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_울트라
#울트라여행_2023_성지순례
클래식이 흐르는 울트라 여행
마이웨이 울트라의 세계(57)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E플랫 장조 Op.73 <황제>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20번 A장조 D.959 중 제2악장 Andantino
#드보르작 피아노 3중주 4번 e단조 Op.90 <둠키>
#스코틀랜드_민요 Auld Lang Syne (석별의 정)
그 길 위에서 / 곽재구
산을 만나면
산을 사랑하고
강을 만나면
강을 사랑하지
꽃이 많이 핀 아침을 만나면
꽃향기 속에서
너에게 편지를 쓰지
언덕에선
노란 씀바귀꽃 하모니카를 불고
실눈썹을 한 낮달 하나
강물 속 오래된 길을 걷지
별을 만나면
별을 깊게 사랑하고
슬픔을 만나면
슬픔을 깊게 사랑하지
그러다가
하늘의 큰 나루터에 이르면
작은 나룻배의 주인이 된
내 어린 날의 바람을 만나기도 하지
<Do의 행복을 만끽한다>
남한산성 유원지 횡단보도에서 기다리는 사이 여러 사람이 물어온다.
어디서부터 언제부터 달려오는 거냐고
명동성당을 지난밤 8시에 출발하여 수리산과 청계산을 넘어 달려왔다고 하면
다들 놀란 눈으로 쳐다본다.
그래.
어차피 제한시간내 주파는 어려울 테지만
이곳까지 달려온 내가 오히려 대견하지 않은가?
그리고 달리는 내내 살아있음을 온 몸으로 느끼며
나는 얼마나 행복했던가!!
이것이 바로 진정한 <Do의 행복>이리라.
예년이라면 봄의 향연으로 가득했을 남한산성 오르는 길이
이제는 안개에 쌓여 나는 몽롱한 기분으로 자연에 젖어들었다.
꿈속에서 깨어난 듯 이제는 남한산성이 보이는 곳에서
등산객에게 시간을 확인하니 1시 58분이란다.
그렇구나.
이제 레이스를 마칠 때가 되었구나.
스트레칭을 하고 천천히 걸어오르니 문득 2017년의 레이스가 떠올랐다.
당시 나는 탄천구간의 더위에 지쳐 이곳에서 중도포기를 선택하면서
'컷오프시킨 욕심'이라고 위안을 삼았었지.
남한산성 남문을 지나 천천히 달려내려가니
제한시간을 10여분 넘기고 있다.
처음 참가해본 101키로 하프 코스
어차피 이곳은 골인 아치도 레드카펫도 없는 남한산성 CP이니
골인 세리머니가 싱겁기 그지 없다.
멋쩍은 웃음으로 인증 샷을 남기며 돌아서는데
18시간 완주 기록증을 준다.
우중주의 인저리 타임 (injury time)을 감안한 것일까?
나는 완주증에 연연하지 않는 편이지만
대회 주최측의 배려가 고맙기도 하다.
<꼴찌라도 당당한 나는 울트라러너!!>
물론 가슴 벅찬 완주의 희열은 없다.
그럼에도 나는 해냈다는 대견한 미소를 지으며
다시 울트라러너가 되었다는 잔잔한 기쁨과 행복을 맛본다.
참으로 3년의 공백은 길었다.
내 몸은 이미 울트라러너로서의 기본을 잃어버리고 뒤뚱거렸다.
청남대 울트라 85키로에서 중도포기를 하면서도
나는 '거기까지의 울트라'를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런데 나는 이번 성지순례 울트라에서
우중주 속에서도 101키로를 주파하지 않았는가?
제한시간이 무슨 대수인가?
나는 다시 내 두 발로 그 거리를 주파한 것이다.
그만하면 됐다.
나는 또 다시 시간외완주라는 기록을 남겼지만
나는 이제 당당한 울트라러너로 돌아온 것이다.
<황제> 협주곡
나의 울트라 주제가는 베토벤 교향곡 7번이지만
이 곡 또한 내게 늘 힘을 주는 My Way 황제다.
