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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Christmas in August) - 오승욱·허진호·신동환 각본 바른♥국어
[줄거리]
서울 변두리에서 작은 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 삼십대 중반의 정원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은 상태이지만 모든 것을 받아들인 그의 일상은 지극히 담담할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생기발랄한 주차단속원 다림을 만난 후 그는 미묘한 감정의 동요를 느낀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사진관 앞을 지나며 단속한 차량의 사진을 맡기는 다림. 여름날 한낮의 더위에 지친 모습으로 들어서서 주차 단속 중에 있었던 불쾌한 일들을 털어놓기도 하는 그녀가 정원은 마냥 예쁘기만 하다.
그러나 하루하루 죽음에 다가서고 있는 정원은 이제 막 삶을 시작하는 스무 살 초반의 그녀와 긴 얘기를 엮어갈 수 없음을 알고 있기에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지 못한다. 결국 정원은 아름다운 추억을 지닌 채 조용히 눈을 감고 사진관에는 예쁜 미소를 짓고 있는 다림의 사진만이 남는다.
[핵심 정리]
*배경 : 1990년대 서울 변주리 사진관
*성격 : 낭만적, 비극적
*주제 : 시한부 인생을 사는 남자의 애틋한 사랑과 죽음을 응시하는 따뜻한 시선
불치병을 앓는 사진사와 주차 단속원의 순수한 사랑
[이해와 감상]
1998년에 제작된 이 작품은 불치병을 앓는 삼십대 중반의 사진사 정원(한석규)이 주차 단속원 다림(심은하)을 만나면서 마지막으로 사랑에 대한 기억을 엮어 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불치병에 걸린 삼십대 중반의 정원은 서울의 어느 변두리에서 작은 사진관을 운영한다. 모든 것을 받아들인 듯 담담하게 일상을 살아가던 그에게 어느 날 뜻밖의 만남이 찾아온다. 막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주차 단속원으로 일하는 다림은 매일 비슷한 시간에 단속 차량을 찍은 필름을 맡기러 정원의 사진관을 찾는다. 두 사람이 가까워지기 시작할 무렵 정원은 병원으로 실려 가고 그 사실을 모르는 다림은 닫힌 사진관에 편지를 남겨 놓는다. 잠시 퇴원한 정원은 숨어서 다림이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사진관으로 돌아와 스스로 자신의 영정 사진을 찍고 죽음을 맞이한다. 이 작품은 제19회 청룡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 등 총 6개 부문을 수상하고, 칸ㆍ시카고ㆍ토론토ㆍ밴쿠버 영화제에 초청받았다.
[지문]
S#1 거리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 정원
정원이 스쿠터를 타고 동네 거리를 지나가고 피아노와 오보에의 선율이 돋보이는 잔잔한 “사진 속의 기억들(정원의 Theme)"이 흐른다.
S#2 타이틀
8월의 크리스마스
S#3 정원의 방
(F. I. -화면이 점점 밝아짐) 잠에서 깨어나는 정원
S#4 거리
스쿠터를 타고 달리는 정원
S#5 병원복도
병원 복도에서 기다리고 있는 정원. 앞에 앉아있는 꼬마와 장난을 친다.
S#6 운동장
철봉 하는 정원. 운동장에 앉아있는 정원.
운동장 가장자리에 위치한 반쯤 박혀 있는 타이어 위에 정원이 앉아 있다.
“초등학교 운동장"의 선율과 함께 옛날을 얘기하는 정원의 내레이션이 흐른다.
(정원의 옆에서 모래집 놀이를 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겹다.)
내레이션 : 내가 어렸을 때 아이들이 모두 가버린 턴 빈 운동장에 남아있기를 좋아했다. 그곳에서 내 곁에 없는 어머니를 생각하고 아버지도, 그리고 나도 언젠가는 사라져 버린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S#7 사진관
일하고 있는 정원. 한 여자가 들어온다.
정원 : 어서 오세요. / 머리 큰 여자 : 사진 찾으러 왔거든요.
정원 : 성함이……. / 머리 큰 여자 : 최명숙이에요. 그저께 저녁에 맡겼는데…….
정원 : 예, 여기 있어요. / 머리 큰 여자 : 저 아저씨 사진이 좀 이상하게 나왔는데요.
S#8 촬영실
사진 찍으려 포즈를 취하고 있는 여자.
여자 큰 얼굴을 머리칼로 쓸어내려 감추려고 든다.
정원 : 저, 잠깐만 만져 드릴게요. 예, 훨씬 더 좋네요. 그러믄요 밑에 것만.
머리 큰 여자 : 괜찮은데.
정원 : 괜찮으세요. 찍을게요. 찍을게요. 여기 보세요. 하나, 둘 찰칵.
S#9 사진관
현상기가 작동되고 있다. 전화를 받는 정원.
정원 : 예, 여보세요……어 철구야. 언제 돌아가셨는데……
S#10 화장터
울부짖는 철구 식구들을 바라보는 정원.
정원이 나무그늘에 앉아 쉬고 있다.
가족들이 “산사람은 살아야지요."하며 식사 재촉을 한다.
가족들과 함께 프레임 오른쪽으로 정원이 빠져나간다.
웬 어린 여자아이가 “슈퍼맨!"을 외치며 지나간다.
S#11 사진관 밖
다림 기다리는데, 정원 다가온다.
다림이 닫힌 문 앞에서 “출장 중"이라는 팻말을 쳐다본 후, 오른쪽에 놓인 여고생 2명의 사진을 물끄러미 바라본다.(다림이 쳐다보는 사진의 두 여고생은 정원의 동생 정숙과 정숙의 친구이자 정원의 옛 여자 친구였던 지원이다.)
정원이 다가와서 다림을 놔두고 사진관의 문을 열쇠로 열고 들어온다.
다림 : 한참 기다렸어요. 저 이거 빨리해야 되거든요. 얼마나 걸려요. 아저씨?
정원 : 저 미안하지만 좀만 이따 오면 안 될까요?
다림 : 안돼요. 아저씨 저 여기 동그라미 친 부분만 빨리 확대해 주세요.
다림 나가고 정원 멍하니 앉아있다.
S#12 정원 공간
약을 먹는 정원. 세수하는 정원.
