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후 여미지와 임서희는 둘이서 빈집을 전전하며 식량이 떨어지자 다시 길을 나서게 됐다.
미지와 서희는 작은 마트를 들러 가방에 충분히 음식을 챙겨 넣고 조심히 빠져나왔다.
초반에는 공격성이 없던 좀비들이 어느 날 사람 고기에 입맛을 들이더니 생존자들만 보면 달려들었다. 게다가 예전보다 생존자가 많아진 것을 알기라도 하듯 이들은 맹목적으로 냄새 만으로 생존자들을 찾아 다니고 있었다.
한참 길을 가면서 공중에는 마치 감시라도 하듯 수십 여대의 드론들이 주변을 촬영하고 다녔다.
그때 어디선가 가래 끓는 괴음소리가 중첩되어 들려왔다. 괴상하게도 말라 비틀어지고, 피범벅이 된 좀비들이 두 여인을 발견한 것이었다.
서희와 미지는 좀비들을 피해 달렸다. 둘은 인근에서 가장 큰 이마트에 도착했다.
멀찌감치 좀비떼가 몰려오고 있었다. 사람 냄새를 맡았는지 매우 흥분한 것 같았다.
마트에 들어갈 방법이 없는지 주변을 둘러보던 서희는 2층 난간에서 누군가를 발견했다.
"저기요. 문 좀 열어주세요."
위에 있던 남자도 두 여인을 발견하게 소리쳤다.
"기다려요. 열어줄게요."
그는 무전기로 누군가에게 상황을 알렸다.
"아래 누가 있어. 좀비는 백미터 앞에 몰려오고 있고, 빨리 열어서 들여보내 줘."
서희와 미지는 마트 안에 먼저 와 있던 생존자 그룹의 신속한 대처로 안전하게 들어갈 수 있었다.
그 안에 먼저 진을 치고 있던 남자 3, 여자 2은 대부분 30대, 40대였다. 그들은 아직 50대를 보지 못했다. 여전히 팔팔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은 30, 40대가 대부분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면역력이나 생존률에 따라서 50,60대도 언젠가 만나리라는 희망도 있었다.
그런데 대체로 20대 이하는 만나기 힘든 것 같다. 아마도 이들은 겪어 보지 못한 바이러스를 대하다가 아나필락시스 쇼크, 자가면역증폭, 사이토카인폭풍을 맞아 즉사했을 가능성이 높다.
먼저 마트를 선점하고 있던 사람들 중 40대 남자 한명이 서희와 미지를 환대 해주었다. 그들은 최대한 생존자들을 모아서 공동체를 형성하여 현재 위기를 극복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남자는 우선 로비에 모인 사람들과 서로 소개를 해주었다.
"저는 오형식이고요. 이쪽은 김미리, 이쪽은 유진아, 이쪽은 김진태, 성승운, 추영훈입니다."
그들은 새로온 서희와 미지에게 인사를 했다.
서희가 먼저 자신을 소개했다.
"전 임서희라고 합니다."
"저는 여미지라고 해요. 잘 부탁드려요."
네 명의 남자들은 아무래도 새로운 여성이 들어온것이 반가운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런 반응은 여성과 조금 다를 뿐 두 여자들도 여자가 더 있는 것이 더 낫다는 표정이었다.
"이렇게 살아 계신 분들을 만나서 정말 기쁩니다. 예전에는 정말 사람 소중한 줄 모르고 살았는데, 이제는 정말 한 분이라도 소중해졌어요. 아무튼 여긴 안전하니까 제가 숙소를 안내할게요."
그는 서희와 미지를 안내하며 그들이 세운 규칙을 말해주었다.
