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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고 엮고 짜고 묶는 일의 달인들이다. 부절리 마을회관에서 멍석·맷방석·짚항아리 등을 만드는 할아버지들. |
[매거진 esc] 여행
전북 남원 부절마을·행정마을
고향이란, 시시때때 그립고 명절이면 마음이 먼저 달려가게 되는 곳. 고향 못 가는 이도, 대도시에서 태어난 이도, 고향에 눌러사는 이도 마음속 깊이 담아두고 사는 이름이다. 고향에 모이면, 정 나누며 이야기꽃 피우다가 둘러앉아 스마트폰 들여다보고 화투장도 후려치겠지만, 어쨌든 고향이란 이미 우리 가슴 깊은 곳에 자리잡은 마음의 집이자 몸의 뿌리가 아닐 수 없다. 설 앞두고 들러볼 만한, 고향 정취 은근히 풍기는 마을로 간다. 어르신들 둘러앉아 주고받는 이야기가, 푸근한 짚방석도 되고 먹음직스런 전통 한과로도 만들어지는 전북 남원의 두 마을이다.
전국의 짚·풀공예상 싹쓸이
노인들 소일거리가
쏠쏠한 수입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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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절리 들머리 논 가운데 우뚝한 갓바위. 걸어가던 바위가, 한 노승이 ‘바위가 걸어가네’ 하자 그 자리에 멈췄다고 한다. |
맷방석·망태 만들어 짚풀공예 상 싹쓸이 부절마을 달인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물론, 한가지 일에 ‘16년 동안’ 매진해야 하는 건 기본이다. 전국에 달인들이 수두룩하겠지만, 평생 매진해 왔으면서도 자신이 달인인 줄 모르고 사는 분들도 적지 않다. 남원시 산동면 부절마을은, 평생 매만져온 짚과 풀을 벗삼아 자신도 모르게 달인이 돼버린 분들이 사는 마을이다.
“시방 요것들이 그란게, 주문받아 팔고 남은 재고품이라요.” 짚풀공예체험관으로 들어서며, 마을 대표주민 최형식(77)씨가 방안 가득 널리고 쌓인 것들을 가리켰다. 방 한가운데 지름 5m20의 대형 맷방석과 크고 작은 멍석·방석들이 즐비하고, 벽면으론 망태기·똬리·짚항아리·짚신·소쿠리 들이 빽빽하다. 살펴보니 그저 소일거리로 만든 물건이 아니다. 정교하게 짜이고, 꼼꼼히 다듬은 흔적이 역력하다. 65~92살 어르신 25명이 머리를 짜내고 힘을 모아 전통 방식을 되살리는 한편, 기량을 갈고닦아 완성한 ‘작품’들이다. 이분들 짚풀공예품이 작품으로 불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짚·풀 공예품 솜씨를 겨루는 각종 전국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한 이래, 지난해까지 무려 60여회나 각종 대회 상을 휩쓸었다. 상을 받은 누적 인원이 130여명에 이른다. 이분들은 상을 받아도, 한두개 받고 만족하는 수준이 아니다. “우리 특기가 거시기, 싹쓸이여. 대회 때마다 상이란 상은 다 우리 마을이 독차지헌게로.” 불과 한달여 전인, 지난해 12월 열린 ‘한국 짚·풀 공예대전’(남도짚풀문화보존회·광주 동구문화원 주최)을 보자. 짚공예 부문 최우수상(주름망태와 짚항아리·최정진·72)과 풀공예 부문 최우수상(왕골 한지 멱둥구미 세트·최형식·77)을 비롯해, 우수상(5명)과 장려상(9명)까지 모든 부문의 상을 부절마을 어르신들이 싹쓸이했다.
실력을 인정받은 달인들은, 전국 지자체의 축제나 민속마을 행사에 단골로 초청된다. 최형식씨는 “축제, 가마니짜기·짚신삼기 대회 등 안 가는 곳이 없다”며 “지난해엔 한국민속촌, 하동 최참판댁 등에 이엉만 1천장(1장은 10m)을 엮어줬다”고 자랑했다.
체험관 건너편 마을회관 작업장 문을 열자, 짚·풀 향기 가득한 가운데 새끼 꼬고 멍석 짜는 어르신들 손길이 분주하다. 맷방석을 짜던 최동석(77)씨는 “지름 2m짜리 하나를 완성하는 데 꼬박 열흘이 걸린다”고 했다. 어르신들은 조를 짜, 짚과 왕골·한지·띠 등을 이용해 50여종에 이르는 각종 생활용품·장식품들을 만들어낸다. 대형 맷방석은 찜질방들에서, 망태·소쿠리 등은 한식당 등에서 많이 찾는다고 한다.
주문이 늘면서, 마을 노인회에선 질 좋은 볏짚을 생산하기 위해 논도 사들이고, 짚 보관창고도 만들었다. 지난 1월11일엔 전북도 지원으로, 체험관·전시관이 포함된 짚풀공예공동작업장을 개관했다. 노인회에서 초상집에, 죽은 이를 위한 짚신(사자신)을 삼아주면서 시작된 소일거리가, 이제 연 매출 1억원의 소득원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마을에선 짚풀공예 부문 ‘도 무형문화재’ 지정을 기대하고 있다.