S#13 사진관
일을 하다가 밖에 있는 다림을 발견하는 정원.
S#14 사진관 앞
다림에게 하드를 건네는 정원.
정원 : 아까 저 때문에 화났었죠? 날씨도 덥고 아침부터 너무 힘들어서 그랬어요. 미안해요.
다림 : 사진 언제 나와요? / 정원 : 좀만 있으면 다돼요. 조금만 기다리세요.
하드를 먹다 웃는 두 사람.
S#15 정원 집
아버지와 정원, 요리를 하고 있다.
정원 : 아버지, 감자요. / 아버지 : 냄비에 넣어. 정관아, 파 좀 뽑아올래?
정원 : 파요? / 아버지 : 응
S#16 정원 마당
파를 씻는 정원. 비가 내린다.
S#17 주유소
정원, 주유소에서 스쿠터 기름을 넣고 있는데 다림의 주차단속차량이 들어온다.
주유원 : 얼마나 넣어드려요? / 정원 : 가득이요.
정원 : 얼마예요? / 주유원 : 만땅 삼천 원입니다.
(효정 / 다림 차안에서 웃는다)
정원 : (효정과 다림을 보며) 안녕하세요?
주유원 : 잠깐만 기다리세요. 얼마나 넣어드릴까요? / 효정 : 가득이요.
S#18 사진관
고만고만한 소년들이 정원 앞에 단체사진을 놓고 떠들고 있다.
정원 : 동원이, 동원이는 얘? / 아이1 : 예, 아저씨. 얘는요 내가 찍은 건데 예쁘죠?
아이2 : 아니요. 얘가 더 이쁘죠, 아저씨
아이1 : 어떻게 얘가 이뻐? 얘는 키도 작고 몸무게도 많이 나가고.
아이2 : 얘가 더 이쁘지? / 아이1 : 얘가 더 이뻐.
정원 : 야, 야, 야, 조용히 해! 시끄러 죽겠네. 장근이, 장근이 너는?
다림, 사진관 들어와 소파에 앉는다.
아이3 : 저는요. 좀 많아요. 얘하고요. 앤데요 / 정원 : 세 명?
아이3 : 그중에서 얘가 제일 예뻐요 / 정원 : 이름이 뭔데?
아이3 : 서은지라는 앤데 가장 이뻐요. / 아이1 : 야, 너 내 여자 건들지마.
정원 : 야, 근데 니들 얘네들한테 말 걸어 봤어? / 아이들 : 아니요
정원 : 못 걸어봤어? 근데 이 사진 크게 확대하면 좀 흐리게 나올 텐데.
아이들 : 괜찮아요. / 정원 : 괜찮어? 그러면은 내일 저녁 6시까지 와. 아저씨가 해둘게.
아이들 : 아저씨. 이것 좀 잘 해주세요. / 정원 : 알았어. 알았어.
아이들 : 안녕히 계세요. / 정원 : 옳지
애들 나가자 소파에서 일어나 정원 쪽으로 오는 다림.
다림 : 어른이나 아이나 남자들은 다 왜 그래요?
정원 : 남자가 여자 좋아하는 게 잘못됐나요, 뭐? 발개 벗은 사진 갖고 와서 확대해 달라는 것 보단 낫죠. / 다림 : 그런 것도 해줘요?
밖에서 싸우는 아이들, 정원, 아이들 싸움을 말리려 한다.
S#19 거리
지원이와 만나는 정원
정원 : 오랜만이다. / 지원 : 응
정원 : 집에 왔니? / 지원 : 응
정원 : 하나도 안 변했네. / 지원 : 오빠도. 나, 갈게.
정원 : 엉 그래. 잘 가라.
S#20 사진관
지원의 액자를 떼는 정원
S#21 정원마당
정숙, 빨래를 걷고 있는데 정원 들어온다.
정숙 : 왔네. / 정원 : 어, 언제 왔어?
정숙 : 방금 왔어. 뭐 그렇게 사왔어? / 정원 : 아이, 이거.
S#22 정원 집 부엌
부엌에서 김치 보자기를 푸는 정원
정숙 : 빨간 뚜껑은 열무김친데 냉장고에 넣고 3일 있다 먹고 하얀 뚜껑은 배추김친데 그냥 익혔다 먹어 / 정원 : 얼마나?
정숙 : 뭐, 한 삼일이면 익겠지.
S#23 정원 집 마루
수박을 썰고 있는 정숙. 정원 프레임 인.
정숙 : 낮에 지원이 만났어. 오빠 만났다고 하더라. / 정원 : 응
정숙 : 걔 생각하면 속상해 죽겠어. 남편이 또 놀음을 했데. 이젠 아예 때리기까지 하나봐.
정원 : 너 하는 일은 잘되니?
정숙 : 정신없지 뭐. 애들 월급 주느라구 허리가 휘어져. 오빠 아직도 지원이 좋아해?
정원 : ……
정숙 : 오빠, 생각나. 옛날에 오빠 학교 다닐 때 지원이 사진 책갈피에 끼워놓고 다녔잖아
수박을 먹다 마당에 씨를 동시에 뱉는 두 사람. 서로 쳐다보며 웃는다. 갑자기 울먹거리는 정숙.(오빠의 불치병으로 인한 죽음 때문에)
S#24 거리
정원 일을 하고 있고 다림 들어온다.
정원 : 아유, 어서 오세요.
다림 : 사진기 좀 고쳐 주세요. 아저씨가 쓰는 카메라 얼마예요? / 정원 : 왜요?
다림 : 그냥요. 그런 거 갖고 다니면 사람들이 무시 못 할 거예요. 아저씨 나 여기서 좀 쉬었다 가도 돼요? / 정원 : 예. 그래요.
다림 : 더운 건 이젠 아주 지겨워. / 정원 : 힘들죠?
다림 : 아저씨 사자자리죠? 생일이 팔월 아니에요. 사자자리가 나랑 잘 맞는다던데, 근데 아저씨 몇 살이에요? / 정원 : 나? 나 이십대 후반.
다림 : 에이, 삼십대구나. 그렇게 얘기하는 거 보니까 완전히 아저씨네. 결혼은 안했죠?
정원 : 에이. 벌써 애가 둘이야.
