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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량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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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를 잡으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쌍욕이라고 했던가.
[비키는데샤앗 - !]
[테에? ㅌ - ] [데? 데? 데! 데극 - ]
부우우우웅. 퍽.
들실장이 하늘을 난다. 최근 들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사육실장 붐은 꺼졌다. 요즘 사육실장은 흔하지 않다.
대신 교외를 중심으로 실장카 붐이 일어났다. 몇 안되는 이 동네의 사육실장들은, 이제 죄다 전동 미니카를 타고 돌아다니는 듯 하다. 길이 70cm, 시속 10km의 작은 난봉꾼들. 길거리에 빵빵거리는 소리가 늘었다.
놈들은 하나같이 자신의 운전실력에 대단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 허구한 날 벽이나 전봇대를 들이받으면서도 말이지. 그러면서 차가 뒤집히지도, 두부 같은 몸뚱이가 다치지도 않는 건, 10km 이상으로 달릴 수 없는 스피드 리미터, 그리고 고가품인 실장카의 완충 설계 덕분이다.
직접 들이받혀 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차체 한번 더럽게 튼튼하다.
아직도 며칠 전 내 정강이를 박았던 놈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마치 내 도로에서 비키라는 듯한 얼굴이었지.
제 운전실력을 모르는 것처럼, 놈들은 그 자리에서 밟혀죽지 않는 이유도 모른다. 사육실장에 손을 대다 들키면 짭짤한 벌금이 기다린다. 수십 수백만원짜리 실장카 파손은 더더욱 부담스럽다.
사육실장이 사육주 없이 산책하면 안되는 이유는 많다. 사육실장도 안전하기 힘들지만, 놈들이 남에게 끼치는 민폐도 만만치 않다. 하지만 제 실장의 안전만 해결되면, 남들은 어찌됐건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모양이다.
집에서 조용히 키우면 얼마나 좋을까.
급정거한 뒤 뒷목을 잡고 육두문자를 쏟아내는 트럭 운전사와, 길 한복판에 쳐박혀 경련을 일으키는 일가를 뒤로하고, 실장은 데프픗 웃음을 지으며 골목으로 사라졌다.
쫓아가면 잡을 수 있는 속도라 더 열받는다.
골목에서 갑자기 튀어나오는 놈들은 재앙이다. 방금까지 성실히 하루하루 살아가던 들실장들에게도, 놀라서 핸들을 꺾었다 담벼락을 긁은 차주에게도. 난폭운전 덕분에 성실히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들만 피해를 본다.
저런 악마 같은 물건을 실장석에게 줄 생각을 하다니.
정녕 도로 위에 사람 또라이들만 있는 것으론 모자랐단 말인가.
실장카 열풍이 한국에 상륙한 후 세 달. 아직까지 일본에서와 달리 큰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이대로라면 누군가 사고치는 건 시간문제다.
놈들은 외제차를 긁을 수도, 상점의 유리문을 깨먹을수도, 노인이나 세살배기를 넘어트릴 수도 있다.
일이 벌어진 다음은 이미 늦은 때다.
이래선 안된다. 누군가 나서야 할 때다.
거사를 위해 무법지대인 실장공원 B구역으로 향하며, 나는 두 주먹을 움켜쥐었다.
‘글쎄 코너링이 그렇게 부드러워서, 우리집 연두가 어찌나 맘에 들어하던지… 어머, 미도리는 왜 슬픈 표정일까?’
‘아, 하하하…’
‘데프픗, 똥차데스. 똥더미를 빚어서 타고다니는데스?’
‘어머, 연두야, 그런 말을 하면 미도리가 속상하잖니. 저흰 그만 가볼게요. 다음에 봬요!’
사육실장 미도리는 화가 났다.
최신모델인 JS-9를 자랑하고 다니는 옆집 연두와 그 주인은 재수없었다. 굳이 자신의 실장카를 연두의 것과 비교하는 이웃 사육분충들도 열 받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참을 수 없는 것은 닌겐노예였다. 자신의 낡아빠진 DEVORA의 불법개조에 비상금을 다 털었다며, 새 차의 구입은 다음 월급날까지 참아달라고 말하던 닌겐노예의 호소가 떠올랐다. 추하고 몰염치하고 구차했다.
