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웅! 기합을 매뱉으며 배는 서서히 육지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섬으로 가는 길은 늘 설렌다. 섬은, 자신을 ㅂ여주기 전에 먼저 바다를 만나게 해주기 때문이라. 일엽편주(一葉片舟)에 의지해 미지의 섬으로 가는 길. 더구나 그곳은 멋진 암능이 기다리고 있다.
배 후미에서 뿜어나는 허연 거품 뒤로 삼천포의 와룡산(798m)과 고성군의 산줄기들이 아스라이 펼쳐진다. 배에서 바라보면, 육지의 산줄기들은 바다를 만나면서 일제히 잠수(潛水)에 들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산은 돌고래 헤어치듯 수면을 뚫고 섬으로 솟아난다. 방금 물에서 튀어나온 듯, 시싱한 섬이 배를 막아선다.
사랑도(蛇梁島)다. 사량도는 옥녀봉 능선의 기암들을 슬쩍 보여준다. 멋진 사량도 산행을 위해 젊음과 연륜을 두루 갖춘 멤버로 취재진을 구성했다. 진주 백두대간 산악회를 이끌어 가는 정상규씨(42세)를 대장으로, 지리신 성삼재에서 중산리까지 7시간 20분만에 주파한 성환수씨(49세), 역시 8시간 30분 걸린 박ㅎㅗㅇ관씨(37세,백두대간산악회), 경상대 강사인 윤매리씨(38세,경상대동창회산악회), 박미자씨(25세), 정정자씨(24세)가 그들이다.
사랑도-한려해상국립공원의 물뱀
날씨도 쨍! 소리가 나는 맑은 날이다. 사량도는 지도상으로 위에 있는 윗섬과 아랫섬이 서로 마주보고 있고, 그 사이로 동강(桐江)이 흐른다. 동강은 1.5킬로미터 거리인 두 섬 사이의 해협으로 오동나무처럼 푸르고 강처럼 생겼다 해서 그렇게 불려진다. 윗섬에는 지리산과 옥녀봉이 불끈 솟아있고, 아랫섬에는 칠현산이 일곱 봉우리를 펼치고 있다. 또 사량도 주변에는 대섬(죽도),노아도, 누에섬, 나비섬(잠도), 수우도 등의 섬들이 흩뿌려져 있다.
사량도의 지명유래는 뱀과 직접적인 관련을 맺고 있다. 섬에 뱀이 많이 그렇게 불렀다는 설과 이성계가 남해 금산에서 동쪼가다를 바라보니이무기가 바다를 헤엄쳐 가는 것 같다는 설, 그리고 어사 박문수가 고성군 하일면 문수암에서 이 섬을 바라보니 섬 두 개가 짝짓기 직전의 뱀처럼 생겼다는 설이있다.
배는 덕평 진촌마을에 차와 사람들을 부렸다. 우리는 산행 들머리인 돈지로 이동했다. 길은 부두 근처만 포장된 상태고 나머지는 비포장 흙길이다. 맙소사! 창 밖 풍경은 사량도 윗섬의 비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어떤 곳은 밭이 지리산의 7부 능선까지 올라간 것이다. 그러나 설은 지리산,옥녀봉 능선을 중심으로 피라미드형 구조를 가진 것이다. 섬이 곧 산인 셈이다. 돈지는 연못 모양의 아름다운 포구를 품은 마을이다.
돈지초교를 왼편으로 돌면 산행이 시작된다. 정상규 대장이 일반 등산로를 버리고 잡목 사이로 안내한다. 수풀을 헤치고 10분쯤 올라가니 슬랩 구간이 나타난다. 이곳을 오르면 주능선에 불게 된다. 네발로 붉은 색 슬랩을 오르는 재미가 쏠쏠하다. 능선에 오르면 사방으로 조망이 뻥 뚫린다. 동쪽으로 지리산과 옥녀봉 능선이 펼쳐지고 북쪽으로 육지인 삼천포와 고성 지역이, 서쪽으로 수우도가, 남쪽으로 아담한 대섬(죽도)뒤로 욕지도가 펼쳐진다.
달바위로 가는 아찔한 벼랑길
수우도는 해벽이 뛰어나 삼천포와 진주의 바위꾼들이 가끔 등반을 즐기는 곳이다. 자그마한 대섬은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이곳 대나무로 화살을 만들었다고 한다. 대섬은 가운데가 비어있고, 가장자리에 나무들이 빙 두루고 있다. 꼭 쌩덱쥐베리의 어린왕자가 살았던 혹성을 떠올리게 한다. 사량도 지리산은 처음에는 지리망산으로 불려졌다. 지리산을 조망하는 산이라는 뜻이다. 그러다가 현재는 망자를 빼고 그냥 지리산이라 부른다. 이것은 육지의 지리산에 비해 뭐가 부족하겠느냐는 자신감이 표출된 것으로 해석된다.
정대장은 지리산으로 걸음을 재촉한다. 청정해역이라 그런지 유난히 햇빛이 따가운ㄷ 성환수씨는 땀 한 방울 흘리지 않는다. 설상가상 박홍관씨는 몸이 안 풀린다고 투덜댄다. '자 시스터스'(비슷한 모자를 썼고, 또 이름 끝자도 모두 '자'로 끝나 기자는 속으로 그렇게 불렀다.)도 그 동안 어떤 단련을 했는지 지친 기색이 엇ㅂ다. 기자는 등이 흠뻑 젖었건만. 날은 맑았지만, 와룡산 너무 아스라이 보인다는 육지 지리산은 아쉽게도 보이지 않았다.
