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단지에 부임하면 대부분은 의욕이 넘쳐 있게 마련이다.
게다가 주변의 시선과 유, 무언의 압박으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장, 단점이 있고 가지고 있는 재능이 다르고 잘할 수 있는 일도 다르다.
하지만 평가자는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고 평면상에서 단순 비교하고 쉽게 재단을 하고 단정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처음 부임한 소장은 본인을 부각하기 위해 업무 파악을 마치기도 전에
위탁사나 입주자대표회의 또는 직원의 얘기만 듣고 판단하거나 무리한 요구에 따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결과가 좋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했을 때 자칫하면 전임자와 비교돼 덤터기만 쓰고 낭패를 당하기도 한다.
업무에서 상대가 없는 것은 아무래도 좋다. 혼자 결정하고 처리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을 일은 의욕이 충만해도 좋다.
하지만 상대방이 있는 업무는 상황을 충분히 파악하기 전에는 신중할수록 좋다.
처음 관리사무소장에게 정보를 주는 사람은
1-편향된 입장의 시각을 갖고 말할 개연성이 높고
2-대립한 상대의 의견을 듣거나 파악하지 않은 상태에서
3-선입견에 의해 진행된 업무는 후회를 남기는 때가 적지 않다.
필자 역시 이런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고, 그로 인해 낭패를 보기도 했으며 나의 경솔함에 땅을 치고 후회도 했다.
상대가 있는 업무에서 강하게 대한다는 것은,
상대에게 소리를 치거나 상대의 업무에 간섭을 의미하지 않는다.
업무에서 강하게 대한다는 것은 문서상으로 근거를 남겨놓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제든지 법적 대응을 할 수 있으므로 조심하라는 무언의 압박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업무에 대한 의욕은 자칫 경솔을 부르고 그 경솔은 나를 수렁에 빠지게 할 수 있으며, 때로는 오늘의 우군을 내일의 적으로 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기도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세상 대부분의 일은 큰 틀과 흐름이 있고 그 안에서 다시 세부적인 나눔과 흐름이 있게 마련이다.
그리고 일의 결과에 있어서 품질을 결정짓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것 즉, 가장 작은 단위의 업무를 얼마나 잘했는가에서 판가름 날 때가 많다. 하지만 이것은 업무수행에 있어서 일정한 수준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다. 관리자는 어떤 업무건 큰 틀의 흐름과 개념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 여긴다. 지금 하는 일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고 큰 흐름에 있어서 어디쯤 해당하고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파악하고 있을 때 비록 품질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원만하게 업무를 마칠 수 있기 때문이다. 각론에 있어 개별적 부분에 대해서는 높은 품질의 업무수행을 했다 하더라도 전체적으로 봐서 오류가 생기거나 높은 완성도를 갖지 못하는 것은 개념파악이 미처 되지 못한 상태에서 부분 업무에만 치중해서 일어나는 때가 많다. 그래서 필자가 업무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초보 소장에게 하는 조언은 초보 운전자에게 하는 말과 똑같다. 즉, 안전운전을 하려면 시야를 멀리 두고 전체를 보는 것이 중요한 것처럼 관리에 있어서는 업무에 대한 흐름과 개념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 집중하라고 한다. 그것이 습관이 되면 자연스레 좀 더 높은 수준의 디테일에 관심이 가기 때문이다.
‘신은 디테일에 있다’고 한다. 사소하고 작은 차이가 결과적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는 의미일 터다. 관리사무소 업무는 정해져 있는 것이 많아서 있느냐, 없느냐 또는 했느냐, 안 했느냐만을 따진다면 아주 엉터리가 아닌 한 누가 하더라도 많은 부분이 비슷하다. 하지만 막상 결과물을 대할 때 만족도는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어떻게 보면 10%도 되지 않을 작은 차이가 결과물을 대할 때 만족도를 90% 이상 좌우하는 것이다. 같은 내용의 말을 하더라도 말투나 작은 표현 하나가 상대방을 흡족하게도 하고 불쾌하게 만들기도 한다. 똑같은 내용의 문서라 하더라도 줄과 글씨의 간격, 글씨체와 크기의 일관성과 균형은 물론 철자법과 띄어쓰기 하나에도 만든 사람의 역량과 성의가 묻어 나오는 경우는 참 많다. 그럼에도 이런 사소해 보이는 것에는 무관심하고 무감각하게 대하면서 좋은 결과만을 바라는 경우가 많다.
비슷해 보인다 해도 명품과 짝퉁을 결정짓는 것은 작은 차이라고 여긴다. 그리고 그 작은 차이를 극복하는 것은 결국 상대에 대한 진정성 있는 배려와 이를 뒷받침하는 센스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믿는다. 디테일에 대한 관심은 큰 틀의 흐름과 개념이 정리되면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여긴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쉽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좀 더 알아보기 쉽게 만들까? 어떻게 하면 좀 더 편하게 해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