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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그리스도와 함께하는 엘리야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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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테리 심령 이미지 스크랩 2012년 운명의 날(2012 Doom`s Day)
리뉴얼월드 추천 0 조회 27 12.10.17 14:38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출처] http://diarix.tistory.com/

 



10억 년 전에 그들이 이 행성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우연한 사건에 의해서였다. 그들이 지나쳐야할 워프(warp) 경로 근처에 있던 두개의 중성자별이 계산보다 너무 일찍 충돌하면서 감마선 버스트(Gamma-ray burst)가 발생했는데, 다행히 큰 피해는 없었지만 그들의 항로는 급격히 일그러지면서 탐사선이 원래 목적지와 상당히 동떨어진 은하의 외단 근처로 밀려나 버렸다. 그러나 그일은 그들에게 엄청난 행운을 안겨주었다.



은하만큼이나 밝아진 불꽃이 일렁이는 우주의 경이로운 쇼가 지나가고, 피신했던 얼음 가스행성(ice giants)에서 벗어나 현재 위치와 목적지로 향하는 새로운 경로를 탐색하려는 순간, 영원히 켜지지 않을 것 같던 탐사선의 삼색 경고등이 반짝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우주를 떠돌아다닌 2만년 동안 그들은 10만개의 항성과 그에 딸린 50만개가 넘는 행성들을 탐사했지만, 한 번도 저 경고등이 켜진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너무나 생소하면서 아름답게 반짝이는 경고등은 곧 주변 공간에 짧고 선명한 선들을 그려내면서 투명한 영상을 만들어 갔는데, 그것은 이곳 항성과 주변을 도는 여러 개의 행성들의 거리와 크기를 나타내고 있었고, 그 사이에 가스행성 옆에서 작게 반짝이는 탐사선 위치가 표시되어 있었다.

탐사선 근처에 있던 가스행성은 10여개의 위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행성을 비롯한 위성 모두는 투명한 회색으로만 표시되어 있었고, 그보다 안쪽 궤도를 그리는 여러 행성들 역시 크기가 제각각이었으나 모두 회색의 상태로 표시되고 있었다. 잠시후 홀로그램의 탐사선에서 붉은 선이 뻗어 나오더니 불과 40억Km 정도 떨어진 하나의 행성까지 이어지면서, 그 경로와 항행 시간 등의 정보를 표시하기 시작했는데, 잠시 후 그 도착지점의 행성은 옅은 회색에서 찬란한 녹색으로 바뀌어갔고, 다시 그 행성 부분이 확대되면서 행성에 관한 자세한 정보들이 표시되기 시작했다. 더 상세한 정보를 분석해 내기에는 행성과의 거리가 먼 편이었으나, 현재까지 분석된 정보만으로도 그들은 자신들이 그토록 오랫동안 찾아 헤매던 바로 그 행성임을 알 수 있었다.

탐색기가 가리키는 행성은 지금도 Great oxidation event(거대 산성화 사건)가 한창 일어나는 중이었다. 보통 우주 공간에 흩어져있던 거대한 규모의 분자 구름의 일부분이 중력 붕괴를 일으키면, 붕괴된 질량의 대부분이 중앙부에 집중되며 항성을 형성하는데, 이때 집중되지 않은 나머지 물질은 얇은 원반 모양의 원시 행성계 원반으로 진화하게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항성과 행성계에서 행성, 위성, 소행성 등에는 보통 60여 가지의 광물종만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후에 행성 내부의 화산 폭발과 물의 작용 등이 발생한다면 광물 종은 수백 종까지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우주에서는 인공적인 합성이 아닐 경우 광물종의 수는 이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매우 드물지만 수천종이 넘는 광물을 보유하고 있는 행성이 있다. 그들이 그렇게 오랜 세월을 투자해서 우주를 탐색하고 다닌 것도 바로 이와 같은 행성을 찾기 위함이었다.



