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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에 찔린 예수 화살에 꽂힌 신부
제3부 허무맹랑한 내맡김의 영성
20 나의 착각일까?
2010. 06. 22.
카페 ‘마리아처럼’1)을
사랑하고 자주 방문하는 사람들은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나의 착각일까?
나의 오만에서 비롯된 교만한 생각일까?
잘못된 생각일까?
거룩한 내맡김 영성이
하느님께로 나아가는 가장 탁월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나의 낮은 지식과 폭넓지 못한 사고에서 비롯된
단순 무지의 소산일까?
아니면,
내가 죽다 살아나서 그 영성에 매달릴 수밖에 없어졌기 때문일까?
그런데 참으로 이상하다.
나와 가깝던 사람들도 이 카페를 사랑하면
나만이 아니라 하느님과 더욱 가까워지게 되고,
이 카페를 멀리하면
하느님과도 멀어지는 생활을 하게 되니 말이다.
안 봐도 다 안다. ‘척’ 하면 다 안다.
하느님과 가까운 생활이란
성당 활동이나, 봉사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활동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하느님을 사랑하지 않으면’
그 활동은 하느님의 일이 아니라 자기 일이 된다.
자기 일을 자기가 재미있어 자기가 하는데
과연 하느님이 기뻐하시고 잘한다고 손뼉 쳐 주실까?
하느님을 진실로 사랑하는 사람들은 자기 뜻대로 살지 않는다.
오직, 하느님 뜻대로 산다.
성당 활동이나 봉사 활동에 미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보기 바란다.
자기 뜻대로 사는지, 아니면 하느님 뜻대로 사는지를 말이다.
게 중에는 하느님 뜻대로 살고 그렇게 살아왔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 사람과 대화를 나눠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낼 수 있다.
잘은 모르겠으나 아무래도 내가 ‘분별의 은사’를 받은 모양이다.
모든 일을 하느님 뜻대로 하면 ‘하느님의 일’이 되고,
자기 뜻대로 하면 ‘인간의 일’이 되는 것이다.
이 세상에는 자기가 자기 뜻대로 하면서
하느님 일을 한다며 밥 벌어 먹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한번 생각해 보자.
지금 이 지구상에서
하느님 때문에 먹고 사는 사람이 얼마인가를 말이다.
이슬람교도 하느님을 믿으니,
하느님 때문에 살아가는 사람이 이 지구상에 가장 많을 것이다.
이슬람교 12억 명? 가톨릭 11억 명?
동방 정교회 3억 명? 개신교 4억 명?
인구 60억 명 중 거의 절반의 사람들이 하느님 때문에 먹고 산다.
아니, 사실 이 세상의 주인은 하느님이시기에
다른 종파 사람들도 다 하느님 때문에 먹고 살아간다.
교황님을 비롯한 모든 성직자, 수도자는
아예 하느님께 목줄을 매달고 있는 사람들이고,
신자들도 허구한 날 매일 달라고 졸라 대고 있으니 말이다.
미사 예물 지향을
입학에, 승진에, 취직에, 건강 등에 두는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하느님을 자판기로 알고 있다.
한마디로 자기 혼자 까불고 있는 것이다.
이미 앞에서 고백했듯이 내가 그런 사람 중 가장 대표적 인물이었다.
아마, 나도 병病이 아니었으면 지금도 저 잘났다 여기며
그 모양 그 꼬락서니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 뻔하다.
하느님,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저에게 당신의 크신 은총, 병을 주셨음을!
하느님, 보잘것없는 저를 통하여 당신 마음껏 찬미 영광받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