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 명상과 상담자
2)상담자 자기성찰과 마음챙김
상담자, 내담자, 그리고 상담자와 내담자의 관계라는 상담의 세 가지 구성요소 중에서 상담의 성과에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인식되는 것은 상담자이다(김영근, 2013; 박정민, 유성경, 2007, 손은정, 유성경, 심혜원, 2003; Corey, 2013; Skovholt, 2001). 그리고 상담자가 전문성을 발휘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도구는 상담자 자신이다(손진희, 2002; 유성경, 2018, p.137; 이장호 외, 2008; 이형득, 김계현, 1999; Corey, 2013, p.17; Skovholt, 2001). 유성경(2018, pp.136-190)은 치료적 도구가 되는 상담자를 내담자가 연주할 수 있도록 자신을 내어주어 공명하는 악기로, 과학과 실무의 연결자로, 지식과 경험을 매개하는 도구로 제안하면서 상담자의 자기성찰과 관계전문가로서 개인적 삶과 전문적 삶의 통합을 강조하였다.
상담자 전문성 발달에서 상담자 자기성찰은 핵심적인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유성경, 2002; Nelson & Neufeldt, 1998; Skovholt & Rønnestad, 1992; 손은정, 유성경, 심혜원, 2003에서 재인용; Skovholt, 2001, p.255). 상담자 자기성찰이란 '상담자의 주의와 사고의 내적과정으로서 내담자와 상담자 사이의 역동이나 상담회기 안에서의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상담자 자신의 행동, 정서, 사고를 점검하는 활동이다(Neufeldt, 2004; 정희선, 2017에서 재인용).'
상담현장은 문제에 대한 규정과 해결책이 불분명한 상황일 때가 많으며 상담영역은 "불확실한 실천의 영역(김진숙, 2005)"으로 상담자는 상담 과정에서 이론적 틀로 내담자를 이해하는 것과 '지금-여기'의 불확실한 경험 사이의 역동적인 통합을 해야 한다(유성경, 2018, p.164-165). 이러한 불확실한 상황에서 전문성을 개발하기 위한 대안으로 Schön(1983)은 성찰적 실천을 제안했다(김진숙, 2005에서 재인용). 성찰적 실천이란 "전문가가 자신의 실무행위에 대해 스스로 질문하고 검토하고 숙고함으로써 현실세계의 불확정한 문제상황에 능숙하게 대처하는 데 필요한 실제적 지식과 이론을 구축해나가는 과정을 말한다(김진숙, 2005)."
김진숙(2005)은 성찰적 실천 능력의 개발을 위한 상담자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였다. 상담자의 자기성찰 교육은 셀프 수퍼비전의 역할을 할 수 있다(손은정, 유성경, 심혜원, 2003). 상담자 자기성찰 경험을 중심으로 상담자 전문성 발달 과정을 현상학적으로 분석한 결과 '상담자로서 적합성을 고민하며 불안과 혼란을 느낌', '의식하지 못했던 자기문제가 자각됨', '불편함을 버티어 내며 새로운 시도를 함', '다양한 수련 과정에서 문제회복의 반복적 노력을 통해 자기신뢰가 형성됨', '관점의 한계를 넘어 의미가 재발견 됨', '자기에 대한 수용이 타인의 수용으로 확장됨', '일상과 상담에서 자기다움의 태도를 체화해 나감'으로 상담자 자기성찰 경험의 본질을 '상담자에게 요구되는 이상화된 외적 가치 기준을 주체적으로 통합하고 확장해 나가는 현상으로 자기의 개념을 재구성해 가는 것으로 보았다(고윤희, 박성현, 2014).
상담자 자기성찰은 상담자 발달에서 상담자 성숙도 역량 중의 하나로(정문주, 조한익, 2016) 상담자 전문성 발달의 핵심 기제로 나타났다(최현국, 2020). 또한 상담자 자기성찰을 상담전문가의 조건 중 인간적 자질로 보기도 한다(안수정, 안하얀, 서영석, 2021). 상담자 전문성의 관점이 발달, 자질과 역량으로 다르더라도 상담자의 자기성찰을 강조하고 있다(유성경, 심혜원, 2005; Skovholt & Rønnestad, 1995).
