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014 프로농구 전반기는 특급 신인들의 합류 속에 큰 기대와 관심을 모으며 3개월여를 달려왔다.
지난 시즌 챔피언 결정전에서 맞붙었던 서울 SK와 울산 모비스의 강세가 뚜렷한 가운데,
다크호스 창원 LG가 기대 이상의 모습으로 호성적을 거두고 있으며, 애초에 중상위권으로 분류되었던 원주 동부와 안양KGC는
부상과 외국인 선수 문제 등으로 하위권을 형성하며 해당팀 팬들의 한숨만을 더했다.
16년만의 농구월드컵 진출 쾌거와 함께 시즌 전 치러진 프로-아마 최강전의 성공으로 어느때보다 큰 흥행을 기대했던 시즌이었지만, 생각만큼 팬들에게 웃음만을 주지 못한 전반기이기도 했다.
고양 오리온스의 팀내 불화가 기사화되기도 했으며, 김동욱-김승현의 충돌은 누가 잘못했냐를 떠나 팬들에겐 몹시 씁쓸한 장면들이었다.
프로농구에 만연한 오심과 플라핑 문제는 종종 넷상을 달궜으며, 헤인즈의 비신사적 행위와 그에 따른 징계는 팬들의 인내심을 한계에 다다르게 했다.
뿐만 아니라, 발전 없는 KBL의 올스타전은 비소를 면하지 못했으며,
같은 시기 터져나온 KT와 오리온스의 4:4 트레이드는 숱한 논란들을 만들며 KBL과 구단들의 행정력에 의문만을 남겼다.
하지만, 그럼에도 남은 절반, 후반기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으며 후반기를 좀 더 재밌기 즐길 수 있는 몇가지 포인트를 짚어보고자 한다.
1. 누구도 쉽사리 예상할 수 없는 우승 경쟁.
팀당 25경기에서 26경기를 소화한 현재 서울 SK와 울산 모비스가 18승으로 공동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돌풍의 팀 창원 LG가 17승을 거두며 0.5경기 차이로 바짝 두팀을 추격하고 있다.
1라운드 8승 1패, 2라운드 6승 3패, 3라운드 4승 4패로 점점 승률이 떨어지고 있는 서울 SK는 초반의 무서운 상승세를 잃은 모습이다.
게다가 타팀들의 강한 도전을 받는 가운데 헤인즈 사태가 발생했으며, 팀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치던 헤인즈가 후반기 첫 4경기를 결장하게 되었다.
징계 수위가 낮은감이 분명 있지만, 어찌되었건 선두싸움이 한창인 가운데 에이스를 잃었으니 SK의 후반기 시작이 쉬워보이지만은 않는다.
매 라운드 6할 이상의 승률을 거두고 있는 모비스는 언뜻 보기에는 꾸준한 경기력을 보이는 듯 싶지만, 연승과 연패를 반복하는 조금은 의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나 중하위권 팀들을 상대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면서도 우승 라이벌 서울 SK와의 3번의 맞대결에서 모두 패한 점이 모비스 입장에선 매우 아쉽다.
하지만, 양동근의 부상과 문태영의 초반 부진이라는 어려움 속에 거둔 성적이며, 이 가운데 신인 이대성을 발굴해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부분이다.
문태종, 김시래, 김종규 등 특급 선수의 합류 속에 다크호스로 지목되었던 창원 LG는 초반 김진 감독의 지도력에 의문부호가 붙으며,
시즌이 마음같이 쉽게 풀리진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경기를 거듭할 수록 좋아진 조직력 속에 지난 12월 11일에는 1496일만에 단독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시래, 김종규 등의 젊은 선수들과 중견 선수 기승호, 백전 노장 문태종까지 신구 조화가 잘 이루어지고 있으며
외국인 선수 농사까지 성공적이기에 후반기 그 상승세를 좀 더 기대해봐도 좋을 것 같다.
2. 군 제대 선수 복귀 전 선행되어야 할 하위권 탈출 과제.
현재 하위권에 쳐저있는 팀인 고양 오리온스, 안양 KGC, 원주 동부는 시즌 전 중상위권으로 분류되었던 팀들이다.
하지만, 고양 오리온스는 팀내 불화라는 잡음 속에 추일승 감독의 선수단 장악력이 도마위에 올랐으며
재계약 외국인 선수 리온 윌리엄스가 부진하면서 이기는 날보다 패배로 고개를 떨구는 날들이 더 많았다.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되었던 안양 KGC는 부상 선수들의 정상적인 복귀가 늦어지며 어려운 경기들을 치러야했고,
외국인 선수들 마저 부진하며 팀 창단 최다 연패인 8연패에 빠지기도 했었다.
초반 분위기가 좋았던 원주 동부는 허버트 힐의 태업 논란과 함께 김주성의 부상으로 한때 12연패에 빠지며 기대감을 가질 수 없는 경기력들을 보여주었다.