미도리는 진정한 마니아였다. 따라서 가장 최신 모델이 아니면 만족할 수 없었다. 분홍색 차체가 유연하게 휘어진 JS-9에 비하면, 미도리 자신의 DEVORA는 대충 기워 만든 고물처럼 보였다.
[지금 노예는 조만간 해고하고, 다른 노예로 갈아타야겠는데스…]
물론 미도리는 알고 있었다. 주인은 반드시 JS-9 모델을 사줄 것이다. 보통 사육주들은 하루 세끼를 라면으로 때우는 신세가 되더라도 필요한 것을 사주곤 했다. 노예들의 습성이었다. 자신의 주인님이 재력으로 밀리는 창피를, 그것을 다른 닌겐노예 이웃에게 확인 당하는 것을 노예들은 참을 수 없어 했다.
그러나 그것은 미도리가 알 바가 아니었다. 노예가 저가형 푸드를 쳐먹든 운치를 쳐먹든, 당장 신형차를 가질 수 없다는 사실만이 미도리의 유일한 관심사였다.
진정한 실장카 마니아답게, 미도리는 세레브한 드라이브로 스트레스를 풀기로 했다. 들실장 일가 몇을 로드킬하고, 똥닝겐 몇의 조인트를 빠개고 나면, 기분이 좀 나아질 것이다…
주인은 울면서 안전벨트를 채워줬고, 눈물젖은 안전벨트의 감촉은 불쾌했다. 미도리는 콧김을 탕탕 뀌며 대로로 진입했다.
그리고, 그것을 보았다.
[데? 정말로 우승하면 사육실장 되는데스?]
[와타시가 하는데스! 독라 분충들은 꺼지는데스 - !]
“아아, 거기 독라, 합격이에요.”
[해낸데샤앗 - !]
[어째서인데스! 왜 독라인데스! 독라노예한테 닌겐노예라니 언어도단데스-!]
“댄스대회 규정에 따르면, 우선 독라가 되어야 합니다. 육체미도 중요한 채점 종목이거든요.”
[데… 그건…]
[어처구니없는 요구데스…]
[하기 싫으면 다 꺼지는데스! 닌겐! 와타시 우승 확정인데스!
어서 스테이크를! 콘페이토를! 지상의 모든 행복을 가져다 바치는 - ]
[그… 그것만은 넘어갈 수 없는뎃스! 와타시가 하는데스!]
[하는데스! 사육실장은 와타시 하나로 충분 – 데? 머리씨에 손대지 마는데샷 - !]
“감동했어요, 이토록 열정적인 참가율이이라니…
하지만 먼저 지원자격을 충족하도록 하세요 분충!”
[데쟈아앗 - !]
[대단한데스! 분충들이 눈 깜짝할 사이 독라가 된 데스!]
[…독라는 싫은데스. 차라리 들에서 살아가는데스. 똥닝겐 바이바이 데 - ]
“어우 뭐야 씨바, 얼굴 왜 이렇게 역겨ㅂ…
아아, 너도 자질이 있어보이는구나! 부디 너희도 참여해주겠니? 이리로…”
[데? 오지마는… 오지마는데스! 그 손 치우는 - ]
[오라면 오는데스! 건방진데스!]
[독라가 아닌 채로 돌아갈 줄 아는데스?]
[자력구제 데샤앗!]
[데갸 - !]
먼 곳에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땀 맺힌 맨살이 햇빛을 받아 번쩍이는 모습을. 열심히 엉덩이를 씰룩이고 노래를 꽥꽥대는 그들은, 실오라기 하나 거치지 않은 덩치 큰 독라들이었다. 뱃살이 좌로, 우로, 위아래로 출렁였다.
놈들은 열정을 가득 담아 보여주고 있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가무를.
그 춤과 노래에는 마력이 있었다.
보는 이들을 열받게 만드는 마력이.
[죽, 죽, 죽 - ]
미도리의 이성이 끊어졌다.
풀악셀을 밟자 엔진이 굉음을 내뿜었다. 개조된 스피드 리미터야말로 미도리의 자랑이었다. 규정속력을 훌쩍 넘은, 시속 25km의 분노가 독라들을 향해 쇄도했다.
[죽여버리는 데샤 - !]
첫 손님이 달려오고 있다. 전속력으로.
아마 참을 수 없었겠지.
