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In&Out' 프로그램이 뭔지 설명을 해야겠군요. In&Out 프로그램은 미술관의 단체전시관람 프로그램입니다. 그냥 단체로 입장을 해서 쭉 둘러보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술관 관람 시 에티켓을 배우는 것은 물론, 도슨트의 안내를 받으며 전시물의 설명을 듣고, 관람 후에는 감상을 이야기하고 다양한 미술활동을 해보는 프로그램입니다. (도슨트(docent);박물관이나 미술관 등에서 관람객들에게 전시물을 설명하는 안내인)
[출처, in2museum]
[출처, in2museum]
현재 동숭동에 있는 마로니에 미술관에서는 [새로운 과거]라는 전시회가 열리고 있습니다. 이 전시회는 우리나라 최초로 발칸반도의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전시회입니다. 어? 그런데 발칸반도라니요...... 발칸이라면 옛 유고연방? 맞습니다. 1989년 독재자 티토가 죽고 유고연방은 각 국가별로 독립을 했죠. 하지만 유럽의 화약고라고 불릴 정도로 늘 시끄러운 곳이기도 합니다. 사실 저도 발칸반도의 여러 나라에 관한 정보가 별로 없습니다. 그저 내란과 전쟁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유럽의 이단아? 정도...... 이 시끄러운 땅에 사는 사람들, 그리고 미술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살까요? 늘 시끄러운 곳이니 어쩜 문화 같은 것은 불모지라고 생각하였는지도 모릅니다. 그저 피와 광기로 얼룩진 사람들의 나라라고만 생각했는지도 모릅니다.
이번 전시는 옛 유고연방 작가그룹 14명과 우리나라 작가 3명의 작품이 함께 전시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작품이 현대 미술이기 때문에 설치미술, 비디오 아트, 사진, 회화, 만화 등 다양한 장르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다만, 여타 서구 유럽이나 선진국들의 작품에서 보여지는 물질문명의 반기나 미니멀리즘, 다다이즘 같은 다양한 시각보다는 이데올로기와 전쟁, 내전과 관련된 작품이 많습니다.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미술관에 들어가면 아마도 이런 생각을 할지도 모릅니다.
"어? 건물은 미술관인데, 전시된 건 잡동사니잖아?"
게다가 제2전시실 입구 정면에는 '밀리카 토미취'의 비디오 작품이 계속 여러나라 말로 떠들고 있는데 그 모습이 가히 엽기적입니다. 온 몸에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고 있는 여자가 계속 나오기 때문입니다.
모든 체험이 끝나고 나온 산이가 젤 처음 하는 말이,
"엄마, 선생님이 피 흘리는 아줌마는 어른들이 보는 거니까 우리는 보면 안된대. 그래서 안 봤어."
"그랬구나. 안 무서웠어?"
"어...... 조금 무서웠어.......................... 아니 많이 무서웠어!"
처음에는 안 봤다면서 많이 무서웠다니 자세히 보았던 모양입니다.
앞서 작품이 '잡동사니'라고 표현했는데 현대 미술을 보는 일반인의 평가는 대부분 이럴 수 밖에 없죠. 작가의 설명을 듣지 않고는 말입니다. 어쩌면 쓰레기라고 하지 않는 게 다행인지도 모릅니다. ^^ 비록 이데올로기와 전쟁의 냄새를 많이 풍기는 작품들이긴 하지만, 그리고 잡동사니나 쓰레기 같아 보이는 작품일지도 모르지만, 산이가 이 전시회를 통해 과연 무엇이 미술이 될 수 있는지, 무엇이 작품이 될 수 있는지, 조금이라도 아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출처, in2museum]
산이는 도슨트의 안내를 받으며 작품의 설명을 들었습니다. 비록 작품의 수준이 높았겠지만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을 하더군요. (저는 책자를 보며 혼자 관람했습니다. - -;;) 그리고 작품을 다 관람하고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해보기도 하는 미술활동을 했습니다.