이 행성은 자신들이 그토록 바라고, 모든 우주의 탐험가들이 발견하기를 염원하는 자원의 보고요, 같은 무게의 생명이며, 사막 속의 우물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행성 곳곳으로 보내진 소형 탐사체들이 채취한 샘플을 분석하여 표시하고 있는 메인 탐색기는 지금 우주에 흔하디흔하게 널린 광물이 아닌 4000여종의 복잡한 광물들을 유사 광물끼리 분류하는 중이었고, 다른 화면에서는 희소성 즉 자원적 가치를 기준으로 하는 목록과 추정되는 매장량 등이 표시되고 있었다. 그것은 놀라운 수치였다. 은하계 전체를 통틀어서 겨우 몇 곳에서만 발견되었다는 광물들, 너무 희귀해서 무한한 가치를 지닌 광물들이 무려 100여 종이나 발견되었고, 추정되는 매장량만도 지금까지 발견된 전 은하계의 매장량을 뛰어넘고 있었다. 이건 행운이 아니라 신의 축복이었다.

그들이 우주의 누비며 자신들이 바라는 자원을 지닌 행성을 탐색하는 주된 방식은 대기를 지닌 행성과 그 대기 중에 자유산소(O₂)가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가를 찾아내는 것이었다. 물론 대기가 존재했었으나 사라진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들이 보유한 정밀한 탐사기는 대상이 되는 행성에 천억km 정도까지만 근접한다면, 지표 깊숙한 곳에 남아있는 대기와 물의 흔적뿐만 아니라 주요 광물의 분포에 대한 정보까지 탐색할 수 있으나, 1조개가 넘는 행성들을 일일이 근접 탐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적당한 구역을 설정해 놓고, 원거리에서 한 번에 많은 수의 행성들을 훑어 나가며 기본적인 정보만 살피는 것이 일반적인 탐사 형태였다. 그런 후에는 소형 자동 탐사선을 하나 그 지역에 남겨놓아 그로 하여금 근접 탐사를 하도록 설정하고는 다른 지역을 향해 다시 탐사를 떠나는 방식을 취하고 있었다.

보통 한 지역을 탐사하는데 소모되는 시간은 대략 천년 정도인데, 우주 곳곳을 누비며 자원을 탐사하는 무리들이 셀 수없이 많지만, 몇 만 년 내에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우주에 수많은 생명체들이 존재하고 있음에도, 그 생물들 중에서 이 행성에서처럼 기본 광물을 오랜 세월동안 변화시켜 새로운 광물종으로 진화시킬 수 있는 생명체는 거의 없기 때문이었다. 십만 개의 행성에서 십만 종의 생명체가 탄생할 경우, 9만 9천 9백 9십 9종의 생명체는 현재의 그들과 비슷한 -근본적으로는 동일한- 무기성 생물이 되는데, 간혹 아주 드물게 유기성 생물이 나타나기도 한다. 유기성 생물은 무기성 생물에 비해 행성의 환경이나 우주의 변화에 매우 민감한 편이라서, 생명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작은 재난만으로도 모조리 몰살해 버리거나, 운이 좋은 경우라고 해봐야 기껏 1~5억년 정도를 넘기지 못하고 사라져 버리는 게 보통이었다.