"일단 저희는 오전에만 생존자들을 물색하고 있습니다. 일단 여기를 찾으면 바로 입장하게 하고 있어요. 지하 식료품 코너에 식자재들이 풍부하거든요. 전기도 아직 돌아가서 전혀 어려움이 없어요. 정오 이후부터는 최대한 좀비들이 들어 올만한 구석을 찾아서 차단하는 작업도 하고 있어요. 배관 시설부터 철저히.. 그리고 여자 두 분은 식사를 담당하고요. 밤에는 불침번을 번갈아 서고 있어요."
서희는 자신의 직업을 말해주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전 연구원 출신이에요. 초반 레지던트 3년 경험이 있어서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오! 정말 다행입니다. 중요한 인재가 와서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미지는 자신이 전문직이 아닌 것이 조금 쑥스러워지려고 했다.
그것을 눈치 챈 오형식은 배려 어린 말을 해주었다.
"저희 생존자들 가운데 전문직은 최초시네요."
미지는 순간 자신이 살아 있는 것 자체가 대단하다는 것을 나름 깨달았다.
형식은 6평 정도 남짓되는 급조한 작은 방을 둘에게 소개했다.
"이 정도면 깔끔하죠. 이곳을 찾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아무튼 잘 쉬세요. 다만 욕실은 여기가 일반 주거 공간이 아니라서 옆에 화장실에서 공동으로 사용하시면 되요. 그래도 화장실이 많아서 나눠쓰고 있어요.하하. 오늘 저녁은 5시에 지하 1층 카페테리아에서 간단히 식사 후 회의를 하고 불침번은 10시부터 2인 1조로 할 예정이에요. 이게 오늘 회의 내용이고요. 아마 두 분은 내일부터 불침번조에 들어갈 거예요."
***
다음 날 미지와 서희는 한 조가 되어 10시에서 1시까지 대형 이마트 2층에서 미지와 불침번 보초를 서고 있었다.
불침번을 끝내고 교대를 한 미지와 서희는 숙소로 돌아왔다. 그나마 큰 건물이라서 음식도 많고 아늑한 공간을 방처럼 꾸며서 지낼 수 있었다.
텔레비젼을 틀면 방송은 인공지능에 의해 드론으로 촬영되어 현장 상황만 카메라로 찍히고 있었다.
하늘에 대형 비행 접시는 여전히 무심하게 떠 있을 뿐 인공지능도 상황에 대하여 일언반구조차 하지 않았다.
"대체 왜 외계인은 안 나타나고 유에프오만 하늘에 떠 있을까?"
서희는 미지와 말을 트고 지내고 있었다.
서희와 나이 차는 별로 안 나고, 미지가 두 살 많았지만, 서로 친하게 지낼 목적으로 편하게 대하고 있었다.
"외계인이 바이러스를 뿌렸을 수도 있지 않아? 그리고 그 다음에 모습을 드러낸 거지."
서희는 미지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느꼈다.
"그럴듯해. 하늘에 떠다니는 드론들도 날이갈 수록 첨단화 하잖아. 이미 그들이 침투해서 우리 몸에 먼저 백신을 통해 칩을 넣었다고 말이야. 그들이 외계인인지 뭔지는 모르지만, 음모론에 나올법한 자들은 분명한 것 같아."
미지 역시 소설을 좋아하여 그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어쩌면 우리에게도 초인적인 능력이 있는지도 몰라. 사실 난 예전 바이러스가 퍼지기 전보다 몸에 피곤기를 전혀 느끼지 못하기 시작했거든."
서희는 나름 병리적인 관점으로 설명해보았다.
"그럴거야. 일단 바이러스에 면역이 되었고, 우리 면역 시스템도 한 단계 진화를 거친 걸지도 모르지. 정밀하게 검사를 해보면 알 수도 있을 거야."
미지도 동의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좀비의 경우도 일반적인 감염 원칙에 위배되고 있어. 물려서 좀비가 되는 게 아니라 애초에 좀비화 되는 과정을 겪은 사람들만 저렇게 몰려 다니는 거지. 하긴 그러고 보면 이번 바이러스도 좀 뭔가 이상한 구석이 있긴 해."
