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72
부산에 가면 다시 너를 볼 수 있을까
고운 머리결을 흩날리며 나를 반겼던
그 부산역 앞은 참 많이도 변했구나
어디로 가야 하나
너도 이제는 없는데
최백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희끗한 머리에 청바지를 입고 가만히 서서 부르는 그 노래를 따라가면 달맞이 고개, 아무생각 없이 찾아간 광안리, 그때 그 미소가 그때 그 향기가 빛바랜 바다에 비춰 너와 내가 파도에 부서져 깨진 조각을들 마주 본다. 대학때 광안리 24시카페에 친구들이 갔다와서 자랑을 했었다. 바다에서 밤새워 놀 것처럼 불 타올랐다가 지치면 24시카페에 들어가서 아침해를 봤다고. 엄청 부러웠었다. 그 친구들은 지금 내 곁에 없지만, 나는 광안리에 왔다. 랑이랑. 백 날 글쓰기 시작하던 날, 포항 바다에 갔었는데 그때 생각이 났다. 시작하면 앞으로 갈 수 있구나.
잠깐만,
들린다, 파도소리,
아이들 노는 소리,
연인들의 사진 찍는 소리,
노부부가 걸어가는 소리,
남학생 둘이 물구나무 서기하는 소리,
내가 랑이 몰래 랑이를 찍는 소리,
저기 광안대교에 차 지나가는 소리,
소리소소소리들~
광안리 바다 모래는 손가락을 넣으면 스르르 흘러내린다.
모래가 곱고 매끄럽다. 랑은 무작정 모래 위에 앉는다. 나는 어떻게 할까 하다가 모르겠다. 그냥 앉았다.
광안대교를 바라보면 요트도 보이고 작은 배도, 서핑하는 사람도 광안대교 위에 구름도 보인다. 좋다. 사람들이 많았다.
북적이는 사람들의 소리가 그리웠던걸까. 파도에 데일 듯 말 듯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없다면, 모래 놀이 하는 아이들이
없다면 이 바다가 얼마나 적적할까. 바다물로 촉촉해진 모래 사장으로는 걷기에도 폭신하고 좋았다. 왔다가 갔다가
구름 한 번 보고, 건너 편에 카페들을 보고. 우리는 어디에 가서 커피를 마실까.
저기 일리 커피가 보인다. 깡통에 담긴 일리 커피를 좋아했었다. 옛날 생각하며 거기로 갔다. 아 넘 쓰다. 오전에 갔던
도시농부도코 커피는 짱 맛있었는데, 여기는 독한 커피다. 할 수 없이 물을 태우고 요거트 마카롱이랑 같이 먹었다. 카페
안에서도 광안리 바다가 잘 보였다. 이제 대구로 가야지 하고 나왔는데, 하늘이 구름들이 환상적이었다. 해가 지면서
뭐라 말할 수 없는 멋진 풍경이었다. 자연이 주는 감동, 감사하다. 마음이 벅차올랐다. 야외 테라스에 다시 앉았다. 그냥
갈 수 없잖아. 바로 앞에 차들은 얼마나 많은지. 차 소리, 사람 소리, 어디선가 노래 소리 다 괜찮다. 저 하늘이 저렇게
멋지게 있잖아.
첫댓글 날씨 좋은 날 좋은 곳에 좋은 사람과 함께 있었으니 완벽한 여행이었겠네요! 도시농부 커피가 맛있다는 정보 잘 외워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