또한 일반적인 우주 생물(무기성 생물)이 가변성이 적은 조직구조 덕분에 최소 10만년 이상의 수명을 가지는데 비해서, 유기성 생물은 엄청나게 짧은 수초~수년을 사는 게 고작이므로, 시간의 인지력부터가 다른 그들이 유기성 생물을 처음 발견했을 때의 신비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런 유기성 물질이 우주의 축복으로 절멸을 피해 수십억 년을 진화하게 되면, 개체가 다양해지다가 더 복잡한 다세포 상태로 변하면서, 다시 새로운 생체 메커니즘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항성에서 발출되는 빛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무기물을 흡수하여 유기물로 변화시키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광물이 조합되고, 또 자유산소가 방출되어 금속산화물을 출현시키며, 다시 그것에 의한 희귀한 광물 종들이 대량으로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들이 이 행성을 발견했을 무렵에 행성 표면의 상당 부분은 바다로 덮여있었는데, 그 바다에는 최소 15억년 이상을 번성했을 광합성 생물들이 바글거렸고, 조그마한 유기생물들의 생명활동에 의하여 대기와 바다에는 자유산소가 넘칠 만큼 풍부한 상태였다. 해양 깊은 곳에서는 미생물에 의한 황화물(sulfides)의 환원이 이뤄졌고, 오랜 세월의 번성을 반영하듯 그것들의 신진대사를 통해 생긴 점토 광물도 풍부했으며, 행성 전역에서는 거대한 규모의 산성화 즉 Great oxidation event가 벌어진 흔적으로, 다른 행성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적철석, 자철석, 티탄철석 등의 금속산화물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유기물의 진화는 곧 Mineral Evolution(광물의 진화)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탐사가 더 깊고 넓은 지역으로 확대되어 행성의 전반적인 정보가 밝혀지면서 행성의 생성시기가 35억 년 전이며, 유기생물이 나타난 것은 34억 년 전, 그러니까 이 유기 생물들은 무려 34억년 동안이나 멸종하지 않았으며, 나아가서 행성과 우주의 환경에 적응하면서 진화와 번성을 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알아낼 수 있었다. 거기다가 은하의 몇 몇 생성에서 겨우 화석 상태로만 발견되었던 다세포 유기생물도 비록 원시적이지만 화석이 아닌 살아있는 상태로 발견되었다. 유기물이 복잡해지고 다양해지고 번성할수록 새로운 광물의 종류와 생성량은 증가한다지만, 실제 우주에서 유기성 생물이 이 행성만큼 번성하고 오래 존속한 사례는 거의 없었으므로, 이 행성은 자원의 가치도 가치려니와 유기생물에 대한 학문적 가치 또한 무한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행성의 발견은 곧 은하 문명 전체에 커다란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무기성 생물인 그들에게는 원래부터 종의 진화라는 개념이 없으며, 그저 스스로 새로운 광물을 선택하여 흡수하므로 수만 년에 걸쳐 세포 조직을 재구성하는 형태의 자기계발형 진화만 있을 뿐이었기에, 새로 발견된 행성 유기체의 생존 능력이나 진화 과정도 놀랍거니와, 그에 의해 함께 진화한 다양한 광물종과 그 매장량도 경악할 수준을 넘어서고 있었다. 현재 추정되는 매장량만으로도 앞으로 십만 년 동안은 은하 문명이 필요로 하는 양분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으며, 행성의 유기성 생물이 번영을 지속한다면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생명의 샘을 얻은 것과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었다.

이제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그토록 오랜 시간동안 자원을 찾기 위해 생의 대부분을 우주에서 허비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또한 충분한 자원만 있다면 끊임없이 몸체를 재구성하여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도 있으므로, 이전처럼 제한된 자원에 인한 아사(餓死)는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이 행성에 최초로 취한 조치는 보호와 연구였다. 은하에 유일하다고 해야 할 만큼 유기물의 천국인 행성이 혹시나 자신들에 의해 오염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최소한의 장비와 개체만으로 행성과 직접 접촉하여 연구와 보호 활동을 하였고, 연구를 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어떤 경우라도 철저하게 자원의 채취를 금지시켰다. 그들은 강력한 보호 속에서 만년 가까운 시간동안 행성에 대한 지질학적, 생물학적, 우주지리학적인 정보들을 수집했고, 다시 만년 동안 채취한 생물들의 샘플을 이용하여 다양한 실험을 이어갔다. 그들은 이 행성과 가까운 두 개의 행성과 또 행성과 환경이 유사한 세 개의 위성에서 유기생물의 배양 실험을 하며, 인공적으로 유기물의 수명과 생존 범위, 번식능력 등을 조작하는 여러가지의 기술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기술적인 수준이 뛰어난 그들이라고 해도, 이미 35억년 동안 유전적으로 고유한 행성환경에 적응하도록 각인되어 있는 생명체의 근본 시스템까지 어찌 할 수는 없었다.



