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여는 음악 9월 27일(수)*
▲노래가 된 가을 詩 ③
◾내일부터 추석 연휴
◀들길을 걸으며 (나태주 시)
◼이미경(소프라노)
◀들국화 (장수철 시)
◼최현수(바리톤)
◀부모 (김소월 시)
◼김상은(소월 증손녀)
◼손태진✕신성
◀가을밤(이태선 시)
◼조용필
◀별 헤는 밤(윤동주 시)
◼고우림
◀달하 노피곰 도다샤
(정읍사: 이치훈 改詩)
◼포레스텔라
◉추석을 앞둔
가을날입니다.
내일부터 엿새 동안
비교적 긴 연휴입니다.
아직 단풍 들고
낙엽 지기에는 이릅니다.
그래서 숲과 들판에는
꽃을 피울 수 있는
야생화들이 마지막 할 일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요즈음의 대세는
여뀌와 들국화입니다.
◉산길을 걷다 보면
길옆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야생화가 대부분 여뀌과
친구입니다.
마디풀과로 부르기도 합니다.
털여뀌와 이삭여뀌, 별여뀌,
가시덩굴 여뀌 등
여러 종류의 여뀌들이
뒤섞여 줄지어 따라옵니다.
이삭 모양 꽃차례에
분홍색으로 피는 털여뀌가
가장 많이 보입니다.
개울 근처에는 군데군데
얼마 전에 소개한 고마리
무리도 섞여 있습니다.
고마리 역시 여뀌과입니다.
◉고마리와 비슷하게
생긴 같은 여뀌과 친구들이
근처에 모여있는 것도
자주 보게 됩니다.
작은 메밀밭이 펼쳐져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잎 모양이 고마리와 다릅니다.
줄기에 달린 가시도
더 억세 보입니다.
이 야생식물의 이름은
‘며느리 밑씻개’입니다.
날카로운 가시가 달린
이 풀로 며느리의 밑을
닦게 한다는 무시무시한
이름을 가졌습니다.
◉영어 이름은
‘Prickle Tearthumb’입니다.
‘손가락을 찌르는 풀’이라는
의미입니다.
중국 이름은 자료(紫蓼)로
‘찌르는 여뀌’라는 뜻입니다.
그 정도의 이름은 이해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붙인
이름은 너무 심했습니다.
그 억세고 날카로운 풀로
며느리의 밑을 닦게 할
시어머니는 아마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그런 아름을
붙여놓고 공식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문제가 많습니다.
좋지 않은 인간관계를
나타내는 이름을
왜 식물에게 붙였는지
의아해집니다.
이 땅에 함께 사는 생명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배려가
전혀 없습니다.
게다가 시어머니를 애꿎게도
나쁜 사람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래서 시어머니로서도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시어머니가 며느리의
눈치를 보는 쪽으로 바뀌어
가고 있는 요즘 세태와도
전혀 맞지 않습니다.
◉일본에서 부르는 이름
‘의붓자식의 밑씻개’
(마마꼬노시리누구이)를 가져와
‘의붓아들’을 ‘며느리’로
바꿔치기한 것이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일제강점기에 그랬으니
오래 그렇게 불렀습니다.
그렇다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고쳐줘야 합니다.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오랜만에 정으로 만나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이 친구들을 보면서
유감스러운 생각을
다시 떠올려봤습니다.
‘며느리 배꼽’, ‘사위질빵’,
‘애기똥풀’, ‘쥐오줌풀’,
‘도둑놈의 갈고리’ 같이
존중을 담지 않은 이름을
가진 식물들에 대해서도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그 이름을 고쳐줘야
할 것 같습니다.
◉꽃과 나무 등 주변 생명을
보는 나태주 시인의
시선과 마음에는
따뜻함과 존중심이
담겨있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 짧은 시로 ‘풀꽃’ 열풍을
불러왔던 시인입니다.
그의 시집
‘꽃을 보듯 너를 본다’에
실려있는 ‘들길을 걸으며’가
노래로 만들어졌습니다.
