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입대의 회장이 써준 ‘장기근속 보장 합의서’
기간의 정함 있는 근로자 갱신기대권 근거로 인정
기타 사유 없이 계약기간 만료로 고용관계 종료하면 ‘부당해고’
중앙노동위원회
전임 입주자대표회의 회장이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자에게 ‘장기근속 보장 합의서’를 작성해 주며 장기근속을 약속한 경우 갱신기대권이 인정돼 합리적 이유 없이 단순히 계약기간 만료로 고용관계를 종료하면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판정이 나왔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최근 부산시 소재 모 아파트 입대의가 경비원 A씨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신청에 대해 부당해고를 인정한 부산지방노동위원회의 초심 판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입대의의 재심신청을 기각했다.
경비원 A씨는 지난 2015년 11월경 자치관리 중인 아파트 입대의와 1년의 계약기간(2015. 11. 23.~2016. 11. 22.)을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입대의 회장이었던 B씨는 A씨에게 “아파트 근무환경이 열악하므로 입사한 경비원들이 1년만 넘기면 자동으로 장기근속토록 할 것을 약속한다”고 말하며 위와 같은 내용이 명시된 확인서 및 합의서를 A씨 포함 다른 근로자들에게도 작성해줬다. 또한 위 서류들에 대해 추후 동대표들의 동의를 얻었으며 당시 자문위원장의 날인(도장)까지 받았다.
이후 A씨는 2인 1조로 근무하던 동료 경비원 퇴사로 인해 2016년 9월부터 10월까지 초과근무를 했으나 초과근무 수당 및 임금을 받지 못해 관할 노동지청에 진정을 제기, 입대의가 수당 및 임금 지급 지시에 불복해 소송에 이르렀으며 결국 입대의가 패소해 올해 4월경 수당 및 임금을 지급했다.
소송이 진행되던 2017년 4월경 입대의 회장이 B씨에서 C씨로 변경됐고, 다음 달인 5월경 C씨는 경비원 A씨가 직원으로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해고를 결정했다가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음을 확인하고 해고 결정을 취소했다. 이어 6월경 A씨는 입대의와 1년의 계약기간(2016. 11. 23.~2017. 11. 22.)을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입대의는 같은 해 10월경 A씨에게 앞선 근로계약의 종료시점인 2017년 11월 22일부로 근로계약이 종료됨을 통보했다. 당시 함께 근무하던 근로자들은 A씨와 동일하게 기간을 1년으로 정한 근로계약을 체결해 왔으나 대부분 3년 이상 계속해서 근무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입대의는 “전임 입대의 회장 B씨의 장기근속보장 약속은 입대의 의결을 거치지 않았을 뿐더러 날짜도 기재되지 않은 합의서의 효력은 인정할 수 없다”며 “A씨는 1년의 기간을 정한 근로자로 채용돼 2016. 11. 23.부터 2017. 11. 22.까지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한 번 더 체결한 것뿐이므로 갱신대기권이 인정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노위는 “이 아파트의 관리규약은 입대의 회장이 근로자에 대한 장기근속 또는 재계약을 보장하는 행위를 입대의 의결사항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으며, 입대의의 의결을 거치지 않은 채 장기근속을 약속했다고 해서 A씨가 계약갱신에 대한 충분한 기대를 갖게 된 것에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하며 “전임 입대의 회장 B씨가 합의서를 작성해 준 사실을 증언하고 이것이 허위로 작성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 A씨와 같이 ‘1년의 기간을 정한 근로계약’을 한 근로자들이 3년 이상 근무하고 있어 B씨의 장기근속 보장 약속을 신뢰했다는 A씨의 주장에 타당성이 있는 점, 통상적으로 아파트 경비업무는 계속·상시적 업무인 데다 이 아파트의 경우 자치관리 방식으로서 위탁계약기간 만료로 인한 근로계약 해지 위험성이 낮은 점 등을 이유로 A씨의 근로계약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이어 “입대의가 계약기간만료 이외에 A씨와의 계약갱신을 거절한 사유를 제시하지 않는 등의 사실에 비춰볼 때 A씨에게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이 형성됐음에도 입대의가 합리적 이유 없이 계약기간 만료로 고용관계를 종료한 것은 부당하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