생물은 오직 이 행성의 환경 - 중력, 온도, 자력, 일조량, 대기, 위성, 기조력, 토양 등-에서만 살 수 있도록 토착화되어 있기 때문인지, 아무리 유사한 상태의 행성으로 옮기고 비슷한 환경을 제공해 주어도 몇 세대가 지나지 않아 일제히 유전적 고리를 잇지 못한 채 죽어버렸다. 물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이 행성과 거의 동일한 환경을 지닌 행성을 찾아내거나, 지리적으로 비슷한 위치 -항성과의 거리, 공전과 자전 주기, 위성과의 거리나 기조력, 태양풍의 주기와 강도, 은하 공전 주기, 성간 물질들의 유입량 등등-의 행성을 선택해 이 행성처럼 테라포밍을 해버리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우주의 귀하디귀한 광물들이 가득한 이런 행성의 조건을 단기간에 흉내 낸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단 한번이지만 그들은 모험을 하기도 했다. 행성에서 가장 진화한 형태의 다세포 생물이 지닌 유전적 장점과 이 행성에는 존재하지 않는 무기성 생물만이 가지는 특성인 '견고한 분자구조'를 적절히 조합한 신종의 생물체를 만들어 배양하고, 비슷한 환경에서 충분한 실험을 거친 후에 행성의 일부 지역에 직접 방목시켰던 것이다. 이 생물은 석영과 산화물과 키틴(chitin)을 기본 재료로 사용하는 구조의 조직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유기체에 비하여 활동성은 떨어지지만 무기성 생물의 특성을 이어받았기에 상대적으로 긴 수명을 지니고 있었다. 다 성장한 신종 생물의 크기는 그때까지 행성에 존재하던 어떤 생물보다도 거대한 50cm~1m에 육박할 정도였다. 그것은 그들의 기대대로 큰 문제없이 번성하기 시작했고, 그들은 다양하게 변형된 새로운 패턴의 생물들을 지역의 환경에 맞도록 개발하여 행성 곳곳에 파종하였다.

그런데 이 신종생물의 확산을 본격적으로 준비 중이던 중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신종생물이 알 수 없는 이유로 토종 생물들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종 생물은 기본적으로 광합성과 흡입 기관을 통해 무기물로부터 양분을 흡수하여 생존해 나가는 형태로 만들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몇 몇 개체에서 변화가 시작되더니 토종 생물을 흡수(포식)해서 양분을 취하는 형태로 돌변해 버렸다. 그리고 순식간에 이런 돌연변이 형태의 개체가 급증하더니 천년이 지났을 무렵에는 더 이상 기본 형태의 신종 생물은 남아있지 않았다. 다시 만년도 지나기 전에 변형된 신종 생물은 해양 전역에서 무서운 속도로 개체수를 늘려버린 상태가 되었으며, 이들에 의해 스트로마톨라이트(stromatolite)에서 층을 이루고 번성하던 단세포 생물의 75% 가량이 잡아먹혀서 멸종 직전에 이르게 되었다.

그들도 많은 방법을 통해 이것을 막아보려고 노력했지만, 무수한 숫자의 생물들을 포획한다거나 확산을 방지하는 것은 그리 쉬운 작업 아니었다. 그들이 감소시키는 신종 생물의 개체수보다 늘어나는 개체수가 월등히 많았다. 게다가 점점 변형된 생물들이 기본 모델과 달리 크기마저 작아지면서 토종 생물과 여러 면에서 유사성을 가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선별적인 포획은 더욱 어려워졌고, 무리하게 멸종시키려 할 경우, 자칫 토종생물 전체의 생존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있었기에 그들은 섣부른 자신들의 실수를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문제는 의외로 쉽게 해결되었다. 멸종직전까지 내몰렸던 토종생물들이 어느 날부터 변형된 신종 생물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꼭 공격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처음에는 광합성을 하는 토종 생물들이 신종 생물의 표면에 달라붙어 기생(parasitism)하는 정도의 현상이 관찰되었고, 몇 세대가 지나자 몇 종의 토종 생물들은 아예 신종 생물 몸체에 고착(sessile)하여 사는 형태를 취하기 시작했고, 점점 신종 생물에게만 고착해 사는 생물의 종류가 늘어났다. 그리고 다시 몇 세대가 지나자 놀랍게도 신종 생물에게서 새로운 변화가 발생했는데, 그들은 자체적인 광합성을 포기하고, 스스로 양분을 섭취하는 기능마저도 사라져, 오직 자신의 몸에 고착된 유기생물에게서 영양분의 일부를 얻어먹고 사는 공생(symbiosis) 관계로 발전해 버렸다. 원래의 설계된 것은 동물성 생물이었는데, 점차 행성의 환경에 적응하며 토착화하더니, 결국에는 개성과 활동성이 완전히 사라진 원시 지의류(lichen)로 퇴화해 버렸고, 그마저도 이후에 속속 등장하는 행성 고유생물에 의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이 사건을 계기로 그들은 자신들의 작은 개입이 행성의 환경에 엄청난 변화를 줄 수도 있음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그 사건이 다시 전혀 다른 일의 시발점이 되고 있음을 확인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훗날의 일이지만 토종 유기 생물들은 놀라울 만치 주변 정보를 민감하게 받아들였고, 일억 년도 지나지 않아 인공적으로 만들어졌던 신종 생물의 모든 정보를 흡수해서, 스스로 새로운 생물로 진화하는데 필요한 발판으로 삼았다. 그들이 만든 신종 생물은 퇴화에 퇴화를 거듭하더니 유전적인 정보를 토종 생물들에게 고스란히 빼앗긴 후에 전멸해 버렸지만, 그것이 가지고 있던 활동성과 조직 구조와 번식에 대한 유전코드를 축적하고 있던 여러 생물들은 그 코드를 환경에 맞게 변형시키려는 시도를 꾸준히 하더니, 마침내 4억년 후에 폭발적으로 새로운 생물들을 탄생시키기 시작했다. 어쨌든 그들의 실패한 시도(failed experiments)에디아카라 동물군(Ediacara fauna)이라는 수수께끼 같은 화석이 되어버렸지만, 행성 생물들에게 커다란 유전정보를 제공하여 캄브리아기의 대폭발(Cambrian explosion)의 계기를 마련해 준 것은 분명하다.