동요 작곡가 김정철이
곡을 붙였습니다.
◉노래도 노래지만
이 영상에 등장하는
가을 억새 군락지가 눈에 찹니다.
지금 들판에 나서면
이렇게 은발의 이삭을 달고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들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억새 무리는
아름다운 가을풍경의
하나입니다.
가을바람은 억새에게 중요합니다.
바람에 실어 꽃가루를
나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잎이 날카로워 손이 베이기 쉬운
억센 풀이지만
잎과 줄기, 이삭, 뿌리 등
온몸으로 주변의 생명을
길러내는 특별한 재능을 지닌
볏과식물입니다.
그 억새 숲이 있는 들길을 걸으며
들어보는 노래입니다.
소프라노 이미경입니다.
https://youtu.be/xP0QFxxmqRE?si=1WY90y5QCVzk-2nf
◉흔히 가을은
들국화의 계절이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들국화란 이름의
꽃은 세상에 없습니다.
구절초와 쑥부쟁이, 벌개미취는
있어도 들국화는 없습니다.
갈참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
상수리나무는 있는데
참나무라는 이름이 나무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야생에서 피는 국화과 꽃들을
뭉퉁거려 들국화라 부릅니다.
◉며칠 전부터 집주변에서
피기 시작한 구절초가
익숙한 들국화 중 하나입니다.
들판으로 나가면 쑥부쟁이와
벌개미취가 한창입니다.
흰색 꽃을 피우는
미국쑥부쟁이와
자주색 꽃의 벌개미취가
숲과 들판에서 요즘
자주 만나는 들국화입니다.
둘은 구분이 쉽지 않지만
구절초는 얼른 구분이 됩니다.
모두가 노란 중심 통꽃에
여러 색의 꽃잎을
가지런히 달고 피었습니다.
그래서 단아하고 청초한
느낌을 주는 들국화입니다.
홀로 피어 있을 때는
가련한 느낌을 주기도 합니다.
그 모습을 그린 시가
장수철 시인의 ‘들국화’입니다.
◉‘흰 구름 떠도는 가을 언덕에
한 떨기 들국화가 피고 있는데
그 누구를 남몰래 사모하기에
오늘도 가련하게 구름만 돈다.’
시를 쓴 시인도
노래를 만든 작곡가도
세상을 떠난 지가
오래됐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시와 노래는
여전히 사랑받고 있습니다.
평양 출신인 장수철 시인과
함남 서호진 출신인
정대현 작곡가 두 사람 모두
6.25 때 월남했습니다.
북한 땅 고향을 그리며
들국화와 같은 마음으로
시와 음악에 매달려 살다
떠나갔습니다.
그들의 서정적인 노랫말과
정감 어린 멜로디가 담긴
‘들국화’를 바리톤 최현수가
노래합니다.
이탈리아 베르디 국제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1위에 올랐던
삼육대 특임교수 최현수입니다.
https://youtu.be/BUo4teVVp3k?si=lnICBzF8Cjq3J3a8
◉추석 명절은 다시 한번
부모를 생각하는 때입니다.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거나,
멀리 떨어져 살거나.
함께 살거나 어느 경우이건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소월의 시로 만든 노래
‘부모’를 불러와 봅니다.
소월만큼 자신의 시가
가곡이나 대중가요에 많이
불려 간 시인도 없을 것입니다.
그만큼 쉽고 평범한 시어로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는 얘기와 통합니다.
지금은 여든세 살로 미국에
노년을 보내고 있는 유주용이
불러 널리 알려진 ‘부모’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시도 어려운 단어들이
하나도 없습니다.
효심을 내세운 시도 아닙니다.
쉬운 언어들로 자신 존재의
근원을 이야기합니다.
부모가 어떻게 입히고 먹이고
키웠는지 짐작으로 알 수 없으니
스스로 부모가 돼서
알아보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소월은 서른두 살에
요절하면서 부모가 돼서
알아볼 시간이 부족한 채
세상을 떠났습니다.