다림 : 옷 입는 거 보면 알아요. 거짓말 하지 말아요. 저 지금부터 이제 잘 테니까 말 시키지 말아요. 근데, 아저씨 / 정원 : 엉
다림 : 오늘은 왜 반말해요?
S#26 수산시장
회를 뜨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아버지와 정원.
S#27 거리
아버지와 아들, 짐을 들고 걸어간다.
S#28 정원 집 마루
식사하는 식구들.
정숙 : 아버지 찌개 솜씨는 여전하시다. / 정원 : 나도 꽤 연구하는데 이런 맛이 안 나와.
정숙 : 나도 그래. / 아버지 : 이게 뭐 아무나 되는 건줄 아냐? 정성이 모자라서 그래.
석희 : 이 사람은요. 살림은 야무진데 음식솜씨는 완전히 꽝이에요.
아버지 : 지 에밀 닮아서 그래. / 정숙 : 그럼 얘도 꽝이겠네?
아버지 : 당연하지 / 정원 : 아버지도?
정숙 : 오빠, 내일 병원 갈 때 나한테 전화 좀 해.
정원 : 됐어. 혼자 가도 도. 종래 밥 좀 먹여. 과자만 먹는다. 야.
S#29 정원 집 마당
가족사진을 찍는 아버지.
정원 : 아버지, 제가 찍을게요?
아버지 : 됐어 임마. 아직은 니 기술보다 내 기술이 나. 하나, 두울 셋 찰칵.
S#30 사진관 앞
무거운 짐을 들고 가는 다림, 정원 스쿠터를 타고 다가오다 그냥 지나친다. 실망하는 다림, 어느새 스쿠터 소리 다시 들려온다.
정원 : 어디가요? / 다림 : 구청에요.
정원 : 그건 뭐예요? / 다림 : 숙녀가 이렇게 무거운 걸 들고 가야 되겠어요?
정원 : 에유, 단골손님인데. 어유, 무거워. 뒤에 타요.
다림을 태우고 달리는 정원의 스쿠터.
정원 : 좋아하는 남자 친구 없어요? / 다림 : 없어요. 다들 시시해요.
정원 : 좋아하는 남자 친구 생기면 달라질 걸…… / 다림 : 모르죠. 뭐.
정원 : 꽉 잡아요. 이렇게.
S#31 사진관 앞
청소를 하고 있는 정원. 지원이 다가온다.
지원 : 오빠 / 정원 : 어, 지원아
지원 : 청소해? / 정원 : 어, 나 지금…하하하 들어가 있을래?
S#32 사진관
정원, 지원에게 커피를 준다.
정원 : 지원아 너 생각나니? 국민학교 때 너 일기보고 날씨 베낀 거.
지원 : 정숙이 꺼 보고 베끼지 왜 내꺼 보고 베끼냐고 싸웠잖아. 오빤 이 동네에서 이십 년이 넘게 지냈는데 지겹지도 않아?
정원 : 모르겠어. / 지원 : 왜 아직 결혼 안 했어?
정원 : 너 기다리느라고. 지원이 너 애가 둘이라고 그랬니?
지원 : 응, 여기 다시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오빠 많이 아프다면서?
정원 : 아냐 야, 나 멀쩡해. / 지원 : 심각해? / 정원 : 멀쩡해.
S#33 버스 안
달리는 차 창밖을 내다보는 정원
정원이 버스에 앉아 열린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맞고 있다.
산울림의 “창문넘어 어렴풋이 옛 생각이 나겠지요"가 흐른다.
정원의 네레이션이 흐른다.
“세월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습니다……."
S#34 병원 복도
긴 복도를 걸어가는 정원
S#35 병원 앞
병원에서 나오는 정원
S#36 정원 집 마루
발톱을 깎다 눕는 정원
S#37 운동장
바람이 몹시 부는 운동장
S#38 사진관 앞
출장 가려는 정원. 다림 뛰어오며
다림 : 어머, 아저씨 어디 가세요. / 정원 : 어 나 출장 가는 길인데.
다림 : 어머 어떡해? 이거 너무너무 급한데.
S#39 사진관
일하고 있는 정원, 다림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다. 정원 소파로 다가가며
정원 : 맛있어? 아냐, 아냐, 나 많이 먹었어. / 다림 : 아저씨 외아들이죠?
정원 : 아니 왜?
다림 : 그렇게 먹는 거 보면 알아요. 우리 집은 아이스크림 먹을 때 난리를 쳐야 되거든요.
정원 : 먼저 먹어? 형제가 많아?
다림 : 우리 엄만, 뭐 할려구 그렇게 많이 났는지 몰라. 정말. 아저씨 저기요. 선을 딱 이렇게 긋는 것부터 전쟁의 시작이에요. / 정원 : 하하하
다림 : 지겨워 / 정원 : 사진 다 나왔겠는데?
S#40 음식점 앞
다림, 효정 식당에 들어가려하는데 쫓겨난다.
손님1 : 아 밥 좀 먹자. 밥 좀 / 주인아줌마 : 아유 가요. 도대체 왜 그래요? 장사도 못하게.
효정 : 밥 먹으러 왔어요. / 주인아줌마 : 안 팔아요. 가요, 가.
S#41 나무그늘
나무그늘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는 효정과 다림
효정 : 어디 가서 밥 먹니?
정원 스쿠터를 타고 프레임 인.
정원 : 너 여기서 뭐하니? / 다림 : 더워서 쉬고 있어요. 어디 다녀오세요?
정원 : 나 시장에. / 다림 : 아저씨가 시장엘 가요?
정원 : 나 음식 잘해 야.
다림 : 어 이게 뭐야? 어머, 당면이잖아. 시금치도 있네. 이런 것도 할 줄 아세요?
정원 : 먹을 만해. 나, 갈게. / 다림 : 집으로 가세요?
정원 : 어 (효정에게) 수고하세요.
다시 햄버거를 먹는 효정과 다림.
S#42 사진관
문고리를 고치는 정원. 그 뒤로 티코를 타고 들어오는 효정과 다림.
효정 : 아저씨, 아저씨 뭐하세요? / 정원 : 퇴근하는 길이예요?
효정 : 예. 이거 내일 찾으러 와도 되죠? / 정원 : 예
효정 : (다림을 보며) 오늘 좀 피곤한가 봐요. 일이 좀 많았거든요. 갈게요.
