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중왕전 우승 청부사’ 중앙대 허동민
2023 U리그1 왕중왕전 우승. 중앙대 1학년 허동민은 성인이 된 첫해를 멋지게 마무리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축구부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했다는 특별한 기록도 함께다.
2023 U리그1의 왕중왕은 중앙대였다. 중앙대는 11월 23일 숭실대 운동장에서 열린 왕중왕전 결승전에서 숭실대를 1-0으로 꺾고 정상에 올랐다. 후반 17분 허동민이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강하게 찬 공이 골망을 흔들었다. 허동민의 결승골에 힘입어 중앙대는 2019년에 이은 두 번째 U리그 왕중왕전 우승을 차지했고, 1학년생 허동민은 대회 베스트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했다.
정확한 킥과 패스, 넓은 시야와 중거리 슛이 강점인 수비형 미드필더 허동민은 1학년임에도 올해 중앙대의 주축 멤버였다. 죽음의 조로 불렸던 U리그1 1권역에서 중앙대가 막판 역전으로 1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데도 허동민의 활약이 있었다. 허동민은 왕중왕전을 포함해 U리그에서 15경기 4골을 기록했고, 지난 8월 중앙대의 백두대간기 추계연맹전 우승에도 기여했다. 중원에서 적시 적소에 공을 전달하는 한편 상대의 공격을 한발 앞서 저지하는 역할을 했다.
허동민의 명석한 플레이는 서울 대동초 시절부터 주목을 받았다. 허동민은 대동초 6학년 때인 2016년, 초등리그 왕중왕전에서 팀의 우승을 이끌며 최우수선수상까지 수상한 바 있다. 이를 계기로 2017년 차범근 축구상 베스트 일레븐 멤버에 뽑히기도 했다. 이후 FC서울 유스팀인 오산중과 오산고를 거치며 성장했는데, 오산중에서는 K리그 U-15 챔피언십(2018년), 오산고에서는 K리그 U-18 챔피언십(2022년)에서 정상에 올랐다.
FC서울의 우선지명을 받고 올해 중앙대로 진학한 허동민은 대학 무대에서도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초·중·고·대 축구부 소속으로 모두 우승을 경험했다는 특별한 기록을 세우게 됐다. 허동민은 “결승에 올라가서는 져본 기억이 없다”며 우승 청부사다운 자신감을 보였다.
U리그 왕중왕전 우승을 차지한 중앙대
왕중왕전 우승을 차지한 소감이 어떤가요?
리그 1위로 왕중왕전에 나가 이렇게 우승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기뻐요. 감독님과 동료 선수들 모두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이 큽니다.
결승전 결승골의 주인공이 됐어요. 기대하고 있었나요?
아뇨. 사실 골을 그렇게 많이 넣는 선수는 아니어서요. 골에 대한 기대는 없었고 동료들을 위해 열심히 뛰자는 생각이었어요. 그래도 슈팅 찬스가 오면 때린다는 생각은 가지고 있었는데 정말 골을 넣게 돼서 저도 놀랐어요.
전반전까지는 숭실대에 조금 밀리는 양상이었어요. 허동민 선수의 골 이후에 중앙대의 분위기가 살아난 것 같아요. 경기를 전체적으로 돌아보면 어땠나요?
생각보다 숭실대가 강하게 나왔어요. 초반에 너무 밀린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지만 경기 전부터 약속된 플레이가 있었기 때문에 조급해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숭실대 홈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무리해서 공격적으로 나가기보다는 좀 더 안정적으로 플레이하기로 했어요. 침착하게 잘 버티다가 기회가 오면 마무리하기로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한 덕분에 승리할 수 있었어요.
이번 왕중왕전 경기 중 가장 힘들었던 경기는 어느 경기였나요?
아무래도 단국대와의 준결승전이 제일 기억에 남아요. 단국대 홈에서 경기를 했는데잔디 상태가 축구화로는 뛸 수 없는 상태라 경기 전날 풋살화를 사야 했어요. 게다가 경기 당일에는 비까지 많이 와서 쉽지 않은 경기를 했죠. 그래도 팀이 하나로 잘 뭉친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고, 그 기세로 우승까지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중앙대는 주전 중에 허동민 선수를 포함해 1학년 선수들이 많은 편이에요. 이유가 있을까요?
