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있나요(Is Bae Choo there )’
마킷으로 걸려 온 전화가 아니다.
배 추씨를 찾는 한 미국인이 LA한인타운내 한인 사무실로 걸어온 전화다.
회계 경리를 맡고 있는 추배희(38·여)씨는 3년 전 남편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온 후 자신의 이름 때문에 적잖은 곤경을 겪고 있다.
한국에서 여권 신청 당시 ‘BaeHee Kwak’이라고 써냈건만 얼마 후 발급된 여권에는 ‘Bae Hee Kwak’으로 자신의 이름이 ‘배’와 ‘희’로 나누어져 버렸다.그 후 미국으로 입국 시 이민국에 남편의 성 ‘추’를 따른 곽씨는 최종적으로 ‘Bae Hee Choo’로 미국 내 법적인 이름이 정해졌다.
이 때까지만 해도 별 이상함을 못 느낀 추씨는 어느 날 집으로 온 전화를 받고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기 시작했다.‘Can I speak to Bae Choo?(배추하고 통화할 수 있나요)’라는 전화음성을 들은 추씨는 처음에는 상대방이 무슨 소리를 하는 지 순간 머뭇거렸지만 이후 배추가 바로 자신이라는 웃지 못할 상황에 놓이게 됐다.
물론 미국인들에게는 배추라는 말이 이름으로 들릴지는 몰라도 한국인들에게는 이름이기보다는 특정 물건을 상징하기 때문에 이 후 추씨는 자신의 이름을 미국식으로 밝히는 것을 꺼리기 시작했다.
미국에 온지 7년이 넘었다는 신병현(32·자영업)씨의 입장도 비슷하다.여권에 기재된 자신의 이름이 ‘병’과 ‘현’으로 나뉘어진 신씨는 처음 만나는 이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말하기 보다는 ‘미스터 신’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이유는 미국식 호칭 방식으로 자신을 소개하면 ‘병 신’이 되어버리기 때문.
이처럼 일반적으로 이름으로 두자를 사용하는 한국 성명의 경우 미국에서 생활 할 경우 본의 아니게 이름의 첫자를 퍼스트 네임(first name)으로 이름의 두번째자를 미들 네임(middle name)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난처한 이름이 종종 제조( )되고 있다.
이렇게 이름이 나눠질 경우 ‘심한철’인 경우에는 ‘한 심’이 되며 ‘박민정’은 ‘민 박’, ‘신보미’는 ‘보 신’, ‘조원석’은 ‘원 조’, ‘변소정’은 ‘소 변’이 된다.
25년간 성명학을 연구해 온 한국좋은이름연구소의 성민경씨는 자신의 홈페이지(www.name114.com)를 통해 “성명의 글자 중에 나쁜 운을 초래할 암시력이 들어있을 때에는 그 성명을 불러대는 횟수가 거듭될수록 불운을 맞기 쉬운 편”이라며 이름 호칭에 대한 주의와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이와 관련 한미연합회 시민권 담당 Mrs. 송씨는 “한국 이름은 원래 미들 네임이 없기 때문에 퍼스트 네임(우리의 이름에 해당되는 부분)과 라스트 네임(성)만 구분해서 쓰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LA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