내게 며칠간 열 받는 춤과 노래를 훈련받은, 엄선된 실장들이다. 실장의 미의식으로도 참고 넘어가기 힘들 안무와 음색이다. 물론 가르치는 것이 어렵진 않았다. 독라 댄서들에겐 그 자체로 주먹을 부르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것도 재능이라고 해야할까.
매일 꼴좀 받는다고 애먼 들실장을 치고 다니던 심보에, 저런 광경을 지나칠 리 없다. 운전대를 잡은 분충의 눈심지에서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다. 운전자 실장은 이미 독라들을 볼링핀처럼 받아버리는 광경을 상상하고 있으리라.
그 광경, 나도 보고싶다. 춤은 내가 시켰지만 보고 있기 좆같으니까. 아니라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데샤아아아 - !]
먼지를 일으키고 자갈을 부수며, 놈의 차가 50M 안쪽으로 접근했다.
몇 초 안에 독라들을 박살낼 만큼 가까웠다…
하지만,
“걸렸다.”
[데?]
갑자기 차 밑이 폭 빠지는 느낌. 놈은 화들짝 놀란다.
그 밑은 도로가 아니었다. 마른 짚단이었다.
포장도로와 달리 짚더미는 푹신했다. 바퀴가 열심히 몸부림을 쳤지만 차체는 땅을 밀어내지 못했다. 오히려 질긴 지푸라기들이 점점 바퀴에 얽혀들었다. 스스로 매듭을 묶은 바퀴에서 덜걱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눈이 뒤집힌 실장은 그것을 알지 못했다. 거품을 물고 운전대를 탕탕 내리치며 놈은 절규했다.
[움직이는데스! 움직이라고 말한데샤 - !]
[데프픗! 꼴좀 보는데스!]
핸들씨를 두들겨패던 미도리는, 익숙한 목소리에 우뚝 멈추었다.
저 너머에서, 흙먼지를 일으키며 실장카 무리가 나타났다. 연두, 그리고 놈을 따라다니는 추종자 사육실장 패거리다. 이 동네 실장의 절반 이상은 연두의 꽁무니를 따라다닌다. 항상 새 차를 뽑는 연두는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었다.
물론 미도리처럼 질투하는 실장도 있었다. 연두도 그것을 모르진 않았다. 미도리와 연두는 기회만 되면 서로를 헐뜯곤 했다. 마치, 지금처럼.
[오이오이! 보는데스! 땅바닥에서 공회전 치는 초보운전데스!
데덱! 이녀석 아직도 데보라 같은 똥차를 모는데스-!
차가 주저앉은데스? 운전이 병신인데스, 차가 병신인데스?]
미도리는 급상승하는 혈압에 코피를 흘렸다.
이 근방에서 미도리보다 새것인 차는 연두의 JS-9 한 대 뿐이었다. 그러나 추종자 무리는 일제히 비웃기 시작했다. 자기들도 세레브한 새 차를 타는 것마냥.
[데퍄퍄! 둘 다가 분명한데스!]
[이녀석 똥인데스! 똥인… 저게 무엇인데스?]
[구린내가 나서 참을 수가 없는 – 시팔 대체 무엇인데스?]
승리감에 침을 튀기며 폭소하던 연두는, 추종자들이 홀린 듯 핸들을 움켜쥐는 것을 보지 못했다.
서너마리가 급발진해 튀어나가고서야 연두는 이상함을 깨달았다. 바로 옆을 돌아본 연두는 겁을 먹고 실금했다. 옆 차에 탄 추종자는 제정신이 아닌 듯 했다. 땀을 뻘뻘 흘렸고, 동공이 확장되어 있었다. 마치,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 공포에 질린 듯.
순식간에 옆 차도 엑셀을 밟았다. 연두는 그것이 나아가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마침내 연두도 그것을 보았다. 이성이 산산조각나는 소리가 들려왔다.
실생 중 가장 강력한 의지를 담아 연두는 엑셀을 밀었다.
[뒈지는데샤아아 - !]
[뎃데로게♩ 자들은 듣는데스♬ 사육실장따위 별거 아닌데스♩ - 독라도 사육할 수 있는데스♬ - ]
[메로메로♪ 되는데슷♪ 이 귀여움을♪ 보는데슷♪ 길러길러♪ 길러데슷♪ – 똥닝겐 언제♪ 쳐 나타나는 데슷♪ - ]
가관이다, 가관이야.