올해 처음 소집됐을 때부터 멤버가 좋아서 놀랐어요. 고등학교 때 다 잘하던 선수들이 모였더라고요. 물론 신입생이다 보니 처음에는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했죠. 하지만 감독님께서 학년에 관계없이 저희를 믿고 기용을 해주신 덕분에 빨리 적응할 수 있었어요. 경기를 하면서 점점 발도 잘 맞게 됐고요. 그래서 왕중왕전까지도 1학년 선수들이 많이 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결승골로 우승을 이끈 허동민(가운데 선수)
허동민 선수는 FC서울 유스팀 출신이잖아요. 다른 프로 유스팀 선수들과 한 팀이 돼 뛰게 된 느낌은 어땠나요?
되게 어색했어요. 수원삼성 유스팀인 매탄고 출신 선수들도 세 명이나 있거든요. 특히 문형진 선수랑은 작년에 상대 팀으로 만나 경기할 때 집중 마크를 하면서 정말 많이 싸웠던 친구예요. 그런데 이렇게 한 팀에서 같이 뛰게 돼서 처음에는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이제는 많이 친해졌어요(웃음).
올해 처음 경험해본 U리그는 어땠나요?
중앙대가 속한 U리그1 1권역에는 정말 약팀이 한 팀도 없었어요. 실력이 비등비등해서 어느 한 팀도 얕볼 수 없었죠. 모든 경기가 쉽지 않았고 한 경기, 한 경기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로 직행하고픈 마음도 있었을 것 같아요. 대학 무대 경험을 통해 어떤 것을 얻어가고 싶나요?
솔직히 고등학생 때까지는 저도 대학 무대에 큰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게 사실이에요. 하지만 와서 부딪혀보니 매 경기가 쉽지 않았어요. 프로에 가기 전 성인 무대에 적응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는 점에서 좋다고 생각해요. 감사하게도 감독님이 경기를 많이 뛰게 해주셔서 경기 체력이나 경기 감각을 키울 수 있었어요. 그런 부분들을 확실하게 얻어가는 것 같습니다.
첫 성인 무대라 힘든 점은 없었나요?
아무래도 고등학생 때보다는 피지컬적인 면에서 수준이 높아요. 이전까지는 또래들과 경기를 하지만 성인 무대부터는 나이 차이가 점점 벌어지니까요. 4학년 형들이랑은 세 살 정도 차이가 나다보니까 힘에서 좀 밀리는 느낌이었어요. 경기 템포도 처음에는 따라가기 힘들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완벽히 적응했습니다.
FC서울의 우선지명을 받은 상태라 프로 데뷔를 기다리고 있을 텐데요. 어떻게 각오를 다지고 있나요?
언제든 프로에 가서 경쟁할 수 있도록 몸 상태를 만들어가고 있어요. FC서울에서 데뷔하는 것을 어려서부터 꿈꿔왔기 때문에 항상 준비된 마음가짐으로 운동하고 있습니다. 대학교에 와서 경기에 계속 출전한 것이 분명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해요.
FC서울이 점찍은 기대주. 오산중-오산고 시절에도 각각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축구 외에 대학 생활도 좀 즐기고 있나요?
네. 진짜 재미있어요. 강의실에서 수업도 듣고 캠퍼스도 거닐고요. 축제라든지, 미팅이라든지, 그런 말로만 듣던 것들을 실제로 경험해 볼 수 있어서 좋아요(웃음).
대동초 시절 초등리그 왕중왕전 우승을 시작으로 초·중·고·대학교에서 모두 우승을 경험했어요.
그러고 보니 그렇네요. 신기해요. 중·고등학교 때는 K리그 유스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했고요. 대학교에 와서도 우승을 하게 됐네요. 생각해 보니 일단 결승에 올라가서는 져본 기억이 없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부터 유망주로서 주목을 많이 받았던 케이스잖아요. 많은 기대를 받는 것이 부담스러운 적은 없었나요?