예약하고 마을 체험관을 찾으면 어르신들 지도로 새끼꼬기·계란꾸러미 만들기 등 체험을 할 수 있다. 마을회관의 옛 생활용품 전시관과 마을 뒷산의 400년 된 소나무숲, 마을 들머리 논 가운데 우뚝 선 갓바위(관암)도 볼거리다. 올해 말까지 골목길 담벽을 전통 서화들로 장식해, 벽화마을로도 이름을 알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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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봉읍 행정마을의 180여년 된 서어나무숲.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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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마을 작업장에서 “청결 우선”으로 콩유과를 만드는 할머니들. |
할머니들 둘러앉아
수제 콩유과 만드는 행정마을
서어나무숲도 근사해
옛날식 수제 콩유과, 생김새 투박해도 맛은 최고 행정마을 부절마을이 할아버지 달인들의 손기술이 빛나는 마을이라면, 남원시 운봉읍 행정마을은 할머니들 솜씨가 돋보이는 마을이다. 지리산 둘레길 제1구간 끝자락이다. 본디 은행나무가 많았던 곳인데, 요즘엔 할머니들이 직접 옛날 방식으로 만들어내는 전통 한과 ‘콩유과’로 새롭게 뜨고 있다.
지난 24일 찾아간 행정마을 ‘농산물가공센터 작업장’. 흰 작업복에 모자·장갑·마스크까지 착용한 70~80대 할머니 10여명이 둘러앉아 콩유과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설을 앞두고 주문이 밀려 눈코 뜰 새 없이 작업에 매달려야 하는 시기란다. 찹쌀가루·콩가루를 섞어 막걸리로 발효시켜 만든 반죽을 다시 숙성시킨 뒤, 기름에 튀기고 말려 조청을 묻힌 다음 튀밥을 입히면 먹음직스런 콩유과(과줄)가 완성된다. 행정마을 정계임(50) 이장은 “재료 준비부터 건조까지 전 과정이 할머니들 손작업으로 이뤄지는 전통 수제 콩유과”라고 자랑했다.
쌀·찹쌀·콩 등 재료는 마을에서 생산된 것을 쓰고, 조청도 직접 고아 쓴다. 할머니들이 정성을 다해 “청결 우선”으로 만들어낸 유과는 생김새가 투박하고 크기·두께도 들쭉날쭉이다. 그래서 더 정감이 가는 콩유과를 한 조각 떼어 맛보니, 부드러운 질감에 강하지 않은 단맛, 고소한 콩가루 내음이 느껴진다. “단맛이 적어 질리지 않고 한없이 먹게 된다”는 게 콩유과영농조합 조만근(67) 대표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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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tip
콩유과 주문 배달도 가능
▣ 가는길 중부권에서 호남고속도로~익산분기점~완주분기점~순천·완주고속도로. 오수나들목에서 나가 남원 시내로 간다. 대전·통영고속도로~함양분기점~88고속도로~남장수나들목을 이용해도 된다. 주소: 운봉읍 행정리 155-3, 산동면 부절리 1922-2.
▣ 먹을곳 지리산 심원마을에서 3년 전 이전한 신촌동 심원첫집(063-632-5475)의 산채정식(1인 1만2천원). 주인이 지리산에서 직접 채취한 산나물을 말리고 염장해 20여가지의 나물 반찬을 낸다. 새집추어탕(063-625-2443) 추어탕(8천원).
▣ 묵을곳 어현동 관광단지 안 호텔 춘향가(063-626-0331) 평일 6만원부터, 관광단지 안 켄싱턴리조트 11만원부터(25평형), 산곡동 중앙하이츠콘도 평일 6만5천원(18평)부터.
▣ 부절마을 짚·풀공예 체험(새끼꼬기·계란꾸러미만들기 등) 3천원. 부절마을회관 (063)626-3876(011-9643-8401).행정마을 수제 콩유과 1㎏ 2만원, 1.5㎏ 3만원. 택배비 별도. 행정마을회관 (063)634-0939(018-221-7736). 행정마을에선 숲해설사의 서어나무숲 생태 해설(예약)을 들을 수 있다. 운봉읍 바래봉 자락에선 2월11일까지 눈썰매·얼음썰매·연날리기 등을 할 수 있는 ‘지리산 남원 바래봉 눈꽃축제’가 열린다. 남원시청 문화관광과 (063)620-61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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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 콩유과는 본디 각 가정에서 설을 앞두고 만들어, 차례상에도 올리고 이웃끼리 나눠먹던 별식이었다. 2년 전 전북 향토산업마을로 지정되면서 공동생산 체제를 꾸렸다. 지난해 겨울 꼬박 작업해 1㎏짜리 1천상자를 주문받아 만들었고, 이번엔 설 전까지 약 2천상자 생산을 예상하고 있다. 설 전까지 예약하고 마을을 찾아가면, 설명을 들으며 제조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행정마을의 자랑거리이자 중요한 볼거리가 근사한 서어나무 숲이다. 180여년 된 아름드리 개서어나무 60여그루가 우거진 숲이 사철 볼만하다. 뿌리가 약해 ‘누울 자리 보며 크는 나무’ ‘나쁜 사람을 보면 놀라 자빠져 죽는 나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잘 쓰러지는 나무라는데, 200년 가까이 견뎠으니 주민들이 그만큼 애지중지 잘 가꿔왔다는 얘기다. 마을의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마을 북쪽에 조성한 숲(비보림)으로, 2000년 ‘제1회 아름다운 마을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숲이다.
남원=글·사진 이병학 기자
첫댓글 지역 특산물. 그 전통을 살리고 이어가고 좋습니다 ^^
봉추는 짚공예를 꼭 하고 싶어했는데...칠장리가 그 유명한 복조리 마을이 있어 반가웠건만....
그로인한 마을의 불협화음이 있다는 소문이 들리는것 같아 조금 씁쓸했습니다...
농한기에 시간 보내기 좋은 우리 전통공예인데....거기에 소득도 된다면 금상첨화~~
허나, 소득은 쏠쏠할 만큼만~~~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