정원 : 가세요.
멀어지는 티코에서 손을 흔드는 다림.
S#43 태권도장
태권도를 지도하는 철구. 정원 프레임 인 되어 철구와 인사를 한다.
S#44 일식집
회를 먹고 있는 정원과 철구
정원 : 정말 오래간만이다. 이렇게 술 마시는 거. / 철구 : 그래.
정원 : 너, 그 제대하고 쫓아다니던 여자 생각나니? / 철구 : 복덕방 집 딸.
정원 : 너, 왜 여자 쫓아다니다가 노태우 선거운동까지 했잖아. 어유, 그때가 엊그제께 같은데 벌써 십년 전이다. / 철구 : 아줌마 술 한 병 더요.
S#45 일식집 앞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 정원과 철구
정원 : 빨리 나와. 계산 맞아. 빨리 와. 철구야. 나 한잔만 더 먹고 싶어.
철구 : 안 돼. 나 몸도 예전 같지 않고 그래. 가자구.
정원 : 모퉁이집 가서 한잔만 더 하면 되잖아. / 철구 : 그만해. 이 새끼 술꾼 다 됐네.
정원 : 너 스물아홉 살 마지막 날에 나한테 뭐라고 그랬어? / 철구 : 내가? 몰라.
정원 : 몰라? / 철구 : 저 새끼 이상하네.
정원 : 술 먹고 죽자. / 철구 : 이히힝, 야, 너 어디가? 야 얌마. 야, 너 왜 그래? 엉? 무슨 일 있냐 너? 안 먹던 술 까지 먹고. / 정원 : 말 시키지 마.
철구 : 말해봐. 에이씨, 오줌도 안 나오네. 어유, 되게 마려웠는데 안 나오네.
정원 귓속말 한다.
정원 : 나 곧 죽는다.
철구 : 야, 이 새끼. 이거 술 처먹으려고 별 수작을 다하네. 그래 임마, 먹자. 이 세끼야.
정원 : 술 먹어? / 철구 : 처먹어 그래 이 새끼야.
정원 : 술 먹어? / 철구 : 먹어 이 새끼야. / 정원, 철구 : 술 먹고 죽자!
S#46 파출소
취조 받는 철구와 남자1, 정원 소파에 앉아있다. 남자2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왔다 갔다 한다.
경찰 : 어디서 그랬어? / 남자1 : 공중전화요. 가만있는데 그랬다니까요. 전화 오래한다고.
남자2 : (경찰에게 다가오면) 아저씨 솔직히 얘기하는데 내가 민정당 조직책입니다.
경찰 : 민정당 없어졌다니까 가서 앉아있어.
남자1 : 저 놈이 발로 찼어요. 가만히 있는데……
철구 : (다가오며) 제가 말씀드릴게요……
경찰 : 알았어, 알았으니까 저쪽 가서 얘기해.
남자2 : 이 새끼 인상 드럽군. / 남자1 : 뭐 새끼야, 니가 더 좆같다.
남자2 : 내가 뭐 틀린 말했냐? / 경찰 : 조용히 해.
정원 : 조용히 해. 내가 왜 조용히 해. 조용히 해. 씨발, 내가 왜 조용히 해.
정원 일어나서 소리치며 운다. 정원을 말리는 철구. 남자1, 2와 경찰 소란스럽게 떠들어댄다.
S#47 정원 집 마루
전화벨 소리. 전화를 받는 정원
정원 : 어, 철구냐……어? 파출소?……몰라. 포장마차까진 기억이 나는데……그랬냐? 주차단속원?……그래 내가 있다 연락할 게 올 필요 없어.
전화를 끊고 마루에 눕는 정원
S#48 거리
경고 방송하는 다림
S#49 사진관
일하고 있는 정원. 다림 유리문 앞으로 다가와 유리를 두드린다. 돌아보는 정원.
다림 : 뭐해요? (못 알아듣는 정원) 뭐하냐구요? / 정원 : (일하고 있다는 제스처)
다림 : 들어가도 되요? / 정원 : ?
다림 : 나 들어가도 되냐구요. / 정원 : 커피 한 잔?
다림 : 알았어요.
다림 문을 열고 들어간다.
S#50 정원 공간
카메라를 만지는 다림. 정원 커피를 타 다림에게 건넨다.
다림 : 아저씨. 아저씨는 왜 나만 보면 웃어요?
정원 : 허허. 근데 아가씨 전엔 무슨 일 했어?
다림 : 그냥 집에서 빈둥거렸어요. 근데 왜 아저씬 결혼 안했어요?
정원 : 바빠서……근데 일이 힘들지 않아?
다림 : 뭐 그냥 그렇고 그래요. 아저씨는 사는 게 재밌어요?
정원 : 나두 뭐 그냥 그렇고 그래. / 다림 : 저 월급 받았어요.
정원 : 그래? 그럼 한턱 써야지. / 다림 : 아저씨 하는 거 봐서요.
S#51 촬영실
정원, 다림의 사진을 찍는다.
정원 : 입에 다림 씨, 침 좀. 더 세게 해요. 이렇게이렇게. 아 좋다. 잠깐만요.
정원, 카메라를 만지다 부품을 떨어뜨린다. 웃는 다림.
S#52 화장품 가게
화장품 가게 안으로 들어와 이것저것을 살피는 다림. 물건을 하나 고른다.
S#53 다림 방
거울 앞에서 화장품을 발라 보는 다림.
S#54 사진관
삼대가 모인 가족이 사진을 찍는다.
정원 : 할머니, 안경을 벗고 찍으시는 게 나을까요. 쓰고 찍으시는 게 나을까요.
할머니 : 안경? 이렇게.
안경을 벗는 할머니
정원 : 아뇨. 쓰고 찍으시는 게 낫겠네요.
할머니 : 이거, 아들이 해준 건데 쓰고 찍는 게 낫지.(안경을 쓴다)
정원 : 자 찍을게요. 활짝 웃고 찍으면 잘 나을 텐데…하나 둘… 후레쉬가 터진다. 밖으로 나오는 가족들.
아들이 할머니에게
아들 : 어머니 사진관에 오셨는데 독사진 하나 더 찍으시죠.
