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트 (스코어: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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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끝낼 것인가, 아니면 끝까지 갈 것인가.
울 팀은 세트 스코어 3-0으로 경기를 마무리 짓겠다는 듯 세트 초반부터 거세게 몰아부쳤다.
한장석의 블로킹으로 첫 뽀인트를 얻은 데 이어 마낙길의 레프트 공격과 블로킹으로 앞서 나간 것.
하지만 야금야금 점수를 까먹으며 3-3 동점을 허용했고 점수는 5-5, 6-6.. 우리가 도망가면 일본이 계속 쫓아오는 형국이었다.
팽팽하던 승부는 6-6 상황에서 확 뒤집혀 6-10이 되었다.
울 팀의 범실이 속출했던 것이다.
노진수의 홀딩 반칙, 마낙길의 후위공격 아웃, 장윤창의 오버타임까지. 범실이 줄줄이 사탕처럼 이어졌다.
이 선수도 낯이 익지? 얘는 오기노
잘못하면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는 상황.
다행히도 장윤창의 연속공격과 마낙길의 블로킹, 이경석의 서브 에이스로 8-10까지 점수 차를 좁혔다. 여기서 한장석의 진가가 나왔다.
파이팅 좋은 한장석은 두 차례 라이트 공격을 성공시킨 뒤 화끈한 세리머니로 다소 침체됐던 팀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분명히 공격 성공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정의탁의 속공과 이경석의 가로막기로 11-11 동점을 만든 우리는 마낙길의 속공과 상대팀 오기노의 공격이 아웃되면서 12-11을 만들며 중반 이후 첨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다시 한 점을 빼앗겨 12-12 동점 상황.
우리는 이경석-정의탁 콤비 플레이가 빛을 발하며 서브권을 가져왔다.
하지만 정상까지 가는 길엔 왜 이렇게 뜻하지 않은 암초가 많은 것인가.
곧이어 이경석은 블로킹을 떴지만 내려오면서 네트터치를 저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그건 명백한 오심이었다.
느린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 보시라. 그게 뭘로 봐서 내트터치인지..
진짜 문제는 그 담에 벌어졌다. 뿔따구가 난 이경석은 부심에게 쪼르르 달려가 격렬하게 항의했는데 주심은 뒷주머니에서 지체없이 빨강카드를 뽑아들었다.
화면상으론 안 보였지만 이경석이 부심의 허리춤을 붙잡고 흔들었다는 오관영 해설우원의 설명이 있었음이다.
이게 무슨 날벼락이란 말인가. 막판 박빙승부에서 어이없이 1점을 헌납한 우리는 12-13으로 역전당했다.
본 우원, 혹시라도 울 팀 선수들 사기가 급격히 떨어지지나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웬걸. 의기소침해지기는커녕 오히려 기세등등해졌다.
심판들은 괜히 벌집 들쑤신 꼴이 됐으니..
장윤창의 라이트 공격이 터진데 이어 이경석은 마치 분풀이라도 하듯 직접강타를 상대 코트에 내리 꽂았다.
13-13 동점. 그리고 노진수 대신 들어간 박삼용의 서브 에이스로 14-13 매치 뽀인트를 만들었다.
상대팀 주포 가게야마는 라이트 강타를 날리며 마지막까지 처절하게 몸부림을 쳤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울 팀의 든든한 맏형 '돌고래' 장윤창
끝내기 강타의 주인공은 마낙길.
14-13에서 마낙길이 레프트에서 힘껏 솟구쳐 올라 때린 스파이크는 블로킹 벽을 뚫고 그대로 상대편 코트 네트 앞에 뚝 떨어졌다.
곧이어 체육관을 뒤덮은 관중들의 함성소리.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탭(40대 초반으로 팔팔했던 진준택 감독, 김남성 코치의 모습을 볼 수 있다)도 한데 뒤엉켜 우승을 자축했다.
아, 우승의 순간만큼 찌릿찌릿한 순간이 또 있으랴!
더구나 울 나라가 75년 창설된 이 대회에서 우승하기는 이번이 첨이었다.
일본을 이렇게 통쾌하게 깨부순 게 도대체 언제였던가.
88서울올림픽에서 2-0으로 이기다 2-3으로 역전패했던 빚을 고스란히 값아준 쾌거이기도 했음이다.
울 팀은 상복도 터졌다.
늦깎이로 태극마크를 단 이경석은 MVP, 세터상, 베스트6상을 모조리 휩쓸며 활짝 피어났고,
장윤창은 공격상, 베스트6 2관왕에 올라 '역시!'라는 탄성을 자아냈다.
또한 베스트6에 선정된 마낙길은 탄력 넘치는 강타를 펑펑 때려대며 스타탄생을 알렸고,
리시브상을 받은 한장석과 팀의 살림꾼 역할을 똑소리나게 해낸 노진수도 팀 우승에 숨은 보배로 활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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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촌구석에 콕 처박혀 있었던 본 우원, 설 구경도 하고 배구 구경도 하고 싶어서 몸이 달았다.
하지만 설은 가까이 다가가기엔 너무 먼 그 곳이었음이다. 눈물이 앞을 가렸다.
여느 때처럼 중계방송으로 아쉬움을 달래야 하는 그 맘, 쓰렸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직도 기억난다. 마지막 세트, 두 손 꼬옥 모아 쥐고 제발, 제발을 외쳤던..
홈에서 열린 경기였지만 전문가들조차 울 팀 전력을 3:7 열세로 봤다.
그러나 우리의 3-0 완승. 예상을 뒤엎는 거만큼 스뽀오츠의 찐한 매력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또 있으랴.
더구나 상대가 일본이었으니 말 다했지.
글구 꼭 풀세트까지 가야지만 명승부 리스트에 들어가는 건 아니다.
이 경기는 세트 스코어 3-0으로 끝났지만 명승부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만큼 멋졌다.
물 만난 고기 마냥 펄펄 난 울 팀 선수들도 따봉이었지만 매 세트마다 끈덕지게 따라붙었던 일본 선수들의 근성도 높이 살 만 했다.
한 마디로 근성VS근성의 싸움이었다. 오관영 우원 말마따나 오랜만에 배구 구경 한 번 잘했음이다.
무엇보다도 선수들의 혼이 담긴 플레이와 서브권제의 묘미에 흠뻑 젖어볼 수 있어서 잠시나마 행복했노라(참고로 울 나라는 93년, 2001년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장윤창, 이경석, 정의탁, 한장석, 노진수, 마낙길, 박삼용, 김동천, 이상렬, 최천식, 남상선, 서남원..
아, 참으로 익숙하고 그리운 이름들이여!
(수년 전, 한 선수에게 89년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 테이푸가 있냐고 물어봤드랬다.
그 선수 왈, '아마 경석이가 갖고 있을거야, 그때 경석이가 MVP 받았거든'
본 우원, 용케도 그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열분들에게 한·일전을 보여주겠다는 일념 하에 이경석 감독님한테 무작정 전화를 때렸고, 경기대학교 체육관에서 귀한 테이푸를 넘겨받을 수 있었다.
무관심한 듯 은근슬쩍 '기사 언제 나와요?'라고 묻던 이경석 감독님(15년 전 모습 그대로다. 흐흐)의 두 볼에 감사의 뽀뽀를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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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구] 추억의 명승부- 1989년 한·일전 -<3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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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01.2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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