지리산 봉우리를 지나 전망 좋은 자리에서 점심 도시락을 풀었다. 지리산,옥녀봉 구간은 1979년 삼천포산악회 김봉호씨(48세)등에 의해 처음 개척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석란,풍란,춘란 등이 지천으로 피어나고, 멧돼지들이 득실 거렸다고 한다. 멧돼지들은 바다 건너 고성 땅에서 건너온 것으로, 3년전에는 일몰 직후 어스름에 해초를 쓰고 건너오는 걸 마을 어부들이 잡은 적도 있었다고 한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지만 모두 사실이다. 현재 윗섬에는 멧돼지가 없지만 아랫섬 대곡산 부근에는 30여 마리가 살고 있다. 달바위로 향한다. 30분쯤 지나자 옥동과 내지를 연결하는 고갯마루가 나타난다.
달바위(399m)는 거대한 암봉으로 불모산(拂母山)이라 불리는데, 사량도를 대표하는 가장 높은 봉우리다. 이곳부터 옥녀봉까지가 이번 산행의 압권이다. 가파른 암봉들을 오르내리는데 위험구간에 튼튼한 로프가 달려있다. "여긴 꼭 설악산 용아장성 축소판이구만"카메라 파인더를 들여다보던 서준영기자의 말이다.
사량도 최고의 전망대 옥녀봉
사량도 산행은 꼭 물뱀의 등을 타고 한려해상국립공원을 둘러보는 것 같다. 암릉 길을 걸으면 수시로 시야가 바뀌면서 다양한 바다 풍경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1시간 정도 지나자 가마봉 위에 섰다. 가마봉에서 내려가기 위해서는 20미터를 하강해야 하는데, 철다리가 놓여져 있다. 철다리는 경사가 몹시 가파르다.
앞을 보고 내려오면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다. 제작비가 많이 들더라도 경사를 완만하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옥녀봉은 이번 산행을 통틀어 가장 전망이 좋은 곳이다. 아랫섬 칠현봉은 손을 뻗으면 닿을 듯 하고, 동강 위에는 꽃잎처럼 배가 떠있다.
"참말로 호수같에" 그윽하게 동강을 바라보던 윤매리씨가 한 말이다. 서준영기자가 윤매리씨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자. "와 날 찍노, 아까부터 젊은 아가씨들만 찍더니!"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하염없이 앉아있고 싶은 옥녀봉을 다들 떠나기 싫은 눈치다.
이곳 풍경은 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이다. 하산 지점인 진촌마을이 점점 크게 다가온다 다시 철다리를 내려가는데, 향기로운 냄새가 난다. 둘러보니 바위에 하얀 꽃들이 붙어있다. 석란이다.
아직 살아있었구나! 경사 급한 해송 숲을 지나면 커다란 팽나무가 보이고 가게가 나타난다. 산행을 끝내 취재진 모두의 얼굴에는 생기가 돈다. 산의 정기를 가득 담은 것이다. 팽나무 그늘에 둘러앉아 시원한 맥주를 들이킨다. <글·진우석 기자 사진·서준영 기자>
배가 떠나는 삼천포(사천)와 통영이 기점이다. 사랑도에서 돈지까지 이동은 마을버스(김규송 055-6427155)를 이용한다.
삼천포 기점 / 삼천포 가는 버스는 서울(남부터미널 10시40분, 15시 20분 17시), 부산, 마산, 창원, 진주에서 운행한다. 사랑도는 삼천포여객터미널에서 일신 1,2호(055-832-5033,차량 승선 불가)가 06시30분, 14시 30분에 떠나고 40분 소요된다.
↑ 개념도
사랑도에서 삼천포행은 08시, 16시, 단체인 경우에는 남일포해수욕장에서 야영을 하고 아침에 배를 타고 가는 방법이 있다. 배는 일신호(055-832-5033)와 관광유람선을 부를 수 있다. 일신호는 50명 이하, 일료일 30만원, 그 밖에는 25만원을 받는다. 한편 고성군 춘암리 용암포에서는 다리호(055-673-0529,차량 승선 가능)가 운향한다. 주말과 공휴일은 수시운행, 평일은 용암포-샤랑 07:30,10:00, 12:00, 14:00, 사량-용암포 08:10, 10:40, 12:50, 14:50, 용암포로 가기 위해서는 삼천포 공용터미널에서 버스를 탄다. 07:00, 09:00, 11:00, 13:15, 15:30 18:20, 19:00
통영 기점 / 통영은 서울(강남, 남부터미널), 대전, 대구 부산, 마산, 전주에서 운행한다. 충청도와 전라도 방면에서 올 때는 진주를 경유하면 편리하다. 통영-사량은 1000사량호(055-647-0417)는 도산면 가오치에서 07:00, 09:00, 11;00, 13:00, 15:00, 17:00. 35분 소요된다.
사랑도 숙박은 진촌마을에 사량섬회의실가든(055-642-8091), 사량여관(642-6056), 대항쪽에는 대항비치여관(643-6020). 민박은 돈지쪽에 많다. 사량도 어촌계(640-6033), 바다횟집(642-7287),돈지에 우리횟집(644-9331)등에서 싱싱한 회를 먹을 수 있다.
5만분의 1 삼천포,통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