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늘 먹던 술이 지겨웠던 모양입니다.
늘 가던 집, 먹던 술과 안주, 늘 보던 기타 등등.
요즘말로 '신상'없나? 그래서 마산으로 가게되었습니다.
회사에서는 니가 좋아하는 술쪽으로 좀 기우는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내 돈 내고 내가 먹고 싶은 술 마시는데 누가 뭐라고 합니까?
오늘은 집에와서 카스 1병, 스타우트 1병을 마셨습니다.
예전에 스타우트 싫어했는데 내 입맛이 변했나, 술 맛이 변했나 나쁘지않게 여겨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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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마산 두월동 통술거리.
마산에는 먹을거리가 많다. 마산을 대표하는 5가지 먹을 거리인 아구찜, 전어회, 복요리, 미더덕, 국화주를 '마산 5미'라고 부른다. 마산하면 또 볼거리로 문신미술관을 빼놓을 수 없다.부산의 지하철 동래역 전철역 맞은편 시외버스 정류장에서 마산행 시외버스를 타니 넉넉하게 1시간이면 충분했다.오랜만에 올라탄 시외버스에서 문신이 생전에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마산이 낳은 세계적인 예술가 문신은 그의 작업노트에 "나는 노예처럼 작업하고, 서민과 같이 생활하며, 신처럼 창조한다"고 적었다. 마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택시를 타고 '신마산 통술거리'로 가달라고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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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술집'은 1970년대 오동동과 합성동 뒷골목에 생기기 시작했다. 마산어시장이 근처이다 보니 싱싱한 해산물을 싸게 구입해 푸짐하게 음식들을 내놓았던 것이 유래가 되었다. 오동동 통술골목에도 옛 명성을 이어가는 통술집이 있지만 상권은 신마산 통술거리로 이동했다. 통술거리를 알리는 입간판이 보자 마음이 설렌다. 마산 시청을 통해 소개받은 토담집(055-248-3400)으로 향했다.
#싱싱한 해물이 한상 통째로
통술집에는 메뉴판이 따로 없다. "어떻게 시키면 되죠?" 술을 시키면 안주가 따라 나오는 방식이다. 통술집에 가기 전에주의할 점은 저녁 식사는 금물이다. 이유는 한번 먹어 보면 알게 된다. 오후 8시 20분 맥주 소주 각 일병씩으로 이날의 술자리를 시작했다. 밥집이 아니라 술집 취재라 마산이 고향인 후배 한사람과 동행했다. 간장 게장, 뿔고동, 고구마와 밤, 부침개와 물김치가 일등으로 나왔다. 종지 그릇에는 커텐 고리가 들어 있다. 짐작컨대 고둥살을 빼먹는 용도이다. 고둥도 커텐 고리가 자기 살을 파고 들어올 지 몰랐고, 커텐 고리도 자기의 운명을 몰랐을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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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 개불, 가리비, 멍게, 새우등 해물이 한 접시에 들어왔다. 낙지와 대구알탕이 나오며 술자리는 본격 대회전에 들어갔다. "통술집은 술을 통에 넣고 먹는 집인줄 알았어요."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여자 손님의 목소리가 옆좌석에서 들려왔다. 아니다. '통술'은 싱싱하고 푸짐한 각종 해물 안주가 한상 통째로 나오는 술상이다.가짓수도 많지만 특히 안주거리의 신선도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개불과 낙지는 분명 뭇칼질을 당했건만 살아서 꿈틀거린다. 개불은 초장을 만나자 더욱 힘이 세어져 딱딱해지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좀 거시기 하다). 술상 가득 차려진 입맛 당기는 안주가 가득한데도 술자리가 끝날 때까지 맛있는 안주들이 계속 줄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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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그만 가져오세요!
이 곳에서 8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는 전영옥씨가 혼자서 부지런히 들락거린다. 전씨는 "통술은 계절음식으로 계절에 따라 음식의 종류가 바뀐다. 주메뉴는 해물이고 그날그날 상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생선회만 해도 돔은 사시사철 오르지만 봄에는 도다리, 여름에는 노래미, 가을에는 전어, 겨울에는 가오리라는 식이다. 마산 통술과 비슷하게 통영에는 다찌집, 진주에는 실비집이 있다. 같이 온 후배가 "통영 사람이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통영 보다 음식이 낫다"고 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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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이어 갈치와 뽈락 구이가 들어왔다. 알밴 갈치가 어찌나 입에 단지 입에서 녹는다. 그냥 들어오는 것 같은데 음식이 술 마시기에 좋게 궁합이 다 맞는다. "맛있는 것 먹고 속 편하면 되지 인생살이 뭐 있나…" "술은 이렇게 먹어야 하는데 우리는 잘못 먹고 있습니다" 이런 태평한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아직 끝이 나지 않았다.
속을 다스리라고 영계 반마리를 넣은 삼계탕이 나왔다. 원래 삼계탕집을 하려고 생각했다더니 국물 진하기가 대단하다. "삼계탕만 먹으도 얼만데…"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배는 이미 불러왔지만 말린 가자미 구이가 나오니 다시 손이 갔다. 가자미는 잘 말려서 구워먹으면 정말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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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린 가자미 구이.
이제 슬슬 일어나야겠다고 생각하는데 마산의 명물 아구찜, 넙치 육수로 만들었다는 미역국 수제비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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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풀이에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가 정신을 차렸다. "이제 제발 그만 가져오세요!" 일식집에서 이만큼 먹었으면 속이
힘들었을 것 같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속도 편하고 주머니 사정도 편하기만 했다. 2인 4만원, 3인 4만5천원. 소주 5천원, 맥주 4천원. 박종호 기자 nleader@
*낊신마산 통술거리 통술집
택시를 탈 경우 신마산 통술거리(두월동) 가자면 된다. 통술집은 나오는 방식은 거의 비슷하지만 업소에 따라 가격이나 메뉴가 조금씩 다르다. 뜨락실비식당(055-222-2837), 서호식당(247-6673), 송아식당(243-6864), 예원(246-2862), 갑주(222-7400), 석민(243-5155), 담소식당(243-2062), 수국(242-6660), 한바다(223-6767), 묵도리식당(222-1132), 럭키식당(224-1145)
부산에 도착하니까 12시. 그냥 갔으면 좋았는데 결국 2차가서 양주 한잔하고 집에는 2시 넘어서 들어갔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마산 통술집 또 가고 싶다!
(비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