Cozolino(2016, p.24)는 근본적으로 자기성찰 능력과 마음챙김을 동일하게 보았으며 유성경(2018, p.171)은 상담자의 자기성찰과 사회인지적 마음챙김과의 관계가 깊다고 하였다. 자기성찰을 지속적으로 적용하기 위해 명상 수련이 도움이 된다고 보고하기도 하였다(고윤희, 박성현, 2014).
3)상담자 알아차림과 마음챙김
현대 심리학 분야의 창시자인 윌리엄 제임스는 100여 년 전에 흔들리는 주의력을 일정한 목표에 반복적으로 되돌리려는 알아차림 연습이 마음을 위한 '탁월한 교육'이 될 수 있다고 제안했다(Siegel, 2018/2020).
'알아차림(awareness)'이란 모든 사람에게 일반적으로 일어나는 정신적 현상으로(박현숙, 2016) 지금-여기에서 드러나는 경험의 내용에 주의를 집중하는 능력을 말한다(Hoffer, 2015/2018, p.224). 알아차림이라는 용어는 학문적ㆍ일반적으로 통찰, 이해, 자각, 공감, 지각 등의 개념과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으며 이 중 자각이 알아차림과 관련해서 가장 유사하게 사용되고 있는 용어이다(손진희, 2002; 박현숙, 2016). 그러나 자각은 초점의 대상이 인식자에게 보다 집중되어 있는 개념이기 때문에 충분히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하기에 힘들다는 손진희(2002)의 제안으로 본 연구에서는 '알아차림'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한다.
상담 및 심리치료의 여러 이론에서 알아차림을 강조하고 있다. 정신분석에서는 상담자와 내담자 자신에 대한 알아차림을 증진시키는 것이 치료의 도구이자 목표가 된다(Fenigstein, Scheier, & Buss, 1975; Epstein, 2007, p.139에서 재인용). Freud(1912)는 내담자뿐 아니라 상담자 내부 경험에 대해서도 '고르게 떠 있는 주의'를 가지고 알아차려야 한다고 했다(Epstein, 1984에서 재인용). 상담자 자신에 대한 알아차림은 상담자 자신의 무의식적인 사고, 동기, 방어들을 인식하게 하는데 이와 같은 상담자 자신의 주관적인 경험에 개방적일 수 있는 능력과 내담자의 심리적 상태를 알아차리는 능력은 정신분석 문헌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Epstein, 1999; Epstein, 2007/2017, p.139).
알아차림은 인간중심 이론에서도 중요하게 부각되는 요인으로 Rogers(1961/2007)에 의하면 완전히 기능하는 사람이란 자신의 지각된 경험에 방어적으로 대하지 않고 경험에 끊임없이 개방성을 지니며, '지금 여기에서' 매 순간마다 충분히 사는 사람이라고 하였다. 즉, 완전히 기능하는 사람이란 자신과 타인이 하는 경험에 대해 알아차릴 줄 아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게슈탈트 상담이론은 알아차림에 대해 가장 포괄적이고 심도깊은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게슈탈트 상담이론에서 알아차림은 자신이 하는 일을 관찰하고 자신의 사고, 감정, 신체감각이 어떤지를 인식하고 깨닫는 과정이다(Passons, 1975). 게슈탈트 상담이론에서는 알아차림 그 자체가 바로 치료적일 수 있으며(Perls, Hefferline, & Goodman, 1951) 알아차림이 게슈탈트 상담의 유일한 목표이자 필요한 모든 것으로 보기도 한다(Simkin & Yontef, 1984). 게슈탈트의 알아차림과 마음챙김 명상에서의 알아차림은 공통점이 많은데 이는 게슈탈트 이론이 실존철학과 동양적 사상의 배경을 갖고 탄생했으며 Perls를 위시한 많은 게슈탈트 상담자들이 실제 명상 수행을 함으로써 명상적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다(김정규, 2003).
