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계에서는 10가지 지옥이 있어 생전에 죄를 지은 사람은 그의 죄업에 따라서 벌을 받는다.
시대가 변화함에 따라서 저승을 다스리는 판관들도 안경이라는 것이 도입되고 인터넷과 와이파이가 설치되는 등의
변혁이 일어났다.
그러한 변화에 맞추어 저승에서 죄인에게 이승에서 조리돌림 당할 경우 그에 맞추어 고통받게 만들었다.
심재설(沈載卨)이라는 죄인이 그러하였다.
생전의 죄업이 상당해서 이승에서는 그를 조롱하기를 野人時代라는 극에 출현한 배우가 고자로 나오는 고로
저승에서 낭심에 여러 고통을 받은 바, 유튜브에 자신을 희화하하는 영상, 조회수, 댓글이 나올 때마다 그는 그러한 고통을 받았으니
심재설은 매우 원통하여 원망과 억울함에 눈물만 흘렀다.
그리고 이승과 달리 천상은 빠르게 수년이 흘렀고 이승에서는 지구가 그의 존재를 잊혀질 때 쯤 옥황상제는 지옥으로 천마를 이끌고 행차하던 중
그의 앞을 막아서는 무례한 죄인을 발견하고 마차를 멈추었다.
상제는 죄인을 막는 이들을 물리고 그에게 억울함을 말하게 하였다.
재설은 원망을 머금고 머리를 땅에 찧으며 억울함과 원통함을 고했다.
그러고는
"신이 다시 세상에 윤회한다면 이런 수모를 당하지 않을 것이며 세상에 복수하여 추한 광대가 아닌 호걸로 다시 살 것이오.
내가 삶에 있어서 성불구자가 아닌것을 불구자라 조롱한 원인인 김두한이와 백인제에게 복수할거라고요!"
상제는 저승에서 오래동안 고통을 받고도 원망을 잊지 않은 그의 기백에 감탄하였다.
"좋다. 삶이라는것은 쫓고 쫓기는것이 낙인 것을! 허나, 음양이라는 것은 짐이 어찌할 수 없으니 단지 서천여래에게 아뢸 뿐이다."
상제는 북두성을 보내 서천여래를 청하였고 여래는 과거와 미래를 살펴보며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그대는 후회가 없는가?"
"네!"
"번복할 생각도 없는가?"
"다시는 번복할 생각이 없소!"
여러차례 같은 질문을 하자 다급한 재설은
"빨리 윤회 시키라고요! 이러다 또 고통받는다고요!"
라고 하니 그제야 여래는 환생을 위한 철차에 들어갔고 유리병에 든 감로수를 심재설에게 뿌리며 진언을 외웠다.
심재설은 제법 체격이 있는 육신에 근육이 빠져나가고 아리따운 여인의 모습으로 변화했으며 심지어 저고리와 치마를 입었다.
옥 같고 꽃 같은 자태가 수려하였다. 달을 숨게 하고 꽃을 부끄럽게 할 만하였으며, 물속의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을 잊어
가라앉고, 날아가는 기러기가 날갯짓을 멈춰 떨어질 만큼 아름다웠다. 곁에 있던 선관들이 그 모습을 보고 크게 웃으니
심재설이 몹시 부끄러워 얼굴을 붉히며 감히 고개를 들지 못하였다.
상제는 말하기를
"그대의 재능을 보니 과거 신라국으로 보내어 백성들이 고통받는 없애고 천하를 평안케 하거라."
상제의 명에 따라 심재설은 신라말 김만金曼으로 환생하였다.
과거와 미래의 지식을 갖고 있어서 그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환생시켜도 문란하고 음탕하다고 기록된 그 진성여왕으로 환생하다니...
'아니.. 그보다도.. 상제께서 뭐라고 했나. 날 보고 여자가 됐다고? 내가 진성여왕 이라.. 그 말인가?
여자라니...내가 여자라니! 이게 무슨소리야. 내가 여자라니!!! 으흙흙핡흝 '
그래도 아버지인 경문왕은 14년간 재위를 하는 국왕이라서 커가면서 애정을 받을 수 있었... 다는 상황도 참 황당했다.
신라의 상황을 생각하면 큰 오빠인 김정(훗날 헌강왕) 이후부터 나라가 망할 조짐이 있었는데 여러 요소로 인해서 신라의 망조는 눈에 띄였고 호족들도 너도 나도 진골들만 한다는 벼슬을 사칭하며
동네에서 왕 놀이를 했으니 자신이 집권할 시기를 생각하면 참 황당했다.
'그래. 어쩌겠나. 그래도 내가 정치는 몰라도 연극은 기가 막히게 잘 하니 이번 생의 배역은 여왕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보자.'
고민하고 고민한 일이었지만 그는 경문왕의 딸 김만으로 잘 살아갔다.