결국 그런 실패 아닌 실패를 경험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보존과 채취, 즉 보존을 우선하면서 유기체들의 생존과 번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소한의 자원만 채취한다는 것이었다. 행성을 발견한지 3만년 만에 겨우 행성 진로에 대한 문명체 연합의 행동 방향이 결정되자, 지금껏 그 결정을 간절히 기다려 왔던 문명체들에게 자원을 공급하기 위한 본격적인 작업이 시작되었다.

행성에서 채취한 자원을 가공 정제하기 위한 대규모의 시설은 행성과 38만km 떨어진 곳에서 공전하고 있는 위성의 내부에 만들었고, 행성계의 최외곽에는 문명의 수도로 자원을 전송하기 위한 고속도로 게이트가 건설되었다. 이제 우연히 발견된 하나의 행성 덕을 본격적으로 보게 되는 것이고, 그 덕분에 그들은 영원불멸에 가까운 삶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5억년이 흐르는 동안 그들은 은하의 회전과 별들과 블랙홀의 관성을 이용하는 새로운 중력항법을 개발하였고, 그를 바탕으로 자신들의 탐사 영역을 이웃 은하까지로 넓히며 그곳에 존재하는 고유한 외계 문명체와의 만남도 이룰 수 있었다. 탐사의 목적은 과거처럼 자원 탐색이 아니었고, 개체의 종결이라는 극단적인 상황에 좇기는 긴박한 상태도 아니었다. 이제 그들의 탐사는 오직 순수한 우주애와 그를 실현하기 위한 학문적인 접근일 뿐이었다. 여러 은하의 문명들과 교류하면서 그들이 알게 된 사실은 어느 은하를 막론하고 보편적인 생명체는 무기성 생물이라는 것이었다. 우리 은하와 마찬가지로 유기성 생물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은 일부의 원시 행성에서나 살고 있으며, 그 존속기간이 너무 짧아서 그들에게 필요한 자원을 공급할 만큼의 광물적 진화를 이끌어 내지 못하고 있었다.

