이 나 있음을 발견... 내려가 보았으나.. 길이 망가져 있었다.

    " 분명히 이 길 밖에 없는데... " 라고 망설이는 순간...

    바로 옆에서 김진주님이 " 아~ 여기 길이 있다~ " 라고 외쳤다.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늦었지만 길을 찾았기에 내려가기 시작했다.

    시골 연가님이 야간 못믿어운 듯.. " 맞나 ?? "하고 연신 물어오셨다.

    이번 만큼은 절대 맞다고... 안심시켜 드리며... 한번 알바를 하게되어 내 리딩에 여간 흠집이

    생긴것이 아닌 듯해서 입맛이 썼다.

    하봉 1781 을 거치면 길은 그런대로 능선을 따라 곱게 뻗어있다.

    비로서 육산으로 발걸음도 가볍게, 속도도 조금 붙일 수 있는 길이었다.

    이 길로 쭉 가면 < 국골 사거리 >라는 팻말이 나오고 그 팻말 오른쪽으로 굽이쳐 내려가면

    <식수>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나온다. 

    힘을 냈다.   쭈욱 ~ 내려가기만 하면된다...

    그런데 이게 또 어찌 된 일인가....

    분명히 <국골 사거리>가 나와야 할 거리에 왔음에도 간판이 없다...

    아~ 식수는 떨어져가고... 청이당 계곡을 찾으려면 간판을 봐야 하는데... 미칠것 같았다.

    다시 <동부능선 회장님>께  전화를 다시 했다.

    < 국골 사거리 >간판은 지리산 관리 요원이 없앴다고 한다...

    말 그대로 4 거리 이니.. 하봉 에서 약 1 km 정도에 4 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한다....

    난감.    정말 난감 그 자체였다.

    그 사이 날은 밝아오고 있었고,  우리는 서로 떨어져서 위 아래로 4 거리를 찾아헤맸다.

    그러는 중에 김진주님의 밝은 목소리... " 여기다~ 찾았다~ "

    4 거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계곡으로 뚜렷이 난 길이었다.

    그래도 ...한번 가보자.

    20 여분 내려가며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계속 내려가는 길...

    하산...???

    순간 내 느낌에 하산 방향으로 되어 우리가 갈 길과는 전혀 관련이 없어 보였다.

    다시 두분에게 하산 방향이라도 말씀드리고, 다시 능선을 향해 오르막을 올랐다...

    다시... 처음 있던 자리로 돌아왔다... 모두 실망~ 그 자체였다.

        - 청이당 계곡을 찾기 위해서  < 하봉 ~ 두류봉 > 능선을 오르내리는 바람에 날이 훤하게 밝아오고...

           훤하게 밝아오는 덕에... 독바위를 보고 능선을 찾아 청이당 계곡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이젠 정말... 내 혼자 힘으로 찾아야 한다.

    그 누구의 도움도 받을 수가 없다.

    식수... 청이당 계곡을 무조건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 큰일이 날지도 모른다...

    이대로 있다가는 ... 청이당 계곡을 찾기는 커녕... 탈출도 안된다.  

    절대 부족한 식수... 식수가 없으면  하산도 할 수 없는 상황.

    우선... 시골연가님과 김진주님에게 좀더 내려가면서 4 거리 길을 찾아보라 이르고, 

    나는 홀로 조망이 좋은 곳으로 다시 올라가 <능선>을 살펴보기로 했다.  

    나무로 가려져 잘 보이질 않는 능선...   " 분명 이 근처는 틀림 없는데..... "

    그 때 ... 아~  내 눈에  구세주가 보였다.

    저 멀리에 우리가 가야할 능선이 보였다.  바로 <독바위>가 우뚝서 있었다.

    바로 새봉으로 오르는 능선에 있는 커다란 바위... <독바위>....이제 길은 찾았다.

    " 그래...저 바위가 있는 능선을 우린 타야해... 그렇다면 그 오른쪽이 청이당 계곡이고..."

    나는 기쁨에 겨워 혼자 중얼거렸다... 그리고 앞서가는 두 사람에게 소리쳤다.

    " 쭈욱~ 내려가세요. 능선을 찾았어요... 아마도 4 거리가 나올거에요~ "

    이어서 들리는 시골연가님과 김진주님 목소리... " 여기 찾았어요~~ "

    " 하느님 고맙습니다~ !!"  

    지리산 관리 요원들이 길을 막아놓은 통나무를 치우니 길이 또렷이 나 있었다.