할머니 : 아니 뭐. 천천히 찍지. / 아들 : 한 장 찍으세요.
할머니 : 찍어?
할머니 자리에 다시 앉는다. 사진 찍을 준비를 하는 정원.
S#55 오토바이 가게 앞
비오는 거리. 티코가 지나가다 멈춘다. 티코에서 내린 다림. 가게 앞에 서 있는 정원에게 다가간다.
다림 : 아저씨. 여기서 뭐 해요? / 정원 : 어 다림아. 나 스쿠터 고치려고. 야, 너 잘됐다. 나 사진관까지만 바래다 줘라.(다림의 우산 속으로 뛰어든다)
다림 : 맨 입으로? / 정원 : 그럼 어떻게?
다림 : 좋아요. 이따가 일 끝내고 갈 테니까 술 사줘요.
정원 : 알았어. / 다림 : 정말이요.
빗속을 걸어가는 두 사람
S#56 사진관
비 내리는 저녁거리를 내다보는 정원.
노래를 흥얼거린다. 그는 다림을 기다린다.
(김광석의 거리에서)
정원 : 거리에 가로등불이 하나 둘씩 켜지고…….
드르륵 문소리에 문을 쳐다보는 정원. 낮에 왔던 할머니가 한복 차림으로 들어온다.
정원 : 어 할머니. 사진 아직 안 나왔는데요. / 할머니 : 낮에 찍은 사진……그……
정원 : 다시 찍으시게요? / 할머니 : 다시 찍을 수 있겠지?
정원 : 예 다시 찍어드릴게요 / 할머니 : 돈은 안 받는 거지?
정원 : 예 그냥 거저 해드릴게요. / 할머니 : 아유 고마워.
정원 : 저쪽으로 가세요.
할머니 촬영실 쪽으로 간다.
S#57 촬영실
거울을 보며 단장하는 할머니. 정원 조명기를 만지며,
정원 : 할머니 준비 다 됐네요. 이쪽으로 오세요.
할머니 : (의자에 앉으며) 나 사진 이쁘게 찍어 줘야 돼.
정원 : 왜요? / 할머니 : 아 이거 제사상에 놓을 사진이야.
정원 : 예, 제가 할머니 잘 찍어 드릴게요. 잠깐만요.
사진기 뒤에 서는 정원.
정원 : 할머니 젊으실 때 고우셨겠어요. / 할머니 : 이쁘긴 뭐가 이뻐…….
정원 : 자 할머니 찍을게요. 자 할머니 죄송하지만 안경 한번 벗어보세요.
(안경을 벗는 할머니) 아유 훨씬 이쁘세요. 자 할머니 찍을게요.
할머니 고개 약간만 오른쪽으로요. 예, 자, 할머니, 한 번 웃어보세요. 예, 찍을게요……웃으시구요.
하나, 둘, (찰칵) 잠깐만요. 할머니 한 장만 더 찍을게요.
정원 다시 필름을 장전한다.
S#58 정원 집 마루
아버지 방에서 담배를 훔쳐 피우는 정원
S#59 정원 방
천둥소리에 잠을 깨는 정원. 천둥소리가 요란하다.
S#60 아버지 방
아버지 옆에 와 살며시 드러눕는 정원.
S#61 운동장
비 개인 운동장
S#62 사진관
소파에 앉아 자고 있는 정원. 다림 문을 열고 들어와 정원 옆에 앉는다.
잠을 깨는 정원.
정원 : 어…… (다림 정원에게 안경을 집어준다) / 다림 : 아저씨 저번에 저 안와서 삐졌죠.
정원 : 아니 왜 안 왔어? / 다림 : 그냥 오기 싫어서 안 왔어요. 저 일하러 갈게요.
일어서서 나가는 다림. 다림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정원.
S#63 백숙집
고구마를 굽는 정원과 철구. 철구와 친구들 평상에서 화투를 치고 있다.
정원 : 철구가 연락했니?
친구1 : 어. 이번에도 안 나오면 평생 안보겠단다. 저 자식 웃긴다 저거.
정원 : 그렇지 않아도 나도 연락해서 만나보고 싶었어. / 친구1 : 그래, 임마.
철구 : (멀리서) 감자 다 안 익었냐? / 정원 : 기다려
친구1 : 간다 가. 저 자식 보채는 건 여전해. / 친구2 : (고스톱을 치며) 고도리.
철구 : 감자 먹고 하자.
철구 감자를 집어 나누어 준다.
친구2 : 왜 그래 임마. 고도리에 양박에 쓰리고 까지 최소한 십 점인데……너 같으면 입에 감자가 들어가냐? / 철구 : 감자 먹고 해 임마. 감자 먹고.
친구2 : 이 새끼 학교 다닐 때 짤짤이 할 때도 그러더니만.
정원 : (철구에게) 너 또 사고 쳤지. / 철구 : 먹어, 먹어.
친구2 : 저 새끼 매너 드러워요.
웃는 친구들.
S#64 촬영실
친구들 사진기 앞에 일렬로 서 있다. 정원도 함께 선다.
잠시 후 셔터기 터진다.
정원 : 하나 더 찍을까?
S#65 부엌
약을 먹고 설거지 하는 정원
S#66 안방
아버지 TV를 보다가 정원을 부른다.
아버지 : 정원아.
정원 안방으로 들어온다.
정원 : 예 아버지
아버지 : 테이프 좀 틀어줄래?
정원 : 테이프요? 빌려오신 거예요?
아버지 : 그래. ‘지상에서 영원으로’야. 옛날에 니 어머니하고 같이 봤잖아
정원 테이프를 넣고 아버지 옆에 앉는다.
정원 : 아버지. 아버지가 한번 해보세요. 제가 설명해 드릴게요. 테이프 넣으시면 자동으로 플레이 되거든요. 그러니까 티브이 전원하고요……
정원 아버지에게 설명을 한다. 아버지 정원이 시킨 대로 해보지만 자꾸 틀린다.
정원 : 아뇨, 아버지. 전원 먼저 켜신 다음에 채널을 티브이 쪽으로……
아버지, 다시 한 번 하지만 또 틀린다.
정원 : 전원 먼저 키신 다음에 단추를 티브이로……
다시 해보지만 또 틀리는 아버지.
