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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article/308/00000326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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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감수성에 맞게 원작을 수정하려는 흐름을 두고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비영리단체 ‘펜 아메리카’의 수잰 노셀 대표는 “여러분과 다른 성향이나 이념을 가진 사람이 펜을 들고 (단어를) 지우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생각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지금 기준으로 수용하기 어려운 표현들이 빚어내는 의외의 효과를 환기시키는 목소리도 있다. 캐나다 일간지 〈내셔널 포스트〉의 바버라 케이 칼럼니스트는 1936년에 발표된 애거사 크리스티의 푸아로 시리즈에서 한 등장인물이 “나는 흑인 얼굴이라도 절대 잊지 못한다”라고 한 말을 예로 들었다. “이 말은 분명 인종차별적이지만, 백인이 아닌 사람을 ‘보이지 않는 존재’로 여겼던 제국주의적 사고방식과 사회적 분열을 잘 보여준다. 크리스티의 책을 당시의 편견에 대한 시금석으로 삼아 우리가 그 암울한 시대에서 얼마나 멀리 왔는지 보여주는 것이 훨씬 낫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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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번에 수정된 애거사 크리스티의 〈카리브해의 미스터리〉를 번역하기도 했다. “오래전 번역이라 기억이 잘 나진 않지만 원작자가 읽는 사람의 마음에 상처가 줄 의도가 아니었다면 시대에 맞게 수정하는 게 맞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당시에는 의도가 없는 표현이었을지 모르지만 상처받는 독자들이 있다. 특히 애거사 크리스티는 대중과 함께 호흡한 대표적 작가다. 작품의 생명력을 계속해서 갖고 가는 데 방해가 되는 표현을 고치는 것 정도는 고인도 양해하지 않을까. 게다가 원작에는 언제든 접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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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수정을 검토한다는 건 그만큼 현 시대에도 소구력 있는 작품이라는 의미다. 애거사 크리스티는 1976년 사망했지만 〈오리엔트 특급 살인〉 〈나일강의 죽음〉 등은 최근까지도 규모 있는 영화로 제작되고 있다. 넷플릭스는 2021년 로알드 달 스토리컴퍼니를 인수한 뒤 ‘로알드 달의 뮤지컬 마틸다’를 공개하기도 했다. 변정수 출판평론가는 “어쨌든 해당 작품의 독자가 꾸준히 있다는 뜻이다. 원작 수정이 옛날에는 없었는가 하면 그렇지 않다. 〈걸리버 여행기〉가 동화 형태의 다이제스트로 나왔듯이 원전도 시대 상황에 맞게 계속해서 변형되어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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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겐 원작 수정이 검열이지만 또 누군가에겐 환영할 만한 ‘업데이트’ 과정이다. 특히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에 대한 첨예한 논쟁 속에 최근 출판계에 등장한 ‘감수성 독자(sensitivity readers, 이야기 검수자)’는 후자의 분위기를 반영한다. 〈가디언〉에 따르면, 감수성 독자는 최근 몇 년 동안 뜨거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들은 책이 출간되기 전 내용을 검토해 불쾌하거나 부정확한 표현을 거르는 일을 한다. 주로 출판사나 작가들이 고용하는 프리랜서 형태의 편집자다. 예를 들어, 저자가 흑인 헤어스타일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해 부정확한 설명을 썼을 경우 피드백을 주면 저자가 이를 참고해 수정 여부를 결정한다. 작품의 포용성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일 수도 있지만 책 출간 이후 부적절한 표현 때문에 논란의 중심에 서는 걸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이번 사안은 대중문화계 'PC 논쟁'의 연장선에 놓여 있기도 하다. 디즈니가 인어공주 역에 흑인 배우를 캐스팅하면서 PC주의를 지나치게 의식했다는 비판을 받았듯 고인이 된 작가의 작품을 현대적 기준에 맞게 수정한 데 대해 과도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작가와 독자의 관계가 재설정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미디어문화를 연구해온 한송희 세종대학교 문화산업경영융합전공 초빙교수는 문화예술에 대한 PC의 요구 기저에는 '작가(문화 생산자)'와 '독자(문화 수용자)'라는 개념 사이의 충돌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의 이론이나 비평은 작가를 특권적인 존재로 여겨왔다. 위대한 작품을 세상에 내놓은 '아버지'로 작가를 상상해왔다. 그렇게 되면 작가는 언제나 작품에 선행하는 존재이고, 작품은 작가의 종속물이 되어버린다. 그런데 PC에 대한 요구는 작가라는 존재를 흐릿하게 만들면서 독자의 탄생을 조명한다. '작가가 어떤 생각으로 그런 표현을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텍스트에는 이런 게 있고 나는 그게 불편해. 그건 나를 해하는 표현이니까'라는 식으로 자신의 감각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지라는 적극적인 요청인 셈이다.”
