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아, 어버이 날, 한송이 카네이션같은 네 편지를 받고 너무 감동했단다. 네 엄마와 함께 읽으면서 눈물이 핑 돌고 가슴이 찡 했었지. 더구나 네 편지에는 감동만 있는 게 아니었다. 묵직하면서도 날카로운 네 성숙이 담겨 있었다. 삶을 보는 시야가 한층 깊어지고 글솜씨도 더욱 좋아졌더구나. 편지 안에서 너는 '이제 다 자랐습니다'라고 얘기하고 있더구나. 네 엄마도 옆에서 "이제 더 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단다. 아들아, 아빠는 인생을 회색계통이라고 생각한단다. 완전한 밝음(흰 색)도, 완전한 어둠(검은 색)도 아닌 중간 즉, 회색이라는 뜻이지. '인생은 미완성'이니'과정'이니 하는 말과 같은 의미라 해도 좋을 것이다. 흰 색과 검은 색은 각각 하나씩 밖에 없지만 회색은 수많은 단계가 있고, 우리의 삶은 그 많은 계단의 어디쯤에 있지. 잘 산다는 것은 아마도 지금 서있는 나의 계단에서 한 단계 더 밝음 쪽으로 올라가는 것 아니겠니. 많은 사람들이 그 한 단계 상승을 위하여 눈물과 땀 그리고 피를 쏟지. 뼈를 깍는 노력과 뜨거운 열정을 쏟아 붓기도 하고, 인생 전부를 올인 하기도 하지.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한 단계가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것이다. 평생을 애써도 오르지 못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수없이 많지. 아들아, 남다른 성취를 이룬 사람들에게는 남다른 뭔가가 있단다. 요즘 잘 나가는 배우 '장 혁'의 인터뷰 기사를 읽고 아빠는 너무 놀랐단다. 지금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뒷면에 놀라울만큼 캄캄한 어둠이 있었더구나. 오디션 시험에 119번 떨어지고 120번 째에 합격했다더구나. 새로 도전할 때마다 '나름대로 열심히 했고 이 정도면 되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자꾸 떨어졌단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나름대로'와 '이 정도면 되겠지' 라는 생각을 버리기로 했단다. 내 기준을 버리고 남들이 나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가를 생각하고 거기에 맞추려고 노력하니까 합격되더라고 하더구나. 남다른 성취를 한 장 혁에게 있는 '남다른 뭔가'는 무엇일까. 119번 떨어지고도 120번 째 다시 도전한 열정과 노력도 남다르지만 나만의 기준을 버려야겠다는 각성이야말로 진짜 남다르다는 생각이 들더구나. 아들아, 부족하니까 삶이다. 끊임없이 노력해도 끊임없이 부족한 게 인생이다. 공부라는 것 또한 아무리 용써도 손에 잡히는 게 없는 것 같지. 해도 해도 끝이 없고 그야말로 구름잡는 것 같지. 지나간 일년동안 무엇을 했나 싶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네 말마따나 쌓이고 남는 것이 분명히 있기 마련이다.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 너의 수고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다. 내 기준 뿐 아니라 남의 기준도 넘고 말겠다는 각오로 임한다면 분명히 남다른 성취를 하게 될것이다. "없는 게 메리트, 있는 게 젊음..."이라는 요즘 노래도 있더구나. 없는 것을 메리트 삼아 다시 시작한다고 생각하거라. 그래, 너에게는 아직 넘치는 젊음이 있으니까. 한 가지 더 있다면, 너는 좋은 그릇을 가지고 있잖니. 이 번 편지에서 다시 한 번 확실하게 느꼈다만 너의 그릇(자질)은 충분하다. 이제 그 그릇에 얼마나 좋고 많은 내용을 담느냐만이 관건일 뿐이다. 그릇 다듬는데 평생 걸리는 사람에 비하면 너는 이미 있는 게 많지. 그러므로 아들아, 힘 내라 힘! 힘 내라 힘!!!
2011. 5. 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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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큰 아들 글 솜씨도 아버지 못지않구먼. 든든하시겠심더. 지성이면 감천이라... 훌륭한 부자지간을 읽고 갑니다.
아들의 답장을 먼저 추카 추카.
국문학과에 보냈으면 대성했겠네.
아들의 소망대도 오래오래 건강하시게.
몸과 마음이 건강한데 무얼 더 바라겠나.
조급한 마음을 갖지는 말고 지켜보면
이 사회의 건강한 구성원으로 성장할 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