미지도 이번 대유행 상황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말해보았다.
"백신을 맞아서 죽는 사람들도 꾀 많았던 걸로 기억해. 맞아서 돌파 감염된 사례도 많았고, 멀쩡한 사람들도 있고, 꾀 심각한 질환에 걸린 사람들도 많았어. 그러니까 사람마다 확실히 반응이 다른 것 같아. 그런데 이번 바이러스 사태 이후 백신을 맞히려고 강제화 하고 의무화하려 했던 기억이 나네. 그때도 좀 의문이 많이 나서 나는 백신을 맞지 않았거든."
"그래. 재미있는 사실은 나역시 1차 맞고 후유증 때문에 고생하고 안 맞고 버텼던 것 같아. 그래서 그때부터 재택 근무로 들어갔지. 특별한 일이 있을 경우에만 출근하고.."
"공무원은 다 맞힌다고 그랬어도 거의 안맞는 사람도 많았나봐?"
"국회의원들은 거의다 안 맞았어. 부작용 사례도 많았고, 자기 네들은 무슨 치외 법권을 가졌는지, 국민들에겐 다 강제로 맞히려고 하면서 지들은 안 맞았지. 당시 그래서 공무원들도 안 맞은 사람들도 욕 많이 먹었거든. 공무원이든 국회의원이든 다 공직에 해당하니 그럴 수밖에. 그러면서 질병청 놈들은 국민은 죽어라 맞으라고 지랄을 떨었던 기억이 나네."
"상황이 이렇게 될 줄 알았을까? 대체 엠아이 바이러스가 뭘까?"
"당시 항간에 떠도는 소문이 있었든데, 5G에서 나오는 28기가 헤르츠의 강력한 전자파가 사람들을 병들게 했다지."
"나는 솔직히 좀 믿는 편이었는데."
"너도 알고 있었구나."
"응."
"아무튼 세상이 정말 종말이 시작된 건 분명해."
미지는 그녀의 마지막 발언에 동의를 표하듯 묵직하게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쾅쾅쾅쾅
갑자기 어마어마한 진동에 사방이 울리는 굉음이 들려왔다.
놀란 서희와 미지는 각자 침상에서 벌떡 일어났다.
서희가 먼저 걱정스러운 듯 미지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지?"
미지는 신발을 다시 신과 바닥에 내려와 서희에게 말했다.
"뭔 일이 있나 봐."
서희도 침대에서 내려와 신을 신었다.
탕탕탕탕
갑자기 방문이 열렸다.
그리고 오형식이 헐떡거리며 나타났다. 그의 한 손에는 쇠파이프가 들려 있었다.
그가 비상상황에 쇠파이프로 벽을 두드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좀비가 침입했어요. 어서 대피하세요."
그는 말만 전하고 다시 돌아다니며 쇠파이프를 치기 시작했다.
미지는 비상시에 꾸려놓은 가방을 들쳐맸다.
"여기서 편하게 잠자긴 글렀네. 여차하면 도망칠 준비해야해."
서희도 역시 가방을 들러맸다.
"그래야지."
그때 갑자기 열린 문틈 사이로 남자 좀비가 나타났다.
"크악!"
미지는 자신을 물려는 좀비를 피했다.
좀비가 민첩한 미지를 물지 못하고 그대로 침대 위로 넘어졌다.
기회라고 판단한 미지는 서희의 손을 잡고 방 밖으로 나갔다.
그때 복도 사방에서 여러 명의 좀비 떼가 몰려오고 있었다.
"크아악!"
미지는 중간에 빠지는 길을 발견하고 서희에게 소리치며 달리기 시작했다.
"따라와."
양쪽으로 대 여섯의 좀비들이 밀고 들어오고 있었다. 서희는 당혹스러웠지만, 좀더 용감한 미지 뒤를 바짝 따라 달렸다.