4남 2녀를 두었던 소월의
자손은 현재 손자와 손녀
증손녀 등 5명이 한국에
살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 성악가가 된
증손녀 김상은은 증조할아버지의
시로 된 노래를 모아
음반을 내기도 했습니다.
https://youtu.be/htxeMpClDB0?si=wYX7CK-_8GwSsYsk
◉이어 트롯 가수로 친숙해진
손태진과 신성의 듀엣으로
들어보는 ‘부모’입니다.
https://youtu.be/5n9QNQ86Mp0?si=lsGLDPVFgTwLtvX6
◉가을밤에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순수하고 깨끗한
노랫말로 표현한 동요
‘가을밤’이 다음 차례입니다.
1920년대에 윤복진 시에
박태준의 작곡으로
만들어진 동요입니다.
윤복진은 6.25 때 월북하면서
남쪽에서는 잊혀진
동요 시인이 됐습니다.
그는 북한에서 작가로 활동하다가
1991년 타계했습니다.
이 노래는 1950년대에
아동문학가 이태선이
새롭게 가사를 붙이면서
초등학교 교과서에도 실린
국민 동요가 됐습니다.
조용필의 노래로 만나보는
‘가을밤’입니다.
https://youtu.be/69UTftrTK8k?si=fuX6y-ODkO5UCoM8
◉‘가을밤’에서 아이가
엄마가 그리워 별을 세듯이
시인 윤동주는
‘별 헤는 밤’에서
그리움의 대상인 어머니에게
별을 세며 편지를 보내는
형식으로 시를 씁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과 함께
일제강점기 아름답고
소중한 것을 잃은 시인의
슬픔이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삶에 대한
부끄러움을 나타내지만
자신을 희생해서라도
언젠가 긍정적인 세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희망과 믿음으로 마무리합니다.
‘헤는’은 ‘세는’, ‘헤아리는’의
함경도 강원도 사투리입니다.
윤동주 탄생 100주년을 맞아
2017년 조범진이 곡을 붙여
만든 노래를 연아의 남자
포레스텔라 고우림이 부릅니다.
https://youtu.be/C2MNjMpxONs?si=X3Xr2DAqh6aouvhG
◉이왕 하늘로 갔으니
밝고 환한 보름달을 보면서
마무리합니다.
포레스텔라가 부른
‘달하 노피곰 도다샤
(ᄃᆞᆯ하 노피곰 도ᄃᆞ샤)는
백제 가요 ‘정읍사’를
바탕으로 만든 노래입니다.
제목이 바로 이 백제 가요의
첫 구절입니다.
한글로 기록돼 전하는
가장 오래된 노래입니다.
행상 나가 돌아오지 않는
남편이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달님에게
기원하는 노래입니다.
◉밤중에 진자리를 밟을세라,
도둑을 만날세라 걱정하며
편안히 돌아올 것을 축원하는
아름다운 여심을 간절히
표현한 노래입니다.
‘정읍사’가 음악으로
만들어진 것은
고려 충렬왕 때인 것으로
알려지고있습니다.
이 노래에서 달은 곧
천지신명(天地神明)으로
제 할 일은 다했습니다.
하지만 오지 않는 남편을
오게 만들게까지는 하지 못해
결국 아내의 소원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정읍사’를 바탕으로 새롭게
시를 붙인 노래가 애절합니다.
2년 전 추석을 앞두고
포레스텔라가 부르는
달의 노래입니다.
https://youtu.be/pMCXIdpy98E?si=Mm3NlRz_rCj1f2Nv
◉어제에 이어
오늘아침에도
가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비가 유난히 잦은
올가을입니다.
그런데 추석 연휴 동안
비 소식은 일단 없습니다.
예보는 맑은 가을날이
이어지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추석날 밤
환한 한가위 보름달을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달님에게 어떤 말을
건넬지 미리 생각해두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밝고 넉넉한 연휴 보내고
일주일 뒤에 다시
만나도록 하겠습니다.
(배석규)
옮겨온 글
첫댓글 건강하고 행복한 추석명절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