가족간에도 우애가 남달랐고 숙부 김위홍 또한 자신을 딸과 같이 아꼈다.
'헌데.. 이렇게 날 아끼는 숙부놈은 먼 훗날에 나와 그렇고 그런 관계로 발전할 것이 아닌가?'
속으로 김위홍을 멸시하였다.
명계에서 인터넷이 도입된 이후에 자신도 대충 과거시대를 살펴본적 있었기에 이러다 역사가 뒤틀려서 빨리 망하는게 아닐까 싶었다.
실제 역사에서는 진성여왕은 나라가 어려울 때 조카인 김요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상왕으로 있다가 세상을 떠난다.
망해가는 나라를 구하기 위해 자신의 선동 능력을 발휘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세월은 흘러 경문왕(景文王) 15년
월성의 침전
노쇠한 국왕 응렴은 곧 임종을 앞두고 있었다.
서방정토가 눈앞에 보이는 듯 시선은 앞에 있는 위홍, 낭예화상을 비롯한 이들에게 향하지 않고 있었다.
"성상..."
"누구지? 아.. 짐의 아우 위홍 아닌가?"
"그러하옵나이다."
"곧 명계로 떠날 것이니 군신관계를 떠나서 형제 관계로 대하고 싶네만.. 형님 소리 못 들은지 오래 되었지 않나."
"형님.."
위홍은 눈물 마저 들었다. 응렴은 그 말에 약간의 고개 끄덕임을 보였다.
"아우가 볼 때 태자는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을것 같은가?"
"태자께서는 성군이 되실 것입니다."
"거짓이다! 기근이 잦고 지방에서는 서라벌을 우습게 안지 오래되었건만 어찌 형을 속이는고? 태자는 놀기 좋아하며 공주는 광대놀음을 배우고 있으니 어찌 후사를 믿고 맡기리오? 허나 그대가 왕위에 관심없는 이유를 안다. 그대가 권좌를 찬탈하는 순간 천하의 표적이 되기 때문이 아닌가."
위홍은 형님의 마음 속에서 자신의 찬탈까지 생각했었음을 생각하며 두려움마저 들었다.
"허나 어쩔 것인가. 믿으마. 낭예화상 거기 있소?"
가사를 입은 승려가 합장하였다.
"나무아비타불.. "
"화상께서 세속의 일에 관여하는 걸 꺼려함은 알고 있소. 허나 태자가 너무 어리석고 철이 없어 법회가 열릴 때가 아니라도 법문으로 꾸짖고 깨우쳐주길 바라오."
"단지 법문이라면 그리 하겠나이다."
"아! 낭도시절 산천을 돌아간게 엊그제 같거늘 이렇게 노쇠하여 세상을 떠나는구나!"
한탄을 마치고 숨이 멎었다.
신라 48대 경문왕의 최후였다.
[신라 동궁]
철없는 태자는 왕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도 사슴사냥과 술자리를 가졌다.
같이 배석한 그의 형제들은 나이가 어려 술 대신 차를 앞에 두면서도 그의 큰 형이 저리 철없이 행동하니 앞으로가 걱정되었다.
'한 나라의 태자가 춤, 연극, 음악에 재능이 있는걸 보면 내가 저놈에게 환생이나 빙의 했어야 했는데..'
재설이 생각하기에 저 자는 왕위에 어울리는 인물이 아니었다.
왕은 자신을 광대놀음을 배우고 있었다고 하는데 실은 반대로 궁중 위주로 백성들의 고통과 미륵 왕림을 알리는 희곡을 현지화 하고 있었고 자신이 이승에 있던 시절 조선연극동맹이라는 연극단체에서 공연했던 '님'이라는 작품의 신라화를 준비중이었다.
그런 와중에 왕은 죽고 눈 앞의 이 태자는 직무를 제대로 하지 않은채 술자리 놀음이나 하고 앉았다.
문 밖에 신하들이 바삐 뛰어오며 국왕의 죽음을 알렸다.
태자는 얼굴이 붉어진 상태에서 그들이 입혀주는 옷을 차려 입으며 모든 절차에 맞게 행동하였다.
"왕이 된 뒤에는 좀 차분해지셨으면 좋겠는데.."
차남인 김정(훗날 정강왕)이 중얼거렸다.
"맞소. 태자랍시고 말이지... 이거 아주 웃기는 친굽니다."
"뭔 소리냐?"
"아니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뒤에도 왕은 차분하긴 커녕 경박하기 짝이 없는 국왕으로 변화하였다.
헌강왕 즉위 년에 황룡사 법회
"화려한 연등과 수많은 동남동녀들이 가득하니 즐겁구려! 아! 이렇게 고승들이 모여주셔서 감사하오."
황룡사에 성대한 행사가 열리면서 수많은 승려들과 백성들 그리고 문무백관들이 참석한 상태에서 철없는 젊은 왕은 기뻐하며 옆의 숙부 김위홍에게 말을 걸었다.