미지는 우측으로 빠지는 좁은 통로를 발견하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막다른 곳에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었다.
그녀는 문을 열고 들어간 뒤 서희도 들어오자마자 문을 닫았다.
안쪽에서는 문고리를 돌려야 열 수 있어서 좀비 지능으로는 들어올 수 없을 것이라 판단했다.
순간 여러 명의 좀비가 문을 밀치자 경첩이 한방에 들썩였다.
미지는 어서 달아나야 한다고 판단하고 소리쳤다.
"어서 내려가자."
서희는 겁을 먹은 상황이라 발이 잘 움직이지 않았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집념에 앞장서서 계단을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아랫 층은 이마트 주차장이었다.
서희가 문을 열자마자 수많은 좀비 떼가 주자창에 가득차서 괴이한 소음을 내고 서성이고 있었다.
그녀는 너무 놀라서 다시 문을 닫아버렸다.
그녀는 계단을 내려오는 미지에게 울먹이며 말했다.
"밖에 죄다 좀비야."
미지는 어찌할 줄 몰랐다.
위에서 쾅쾅쾅 하는 소음이 일어났다.
그리고 좀비들이 굴러 떨어지고 떼거지로 걸어 내려오는 소음이 들려왔다.
미지는 서희의 손을 잡고 계단 위를 올려다보았다.
"어떡해?"
서희는 울먹이며 미지에게 물었다.
한순간이었다.
위에서 무더기로 걸어 다니는 시체들이 쏟아져 내려왔다.
미지는 황급히 문을 열고 서희의 손을 잡아 끌며 주차장 밖으로 뛰쳐 나갔다.
좀비들이 그녀들을 발견하고 몰려들었다.
"꺅!"
서희는 그 자리에서 꼼짝도 못하고 몸을 웅크리며 비명을 질렀다.
미지는 서희와 손을 놓쳤지만, 그녀를 버리지 않았다.
허리 춤에는 칼이 있었지만, 전혀 손을 쓸 틈도 없었다.
세 명의 여자 좀비가 서희를 덮치려는 순간이었다. 미지에게도 두 명이 와서 팔을 붙들었다.
그때 미지의 손에서 전기가 일었다.
푸르스름한 전기가 바직 소리를 내며 스파클을 튕겼다.
순간 서희를 덥치려던 좀비 셋이 그 자리에서 엎어졌다. 역시 미지의 팔을 잡은 두 좀비의 몸이 튕겨져 뒤로 날아가 달려오던 여러 명을 덮으며 쓰러졌다.
미지의 눈에서도 푸른 빛의 전기가 오르고 있었다.
전자기 파장은 곧 미지와 서희의 온몸을 뒤덮었다. 푸른 섬광이 강렬하게 빛을 일으키다가 사라지는 동시에 두 사람은 주자창에서 몸을 감추어버렸다.
***
여미지와 임서희는 산명을 알 수 없는 고산지대의 언덕 위에 있었다.
어둠의 하늘은 뻥 뚫려 무수한 별들이 선명하게 보였다. 옆 달빛 아래로 비춰지는 곳은 작은 마을 불빛도 눈에 띄었고, 주변으로 산과 수풀들이 사방으로 병풍처럼 빙둘려쳐져 있었다.
미지는 어떻게 자신의 몸에서 그와 같은 전류가 발생한데다 알 수없는 곳으로 순간이동을 했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 초인적인 능력이 있기에 에스퍼팀원으로 속하게 된 건 분명한 것 같지만, 정확히 어떤 능력이 있는지 자신도 몰랐던 터였다.
서희는 잠시 패닉에 휩싸여 있다가 위기를 벗어난 뒤 옮겨진 공간을 보고 놀라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미지는 당장 밤을 보내야할 집이 필요했다.
"서희야. 일단 집을 찾아야해. 이런 곳에 집이 있을 지 모르겠어."