정원 : 단……
정원, 화가 나서 나가버린다. 아버지 혼자 남아 리모콘을 눌러 본다.
S#67 정원 방
하얀 종이에 비디오 작동법을 적고 있는 정원.(죽은 뒤의 일을 준비하는 정원)
S#68 마당
쌀을 씻는 정원
S#69 권투도장
연습에 열중인 관원들. 정원, 가방을 메고 들어온다. 선수가 정원에게 다가간다.
선수 : 안녕하세요?
정원 : 예 시합 있어요? 폼은……
포즈를 취하며 웃고 있는 선수, (아주 젊고 어린 해맑은 소년)
정원 카메라를 보다가,
정원 : 웃으면 안 되요……하나 둘. 찰칵.
S#70 사진관
다림 사진관 안으로 들어와 두리번거린다. 정원 다락에서 내려오다 다림을 발견한다.
다림 : 안녕하세요. / 정원 : 어……너 화장했네. / 다림 : 네
정원 : 너 화장하니까 아주 이쁘다. 뭐? 커피 줄까? 아, 아이스크림? 어디가?
앉아서 술 마시는 정원과 다림
정원 : 다림이는 쉬는 날 뭐하니? / 다림 : 저요? 책도 보고, 그냥 그래요. 아저씬 뭐해요?
정원 : 나, 나 그냥 잠자. / 다림 : 하루 종일 잠만 자요?
정원 : 아니 빨래도 하고, 그리고 다림질도 하고, 그리고 또 자고 으허허허.
다림 : 내 친구도 일요일날 굉장히 바쁜데. / 정원 : 친구 뭐하는데?
다림 : 어머, 내가 얘기 안했나? 서울랜드에서 일하는데, 언제든지 오면 공짜표 준다고 그랬는데. / 정원 : 근데?
다림 : 그냥 그렇다구요. 언제 한번 거기 가야하는데 시간이 나야 말이죠.
S#71 롤러코스트
롤러 코스트를 타는 정원과 다림
S#72 벤치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사 들고 오는 다림, 정원 옆에 앉는다.
다림 : 어지럽다면서 이제 괜찮아요? / 정원 : ……
다림 음료수를 따서 정원에게 건네준다, 음료수를 받아드는 정원.
다림 : 드세요. (아이스크림을 함께 먹으면서 다림이 파워에이드를 꺼내어, 따개 부분을 손수건으로 닦은 다음 정원에게 건네준다. 사소한 동작 하나로 다림의 마음을 잘 표현하는 장면이다. 행복한 표정으로 아이스크림과 파워에이드를 번갈아 먹는 정원에게 다림이 조금씩 조금씩 다가앉는다. 둘의 뒤로 야외촬영을 하러 나온 신혼부부들이 걸어오는 것이 보인다.)
S#73 학교 운동장
운동장을 달리는 정원과 다림.
다림 : 뭐해요?
정원 다림보다 먼저 지쳐 멈춘다.
정원 : 다림아, 같이 가.
S#74 목욕탕 앞
목욕탕 앞에서 다림을 기다리는 정원, 다림이 나온다.
다림 : 벌써 나오셨네. 남자가 빠르긴 빠르구나.
정원, 다림에게 귤을 건넨다.
정원 : 너 이거 먹을래? / 다림 : 하나만 샀어요? 두 개?
정원 : 응. / 다림 : 어유, 참.
정원 : 어디 가니? / 다림 : 귤, 더 사게요. 아줌마 천원어치만 더 주세요.
S#75 골목길
정원 다림에게 귀신이야기를 하면서 걷는다.
정원 : 왜 옛날에 내 바로 밑에 졸병하고 보초를 서고 있었거든. 아, 근데 갑자기 방귀 냄새가 나는 거야. 그래서 그 졸병한테 너 방귀 뀌었지 하니까 자기 방귀 안 꿨대. 그러면서 자기가 방귀 꿨으면서 자기한테 방귀 꿨다고 덮어 씌고 나한테 막 뭐라고 하는 거야. 둘이 방귀를 꿨네, 안 꿨네 하면서 옥신각신 하다가 날씨도 춥고해서 내무반에 들어왔거든. 그래가지고 내무반에 들어와서 막 잠을 청하려고 그러는데 아까 졸병애가 심각하게 아까 자기 방귀 안 꿨다고 그러는 거야. 근데 황당한 거는 아까 나도 방귀 분명히 안 꿨거든. 근데 알고 보니 그 초소에서 근무하는 병사가 자기 애인 죽었다고 따라 자살한 장소래, 그 초소가. 그리고 그 죽은 병사가 평소에 방귀를 그렇게 잘 꿨대.
다림 은근히 팔장을 낀다.
약간 어색한 듯 약간 놀라고, 말은 더듬는다.
팔짱을 끼고 멀어져 가는 두 사람.
다림 : 웃긴다. / 정원 : 웃겨?
다림 : 근데 무서워요. 어떡해요? 나 내일부터 무서워서 이 길 어떻게 다녀요? 아저씨도 귀신 무섭죠? 방귀 냄새까지 맡았는데……
정원 : 뭐 어떨 땐 무섭다가도 어떨 땐 하나도 안 무서워. 사람이 죽어서 귀신 되는 거 아니니? 다림이도 그렇구, 나도 그렇구.
다림 : 아저씨 얘기 듣고 보니 그것도 그렇다. 근데 귀신이 방귀를 뀌나?
S#76 병원 앞
걸어 내려오는 정원과 정숙
S#77 사진관
폴라로이드로 현상기의 사진을 찍는 정원, 하얀 백지에 현상기 작동법을 적으며 찍었던 폴라로이드 사진에 번호를 매긴다.
S#78 정원 집 마루
난에 물을 주고 있는 아버지.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를 듣는다.
S#79 정원 방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고 있는 정원,(자신의 죽음에 대한 슬픔) 아버지 그림자 다가오다 멀어진다.
S#80 정원 집 마루
먼 산을 바라보는 아버지
S#81 사진관
숨 가쁘게 달려오는 다림, 사진관 문이 잠긴 걸 확인 후 돌아서 가버린다.
S#82 버스 정류장
버스를 타려다 길을 뛰어가는 다림.