엄마가 따라다며 설명을 듣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 보지는 못했지만 (물론 아이들과 조금 간격을 두고 아이들이 관람한 것을 모두 보았습니다. 그리고 아주 쬐금은 몰래 엿듣기도 했구요.^^) 미술관에서의 에티켓이나 미술을 보는 방법, 어떤 방법으로 감상을 표현해야 하는지에 관해 조금은 맛을 보았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미술관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달라니까 마치 미술관에서 말하듯 귓속말로 소근소근 배운 걸 잘 말해주더군요. 아이가 미술관 프로그램에서 그린 그림을 보니 이것도 역시 기차 그림만 잔뜩 있습니다. 전시를 뭘 봤는지...... 하지만 표현을 못했을 뿐이지 많은 걸 보고 느꼈으리라 짐작해 봅니다. 엄마의 백마디 잔소리 보다 선생님의 한 마디 말이 더 귀에 쏙 들어올 수 있습니다. 비록 오늘 보고 들은 걸 100% 이해하고 알지는 못했겠지만 그래도 산이에겐 좋은 경험이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유치원부터 대학생까지 할 수 있는데 각 연령과 수준에 맞추어 운영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어른들의 작품은 어른들만, 아이들 작품은 아이들만, 이렇게 선을 긋고 관람을 하는 게 아니라 어떠한 작품이든지 늘 미술과 예술을 가까이하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전시와 관람 프로그램은 우리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자주 있어야한다고 봅니다. 더불어 한 가지 바램을 가져 본다면, 아이들이 뭘 하고, 무엇을 했는지, 조금은 알아보는 자세가 꼭 필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입니다.
첫댓글울큰애도 어제 참여를 했는데 넘 좋았나 봅니다.. 사실 함께 들어가지 않아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아이들한테는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던 체험 같아요.. 이런 체험이 앞으로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네요..그리고 책 읽어주는 엄마님의 자세한 후기로 많은 분들한테 정보제공이 될듯 하네요.. 후기 감사합니다..
후기 감사합니다.!!! 1월7일 제가 엄마들 모아 체험 신청했는데.... 사실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안나와서 엄마들의 후기도 없고 그냥 막연이 좋겠다 라고만 생각했는데.... 후기 보니 넘넘 뿌듯하네요...울 아이들도 좀더 성숙한 전시문화를 배우고 오게 되길...사실 저도 아직 전시품보는범을 잘 몰거든요 ㅎㅎㅎㅎ
첫댓글 울큰애도 어제 참여를 했는데 넘 좋았나 봅니다.. 사실 함께 들어가지 않아서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아이들한테는 나름대로 만족스러웠던 체험 같아요.. 이런 체험이 앞으로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네요..그리고 책 읽어주는 엄마님의 자세한 후기로 많은 분들한테 정보제공이 될듯 하네요.. 후기 감사합니다..
후기 감사합니다.!!! 1월7일 제가 엄마들 모아 체험 신청했는데.... 사실 어떤 내용인지 자세히 안나와서 엄마들의 후기도 없고 그냥 막연이 좋겠다 라고만 생각했는데.... 후기 보니 넘넘 뿌듯하네요...울 아이들도 좀더 성숙한 전시문화를 배우고 오게 되길...사실 저도 아직 전시품보는범을 잘 몰거든요 ㅎㅎㅎㅎ
많은 도움 되었습니다.
후기 잘 읽었어요. 호응이 좋아서 미술체험 프로그램을 기획중에 있습니다. 많이 기대해주세요.
무엇보다도...12월 30일에 체험신청 추진해주신 분께 감사드립니다..그날엔 넘 정신없고 쑥스러워서 말씀못드렸는데...후기쓰려니...민망스러워서여...기다렸거던여.. 감사해여..담에도 꼭참석해야쥐 울딸6세인데 잘 참여했데여..(지말루....ㅎㅎㅎㅎ) 또 가고싶다 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