부족한 자원 때문에 충분한 진화를 이루지 못한 이웃 은하의 문명들은 기술적인 문제보다는 유한한 수명 문제로 외계 은하로의 항해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있어 선명하게 완전체로 성장한 그들은 선망의 대상이었고, 또 자신들을 구원해줄 선지자와 같은 존재였다. 그들은 아낌없이 자신들의 정보를 이웃 문명에게 전수해 주었고, 수억 년 가까이 수집하고, 연구하고, 보완해 왔던 유기생물들의 샘플들을 나눠주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만년 동안 은하 곳곳을 신중하게 탐사해서, 만 개의 행성을 후보지로 선택하였고, 다시 검토에 검토를 거듭해 천 개의 행성을 최종적으로 선정하고는 그곳에 일제히 생명의 씨앗을 심었다. 십만 년이 지나자 그 중의 백 개 행성에서 만족할 만한 발아가 이루어졌고, 다시 십만 년이 지나자 열 개의 행성에서 복잡한 상태의 생물들이 자연발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일억 년 후에는 3개의 행성에서 유전적으로 완전히 새롭게 설계되었던 유기생물들이 자연 진화를 하며 번성하였고, 그에 따른 효과를 증명하듯 거대 산성화 사건(Great oxidation event)이 시작되고 있었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곧 우주의 많은 은하에서는 자원을 만드는 유기물의 씨앗이 뿌려질 것이고, 20억년이 지나지 않아 전 우주는 기아(飢餓)가 없는 행복한 세상이 될 것이다.

최초로 이 행성을 발견한 때로부터 정확히 10억년이 지났다. 현재 우주에 존재하는 생명체는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는 무기성 생물, 즉 무기체로 우주에서 자연 발생하는 생물의 대부분이 이에 속한다. 그리고 이들 무기체는 우주가 원래 하나에서 출발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놀라울 만치 닮아서 외형적 차이를 빼면 거의 이복형제라고 해야 할 수준이다. 두 번째는 유기성 생물인데 매우 희귀해서 개체수와 거주 행성의 수를 따지자면 전 우주 생물의 0.0001%도 되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의 다양성을 따져보면 우주에 바글거리는 무기성 생물의 일억 배가 넘는다.

그러나 우주 곳곳에서 보호받고 양육되고 있는 유기체 행성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느 은하의 어느 행성을 가더라도 외형적으로나 본질적으로나 아주 흡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이 모든 유기체의 근본적인 고향이 같기 때문이다. 10억 년 전에 처음 발견했던 유기체의 천국으로 불리는 행성 지구는 이제 우주의 모든 유기생명들의 고향이자 신기원(新紀元)이 되어있다. 비록 지구에 번성하고 있는 십억 종이 넘는 생물들은 알지 못하지만, 그들과 같은 조상을 지닌 수없이 많은 유기체들이 우주 곳곳에서, 수적인 면에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무기체들의 열렬한 성원을 받으며 안정적 번영을 누리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우주의 문명 연합체들은 지금 유기체들의 출발지인 지구를 주시하고 있다.



5억 4200만 년 전 지구에서는 그들이 제공했던 원인에 의한 유전적 오염치가 극에 달하며, 마침내 생물의 대폭발(Cambrian explosion)이라고 할 만큼 수없이 많은 종의 생물이 갑작스럽게 출현했는데, 그로부터 지금까지 유기체들은 원시 조상들이 40억년 동안 이룬 진화보다 더 극적인 진화를 단기간에 거듭하더니, 최근에는 우주의 문명체들이 감탄을 토할 만큼 정교하고 섬세한 생물종 하나를 만들어 놓았다. 인류(人類, mankind)라고 이름붙인 그 생물은 미지의 것에 대하여 두려움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호기심이 가득한 눈동자를 반짝이며 빠르게 정보를 축적해 나갔으며, 백만 년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만에 지표면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환경에 대한 빠른 적응력과 극복 능력을 지녔으며, 다시 백만 년도 지나기 전에 우주와 자아에 대한 의문을 품는 지적인 존재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인류가 복잡한 기관을 개발해 사용하는 '제1단계 수준의 문명'을 넘어, 스스로 행성의 대기권을 벗어나는 '제2단계 수준의 문명'으로까지 발돋움하는 데는 불과 천년의 시간 밖에 걸리지 않았다. 그들이 보기에 인류는 불가사의한 가치를 지닌 존재였다. 그들의 기준으로 볼 때, 지구라는 행성이 무려 45억년동안 생물의 진화의 원동력이고 최종적인 목적으로 삼았던 것은 희귀한 광물종의 생산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전까지는 생물의 번성에 따라 소비되는 광물보다 생산되는 광물의 비율이 높았는데, 인류라는 종족이 출현한 이후에는 그것이 크게 역전이 되어서, 인류라는 단일 종족이 소비하는 광물의 양은 단위시간당 백만 배, 즉 인류가 1년에 소비하는 자원의 양이 지구의 모든 생물들이 100만년 동안 생산하는 양과 동일하다는 것이다.