무슨 일이 벌어지는 줄도 모르고, 독라들은 열심히 땀과 콧물을 뿌리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어디선가 보고 있을 사육주의 간택을 받기 위해서.
버려진 탁자 위에서 춤추고 노래하는 독라들에게, 주변의 소란은 귀에 들리지 않는다. 춤을 멈추는 순간 탈락할 것이다. 자신이 탈락하면 다른 놈이 사육이 될 것이다. 그 꼴만은 아마 죽어도 볼 수 없을 것이다.
한편, 짚단 위의 상황도 혼란하기 그지없었다.
단체로 마른 짚단에 다이빙한 수십마리 운전자들이 아우성을 치고 있었다. 어떤 놈은 피눈물을 흘리며 악셀을 밟았고, 어떤 놈은 고래고래 고함지르며 악셀을 밟았다. 기절해 쭉 뻗은 채로 악셀을 밟는 놈도 있었다.
그러니까, 몇 놈 빼면 죄다 악셀을 밟고 있었다.
놈들은 그동안 곤란한 상황을 엑셀을 밟아서 해결해왔다. 장독대를 깼다고? 도망치면 그만이다. 들실장의 자를 받아버렸다고? 친은 차를 못 따라잡는다.
실장과 사람들은 어금니만 갈 뿐이었고, 기계음에 겁에 질린 짐승들은 쫓아오지 않았다. 지금처럼 공회전을 반복해도, 어차피 밟다 고장나면 주인이 데리러 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러면 안되었다.
햇살이 강하고 건조한 날씨. 수분 한 점 없이 바싹 마른 짚단.
그리고 수 분간 지속되는 RC카 수십 대의 마찰이 만난다면.
어느 한 놈의 바퀴에서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빠진 놈이다.
모터로 굴러가는 바퀴의 꾸준한 마찰은, 마른 풀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곧 매캐한 냄새가 퍼지기 시작했다.
[데? 더운데스?]
화를 내다 지쳐 핸들에 머리를 박고 있던 미도리는, 위화감에 고개를 쳐들었다. 왠지 발밑이 화끈했다. 이마에 줄줄 흐르는 땀을 훔치며 미도리는 생각했다.
자그만 뇌의 판단보다 열전도가 빨랐다. 온몸이 달궈지는 느낌에 미도리는 빵콘했다.
[데? 데? 데? 데쟈! 데갸! 데쟈앗 - !]
미도리의 손이 황급히 안전벨트를 더듬었다. 그러나 미도리는 벨트를 풀고 탈출할 수 없었다.
안전벨트는, 구조상 실장의 벙어리 손으로 풀거나 매기 힘들었다. 때문에 출입 때마다 놈들은 주인들의 손길에 벨트 착용을 맡긴다. 평소엔 그런 디자인은 운전하는 사육실장의 안전을 위한 것이었으리라. 안전벨트를 풀 수 있다면, 제 손에 목숨을 잃는 멍청이가 수두룩할테니.
그러나 지금 그런 구조는, 미도리를 지옥으로 끌고가는 손아귀나 다름없다.
가장 안전한 모델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DEVORA의 차체에 불이 붙지는 않았다.
그러나 고열은 어쩔 수 없었다. 연기가 천천히 미도리를 달궜다.
[데 갸 아 아 아 - !]
울상이 되어 팔다리를 동동 구르던 연두는, 갑자기 풍기는 맛 좋은 냄새에 당황했다.
주변을 둘러보던 연두는 이내 감탄했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숙적인 미도리가 훈제구이가 되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진 모르겠지만, 어쨌건 속이 시원했다. 연두는 빵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5초 뒤, 연두도 시원하게 터졌다.
JS-9의 연료탱크는 불이 붙는 순간 화끈하게 연두와 차를 함께 날려버렸다. 전문가들이 지적한 모터과열의 위험성을 연두와 주인은 듣지 않았다. 연두는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잿가루가 되었다.
짚더미가 불바다가 되고서야 실장들은 탈출하기 위해 발악을 시작했다. 물론 안전벨트를 극복하는 놈은 드물었다.
[뜨거운데스! 화끈해진데샤 - !]
[여긴 미친데스! 와타시는 여기서 탈출하는데스!]
[똥벨트는 어서 와타시의 몸에서 떨어지는데샷 - !]