관현악이 튜티로 으뜸화음, 버금딸림화음, 딸림7화음을 차례로 연주하면
피아노가 분산화음을 카덴차풍으로 응답한 다음
당당하고 장대한 제1주제가 연주되며 비로소 제시부가 시작되는데
나는 이 E플랫장조 으뜸화음이 울려퍼지면
닫혔던 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신천지로 들어서는 느낌이 들곤 한다.
그곳에는 화성의 신비라는 토대위에 축조된 클래식 음악세계가 펼쳐진다.
마치 풀코스를 넘으면 울트라의 세계가 광활하게 펼쳐치듯이.....
내게 이 곡의 첫번째 매력포인트는
관현악으로 제시되는 활기 넘치며 당당한 제1주제이다.
그런데 이 주제는 단순한 제1주제가 아니라 전악장을 관통하여
종횡무진 내달리는 추진력을 갖고 있다.
Beethoven - "Emperor" Concerto - Rubinstein\Leinsdorf Boston SO (Vinyl)
https://youtu.be/6de37T13las
<이젠 안녕>
우중주의 추억을 남겼던 2023년 성지순례 울트라
101키로 하프코스에 머물렀던 나는
다시 222키로 풀코스를 꿈꾸고 있지만
이제 다시는 바오로 형님을 성지순례 울트라 주로에서 만날 수 없다.
성지순례 울트라 주로에서 처음 만나 10여년간 함께 달려온 길
지난 주말 서울 한강 울트라에서
성지순례 울트라의 한강구간을 달리면서 나는 외로움을 느꼈다.
형님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자상했던 형님
이젠 안녕
*
슈베르트 음악의 세계에 대해서는
슈베르트 음악 최초의 중요한 해석가인 성악가 Vogl이 매우 적절히 언급했다.
"슈베르트는 자신 안에 무엇이 살아있는지 모르고 있다네!
그것은 마르지 않는 강물과 같은 그 무엇이야!"
대부분 그의 소나타는
거대한 콘서트홀의 눈부신 조명에 영향을 받지 말아야 한다.
이 소나타들은 매우 상처 받기 쉬운 영혼의 고백이거나
혹은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모노로그인데
종종 부드럽게 속삭이기 때문에 소리가 큰 홀 전체에 도달하지 않는다.
(슈베르트는 그의 가장 내면의 비밀을 피아니시모로 우리에게 드러낸다.)
우리가 할 일은 영원한 방랑자인 슈베르트가
끊임없이 갈망해 온 그의 세계에 동행하는 것이다.
-빌헬름 켐프-
*
눈물 그렁그렁한 방랑자
슈베르트가 오버랩되는 2악장이 인상적인 곡이지만
4악장의 장대한 론도에서는
정화된 마음으로 모든 걸 훌훌 털고
휘파람도 불어가며 발걸음도 가볍게
피안의 세계로 떠나가는 고독한 방랑자
슈베르트를 느껴볼 수 있어 더욱 좋다.
Schubert: Piano Sonata No. 20 in A, D.959 - 2. Andantino
https://youtu.be/yAZU2lMEt3o
Schubert: Piano Sonata No. 20 in A, D.959 - 4. Rondo (Allegretto)
https://youtu.be/K7LxMZ5ih08
<추억 속의 음악_둠키>
음악을 듣다보면 이런저런 에피소드가 있기 마련인데
추억의 갈피를 들추고 그 음악을 들을 때면
추억과 함께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오곤 한다.
강원도 양양의 어성전 법수치와 드보르작의 피아노 3중주도
그런 것 중의 하나이다.
벌써 20여년전 강릉에서 근무할 때 틈이 나면
주변 산과 계곡을 다니곤 했는데
<둠키> 트리오를 막 듣기 시작하며 음악에 빠져 지낼 즈음
법수치 계곡을 갔었다.
서구의 음악과는 다른 슬라브 정서가
우리 고유의 정서와 맥이 닿아서일까?