"어, 언니. 그런데 너무 어둡잖아. 어떻게 찾지?"
"나도 모르겠어. 일단 길을 찾아 산을 내려가 보자."
미지는 가방에서 후레쉬를 꺼내 불을 키며 앞장서서 소로길을 밟기 시작했다.
한참 산길을 내려가다보니 한 때 등산을 하다가 사고가 났던 기억이 났다.
한동안 잊고 있었는데, 밤길을 내려가다보니 문득 떠오른 것이었다.
'그때 내 차가 고장이 났었나? 페달도 없어졌고..'
당시 과거는 마치 꿈결처럼 가물가물했다.
그때 우측편에 쓰러져가는 집 하나가 눈에 띄었다.
미지는 당장에 쉴 곳이 필요하였고, 폐가라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두 사람은 집 앞 무성한 잡초들을 헤쳐가며 뻥뚫려 있는 집 안으로 접근했다.
서희는 순간 두려움이 앞을 가렸다.
"저런 데를 어떻게 들어가?"
미지는 후레쉬를 방안을 비춰보았다.
"지저분해도 하룻밤 정도는 우리를 보호해줄 수 있을 것 같아. 너무 걱정 말아."
서희는 찝찝한 마음이 먼저 들었지만, 달리 방법이 없기에 적응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초여름이지만 고산에 밤은 추웠다.
폐가는 오래 된 흙집이라 부엌에 부뚜막까지 있었다.
미지는 혹시나 구들인가 싶어서 살펴보았다.
구들은 맞는데 구들장 속이 꽉 막혀 있었다.
미지와 서희는 일단 짐을 방안에 놓고 이마트에서 받은 칼을 꺼내 구들을 뚫어보았다.
다행히 막아 놓은 흙이 오래되어서 점도가 상당히 많이 떨어진 덕에 삼십분 정도 긁어 대니 어느 정도 구멍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금만 더 파자."
"응!"
둘은 열심히 긁어 댔다.
그리고 겨우 작은 구멍을 만들었다.
미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나무를 찾아보았다.
그때 창고 하나가 보여 문을 열어보았다.
안은 텅 비어 있었다.
혹시나 쓸만한 게 있을까 싶었는데 아쉽다는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나가 떨어져 있는 나무 가지들을 주웠다.
서희도 주변을 돌아다니며 나무 동가리들을 어디서 주워 왔다.
미지는 다행이라는 의미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 이정도면 오늘 밤은 거뜬히 버티겠는데?"
서희가 라이타를 꺼내 구들장 입구 속에 모아 놓은 나무 가지에 불을 붙였다.
미지도 불이 잘 타게 나뭇잎들을 불을 붙일 때 올렸다.
불이 붙기 시작했다.
서희는 나뭇잎을 더 넣어서 불이 나무에 잘 붙게 도왔다.
불이 슬슬 타오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사방에 연기가 가득 차기 시작했다.
"컥컥! 연기 엄청나네."
서희의 호소에 미지는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굴뚝이 막혔어."
"방으로 들어가자고."
"그래."
방으로 들어갔을 때는 별일 없어 보였다.
그러나 잠시 후 연기가 바닥에서 조금 씩 올라오고 있었다.
그래도 방바닥은 서서히 따뜻해지고 있었다.
"오늘 하루는 버틸 수 있을 거야. 문도 없으니 연기는 잘 빠져 나갈거고."
서희는 시골 생활을 많이 해봐서 그런 경험이 많은 듯 말하고 있었다.
"아까는 들어오기 싫어하더니 많이 겪어본 말투야?"
미지가 웃으며 묻자 서희도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래서 싫은 거지."
미지와 서희는 바닥의 연기가 안 들어오는 쪽으로 각자 자리를 잡았다.
미지는 가방에서 혈청 캡슐을 꺼내 놓고 가방을 베고 누웠다.
두 사람은 피곤이 밀려와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