과거의 모든 작품을 현대적 기준에 맞춰 재단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낡은 관습을 덮어두고 수용하기도 곤란하다. 질문은 남는다. “문화예술에 대한 평가가 '동시대성'을 누락한 '낡은 기준'에 근거하여 이뤄진다면 과연 그런 평가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다만 한송희 교수는 PC에 대한 요구가 구체적인 행위로 이어질 때 그게 이전의 잘못을 '지우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게 건설적인 대안인지 의문을 던진다. “'뚱뚱한(fat)'이라는 단어를 '거대한(enormous)'으로 고치고, 인종차별을 떠올리게 하는 '검은(black)' '하얀(white)' 등의 수식어를 지우고, 주인공이 즐겨 읽는 책을 남성 작가의 책에서 여성 작가의 책으로 바꾸는 게 '올바름'을 추구하는 행위라고 볼 수 있을까? 도리어 인류의 역사가 숱한 차별과 억압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을 부정하고, 여전히 현실에 뿌리 깊게 박혀 있는 혐오를 '없는 일'로 치부해버리는 하나의 표백 행위이지는 않을까?”
국내 작가들의 경우 개정판을 낼 때 더러 혐오 표현을 손보기는 하지만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다. 세계문학전집을 내는 민음사의 경우 번역 문구를 다듬는다. 민음사 관계자는 “1990년대 출간된 작품 중 그 시기 통용되던 한국어 어휘 중 차별적인 표현들이 있다. 번역을 손보면서 시대착오적인 부분을 수정했다. 남자 등장인물이 평어를 쓸 때 여자는 경어를 쓴다든지, 작품 해설에서 사용하는 ‘처녀작’이라는 표현이 그 예다”라고 말했다. 제임스 프리처드의 말처럼 독자도, 시대도 달라졌다. 그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작가와 출판사의 노력도 각별해질 수밖에 없다.
첫댓글 개인적으로 검열에 가깝다고 생각하긔. 소설이라는게 그 시대상을 엿볼수있는 자료이기도 한데 저렇게 고치다 보면 그런 흔적이 다 지워지지 않겠냐긔
작가가 현존하면 출간할때 개정판을 요청하거나 번역할때 협의해서하는건 괜찮다고보지만 고인된 작가들이나 고전이면 차라리 주석을 다는게 낫지않을까요..
예전에는 깜둥이라는 표현이 흔하게 쓰였는데 그시절에는 인식이 그랬구나, 우리가 이만큼 달라졌구나, 이런 걸 알 수 있도록 시대의 기록으로 놔둬야한다고 생각해요. 이시대의 문학에 그런 단어를 쓰면 당연히 비판받고 고치는게 맞지만.. 백인이 아시아인 역할을 했던 헐리웃 영화는 어떻게 교정할 건가요? 시대착오적인 수많은 애니메이션은요? 마블영화가 시대에 따라 블랙위도우를 그리는 방식이 달라졌듯이 현대작품이 달라져야하지 않을까요 브리저튼이나 인어공주는 시대에 맞는 재해석이고..
그리고 영어자막을 달때 남자는 반말하고 여자는 존댓말하는 번역 이런걸 고치는 것도 시급한 것 같긔
생각해볼만한 화제인게요. 당장 우리가 수능필독도서로 추천받는 한국문학들 생각해보면 여혐적인 표현 많은 소설들 진짜많거든요..성인들이야 원작그대로를 읽든 개선된 글을 읽든 선택할수잇겠지만 청소년들은 수능을 쳐야하니 골라읽기도힘들고 수능이꼭 아니더라도 스스로 판단하고 고를 능력이 부족한데 그런 표현 범벅인 소설들에 노출된다는거 자체가 넘 힘든일이라서요
예를들어 운수좋은날같이 유명한 소설만해도.. 저는 아내가불쌍해서 눈물나기 이전에 남주의 험한 욕과 아내학대때문에 글읽는내내 넘 고통스러웠거든요
근데 수능필독서라.. 어거지로 읽고외웠어요..
당장 퇴마록도 개정판 수정 많이 하고 원판이 더 낫단 의견 많거든요... 웬만큼 큰거 아니면 개정 안하는게 나은거 같긔.. 아님 개정판이랑 원판 둘다 팔던지요..
이건 우선 성경부터 개정판 내면서 시작하라긔
시대 상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거 잖아요
나무의 흠결도 다 그 나무가 지나온 역사긔
맨들맨들 그 당시 유행하는 리스칠로 다 덮으면 중국의 문화 혁명이라는 이름아래 벌어진 폭력 과 다를게 없긔
시대의 흔적은 남겨둔 채, 그걸 현재의 관점에서 비판하고 개선점을 찾고, 그럼에도 지나온 시절을 관통하는 인류 문학적 가치에 대해서 논하는 방식으로 문학수업이 이루어져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