나는 처음 듣자마자 이 곡을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잔잔하게 흐르는 법수치의 계곡을 닮은
2악장 포코 아다지오를 특히 좋아한다.
잔잔히 흐르는 음악을 듣다보면 어느듯 개울을 거슬러
시원을 향해가는 느낌이 든다.
그곳은 바로 우리가 떠나온 고향이 아닐까?
많은 연주가 있지만 처음 이 곡을 접할 때 들었던
수크 트리오 연주를 좋아한다.
Suk Trio - Dvorak : Piano Trio No.4 Op.90 'Dumky'
https://youtu.be/8Mx_aB74aWo
<길은 멀어서 갈만하니까요>
2015년 1월 10일 오전 7:04
이제 날이 밝았으니 길을 떠나자
어젯밤 카시오페아 별자리가 '화려하게' 빛나던
법수치 계곡길을 거슬러
백두대간 손짓하는 전후치를 넘어
동해바다 파도가 넘실대는 낙산까지
오늘도 나는 먼길을 떠난다.
지난밤 카시오페아 왕비가
너무나 밝게 빛났던 법수치 계곡
한낮의 태양빛에 별들은 숨었지만
속살을 드러낸 계곡의 눈부심에
마음은 오히려 흐뭇하네.
*
바오로 형님과 나 그리고 띠동갑 희각 친구
이렇게 셋이서 그렇게 떠났다.
법수치 계곡을 거슬러 전후치 고개를 넘고
내처 양양 바닷가까지 달리려던 당초 의욕과는 달리
법수치 계곡 트레킹에 그치고 만 양양 울트라코스 답사여행이었지만
마음의 고향인 법수치를 다녀왔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스러웠다.
<석별의 정>
Auld Lang Syne은 작별을 뜻하는 스코틀랜드의 민요다.
한국어로는 작별이나 석별의 정이라고도 부른다.
스코틀랜드의 시인인 Robert Burns가 1788년에 지은 시와
작곡자 미상의 스코틀랜드의 전통 민요에서 비롯되었으며,
영미권에서는 묵은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으면서 부르는 축가로 쓰인다.
Auld Lang Syne은 스코트어로 '오랜 옛날부터(영어: old long since)'라는 뜻이다.
(나무위키)
Auld Lang Syne, The Irish Rovers (w/ lyrics)
https://youtu.be/XwkqYepulQ4
#베토벤_피아노_협주곡_5번_황제
#슈베르트_피아노소나타_20번
#드보르작_피아노3중주_4번_둠키
#크로스오버
#곽재구
#그_길_위에서
#울트라의_매력포인트_2023
#Do의_행복
#본책에_덧붙는_부록이라도
#11월은_모두_다_사라진_것은_아닌_달
<추억의 사진첩>
코로나 정국 3년 동안 긴 방학을 마치고
드디어 4년만에 찾은 성지순례 울트라의 출발점인 명동성당
울트라 패밀리와의 해후는 언제나 반갑고 신이 난다.
<우중주의 추억>
잠시 동안의 우중주는 나름 낭만 가득한 이벤트일 수 있으나
대회의 초반부터 골인할 때까지의 우중주는 만만치 않은 악조건임이 자명한 일
특히 미끄러운 산악구간을 달릴 때는 여간 조심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이제는 추억 속에 아련한 우중주의 순간들
손골성지 오르는 길에서 주로 감독관으로 나온 바오로 형님을 만났다.
나는 간단히 인사만 하고 다시 달리려고 하는데
형님은 잠깐 기다리라며 스마트폰을 꺼내어
비에 젖어 꾀죄죄한 백발노인의 모습을 포착하여 한 컷 찍어주셨다.
그동안 성지순례 울트라의 곳곳에서 응원을 아끼지 않았고
내가 중도포기할 때마다 등두드리며 격려를 하곤 했던 형님
문득 자상했던 형님의 생전 모습이 떠오른다.
자상했던 형님의 마지막 한 컷이 된 이 사진이
내게는 그 무엇보다 소중한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