    다시 앞장을 서서 씩씩하게 내려갔다.

    청이당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도 왜 그리 힘이 들던지...

    그렇게 힘겹게 800 m 정도를 내려와 우리는... 시원한 물이 흐르는 계곡에 도착할 수 있었다. 

    식수를 보충하고... 시골연가님은 무릎과 발을 찬물에 담그시고,  김진주님은 세수를 하고...

    물... 이 이토록 소중한 것을...

    < 물을 아껴 씁시다~~!!  ㅋ~ㅋ~>

    독바위를 한바퀴 돌고는 산죽으로 둘러 쌓여 길이 잘 보이지 않는 곳을 스틱으로 헤치며 걸었다.

    간혹 걸리는 <거미줄>은 산행 리더에게 가장 고역 중에 하나이다.

    하긴 후미는 <먼지>에 고통을 받지만...

    그렇게 우리는 참고 걸어,  지난 6월 중순경에 탈출했던 지점...< 새봉 1315 >에 도착했다.

    너를 마당 바위에서

    " 우리가 2 구간으로 나누어서 태극종주는 한셈이네요.. 지난 번에 바로 요자리에서 탈출했으니..."

    우리는 웃었다.  하지만 그도 잠시... 발걸음을 멈추어선 안된다.

    이미 많은 알바로 인해 시간이 지체되었다.

    새봉에서 새재로의 길도 만만치 않았다.    

    경사가 급하면서 산죽으로 인해 앞으로 진행하기가 고역이었다.

    곧 나올 것 같은 새재도 오르내림의 반복과 산죽을 뚫고 내려가서야 도착할 수 있었다.

    새재 940 ... 소위 국공파가 출입 통제 구간을 감시하기 위해 출몰(?)한다는 곳.

    2 년전 처음 지리산 태극 종주하면서 <비박>했던 곳.

    지난 6월 중순경 새봉에서 하산... 새재에서 <대원사>로 탈출 했던 곳...

    여러 추억이 지나가면서 내 키보다 더 높이 자란 억새풀을 사이로 걸음을 옮겼다.

    외고개로 드는 길은

    비교적 순탄한 산행길이었건만 우리들에겐 왜 그리 길고, 오르막이 많은지...

    사람이 거의 다니질 않아 낙엽만 수북히 쌓인 길은 그야말로 오기로 이를 악물고 걸었다.

    잠시 쉬는 시간이 잦아졌다.

    시골연가님은 쉬려고 앉으면 이내 두 눈을 감았다.

    김진주님은 베낭을 베개 삼이 눕는다.

    나는 두 다리를 높이 들어 조금이라도 피로를 풀었다.

    길이 여러갈래로 나 있어 길 잃기 쉬운 왕등재 습지...

    왕등재 습지에 4 번이나.. 왔던 나도 올 때마다 이 쪽인지 저 쪽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왕등재 습지 다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힘을 내어 동왕등재 936 으로 향했다.

    서왕등재를 넘어 동왕등재까지 약 3.6 km ... 정말 지루하게 이어지는 오르락 내리락 길.

    짬짬이 휴식을 취하며 동왕등재를 지나니...

    우리 키를 훌쩍 넘어 저 높은 곳에 펼쳐진 능선...  정말 높다.

    뒤에 오늘 시골연가님과 김진주님에게 저 능선에 올라... 쭈욱 나가야 한다는 말을 못했다.

    너무나 힘든 상황에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았다.

    그 높은 능선을 따라 끝으로 달리면 끝에 봉긋 솟아 오른 봉이 바로 <도토리봉 908 >이다.

    저 도토리봉만 넘어 내려가면 바로 우리가 꿈에도 그리던 <밤머리재 590>.

    거기서 우린 시원한 맥주 한잔과 따뜻한 밥을 먹을 수 있으리라...

    동왕등재를 넘어 도토리봉을 향한 지리한 산행이 계속되었다.

    얼마쯤 왔을까...

    잠시 쉬었다가 출발했는데... 후미에 오던 김진주님이 보이질 않는다.

    잠시 기다리면 올 것 같았는데 전혀 오질 않고... 갑자기 엄습해오는 불안감...

    베낭을 내려놓고 왔던 길로 되돌아가며 <김진주> 를 목청껏 외쳤다.

    10여분 찾았지만 대답이 없어 다시 돌아와 전화기를 들었다.

    시골연가님도 걱정되는지 다시 왔던 길로 되돌아가서 찾아보겠다 한다.

    잠시 후, 전화가 연결되었다.