마침내 몇 놈이 차 밖으로 탈출하기 시작했다. 안전벨트가 불량이라 풀려버렸거나, 유비무환으로 보검을 숨기고 있던 놈들이다.
스트레스성 탈분으로 늘씬해져 빠져나온 놈들도 있었다. 허나 그런 놈들은 불 속을 빠져나오기 힘들었다. 배설만으로 지쳐버린 녀석들은 밍기적거리다 열기에 흽쓸렸다. 차 안 대신 밖에서 구워지는 것이 놈들의 유일한 소득이었다.
[데갸아아아앗 - !]
그리고 탈출에 실패한 나머지 놈들은, 심지가 다된 폭죽처럼 튀어올라 허공을 날고 있었다. 이젠 그간 치어죽인 들실장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겠지.
[댄스플로어에 불붙은 데샤-!]
춤을 추던 독라들도 아수라장이었다. 놈들은 폭발음에 기겁해 춤을 멈췄다가, 이내 춤의 장르를 바꾸었다. 테이블 위로 불타는 차체가 정통으로 떨어진 탓이었다.
[왠지 뜨거운데스… 분위기 핫해진다는 말이 이런 것 데스?]
[속은데스… 속은데스! 운치닌겐에게 속은데샷-!]
[닌겐노예는 어디서 뭘 하고있는뎃스! 와타시가 바삭바삭하게 되어버리는 데쟈악-!]
[날벼락데쟈아-! 1인가구 실각인 데히잇!]
역동적인 팝핀과 아이리쉬 탭댄스로 뜨거움을 표현한다. 높이 뛰는 포고(Pogo) 댄스로 도움의 손길을 원하는 절박함을 표현한다. 데일 것처럼 뜨거운 반응이 놈들의 몸을 달군다.
솔직하고 절박한 내면의 표현. 마지막 무대 위에서, 독라들은 아티스트의 꿈을 이루었다.
꿈을 위해 아름답게 춤추던 놈들은, 이제 불 속에서 영원히 춤추게 되었다.
[똥닝게엔 - ! 무슨 생각하는지 다 아는데스! 순 싸이코새끼데샤아앗-!]
아앗...
주변은 풀 한 포기 없는 흙바닥이고, 도랑까지 파 놓았다. 덕분에 불길은 짚단 너머까지 번지지 않는다. 말인즉, 실장석의 몸뚱이로도 열심히 움직이면 빠져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몇 분 뒤, 짚단 속으로 돌격했던 수십 마리 중 불과 넷만이 간신히 짚더미를 빠져나왔다. 비록 온몸이 화끈거리고, 출산계획만큼이나 소중한 자가용을 잃었지만, 그 생지옥에서 탈출한 것 만으로도 놈들은 순수하게 기뻐하고 있었다.
그러나.
[데쟈아-! 와타시의 세레브한 머리씨가! 매끈한 니혼산 머슬카씨가아-!]
[어쩔 수 없는데스… 닌겐노예에게 돌아가면 실장카따위 다시 뽑아줄 것인데슷-!]
[....집… 집? 어떻게…가는데스?]
[데뎃? 데? 데?]
[여기… 여기는 대체 어디인데스?]
그러나 차도 없이, 이렇게 멀리 나온 놈들이 어떻게 집으로 돌아간단 말인가.
차가 있는 실장들은 귀갓길이 고달플 일이 없다. 혹여 실장이 길을 잃어도, 실장카에 타고 있다면 주인이 원격으로 조작해 귀가시킬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이미 불타버린 마당에 무슨 소용일까.
물론 몸속에 GPS 칩이 있다면, 주인이 언젠가 데리러 올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것도 좀 어려워보인다.
[데? 사육실장데스?]
난데없는 난리통에 불구경을 나온 들실장들이, 불길에서 탈출한 사육실장들과 마주쳤다. 들실장들은 눈을 홉뜨고 사육들을 마주보았다. 평소라면 옷을 두고 쟁탈전이 벌어지겠지만, 지금은 온통 그을린 분홍색 옷보다는 그 주체에 관심이 많은 기색이었다.
[방금 뭐라 지껄인데스? 머슬카가 어쨌다는것인데스?]
[데… 데덱…]
[로드킬 분충들이 확실한데스!]
[로드킬을 로드킬로 돌려줄 차례인데스-!]
