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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로 구이
김 경일
사는 형편이 좋아진 뒤부터 너나없이 유명한 맛집을 찾아 나선다. 도시는 도시대로 대표적인 먹거리를 널리 알리려 하고 먹거리를 주제로 지역 축제도 다양하게 열린다.
언제부턴가 티뷔에서 유명 연예인들이 현장을 찾아 별별 요상한 체험을 하며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물하는 고정 프로를 진행하여 인기를 더하고 있다. 모 방송의 아무 프로에 나온 집이라는 사실을 크게 알리려고 업소마다 기발한 광고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것도 식상해 보인다.
강원도에서 지역 대표 음식을 꼽으라면 얼마 안가 막막해진다. 춘천은 막국수와 닭갈비, 원주 추어탕, 횡성 한우, 정선 콧등치기 국수...과문한 탓인지 더 이상 이어가는 게 쉽지 않아 유감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이 곳 저 곳 명승지를 둘러보는 것도 좋지만 입맛 맞는 집을 찾아가 입호강하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게 아니다.
홍천은 마음 가득히 가까운 곳으로 느껴진다. 나고 자란 고향 횡성과 맞닿아 있는데다 20대 후반부터 옮겨와 눌러 살고 있는 춘천도 역시 살을 맞대고 있으니 인연이 예사롭지 않다.
지방자치 시행 이후 시군마다 남들에게 내세울 무엇인가를 찾아내느라 부산을 떤다. 명산이나 강을 앞에 내세우고 역사적 유물이나 인물을 재조명하여 살을 붙여 그럴듯하게 내놓으려 머리를 짜내곤 한다. 홍천도 5대 명품으로 홍천쌀, 늘푸름 한우, 찰옥수수, 6년근 인삼, 홍천 잣을 꼽는다.
홍천 구경(九景) 명승지로는 팔봉산, 가리산, 미약골, 금학산, 가령폭포, 공작산 수타사, 용소계곡, 살둔 계곡, 가칠봉 삼봉약수를 줄 세우니 손색이 없다. 홍천에서 자랑삼는 먹거리? 인구에 회자될만큼 유명세가 붙은 대표적 음식이 쉽게 떠올려지지 않는다. 정작 홍천에 사는 이들은 굳이 무슨 무슨 음식을 내세울런지 모르지만, 외지인들에겐 여전히 낯설다.
십수년 전부터 알려지기 시작한 홍천읍 하오안리 마을의 화로구이라면 홍천의 대표 먹거리로 선전해도 좋을 만하다. 지금은 마을 전체가 화로구이집이라고 할 만큼 각각의 간판을 걸고 손님을 맞으며 고기 굽는 연기를 피워 올리고 있어 신기하고 볼만하다.
처음 화로구이를 대한 건 1990년대 후반 무렵이다. 도청 사업소인 춘천시 동산면 조양리 소재 옥수수 원종장에 근무할 때로 옥수수 종자를 재배하는 데 필요한 인력 중 상당 부분을 홍천군 북방면 지역에 사는 여자 인부로 충당했다.
어느 날 연락책을 맡았던 ㄱ 여사의 안내로 하오안리 허름한 집을 찾아 생소한 화로구이를 맛보게 되었다. 돼지 삼겹살에 고추장 양념을 해 숙성한 후 옛날식 화로에 참숯불을 피운 뒤 그 위에 석쇠를 얹고 준비된 고기를 굽는 방법이 낯설지만 평소 먹어보지 못한 새로운 맛이 입 호강을 하게해 인상적이었다.
무심하게 몇 년 세월이 저 혼자 강물을 따라 덧없이 흐르는 동안 그 때의 화로구이 맛을 아무렇지 않게 잊고 지냈다. 무에가 그리 바쁘다고 허우적이며 아등바등하며 살았는지는 굳이 묻고 답할 일이 아니다.
소문에 홍천 하오안리 마을에 화로구이 붐이 일어 다녀온 사람들이 구전으로 전하는 찬사를 들으며 찾아가 보고 싶었다. 어느 날 다시 찾아간 마을은 천지개벽한 듯 달라져 있었다. 길 양쪽에 화로구이 간판을 단 집들이 여러 채 줄을 잇고 있어 별천지 같다.
저마다 한결 같이 원조 자기네가 화로구이라고 내세우니 그 놈의 원조는 도대체 몇 이나 되는 걸까, 먼저 다녀간 지인의 안내로 입구에서 한 참 안쪽에 위치한 ㅇ 집을 선택하여 들어갔다. 소문을 들은 게 우리만은 아닌 듯 손님들이 가득 찼다. 한결 세련된 분위기에 화롯불이 나오고 비법이 가미됐을 법한 고추장 양념으로 버무린 삼겹살이 쟁반에 담겨 나온다.
지글지글 익는 고기살점을 상추에 올리고 마늘과 고추를 된장에 찍어 쌈을 싸 입에 넣는다. 소주 안주로 이만하면 더 바랄 게 없다. 톡톡 튀는 맛에 취해 돌아오는 길은 행복하다.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도 일부러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와 화로구이 집을 찾아가 출출함을 달래고 외지에서 오는 손님을 대접할 때 안내해도 대부분 만족해 했다.
언제부턴가 주인이 개발했다는 메밀 커피의 독특한 맛에도 반했다. 무쇠 난로위에 놓인 큰 주전자에서 끓여내는 커피 한 잔, 고기를 먹고 난 포만감을 중화시켜 주는 이색서비스가 손님들을 매료시켰다.
그 후 다시 찾았을 때 유명세가 붙은 집 앞에는 손님들이 가득차 줄을 서서 기다리는 풍경이 신기했다. 여러 집이 처마를 맞대고 있지만 유독 한 집으로만 몰리는 이유? 비단 홍천 화로구이 집만이 아니라 구전으로 소문이 나고 티뷔이에 소개라도 된 집 앞에는 문전성시를 이루니 세상인심의 편향성을 확인한다.
홍천 하오안리 화로구이, 이제는 홍천을 대표하는 먹거리 촌으로 우뚝 서서오고 가는 손님들에게 매콤한 삼겹살 구이 맛을 선물하고 있으니 홍천의 또 하나 자랑거리로 내놓아도 좋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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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민회에서 한번 들린것 같은데 별미입니다
역시 소문이 자자하지요. 고맙습니다.
이제는 너무 유명합니다~~
정민회 안동 여행 귀로에 들려 더 좋았지요, 대박이지요.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