    당황하는 김진주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 아니... 뒤에서 안오면 기다리던가... 이름을 불러줘야지 막 가면 어떻게 해...? "

    " 일단.. 왔던 길로 되돌아 와요~ 내가 그 자리에 돌아가 있을테니..." 내가 말했다.

    " 몰라~~ 내가 어디에서 내려왔는지... 전혀 몰라. 돌아갈 수가 없어..." 김진주님이 말했다.

    나도 당황스러웠다.   산을 잘타는 김진주님인데...

    내가 다시 길을 돌아가며 헷갈렸을 법한 곳을 찾았다.

    그리고 전화를 걸어...

    " 김진주님... 당황하지 말아요.  어디 있는지 감이 잡혔으니 그냥 그자리에 가만히 계세요~ "

    시골연가님에게 죄송하지만 다시 올라오시라 하고

    김진주님이 헷갈렸을 길을 따라 내려갔다.

    산에서 당황하면 정말 큰 일이다.  특히... 체력이 바닥난 상황이라면 더더욱...

    김진주님이 갔을 법한 곳으로 오르 내림을 몇차례 한 후,

    김진주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거기서 우린 다시 기쁨의 해후를 할 수 있었다.

    김진주님이 베낭위로 엎드렸다... 안도와 피곤함 때문이리라...

    그나저나.. 김진주님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지는 않았는데,  정말 멀리도 갔었다.

    내 스스로 리딩하면서 후미를 살피지 못해 미안하다고 먼저 사과를 했다.

    두 분은 아무런 말이 없다.   모두가 다... 조금씩 책임이 있기 때문이리라... 

    피곤해도 출발할 때는 함께 출발해서 떨어지지 말자고 부탁도 했다.

    다시 밝은 표정으로 서로를 배려하며 우리는 끝이 없을 것 처럼 보이는 길을 오르고 또 올랐다.

    스틱을 잡은 폼이 사람이라서 그렇지... 이건 완전히 4 발 달린 짐승이 걸어가는 모습이었다.

    특히 오르막에선 두 스틱에 힘을 꽉 주고 두 팔은 끌어당기고 두 발은 박차고 올랐다.

    정말 대단한 시골연가님과 김진주님.

    어쩜 그리 3사람 모두 호흡이 그렇게 맞는지... 이 상태라면 대한 민국 어느 산을 가더라도

    누구 하나 떨어질 사람이 없어보였다.

    존경할만한 의지력과 오기, 체력을 겸비한 두 분과 함께 무박지태하게 된 것이 못내 흐믓했다.

    길고 지루했던 오르막이 끝나면서 덤불로 가득한 산행길이 나오더니...

    급기야 급경사로 내려가는 길 아래로... 밤머리재 고갯길이 보였다.

    아~  조금만 더 힘내자~  저기서 우린 밥과 김치를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오후 5시 35분

    미리... 밤머리재 권사장님께 전화를 해 놓아서 인지...반갑게 우릴 맞는다.

    우선 시원한 맥주 2 캔과 밥, 김치, 라면을 주문해 놓고 우리는 머리도 감고, 이도 닦고,

    발도 시원하게 씻어주었다... 정말 살 것 같았다.

    해는 점차 길다란 그림자를 만들면서 주변이 약간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오후 6시40분..

    밤머리재를 출발한 우리는 웅석봉 1099 가는 등산로에 서로 베낭을 베고 잠시 쉬기로 했다.

    앞으로 남은 구간에서는 웅석봉 1099 이 가장 높은 봉우리로 쉬었다 가도 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등산화를 벗고.. 베낭을 베고...그렇게 우린.. 산바람을 맞으며 1 시간을 쉬었다...

    아니...깜빡 잠이 들었나보다...

    오후 7시40분

    추우니 어서 일어나라는 김진주님의 외마디에 일어나보니 벌써 어둠이 짙게 깔려 있었다.

    주섬 주섬 ... 옷을 챙기고 베낭을 정리하고... 등산화를 신고서 다시 산행 시작.

    정신이 몽롱~ 한 것이 방향 감각이 흐릿했다.

    그래도 오르막 쪽이 방향이라 여겨져 한걸음 한걸음 옮기었다.

    밤머리재에서 1 km 왔고,  웅석봉까지 4.3 km 남았다는 팻말이 보였다.

    그래... 여기 까지 왔으니 4 km 가 아니라 8 km 면 어떠랴~ 우린 간다~~!!

   웅석봉 1099 에 오르고 나면 우리가 목표로 했던 수양산 방향은 13 km 정도가 남는다.