[얼룩으로 화한 자들의 복수를 할 시간이 다가온데샤-!]
바야흐로 난폭운전의 업보가 돌아오는 순간이었다. 피눈물을 뿌리며 운전자들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들실장들의 것에 비해 운전자들의 뜀박질은 어색해 보였다. 당연한 일이다. 실장카가 아닌 제 다리로 야외에서 뛰어본 것이 얼마만일까. 어쩌면 처음일지도 모른다.
편안한 시트 속에 파묻혀 살던 뚱땡이들. 아직 온몸에 고기냄새가 가시지 않았는데도 최선을 다해보지만 결국 그 뿐이다. 무슨 수를 써도 들실장들의 추격을 뿌리치긴 어려워보인다.
체중의 스무 배짜리 쇳덩이를 타면 자신감이 생기는 건 이해한다. 하지만, 돌을 던졌으면 되맞을 각오도 해야 마땅하지.
그간 들실장 동료들에게 부린 횡포를 생각하면, 동족들에게 언제 얼만큼의 복수를 돌려받아도 할말이 없었을 놈들이다.
분충들같으니. 그간 사람이 닦은 길을 전세 낸 것 마냥 군 대가다.
소화기로 잔불을 수습하며, 나는 업보의 정산을 감상했다.
화끈한 불질에 비해 지지부진하게 끌리던 술래잡기는 의외의 결말로 끝났다. 저 멀리서 규정속도를 어기고 달리던 중형차가, 들과 사육들을 그대로 깔아뭉갰다. 들벌레와 사육벌레간의 메울 길 없던 갈등이 해결됐다고 볼 수도 있겠다. 말 그대로 바퀴 아래에서 한 몸이 되었으니까.
급정거하고 차에서 내린 운전자의 얼굴엔 울분과 짜증이 가득 서려있었다. 얼마 전 내 다리를 들이받은 실장 같은 표정이군. 화딱지 가득 어린 의성어를 고래고래 내뱉으며 내린다.
그리고 어찌된 영문인지, 바퀴 밑을 확인하자마자 얼어붙었다.
공교롭게도 차주는…
“에메랄드으으으! 어째서어어엇-!”
그중 한 놈의 사육주군. 주인이나 실장이나 참 대단들하다. 사람을 친들 저런 표정을 지었을까.
”어째서 여기있는거야! 골목길에서만 놀라고 했잖아아악-!”
[데….기이… 똥… 노예… 감히… 저…주…하는…]
어느 화창한 휴일, 활활타는 분노로 가득했던 도로위의 촌극은 그렇게 끝났다.
[…드라이버계의… 큰… 별이… 지는… 데슷…]
“에메랄드으으으으-!”
꺼어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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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자기 심리적 이익만 챙기려는 똥인간한텐 똑닮은 분충이 짝이라더니.
발할라!!!!!!!!!!!!!!!!!!!!!!!!!!!!!!!!!!!!!!!!!!!!!
읽다가 파킨할거같아서 못읽겠는레훼에엥
소자는 이미 파킨했음.
......주인이나 애완동물이나. 환장의 콜라보군요.
분충따위에게 인간의 것을 주는것부터가 문제입니다.
간단하게 걍 전부 조건없이 구제하면 마음이 편합니다.
똥닝겐 바보인 레후.
주인이나 똥벌레나
개띵작 ㄷㄷ
8기통 실장카였으면 지푸라기에 운전이 막히는 일은 없는데스!
이번에도 유쾌한 글이었습니다 선생님
2019년 4월 17일
사육실장들은 엄청난 섬광과 천지를 뒤흔드는 폭음과 함께 그렇게 두 동강이 났다.
병☆신☆모☆자☆란☆새☆끼
분뇨의 도로
아마아마 그 자체인 필력이었던 레후 ㅜㅜ
이 오바상은 볼때마다 필력과 소재가 너무 뛰어나서 감탄이 나오는 레후.
기억할께! 미도리 지옥에서도 강하게 살아가렴
이스크를 보고 데보라출분열이 나은데스
아 씨 여러번 본 갑자기 스큰데 왜 댄스 플로어에 불붙었다는 문장이 웃기지.
개띵작ㅋㅋㅋㅋㅋ
1인가구 실각은 대체 어떻게 생각해낸 문장인가요. 다시 봐도 정말 대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