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해 산수유(山茱萸)꽃 머리에 꽂고 혼자 즐기니 산에 가득한 밝은 달 아래 빈 병을 베고 있네 곁의 사람은 내가 무엇하는 사람이냐고 묻지를 마라 흰머리로 이 풍진 세상에 전함사의 종노릇한다네
白大鵬(백대붕 ? ~ 1592)조선 중기 때의 위항시인(委巷詩人). 자는 만리(萬里). 천인의 신분으로 시를 잘 지어 이름을 날렸다. 유희경(劉希慶) · 정치(鄭致)와 함께 노닐었다는 이향견문록(里鄕見聞錄)을 보거나 허봉 · 심희수(沈希洙) 등과 더불어 터놓고 사귀었다는 학산초담(鶴山樵談)의 기록을 참조한다면 아마도 1550년 전후에 태어났던 것 같다. 같은 천인으로 시를 잘 지은 유희경과 함께 유(劉) · 백(白)으로 일컬어졌다. 같은 처지의 위항인끼리 모여 시를 짓는 모임인 풍월향도(風月香徒)를 주도하였다. 그의 시는 취음(醉吟) · 추일(秋日) 두 편밖에 남아 있지 않는 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