"숙부님, 아버님이 왕업은 이래야한다, 저래야 한다 하면서 잔소리를 하곤했는데 이제보니 별거 아니지 않습니까? 짐이 왕노릇을 잘 하고 있으니 말이오. 하하하"
"대왕! 공적인 자리에서 사적인 호칭을 사용하다니요?"
"알겠소. 음... 상대등 그런데 어떻소?"
'대왕께서 저리도 경박할 수가....'
"베품의 양이 많은 자만이 석가의 도를 빨리 얻는것은 아니올시다. 칠보를 많은 이에게 보시한 권세가보다 향이나 우유를 보시한 아이나 여인의 공덕을 하찮게 보는 것은 깨달음을 추구하는 이라 할 수 없소이다."
무염 화상은 신라지배층의 행태를 꼬집으며 이야기하였지만 상당수는 그저 덕담으로 여기며 나무아미타불을 외칠 뿐이었다.
국왕은 심지어 두리번 거리며 여인들을 구경하거나 아니면 불화에 그려진 천인상을 바라보며 멍때리기 까지 하였으니 정도가 너무 심하였다.
'그래도 저놈이 자제하는거겠지. 왕만 아니었다면 길바닥에서 자위를 했을터..'
재설이 보는 왕은 딱 그러하였다.
이런 썩은 신라에 필요한건 변화였고 혁명이었다.
왕의 여동생으로서 공주라 불리는 현재 처지를 볼 때 왕궁 내에서는 큰 변화는 어려웠다.
황룡사에서 자신이 만든 연극인 '님'을 국왕 앞에서 선보여봤는데 단지 자신의 선전 문구와 배우의 분장만을 재미있어 할 뿐이었으니 어떤 깨우침이나 변화조차 주지 못했다. 낭예화상이나 재설의 실패에서 보듯 왕은 참 하자가 많은 인물이었다.
어떤 학자는 처용의 아내를 겁탈한 역신의 존재를 헌강왕이라고 보고 있고 그 근거가 왕의 서자인 김요가 어떻게 태어났는지를 근거로 설명하고 있는데 재설 역시 지금의 국왕을 보면서 강력하게 역심을 느꼈다.
그래서 황룡사 법회 이후 왕을 찾아가 금관경에 내려가고 싶다고 청탁하였다.
"우리 만이가 짐처럼 풍유를 아는고? 그곳 역시도 볼곳도 많고 미녀도 많다는 말을 들은바 있다. 아! 미남도 많다고 들었다. 예로부터 남녀간의 행위라고 함은.."
"빨리 허락이나 해 달라고요!"
쓸데없이 말이 길어지자 짜증을 냈다.
그래도 왕 성격상 가족간에 이러는 걸로 문제삼지 않았기에 그저 웃으며 허락하고 끝냈다.
왕이 허락했으니 수레에 서책과 자신을 따르던 궁인 일부를 이끌고 남쪽으로 내려갔다.
금관경
공주가 왔다는 소식에 금관경을 맡고 있던 사신(仕臣)과 사대사(仕大舍)들은 안절부절하며 무리를 이끌며 관사까지 안내했다.
"혹시 경학에는 어느정도 학생이 있소?"
"교육이라는게 필요성을 느끼지 못해서 지금은 잘..."
서라벌에는 국학이 있었고 지방에는 '주州·경京'이 있으니 경학 또한 있을것이라 생각했다. 허나 시대가 골품이 관직을 얻는 상황이었고 그나마 국학에서 공부하는 학생이나 당나라 유학하는 경험이 없는 지방 인재들은 어차피 관직조차 주지 않는것 단지 홀로 공부하거나 또는 인재육성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존재했다.
"허면 이곳에 은거하는 인재가 있는가? 내 듣기로 김인광金仁匡이라는 이가 있다는 소문을 들은바 있노라."
"아! 김박사(博士) 말이군요. 봉림사에서 승려들과 함께 기거하고 있다고 들은바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그도 경학에 관심을 두긴 했었지요."
'박사? 4두품부터 6두품에 해당하는데 지방에 내려가면서 관위가 내려갔나? 그래도 앞으로 이 지역 유력한 호족으로 성장할 인물이니 먼저 포섭해야한다. 그리고 봉림사라... 그럼 미래의 창원 지역이겠군. 금관경이 생각보다 넓은데? 인재 뽑아내려면 지금이 기회겠군.'
그는 자신의 소매에 넣어둔 『맹자』 한권을 꺼냈다.
당장은 이시대에 맞는 혁명을 포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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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이 진성여왕이 된다면!?
이라는 병맛 발상으로 시작된 대체역사소설
이거 원래 그냥 대충 쓰고 끝내려고 했는데
대체역사소설 갤러리에서 반응이 이상하게 좋아서
캐릭터 설정집+ 캐릭터 외형 묘사까지 더 들어가야할듯 싶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