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오피스(원제: Office Space, 1999년작)'에서 선보여 주목받았던 빨간색 스태플러(일명 호치키스)와 똑같이 생긴 스태플러가 시장에 나왔다. 이 스태플러는 영화를 본 소비자들의 요구에 의해 생산된 것이다. 아울러 잡지광고를 비롯해 다른 영화에도 등장하여 이 빨간색 스태플러의 판매는 더욱 급증했다.
스윙라인(Swingline)은 포춘브랜드(Fortune Brands Inc.)의 한 계열사로 스태플러 같은 사무용품을 생산한다. 그동안 짐빔(Jim Beam) 버번위스키, 타이틀리스트(Titleist) 골프공, 모엔(Moen) 수도꼭지 등 그룹내의 유명한 대형브랜드에 가려 스윙라인(Swingline)이라 이름붙은 스태플러 따위는 열등 상품의 위치를 벗어날 수 없었다.
스윙라인 스태플러는 미국 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스태플러이다. 그러나 이런 자그마한 사무용품 하나가 포춘브랜드의 여러 가지 유명 제품사이에서 입지를 지켜나가기란 쉽지가 않다. 일리노이주 링컨셔에 본사를 두고 있는 포춘브랜드는 주방 싱크대 수납장부터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골프 악세서리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으며 스태플러의 비중은 미미했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사무용품산업이 심각한 경기침체 속에서 허덕이는 반면, 스윙라인은 스태플러 덕분에 이제까지 누려보지 못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스윙라인 스태플러는 영화속에서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소품으로 등장한 바 있다. 또한 롤링스톤(Rolling Stone), 배너티페어(Vanity Fair), 마사스튜어트 리빙(Martha Stewart Living) 등 잡지광고에서도 선보였다.
스윙라인의 경영진은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얻게 된 세간의 주목이 반갑기 그지없다. 이들은 포춘브랜드의 사무용품사업 회생의 일환으로 광고를 했었고 2001년부터 적당한 인수자를 찾고 있었다.
이러한 회생으로 스윙라인을 포함한 포춘브랜드 사무용품 분야의 2002년 한해 경영수입이 39%나 증가했다.
이들 경영진은 실적이 부진한 생산라인과 불필요한 대고객 비즈니스를 정리했다. 금액으로 따지자면 1억3,500만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구조조정이다. 뿐만 아니라 2002년에는 전세계에 있는 제조 및 유통시설 중 12개를 폐쇄했고 지금도 이러한 구조조정이 진행중이다.
이렇게 해서 지난 3년간 이 회사의 사무용품부문 일자리는 39%나 줄었다. 해외지사 및 공장까지 통틀어 거의 6천명의 종업원을 해고한 것이다. 문제의 상당부분은 소매업자들이 재무상태 개선을 위해 재고를 줄이면서 생겼다고 파리스는 설명했다.
그는 재고정리가 거의 다 끝나간다고 보지만 이것이 곧 스태플러같이 성숙단계에 도달한 상품을 넘어선 상위단계주문으로 전환할 것으로 보아야 할지는 분명하지 않다고 했다.
특히 컴퓨터와 기타 사무용 기기에 비해 이런 전통적 사무용품은 신상품이라도 판매신장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
스윙라인은 부드럽고 잡기 편한 손잡이로 만들어진 스태플러, 서류가방에 쏙 들어가는 컬러풀한 네온색 스태플러 등을 내놓아 선전(善戰)했다. 또한 최근에는 이중지렛대의 원리를 이용한 스태플러를 출시했는데, 이것을 사용하면 간단히 살짝 눌러주는 것만으로도 종이 120장을 한꺼번에 묶을 수 있다.
스윙라인의 새로운 모델 "리오 레드 스태플러" 역시 효자상품이 아닐 수 없다.
이 제품은 1999년에 개봉한 영화 "오피스"덕에 히트치게 된 것으로 2002년에야 상품으로서 소비자에게 선보였다. 이 영화는 밀턴이라는 인물을 통해 부도덕한 동료를 사이에서 멍청하게 자신의 인생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는 사무직 직원을 그려낸다. 그는 주위 사람들에게 천대받는 인물로 일종의 숭배대상이라 할 수 있는 자신의 빨간 스태플러에 너무나 집착한 나머지 상사가 스태플러를 빼앗아갔다는 이유로 사무실에 불을 지른다.
스윙라인의 부르스니폴 사장은 이 영화로 인해 스윙라인이 주목받게 되자 "우연히 얻게 된 행운이다. 우리는 그저 기쁠 따름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외에도 스윙라인 스태플러가 무임승차한 영화로 휴그랜트와 산드라블록 주연의 "투윅스 노티스(Two Weeks Notice)"가 있다.
영화 "오피스"의 팬들이 극중 밀턴이 사용한 스태플러를 앞다퉈 구입하려했으나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자 적잖이 실망했다. 시장에서 구매할 수 있는 빨간색 스태플러는 늘상 보아왔던 버건디와 1950년대부터 사용된 구닥다리 소형 스태플러뿐이었다. 영화에 사용된 밀턴의 스태플러는 디자이너들이 극적 효과를 위해 원하는 대로 변형하여 사용했던 것이다.
이런 소비자의 요구는 마침내 받아들여졌다. 지난해 이 회사는 "리오 레드(Rio Red)"라는 이름으로 영화속에서 보았던 스태플러를 정식으로 출시했다. 이 스태플러는 28.99달러에 스윙라인 홈페이지에서만 판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