마음챙김(mindfulness) 또는 마음챙김적 알아차림(mindful awareness)은 알아차림의 한 형태로(Siegel, 2012/2018) 심리치료와 불교적 전통으로부터 추출된 영적 전통 사이의 강한 유사점을 '알아차림'의 확장으로 보기도 한다(Shapiro & Zifferblatt, 1976; West, 1987; 백지연, 김명권, 2005에서 재인용). 그러나 상담 및 심리치료와 위빠사나 명상에서의 알아차림은 관찰되는 방식과 내용, 알아차림의 결과에 대한 반응 방식이 서로 다르며 서구에서의 알아차림은 관찰되는 문제의 영역, 특히 변화 가능한 행동에 강조점이 있다면, 위빠사나 명상의 경우 관찰되는 과정이 보다 중요하다(Shapiro & Zifferblatt, 1976). 또한 위빠사나 명상에서는 상담 및 심리치료에서와 달리 개별 내용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Engler, 1984). 즉, 위빠사나 명상에서의 사띠는 보다 보편적이고 내면적이며 과정 중심적인 특징이 있다(백지연, 김명권, 2005). 상담 및 심리치 료에서의 알아차림은 문제ㆍ관계ㆍ내용 중심적이면서 상담 중에 일어나는 반면 마음챙김 명상에서의 알아차림 즉, 사띠는 보다 보편적이고 내면적이면서 과정 중심적이어서 알아차림을 일상에서 일반화시키기가 더 용이하다고 본다(김정규, 2003, 백지연, 김명권, 2005).
미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Goleman(1971), Deatherage(1975), Kornfield(1979), Speeth(1982), Engler(1984), Epstein(1981, 1984, 1999)과 같은 심리학자들이 위빠사나 명상을 경험하면서 심리학과 불교의 두 영역을 통합하는 시도를 시작했다. Deatherage(1975)은 마음챙김 기법이 개인에게는 스스로를 도울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하는 점에서 매우 '내담자-중심'이라고 하였고, Speeth(1982)는 프로이드의 주의적 자세와 위빠사나의 알아차림과 유사함을 발견하였으며(Epstein, 1984에서 재인용), Engler(1984)는 대상관계이론과 불교심리학의 공통점을 찾았다. Epstein(1984)은 Freud의 "고르게 떠있는 주의"와 Bion의 "기억과 욕망에서 자유로운" 상태를 만드는 노력이 불교 명상 수행의 "선택없는(choiceless) 알아차림"과 본질적으로 유사하다고 하면서 명상 수련이 유용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안하였다.
유계식(2009)은 게슈탈트 이론에서의 알아차림과 마음챙김 명상에서의 알아차림의 공통점으로 '지금-여기를 중시하는 것', '모든 현상에 대한 알아차림을 중시하고 수용하는 것', '알아차림의 내용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것'을 꼽았으며, 차이점으로는 게슈탈트 이론에서는 알아차림을 통해 미해결 과제를 완결짓는 것으로 본 것과 반해 마음챙김 명상에서는 알아차림 그 자체로 수용하면 자연스럽게 소멸하는 것으로 보았다. 또한 게슈탈트 이론에서는 외부와의 접촉을 중시하는 반면 마음챙김 명상에서는 4념처에 대한 알아차림을 통해 깨달음을 중시하고, 게슈탈트 이론에서는 상담자와 내담자의 대화적 관계가 강조되는데 반해 마음챙김 명상에서는 지금-여기의 의식에 떠오르는 것들만이 대상이 된다고 하였다. 김정규(2003) 역시 알아차림을 중시하는 게슈탈트 치료에서조차도 알아차림이 치료시간에 간헐적이고 제한적으로 일어나는 데 반해 마음챙김 명상의 알아차림은 더 깊이 있고 지속적으로 일어난다고 하였다.
이처럼 상담 및 심리치료 이론과 불교심리학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알아차림이란 지금 현재 순간순간 한 개인에게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자신과 외부 실재를 지각하고 알면서 이를 명명화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손진희, 2002).
<한 상담자의 마음챙김 명상 경험에 대한 자문화기술지/ 전민아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상담심리학과 상담심리전공 박사학위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