인류의 번성이 이대로 천년만 더 지속된다고 해도, 지구는 -그들이 발견한 이래로- 10억년 동안 축적했던 자원을 모조리 허비해 버리는 것이다. 하나의 은하에 존재하는 수많은 문명체들이 백만 년 동안 사용할 자원을 불과 몇 억의 인류가 일 년 만에 써버리는 것을 지켜보는 그들은 '인류말살'이라는 극단적 수단에 대해서도 심각한 갈등을 느껴야 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지나칠 정도로 지성적이고 이성적인 존재들이었기에 진정한 지구의 자손인 인류를 지켜보기만 했고, 명확한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 사라지는 자원을 안타까워 할 뿐이었다. 다행인 점은 우리 은하의 몇 몇 행성에서도 이미 성공적으로 유기체를 배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지만, 본격적으로 자원이 생성되기까지는 5억년이 더 지나야만 한다.

인류는 지혜의 눈을 뜨자 축적된 정보를 바탕으로 우주에 대한 본격적인 도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인류가 가장 먼저 의문을 품은 것은 자신들의 행성을 공전하는 위성, 달이었다. 달의 질량과 밀도, 공전과 자전 주기, 조력과 크기 등을 면밀히 계산하고는 '자연적이지 않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들에 의해 건설된 자원 정제 시설이나, 2억6천만 년 전의 경험을 바탕으로 지구의 생물을 우주의 재난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설치한 방어막의 주시설물들이 모두 달의 내부와 어두운 부분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곧 인류는 자신들이 가진 의문을 일부를 해결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들은 지구에 대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하며, 지구의 희소성을 내세워 심각한 요구를 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성으로 똘똘 뭉쳐진 문명체 연합에서 한창 고민에 빠져있을 때, 지구로부터 의외의 희소식이 들려왔다. 지구에는 동서의 대륙을 중심으로 번성하던 두개의 문명 대치하고 있었는데, 호전적인 기질을 가진 한 문명의 도발로 전쟁이 발발했고, 그 전쟁은 이내 대륙 전체에 퍼져있던 중소규모의 문명으로까지 번지더니, 점차 서로가 돌이킬 수 없을 만큼 거대해졌고, 마침내 그들이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를 이용해 서로의 문명 대부분을 바다 속으로 가라앉혀 버린 것이다. 그 충격의 여파로 말미암아 지구는 두개의 대륙이 사라졌고, 이어서 극심한 빙하시대가 도래하며 상당수의 고등 생물들이 멸종을 맞이했지만, 인류라 불리는 존재, 즉 문명의 칼을 지니고 자원을 허비하던 무리의 대부분은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고 사라져 버렸다.

우주의 많은 문명인들은 이 사실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참다운 우주애(宇宙愛 cosmosism)를 가진 지성적 존재들인 그들에게도, 인류는 너무나 비이성적인 존재로 생각되었고, 지구라는 행성 스스로가 인류를 주인으로 선택한 자체가 명백한 실수일 것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인류가 지닌 그런 품성의 일부는 고대에 있었던 자신들의 관여에 의한 것일 수도 있으므로,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회의와 자숙을 하며, 소수 살아남은 인류의 무리에 대해서는 일체의 관여를 하지 않기로 했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사실이 밝혀지며 상황이 급변하게 되었다. 10억년 동안 은하와 이웃 은하의 수없이 많은 문명의 주체들에게 마르지 않는 자원을 공급해준 유기체들의 최종 진화 상태인 인류의 자멸에 의문을 품은 지성단체에서, 전쟁 발발에서부터 진행과 결과의 모든 과정을 면밀히 조사하던 중에 외부의 개입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인류 멸종에 대한 의문은 아무리 인류가 비이성적이고 호전적인 면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이와 같이 서로가 깡그리 멸망할 때까지 전쟁을 지속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데서 시작되었다. 사건을 파고들수록 전쟁이 발생한 시점에서도 여러 가지 의혹이 나왔는데, 인류의 두 문명은 아틀란티스(Atlantis)라는 완충지대까지 설치하고 서로 대립보다는 경쟁 상태를 유지하려 했었다. 결국 이들 사이의 균형을 무너뜨린 원인을 자신들 중 일부에서 고의로 제공한 것임이 밝혀졌다.