   순간... 뭔가가 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지난 날... 태극종주 2박3일 비박 종주때... 야간에 수양산 갔다가 길을 잃고 헤맸던 기억.

   게다가 오늘... 낮에 했던 알바 ( 총시간 약 6시간 / 약 12 km )의 후유증.

   이미 총 산행 거리는 86 km 가 넘어가고 있고...

   내가 운을 땠다.   산행을 리딩하고 있는 자격(?)으로.....

   " 지리산 태극 종주 코스에 4 가지가 있습니다.

     1. 인월 ~ 어리내 (어천) 81 km

     2. 인월 ~ 수양산 90,5 km

     3. 인월 ~ 남강 100 km

     우리의 원 목표는 2. 인월~수양산 90,5 km 였습니다.

     헌데...오늘 제 실수로 인해 알바를 13 km 나 하는 바람에...그것도 급경사에서...

     시간이 많이 지체 되었습니다.   체력는 아직 갈만하지만,  수양산 방향이 어둠으로 쉽지 않을 듯하고

     혹시 길을 잃으면 문제가 심각해 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알바로 인해 우리가 인월 ~ 어린내 (어천)으로 하산한다해도 총 94 km 정도 될 것이며,

     우리 원 목표가 약간 수정되었다 해서 무박지태가 포기되는 것도 아닙니다.

     산행에서 약간의 코스 변경... 이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시골연가 형님의 의견을 어떻습니까 ?  그리고 김진주님 의견은 어떠세요 ?  "

   시골 연가님은 " 원 목표대로 가지 못함이 못내 섭섭하지만, 그런 뜻이라면,

   그리고 무박지태에 대한 의미가 그대로 살아 있는 것이라면 반대는 하지 않겠다. " 라고 했다.

   김진주님 또한 " 두 분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김진주도 반대는 하지 않겠다. " 라고 했다.

   " 물론... 우리 첫 목표대로 갔으면 분명히 더 좋을 것입니다.

     하지만 분명히 말씀드리건데 인월 ~ 어린내(어천)이라 해서 그 뜻이 깍이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게다가 우린 알바로 인해 12 km 를 더 걸어...총 94 km 가 되지 않았습니까 ? "

   두분은 흔쾌히 제 뜻에 동의 해주셨고,  우린 웅석봉에서 어린내 (어천)으로 하산하기로 했다.

   오후 11시 30분...

   웅석봉 1099 에 오른 우리는 마지막 기념 사진을 찍고...환하게 웃었습니다.

   서로가 서로 덕분에... 서로에게 힘입어 완주할 수 있었다고 덕담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서로가...서로에게 " 정말 대단하다~ "고 칭찬을 했습니다.

   갑자기 바뀐 하산 지점...

   다시 <태달사 동부능선 회장님>의 힘을 빌리기로 하고,

   어린내 (어천)으로 하산했을 경우 잠자리...를 알려달라고 부탁 하였다.

   어리내는 마을이라고 해봤자... 서너가구만 살고 있는 곳이다.

   <동부능선 회장님>께서 <쉴만한 물가>의 위치를 소상히 알려주셨다.

   그렇잖아도 듣기만 했던 <쉴만한 물가 / 안고문님 >... 늦은 시각이라서 통화는 되지 않았지만

   찾아가서 두드리면 잘 해주실거란 회장님의 말씀만 듣고 무작정 찾아가기로 했다.

   웅석봉 1099 에서 어리내(어천)으로 하산길은 그야말로 급경사..

   2 년전 웅석봉으로 오를 때에는 이렇게 까지 길게는 느끼지 못했는데...

   완전한 S 자형 굽이 굽이 하산길 위로 뿌려 놓은 하얀 작은 자갈 들.

   산행길이 망가질까해서 뿌려놓았겠지만,  산행인들에게는 정말 고역이었다.

   수없이 미끌어지고... 넘어지고...

   - 웅석봉으로 오르는 길목...  오리지날 지리산 태극종주 시발점 이다.

   얼마나 내려왔을까... 드디어 계곡이 나오면서 경사도 완만해지고...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도로도 나왔다.

   이어서.. <지리산 태극종주 출발점 >으로 통하는 철사 형식으로 만들어진 담이 나왔고,

   시골 연가님과 김진주님에게 " 여기가 오리지날 태극종주 출발점 입니다~ " 라고

   설명을 드렸다.

   길을 따라 내려가 공사중인 다리옆을 통과하고 나서야

   마침내 민박집을 찾을 수 있었다.

