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수공사가 목요일로 잡혔으니 하는 수 없이 수요일은 영흥도에 들어왔다가 저녁무렵 다시 용인숙소로 향했습니다. 목요일은 신장내과 마지막 주치의 면담일이라 병원에 또 가는 날. 결과상 좋아졌다는 것으로 나와서 그런지 별 말은 없었으나 살빼야한다는 의사의 일갈. 제가 좀더 정신차리고 체중감량을 위한 노력을 해주어야 하는데 쉽지가 않습니다.
의사면담 끝나자 부리나케 영흥도집 공사현장으로 서둘러 돌아오고, 오후 6시가 다 된 시각까지도 공사가 계속됩니다. 그야말로 바닥선부터 센서까지 모두 교체하고 이 참에 물탱크까지 청소하는 대공사였습니다. 물탱크 크기가 10톤 규모인데다 켜켜히 쌓인 오물들 다 닦아내고 빼내느라 엄청 힘들었다는 말을 들으니 미안해지기도 합니다. 집 뒷편에서 바라다보이는 서해 끝쪽 풍경은 역시 일품입니다.
그렇게 대공사가 끝나고 탱크에 어느정도 물차기를 기다리는데 전문업자가 예상하는 시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물을 사용할 정도의 수위까지 차질 않습니다. 그런 상황이다보니 '바닷가 쪽으로 최근 생긴 풀빌라들이 무분별하게 지하수를 퍼올리고 있어 물부족 현상이 있을 수 있다' 라는 우려를 날리는데 정말 머리가 아득해집니다.
공사는 마쳤으나 아직도 물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다행히 영흥도에서 친하게 지냈던 선재도 건물주가 반갑게 저녁시간을 함께 해주어서 그나마 우려에서 잠시 벗어나고... 저녁 싫컷 먹고도 술안주로 시킨 전기구이통닭과 골뱅이무침까지 알뜰하게 먹어대는 태균이... 사람들과 어울린다는 것은 맛있는 것이 함께 해준다는 것을 알기에 태균이의 사회성 발달은 여기에 있는 듯 합니다.
다음날 새벽, 선재도에 묵혀두었던 컨테이너 하나를 제주도로 보내기 위해 컨테이너 안에다 필요한 짐들을 가능한 많이 넣어봅니다. 제주도까지 운반비가 120만원이나 되지만 필요한 짐을 가득 넣어서 보낼 수 있으니 제주도에서 구매하는 것보다는 훨씬 절약입니다. 제주도에서 짓고있는 집이 컨테이너를 이어붙이는 작업이라 소요되는 5개의 컨테이너의 마지막은 이렇게 마무리!
새벽부터 혼자서 간만에 땀빼며 일하니 일단 단수의 시름에서 조금은 벗어납니다. 그렇게 제주도행 컨테이너에 짐을 다 채우니 반가운 연락 한 통. 탱크에 물이 충분히 찼고 물도 잘 나오고 있답니다. 얼른 달려와 물나오는 곳 여러 군데를 틀어보고 또 틀어보고... 두 달간 비어있던 수도관들이 갑작스런 물흐름을 하려니 요동들을 쳐대지만 반가운 소리입니다.
이번에 대대적인 지하수공사를 다시 해보니 또 깨닫게 되는 게 많습니다. 사람이 되었던 기계가 되었던 수시 점검과 개보수는 늘 필요하고, 관리를 소홀히 해서는 안되며, 문제조짐에는 근본대처를 해야한다는 것! 한 두가지 사소한 조짐들은 대여섯 개의 선점검이 필요하지만 결정적인 사건발생은 적어도 열 개 이상의 대대적인 보수와 개편이 요구되니, 소잃고 외양간고치기는 무지에서 비롯될 때가 많습니다.
현대생활에서 굳이 신경쓰지않아도 되는 물공급 인프라를 재래방식으로 해결하려니 발생되는 일들이라 이 참에 수도공사도 해놓으려고 합니다. 굳이 쓰지않아도 언제든 쓸 수 있도록 준비해놓으면 이번사태와 같이 극한의 어려움은 없을 듯 합니다.
다시만난 지하수를 보니 이제야 우리의 시골생활에 활기가 돕니다. 밭에 가서 상추 깻잎 쌈채 따오고, 막 뽑은 파는 파무침하고... 냉동고에서 잠자던 쇠고기등심도 굽고, 명란젓에 고추장 섞어 양념장 만들고, 작년의 김장김치까지, 거의 완벽에 가까운 시골에서 꿈꾸는 그 밥상, 비록 물때문에 밥을 못짓고 햇반으로 대체했지만 거의 모든 야채가 바로 텃밭 생산품들!
황홀하게 땡기는 둘만의 식사를 즐기며 태균이 너무 행복해합니다. 엄마가 상추 중독자라 태균이는 더 심한 중독자가 되어있으니 그게 우리 텃밭가꾸기의 가장 큰 보람이며 행복입니다. 그 동안 물때문에 겪었던 시름! 비싼 수리비에도 결국 단수까지 겪게 만든 얼치기 공사업자에 대한 원망까지 다 날려버립니다. 그 업자 집 앞마당에 다시 우물을 파자는 황당한 제안까지 했었으니... 뭐든 알아야 잘 살 수 있는 듯 합니다.
첫댓글 정말 존경합니다.
저 많은 일들을 척척해내시며
또 더 많은 것들을 계획하고 생각하시리라 생각하니
반면 저는 이 핑계 저 핑계 ...부끄럽습니다.
어제 보다 나은 오늘이 되도록 오늘도 애쓰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대공사에 고생 많이 하셨지만 물탱크 청소까지 되어 훨 개운하네요.
쌈채소 포식할 수 있게 길러 주신 아빠님이 고맙습니다.
태균씨 향복하니 넘 좋은데, 준이 청년은 잘 있는지 살짝 염려 되네요.
제주도의 컨테이너 집 근사하게 잘 진행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