즉 그들은 두 문명 중 온건적인 한 문명에 우연을 가장해 미지의 기술을 전수하고, 그것을 은밀히 호전적인 문명이 알게 하면서, 그 과정에서 상당한 위기감을 가지도록 치밀하게 공작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전쟁이 소강상태에 들거나 한쪽이 일방적인 우세를 보일 때마다, 적당한 수준의 기술을 열세인 문명에게 전수하여 항상 팽팽한 균형을 이룬 전쟁을 지속시켰던 것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인류가 비록 대기권을 벗어날 수 있는 기술력을 지녔지만, 주변의 피해를 거의 주지 않고 목표한 대륙만을 침몰시킬 정도의 기술력을 갖추지 못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류는 마지막 멸망하는 순간까지도 가능하면 주변 환경과 자원의 파괴를 극히 꺼린 듯, 매우 조심스럽게 공격 범위를 설정했었다. 그에 대한 해답은 정황 증거만으로도 외부문명의 개입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문명 연합체에서는 인류 멸망에 대한 책임과 보상의 일환으로 하나의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지난 시간동안 인류 문명이 보여주었던 지적 능력과 발전 속도 등을 고려하여, 생존한 백만 정도의 인류가 다시 독자적인 문명을 일으킬 때까지의 기간을 설정하고, 그 기간 동안 우주의 어떤 문명도 지구와 인류에 대한 일체의 간섭과 개입을 중단하고, 자원의 채취도 완전히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문명을 재건했건 못했건 그 설정 기간이 지났을 때, 지구의 대표인 인류 앞에 그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인류 스스로에게 '선택할 권리'를 주기로 했다. 그때 인류가 해야 할 선택은 지성적인 우주 문명체에서 오랜 시간동안 지켜본 인류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인류의 미래에 대하여 제시하는 두 가지 길 중에서 한 가지 길을 택하는 것이다.

즉 지구를 담보로 맡기고 그들이 인류를 위해 건설해 둔 새로운 문명의 세계로 갈 것인가? 아니면 우주 유일의 유기 문명족으로 지구에 남을 것인가? 둘 중 한 가지 길만 선택할 수 있다. 전자라면 은하의 모든 문명으로부터 감사와 환영을 받으며, 유기 생물의 기원이라는 영광의 타이틀도 영원히 누릴 수 있을 것이다. 후자라면 그들은 즉시 인류 앞에서 사라지고, 인류를 철저히 외면할 뿐 어떤 관여도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인류는 우주 유일의 유기체의 문명이므로 자멸할 때까지 다른 어떤 문명과도 교류하지 못한 채, 우주를 외롭게 떠돌다가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있으므로 인류가 멸망한 후에는 아무런 죄책감을 가질 필요도 없이, 주인 없는 행성 지구를 차지하면 되는 것이다. 인류는 내버려두면 스스로 쉽게 멸망할 만큼 위험하고 충동적인 종족이므로 오래 기다릴 필요도 없을 것이다.

영원한 비밀도, 사라지지 않는 지식도 없다는 말처럼 그들의 약속은 자신들끼리의 비밀로 남지도 못했지만, 온전히 인류의 후세들에게 전해지지도 못했다. 고대 문명의 아련한 기억을 이어받았던 몇 몇의 잔류 문명들은 다른 모든 것을 잊어버리더라도 그들이 설정한 기한, 즉 인류에게 주어진 시간만이라도 잊지 않기 위해, 그것을 세기고 기록했지만, 그 이야기들은 그저 전설처럼 떠돌다가 그림으로, 문자로, 혹은 조각이나 거석으로 이어지다가, 그마저도 대부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때 그들이 정한 기한은 2만년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약 2만 년 전에 있었던 사건이었다. 아니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고 있지만, 정확히 3년 반이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종말이 아니며 선택을 위한 운명의 말인 것이다. 그리고 기회인 것이다. 어차피 지구의 주인은 인류이므로 우리는 선택을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그 때까지 지구를 훼손하지 않고 그 가치를 보존해야만 하는 것이다.

곧 그들이 찾아올 것이고 우리는 선택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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