조금 부담감을 느낄 때도 있었던 것 같아요. 경기를 뛸 때 지켜보는 사람이 많다고 느껴지면 조금 위축되는 면이 있었어요. 근데 그런 것들은 축구선수로 성공하려면 당연히 이겨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제는 그런 기대들을 부담스럽게 보다는 감사하게 여기려고 해요. 많은 기대를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으로 만들고 싶어요.
고민이 있었던 시기가 있었나 봐요?
고등학교 2학년 때 발목 부상으로 수술을 하게 되면서 1년을 통으로 날리고 말았어요. 그때 뭐랄까, 좀 잊히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경기에 뛰지 못하니까 답답하고 없던 고민도 생기더라고요. 3학년 때까지도 사실 몸 상태가 잘 올라오지 않았는데, 올해 대학교에 와서 경기에 나가면서 체력과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어요. 정신적으로도요. 힘든 시기를 보내면서 여러모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습니다.
스스로 생각하는 강점과 약점은 무엇인가요?
전진 패스가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패스를 할 때 좀 더 전진성을 띄려고 노력해요. 그리고 중거리 슈팅이나 킥에도 자신이 있어요. 약점은 수비를 할 때 때로는 좀 더 거친 플레이를 해야 하는데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에요. 대학교에 와서 그 부분을 종종 지적받았어요. 그래서 경기에 들어갈 때 수비적인 면을 점점 더 신경 쓰고 있어요.
A매치 50경기에 출전하는 그날까지
롤모델이 FC서울의 기성용 선수라고요? 어떤 점을 본받고 싶나요?
어렸을 때부터 가장 좋아하는 선수였어요. FC서울 유스팀에 들어가면서 프로 경기 볼스태프를 하게 됐는데, 가까이서 직접 보고는 더 좋아졌어요. 기성용 선수는 대한민국에서 킥을 가장 잘하는 선수라고 생각하거든요. 그 점을 닮고 싶어요. 리더십도 배우고 싶고요. 중학교 때 주장을 맡은 적이 있는데 저도 좋은 리더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기성용 선수처럼 카리스마 있는 리더가 되고 싶어요.
국가대표에 대한 꿈도 가지고 있을 텐데요. 연령별 대표팀을 거치면서 얻은 것들이 있을까요? (허동민은 2020 AFC U-16 챔피언십(현 AFC U-17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한국 대표팀에 꾸준히 소집됐으나 코로나19로 인해 대회가 취소됐다.)
대표팀에 들어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자신감을 갖게 해줘요. 아시안컵이나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해외 친선대회를 경험하면서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어요. 대표팀에 가서 쟁쟁한 선수들과 겨루다가 다시 소속팀에 오면 한층 더 자신감을 갖고 임할 수 있어요. 그리고 U-15, U-16 대표팀에 들어갔을 때 송경섭 감독님이 당시 감독님이셨는데,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기억에 남아요. 킥이 제 장점이라고 짚어주시면서 킥 연습을 더 많이 해서 장점을 살리는 플레이를 하라고 하셨죠. 제 플레이 스타일을 잡아주시고 다듬어주신 분이라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다시 태극마크를 달게 된다면 이루고 싶은 것이 있나요?
제 버킷리스트에 A매치 50경기가 있어요. 50경기냐 100경기냐를 고민하다가 좀 더 현실적인 목표를 잡았죠(웃음). 일단 50경기 목표를 이루고 나서 100경기를 목표로 세울래요. 그 중에 월드컵 경기도 있으면 좋겠고요.
허동민 선수의 미래를 기대하는 축구팬들에게 앞으로 보여주고 싶은 모습은 무엇인가요?
수비형 미드필더이지만 전진 패스를 비롯해 공격적인 플레이를 많이 선보이고 싶어요. 시원시원한 킥이나 중거리 슛을 기대하게 만드는 선수가 되고 싶습니다. 그런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다면 좋겠어요.
* 이 글은 KFA 기술리포트&매거진 ONSIDE 12월호 ‘SPOTLIGHT’ 코너에 실린 기사입니다.
ONSIDE 12월호 보기(클릭)
글=권태정
사진=이연수, 대한축구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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