이런 세팀의 또 다른 공통점이 하나 있으니, 바로 군제대 선수를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오리온스의 허일영, KGC의 박찬희, 동부의 윤호영 등은 팀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할 수 있는 군제대 예정자이며,
5라운드에 있을 이들의 합류가 팀에 득이 되면 득이 되지 결코 독이 되진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5라운드까지 이렇다할 경기력 반전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군제대 선수들의 팀 복귀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 수도 있다.
11-12시즌 각각 소속팀에 합류했던 모비스의 함지훈과 동부의 이광재는 호성적의 팀에 날개를 달아주었지만,
지난 시즌 있었던 KCC 강병현과 LG 기승호의 복귀는 그저 후반기 승수 몇개 더 챙기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대대적인 팀 개편을 시행한 오리온스와 부상 선수들의 복귀, 외국인 선수 교체라는 승부수를 던진 KGC,
그리고 이미 외국인 선수 교체로 잠깐이었지만 반전을 이뤄냈던 동부까지,
이 세팀이 얼마나 군제대 선수가 돌아오기 전까지 하위권을 벗어서 플레이오프 경쟁에 합류 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후반기 한 재미가 될 것이다.
3. KT와 오리온스의 트레이드 효과와 살얼음판 중위권 경쟁.
8명의 선수가 팀을 옮기는 KBL 치고는 상당한 규모의 트레이드가 지난 23일 확정되었다.
트레이드가 이루어져다는 이야기의 시작부터 큰 이슈였지만, 트레이드 취소 소동과 추가 보상 등 그 과정은 더 소란스러웠으며,
이미 선수들이 적을 옮긴 상태임에도 여전히 결말이 어떻게 될 지 모르는 프로농구 역사상 희대의 사건이 되어가고 있다.
복잡한 그 속사정들을 각설하고 봤을때, 리그 탑 포인트 가드 전태풍이 추일승 감독과의 불화 끝에 팀을 옮겼고,
각 팀 팬들이 적지 않게 아껴온 젊은 두 빅맨의 소속팀이 뒤바뀌며, 후반기 이 트레이드가 리그에 어떤 영향을 줄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팀내 국내 선수 득점 1위였던 전태풍을 내보내며 새판을 짜게된 오리온스는 아쉬운 기량의 랜스 골번을 내보내고 득점력 좋은 앤서니 리차드슨을 얻게되었다.
두 시즌 전 최진수와 김동욱이 포워드 외국인 선수였던 크리스 윌리엄스와 좋은 호흡을 보여주었다는 점과,
전태풍이 나갔음에도 1번 포지션에 이현민과 한호빈이라는 경쟁력 있는 선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오리온스가 후반기 반전을 꾀할 수 있는 요소이다.
여기에 KT에서 기량을 다 꽃 피우지 못했던 장재석과 임종일, 그리고 부상으로 부진했던 김도수의 활약도 오리온스가 기대해볼만한 부분이다.
KT는 팀의 약점이었던 1번 포지션을 전태풍이라는 특급 가드로 보강했으며, 성실한 국내 빅맨 김승원의 합류로 높이 또한 얻었다.
전창진 감독은 KT 감독으로 취임한 후 좋은 성적에도 정통 가드와 빅맨의 부재로 늘 챔피언과는 거리를 두어야 했다.
이 때문에 딕슨 트레이드, 김현중 트레이드 등 당장의 1번과 5번 포지션을 보강하려는 움직임들을 꾸준히 보여왔지만, 그 결과들은 좋지 못했다.
게다가 추가 보상 문제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전창진 감독의 트레이드 불운이 이번엔 어떻게 결론날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별히 KT는 현재 중위권팀들 중 가장 앞선 4위를 기록하고 있는 팀으로 이 트레이드가 중위권 경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것으로 보인다.
초반 부진에도 불구하고 더니건의 복귀 속에 높은 승률을 보이고 있는 서울 삼성의 추격을 KT가 이번 트레이드를 통해 떨쳐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이며,
4위 KT부터 8위 오리온스까지 총 4경기 차이의 촘촘한 승률 사이에 5팀이 경쟁하고 있음은 이들이 플레이오프 진출을 무조건 긍정적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이다.
자칫 방심했다가는 어떤팀이라도 플레이오프 순위권 밖으로 밀려널 것이며, 이는 그리 놀랄 일도 아닐 것으로 보인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2월 초까지 해외에 있게 되는 바람에 농구는 보기가 힘들어서 아쉽지만...뉴스로라도 소식을 들어야겠네요ㅋㅋ이 게시판 들락날락도 거리고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ㅎㅎ
남은 12월의 일정이 정말 안양의 마지막 기회라 보고 있습니다ㅎ
패의 숫자는 19에 묶어둔채로 승의 숫자를 10으로 맞춘다면 남은 경기에서 마지막 승부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ㅎ
당장 오늘있을 오리온스와의 경기에서 연승을 이어가는게 너무나도 중요합니다ㅎ
와 잘읽었습니다. 깔끔하게읽기좋네요 kcc이야기도써주시지ㅜㅋㅋ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후반기 점점 재미있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