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소개 |
2005년 첫 시집 『목숨』으로 시가 된 시인 박진성이 3년 만에 들고 나온 두 번째 시집. 첫 시집이 제 속의 ‘아라리’에 몰두했던 때라면 이번 시집 속에서는 제 주변 사람들의 ‘아라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어제까지 당신은 아팠을 것이고 오늘부터 나는 탱화를 그리기로 한다’라고 말하는 시인에게서 어떤 강한 의지를 읽는다. 그것이 삶에 대한 것이든 사람에 대한 것이든 나아가 죽음에 대한 것이든 무언가 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을 때 우린 가장 치열한 삶의 정중앙을 달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할 것이다. 2005년 첫 시집 『목숨』으로 시가 된 시인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따스한 봄이었고, 눈부신 노란 낯빛을 표지로 얼굴 들이민 시들은 그러나 그와는 정반대로 계절 모르게 추웠고 어두웠고 슬펐더랬다. 시인은 아프다고 했다. 아니 아팠다. 그러나 이는 모름지기 당당한 와병이었다. 그가 제 병을 겁냈던가, 감췄던가, 치유하기 위해 발버둥을 쳤던가. 아니 아니다. 그냥 let it be, 내버려둔 자가 있었다면 바로 그다. 그리고 그가 3년 만에 들고 나온 두 번째 시집 『아라리』를 통해 나는 그가 보무도 당당! 하며 건강! 한 시인이었음을 다시 한번 확신할 수 있었다. 시인 박진성 얘기다. ‘아라리’라 했다. 아라리라니. 책을 펼치다 문득 “아라리는 힘이 세다”라는 구절 앞에 눈이 고인다. 그렇지. 아라리를 누가 배워 아나. 그냥 몸이 아는 거지. 흥이 날 때 우리는 얼씨구, 턱을 쳐들지 아라리, 턱을 떨구지 않는다. 고로 아라리는 우리네 슬픔의 감출 수 없는 딸꾹질인 바, 박진성의 아라리 연작을 필두로 한 이번 시집 속 시편들을 읽다보니 일단 전작과는 큰 차이 하나가 두드러짐을 알겠다. 그러니까 첫 시집이 제 속의 ‘아라리’에 몰두했던 때라면 이번 시집 속에서는 제 주변 사람들의 ‘아라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는 점이다. 전편을 놓고 비유하자면 그는 소리꾼이었다. 제 속에 맺힌 응어리가 한을 더할 때 소리의 깊이가 한층 더 여물어지는 소리꾼. 그러나 이번 시집에서 그는 목을 놓고 채를 잡았다. 고로 고수의 역할일 때가 더 잦았다는 말이다. 간간히 구음을 넣어 제 존재를, 제 소리를 분명하게 각인시켜줄 때도 있었으나 정작 그가 빛날 때는 북소리로 다른 슬픔에 장단을 맞추는 순간이었다. 그는 알람을 맞춰놓은 시계처럼 딱딱, 그러니까 북채를 휘둘러야 할 때를 귀신같이 알았다. 무엇보다 이번 시집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시인의 흔적은 그러니까 ‘시’, 그 본래에 가 닿고 싶어 하는 시인의 꿈틀거림이다. 시인은 한창 시를 앓고 있다. 첫 시집은 처음이었으므로 앓을 여유나 필요조차 감지할 새가 없었을 것이다. 이제 그로부터 한 발이 빠져나오고 보니 어럽쇼, 이거 사방팔방이 길 아니면 낭떠러지의 형국임을 알았을 것이다. 이를 어찌 할까나. 시인의 바람은 오직 하나다. ‘신음 없이 발작 없이 어머니의 오래된 손맛 같은 시 한 편 쓸 수 있을까……’ 하는 것. 세상 어떤 시인이 이러한 간절함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인가. 사방팔방 거울을 달고 내 얼굴만, 내 뒤통수만 내 등뼈만, 내 엉덩이만, 내 다리만 쳐다봤던 과거에서 걸어 나온 시인에게 길은 막다름이자 무지개일 것이다. 그래서 설레고 그래서 두려움이듯 한 발 다가섰다 한 발 물러서는 시편들에서 ‘獨水’와 ‘獨守’, ‘外島’와 ‘외도’라는 식의 언어유희랄까 어떤 재미적인 요소들로 즐거움을 들키다가도 문득 ‘나는 미친놈이 아니다’라는 구절로 애써 자신을 다잡아두었던 것일 테다. ‘어제까지 당신은 아팠을 것이고 오늘부터 나는 탱화를 그리기로 한다’라고 말하는 시인에게서 어떤 강한 의지를 읽는다. 그것이 삶에 대한 것이든 사람에 대한 것이든 나아가 죽음에 대한 것이든 무언가 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을 때 우린 가장 치열한 삶의 정중앙을 달리고 있는 것만은 분명할 것이다. 박진성은 그렇게 여전히도 젊음이다. 그것이 눈물겹다. [예스24 제공] |
작가 소개 |
저자 | 박진성 |
시인 박진성 1978년 충남 연기에서 태어나 고려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했다. 2001년 『현대시』로 등단했고, 시집으로 『목숨』이 있다. "시는, 여전히, 치유이고 위로이고 이상한 종교라고 말한다면 그대는 철없는 내 손가락만 만지작거리겠지. 그러나 어디 철없는 것이 내 손가락뿐이겠나. 지문뿐이겠나. 가슴은 대책 없이 뜨겁고 새벽에도 뜨겁고 나는 나무의 호흡법을 가늠해볼 뿐, 손가락과 길과 강과 나무와 한없이 좁고 긴 넋을 겹쳐본다. 치유의 간절함과 위로의 격렬함, 이상한 종교가 뿜어내는 이상한 빛으로 없는 문을 여느라 나는, 여전히, 진땀이다. 눈물이다." - 2008년 4월 박진성 |
첫댓글 아구. 다음주는 용돈을 아끼고 아껴야겠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