S#83 효정 집
다림과 효정이 침대에 나란히 눕는다.
다림 : 언니, 이런 방 구하려면 얼마나 있어야 돼?
효정 : 여기 얼마 안 해. 너 집 나오게? / 다림 : 아니, 내가 그런 돈이 어딨어?
효정 : 아 피곤해 자자. / 다림 : 언니 내가 귀신 얘기 해줄까?
효정 : 싫어 안 들을래.
다림 : 아냐 하나도 안 무서워. 무서우면 내가 안 무섭게 해줄 수도 있어. 들어봐. 어떤 사람이 군대에서 자기 졸병하고 보초를 서고 있었대. 근데 갑자기 방귀냄새가 나드래. 그래서 이 사람이 자기 졸병한테 야, 너 방구 꿨지? 그랬대……그러니까 이 졸병이 아니요. 형 저 방구 안 꿨어요, 그러드란다. 그래서 이 사람이…….
효정 잠들어 있고 다림 혼자 이야기 한다.
S#84 정원집 앞
정원을 업고 나오는 사위, 아버지와 정숙 따라 나온다.
정숙 : 조심하세요. 아버지 병원 가서 전화 드릴게요.
혼자 남은 아버지, 정원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S#85 구청식당
배식구에 서있는 단속원과 공익근무원들.
철이 : 이모 밥 좀 많이 주세요. (앞에 서 있는 다림에게) 다음 주에 파견근무 나가요?
다림 : 네 / 철이 : 어디로 가요?
다림 : 그건 잘 모르겠어요.
밥을 먹고 있는 다림과 효정, 철이 다가온다.
철이 : 같이 식사해도 되죠? / 효정 : 네
철이 : 효정씨도 같이 옮기나요? / 효정 : 아니요. 이번에는 같이 안가요.
철이 : 떠나기 전에 술 한 잔 해야죠.
효정 : 좋죠. 그러나 저러나 이번에는 어디로 가려나.
S#86 사진관 앞
서성이는 다림, 문 닫힌 사진관.
S#87 다림 방
편지를 쓰고 있는 다림.
S#88 사진관 앞
사진관 앞을 지나치는 단속차.
다림 : 차 좀 잠깐 세워주세요.
다림 차에서 내려 사진관으로 간다. 문틈에 편지를 끼워 넣는 다림.
S#89 입원실
밥을 먹는 정원.
정숙 : 다 먹었어?
정원, 그릇을 치우려는 정숙을 제지하고 밥을 더 먹는다.
정원 : 정숙아 물 좀 줘.
물을 갔다 주는 정숙.
S#90 다른 사진관
사진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다림. 사진사가 손님의 증명사진을 찍는 중이다.
S#91 사진관 앞
문 닫힌 사진관 앞을 서성이는 다림
S#92 사진관
문틈에 낀 편지를 빼내려고 하는 다림. 핀으로 꺼내려 하지만 편지는 바닥에 떨어진다.
S#93 입원실
잠에서 깨어나는 정원. 정숙이 옆에 있다.
정숙 : 오빠 깼어? 아프진 않아?
정숙 정원을 일으킨다.
정숙 : 꿈 꿨어? 여자 꿈이구나. 어떻게 찾아오는 여자 한 명 없냐? 누구 오라구할 사람 없어? / 정원 : 됐어. 보고 싶은 사람 없어.
S#94 락카페
춤추는 단속원과 공익들. 다림 바라보고 있다. 다림 춤을 추는 사람들 틈에 낀다. 함께 춤을 추다 갑자기 나가버리는 다림.
S#95 화장실
손을 씻고 있는 다림, 울고 있다.
S#96 사진관 앞
문 닫힌 사진관 앞에 서는 다림. 사라졌다 다시 나타나 유리창에 돌을 던진다. 울며 서 있는 다림. 페이드아웃.
S#97 사진관 앞
돌아온 정원, 문을 열고 사진관으로 들어간다.
S#98 사진관
돋보기를 치우고 편지를 확인하는 정원, 소파에 앉아 다림의 편지를 읽는다. 생각에 잠기는 정원.
S#99 정원 집 마루
컵에 담긴 물에 만년필촉을 담그는 정원.
S#100 정원 공간
다림에게 편지를 쓰는 정원
S#101 구청 앞
구청에서 단속원에게 다림의 행방을 묻는 정원.
S#102 찻집
일하고 있는 다림의 모습을 발견하고 안타깝게 손가락으로 쫓는 정원.(자신은 죽기 때문에 다림을 사랑하지만 다림에게 더 큰 슬픔을 주기 싫어서 만나지 않으려 함)
S#103 정원 공간
편지 박스를 열어보는 정원. 다림의 사진이 나온다. 다림의 편지와 자신이 다림에게 쓴 편지를 상자에 넣는 정원. 편지 박스를 넣으려다 오래된 앨범을 꺼내서 보는 정원.
S#104 사진관
오래된 앨범을 뒤적이는 정원
정원이 소파에 앉아 앨범을 보고 있습니다.
정원이 앨범의 옛 사진들을 보다가 피식 웃습니다.
정원이 앨범을 내려두고 팔짱을 끼고선 몸을 조금 앞으로 수그립니다.
S#105 촬영실
사진을 찍을 준비를 하고 의자에 앉아있는 정원. 셀프타이머 셔터를 누른다.
가만히 미소를 짓는 정원. 영정사진으로 디졸브된다. 페이드아웃.
S# 106. 학교 운동장
페이드인. 눈 내리는 학교 운동장의 모습 페이드아웃.
S#107. 사진관 앞
눈 쌓인 사진관. 다림의 사진이 정숙과 지원의 사진이 있던 자리에 걸려 있다.
사진관 문이 열리면서 아버지가 나와 “출장중" 팻말을 걸어 놓는다.
멀리서 교회의 종소리가 들리면서 아버지가 스쿠터를 타고 프레임의 오른쪽으로 빠져나간다.
프레임 왼쪽에서 다림이 나와서 자신의 사진이 걸려 있는 쇼윈도 앞으로 다가간다. 쇼윈도에 걸려 있는 자신의 사진을 보면서 다림이 웃는다.
다림의 웃는 모습이 담긴 흑백 사진이 클로즈업된다.