   오후 12시 30분.

   깊은 밤.. 현관을 두드리는 낯선 이에 대해 여자분 ( 잠시 후 안고문님의 사모님으로 알게됨 )이

   누구냐고 할 뿐... 현관 문을 열 생각을 하지 않으셨다...

   나는 잠시 잊고 있던...

   " 태달사... 영준 이라고 합니다. "

   아~ < 태달사 > .. 이 한마디에 사모님은 문을 열어주셨고,

   이어서 키가 훤칠하시고 잘 생기신 분 ( 안고문님 )께서 환하게 웃으시며 나오셨다.

   <동부능선 회장님> 소개로 왔다고...

   주무시다 나오셨을 법한데... 환하게 웃으시면 방을 하나 선뜻 내주셨다.

   그리고 샤워실.. 화장실...

   이내 버너에 물 올려주시고, 식사와 술이 준비되었고...

   친절하게도 포도 한송이까지 주셨다...

   안고문님께선 우리가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이내 잘자라고 하시면서 안채로 들어가셨다.

   샤워를 마치고... 끓는 물에 라면... 밥... 김치...게다가 맥주와 소주.. 포도 한송이...

   세상 부러워할 사람이 없었다.

   포근하고 편안한 잠자리...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눕자 마자... 잠이 들고....

   밖에는 조용하게 풀벌레 소리만 들리는데

   우리는 편안함... 편안함... 그 것 뿐....

   우리의 무박지태는 그렇게 막을 내리고 있었다.

** 무박지태의 후기에 덫붙여...

    산행을 리딩한다는 것이 어렵다고 새삼... 또 느낀 산행 이었습니다.

    그렇게 조사하고 또 읽어보고, 옛 자료와 사진을 보며 기억을 떠올리고,

    헷갈리는 산행 길을 사전에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해보기도 하고

    그런대도 실제 상황에선 귀신에 홀린 듯 알바를 하게 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끝까지 커다란 인내력을 가지고 저를 믿고, 

    제 리딩에 따라 산행을 해주신

    시골연가님 / 김진주님, 두분께 감사를 전합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를 배려하고, 위하며, 격려해주신 두 분의 도움으로

    누구나 할 수는 있지만, 누구나 다 성공할 수는 없는

    < 지리산 태극 무박 종주 94 km >를 성공리에 할 수 있었다고 자부합니다.

    <시골연가님 >

    <김진주님>

    < 영준 >  ...  3 사람 모두

    뜻 깊은 이 번 산행을 영원히 잊지 말고  깊이 새기길 부탁드리며,

    훗날 이 산을 또 다시 밟고 싶은 후배님들이 계시면 당당히 그 길을 알려주실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또 다시 <태극병 (?)>이 도지면,

    그 때는

    <인월 --> 남강,  무박지태 100 km >를 도전할 것을 약속합니다.

    알바 없는 <순수한 무박지태>가 되길 꿈꾸면서...

    진심으로 모든 분께 감사 드립니다.

영준 올림.  

[어부]

한살림 대장님이 갔다 오신건가요... 무서워..축하 드립니다..

[한살림]

ㅎㅎ해외산행에 함께 가서 며칠간 동고동락했던 산친구의 산행기입니다.

[어부]

네...그러시구나,,,

[뫼사랑]

ㅋㅋ 한대장님이 간 것으로 생각하고 읽으면서 '오잉,...나와 안가고 다른 이들과 갔구나. 괘씸해ㅠ.ㅠ..' 했어요.ㅎㅎ..

[한살림]

ㅎㅎ 내용에 이름과 사진이 나오는데...진짜로 읽으셨나요?

[이공]

나두 착각 했시우!~~ㅎㅎ

[주여사]

10월30일쯤 무박지태 떠나는 팀이 있는데~합류 할까여ㅋ

[한살림]

추석 전날이 할아버지 제삿날이어서 시간이 너무 빡빡해서 안 됩니다.ㅜㅜ

[주여사]

추석은 10월3일 인데여~~

[한살림]

ㅋㅋ 제가 착각했네요.또 다른 이유 때문에 안되는군요 ㅜㅜ

[박거제]

저도 처음에는 한대장님이 다녀 오신줄 알고 읽어내려 갔지요. 대단한 분들의 산행후기을 볼수있어서 고맙네요.

[한살림]

ㅎㅎ 전 그만한 능력이 못 됩니다.제가 했다면 글 첫머리부터 "한살림" 이라고 도배를 했죠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