눈 쌓인 거리와 지나는 사람들, 다림 그리고 사진관 전경이 풀샷으로 비춰진다. 자신의 사진을 바라보던 다림이 뒤로 돌아서 관객쪽을 향해 걸어온다.
Sam Lee의 기타 솔로가 흐르는 “8月의 크리스마스"를 밑으로 하고,
내레이션
정원: “내 기억 속의 무수한 사진들처럼 사랑도 언젠간 추억으로 그친다는 것을 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신만은 추억이 되질 않았습니다. 사랑을 간직한 채 떠날 수 있게 해준 당신께 고맙다는 말을 남깁니다……."
페이드아웃 후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면서,
한석규 노래 “8월의 크리스마스" 오른다.
[문제]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앞부분의 줄거리] 30대 중반의 정원은 불치의 병을 앓고 있는 사진사이다. 이제는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던 어느 날, 정원은 단속 사진을 인화하러 온 주차 단속원 다림을 만나면서 그녀에게 서서히 끌리게 된다.
S# 56. 사진관 촬영실
사진기의 까만 프레임 내부에 다시 네모난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거꾸로 상이 맺혀 있는 다림의 모습이 보인다. ㉠화면 밖에서 정원의 소리가 들린다.
정원 : 얼굴을 조금 왼쪽으로, 조금만 더, 턱 좀 내리고…….
그때마다 다림은 조금씩 움직인다.
정원 : 살짝 웃으면 더 예쁘겠는데.
다림 애써 웃으려 하지만 잘 안 되고 어색하다. 그래도 잠시 동안 화면을 보고 웃는데 정원 놓치지 않고 셔터를 누른다.
S# 57. 상가 거리 (밤)
화장품 가게 안의 다림. 화장품을 고르고 있다. 이것저것 신중하게 고르다 주인에게 값을 묻고는 선택을 망설인다. 끝내는 아무것도 사지 못하고 화장품 가게를 나온다. 길가에 늘어선 옷가게들의 쇼윈도를 보면서 걷는 다림. 신사복을 파는 가게 앞에서 발길을 멈춘다. ㉡남자 옷을 바라다보는 다림. 그녀는 누군가를 생각하고 있다.
S# 78. 사진관 안 (저녁)
다림, 문을 열고 들어오며 텅 빈 사진관. 소파에 앉는 다림. ㉢곧 일어서서 테이블을 정리하고 바닥을 쓸기 시작한다. 정원이 비닐 봉투를 들고 들어온다. 다림을 보고 놀라는 정원, 다림이는 평소의 옷차림과는 다름 모습이다.
정원 : 화장했네? / 다림 : 왜, 보기 싫어요?
정원 : 아니. / 다림 : …….
잠시 둘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 중략 >
다림 : 내가 얘기 안 했었나? ○○월드에서 일하는 친구가 있거든요.
정원 : ……. / 다림 : 도널드 인형 쓰고 애들하고 놀아주는 애예요.
정원 : 그거 굉장히 더울 텐데…….
다림 : ○○월드 가면 걔가 공짜로 표 얻어다 준다고 그랬거든요. 근데…….
정원 : 근데? / 다림 : 그냥 그렇다구요. 언제 한번 가긴 해야 되는데 시간이 나야 말이죠.
정원과 다림 잠시 말이 없다.
S# 79. 놀이 공원 - 롤러코스트 (낮)
롤러코스트를 타고 있는 정원과 다림. 정원과 다림의 아우성 치는 모습.
㉣정원의 시점으로 달리는 롤러코스트에서 보이는 풍경. 심하게 흔들리며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이 고속 촬영으로 흔들림과 속도가 서서히 줄어들며 화면도 어두워진다.
S# 80. 벤치 (낮)
정원과 다림은 하드를 먹으며 말없이 앉아 있다. ㉤사이를 두고 앉은 둘의 모습은 어색해 보인다.
S# 81. 학교 운동장 (낮)
멀리 텅 빈 운동장을 가로질러 뛰어가는 정원과 다림의 모습이 보인다. 운동장을 달리고 있는 다림과 정원, 정원은 얼마를 못 가서 자리에 멈춰 서 가쁜 숨을 고르고 있다. 정원을 뒤에 두고 달리는 다림. 혼자서 운동장을 달리는 다림. 운동장 나무 그늘에 앉아 있는 정원. 다림, 정원 앞으로 숨을 헐떡이며 다가온다.
[문제] 윗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사진이라는 매개물이 두 인물의 관계 형성의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② 연속된 장면들을 인과적 관계로 배열하여 갈등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③ 사진관, 상가 등 일상적 공간을 활용하여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④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건을 배치하여 그에 따른 인물의 내면 변화를 보여 주고 있다.
⑤ 행위나 표정 등에 집중하게 하기 위하여 대사에 비해 지시문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2. ㉠∼㉤에 대한 이해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 화면 속 ‘다림’의 모습과 화면 밖 ‘정원’의 목소리의 병치를 통해 인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제시된다.
② ㉡ : ‘다림’의 행동 묘사를 통해 인물 관계사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음이 암시된다.
③ ㉢ : ‘다림’의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정원’을 향한 친밀감이 형성되고 있음이 드러난다.
④ ㉣ : ‘정원’의 시선에 포착된 풍경을 통해 인물의 혼란스러운 심리가 드러난다.
⑤ ㉤ : ‘정원’과 ‘다림’의 물리적 거리를 통해 서로에 대한 감정 표현을 주저하는 인물의 태도가 드러난다.
3. S# 81을 윗글에 제시된 대로 영화화한다고 할 때,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학교 운동장 장면과 인물의 과거 회상 장면이 겹쳐지도록 공간을 설정한다.
② 활기찬 ‘다림’과 병약해 보이는 ‘정원’이 대비될 수 있도록 화면을 구성한다.
③ 조연들이 운동장을 함께 뛰는 가운데 주인공들의 모습이 부각될 수 있도록 한다.
④ ‘다림’ 역을 맡은 배우는 흐트러짐 없이 여유 있는 모습으로 달리기를 마치도록 한다.
⑤ 화면 속 날씨는 ‘흐린 날’로 설정하여 두 인물의 우울한 상황이 드러나도록 한다.
<정답> 1② 2① 3②
바른♥국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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