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르보아일 정원의 모습은 눈이 돌아갈 정도로 아름다웠다. 어느 왕국의 성에 있는 정원이라고 해도 믿겠군. 아직 저택에 도달하지도 못했는데 정원 만으로도 눈이 돌아갈 지경이면 안으로 더 들어갔다간 눈알이 가출하겠구먼? 액수로 따지지 못할 것 같이 휘황찬란한 보물들을 아예 정원 곳곳에 배치해두고, 미술관마냥 해놓은 꼴은 왠지 모르게 거북스러웠지만 충분히 안으로 들어온 자를 위축시키는 위력이 있었다.
중얼
“정원이 이 정도면 안은 어느 정도일까….”
한편으론 우습기도 했다. 돈 많다고 자랑하는 갑부 초딩의 심리를 버젓이 드러낸다고 할까? 네온이라는 장로가 얼마나 웃기는 놈인지를 간파하게 해주는구나. 쳇, 괘씸해서라도 여기 있는 것들 죄다 가져가 버릴까 보다.
‘하지만 그런 짓 했다간 욕 진창 처먹겠지?’
저벅
“…왠지 기분 나쁠 정도로 조용하군.”
난 맵을 확인해보았다. 대충 플루를 통해 피르보아일 안의 지리를 체크해두긴 했지만, 역시나 직접 가서 조사한 게 아닌 만큼 명확한 표기가 드러나지 않았다. 여기서 저택까지는 대충 500미터인가…젠장, 무슨 놈의 집 안이 이렇게 정문과 저택 사이가 멀어? 차라리 그 사이에다가 정원 말고 체력 보급소나 마차 정류장를 차려라! 난 막장 급으로 긴 거리에 투덜거리면서도 바삐 앞으로 나아갔다. 녀석을…너무 오래 기다리게 했으니까.
푸스럭
“응?”
몇 미터 가지도 않았는데 근처 수풀 쪽에서 무언가가 다가오는 듯한 기척이 느껴졌다. 오오, 드디어 적 등장이신가? 제발 아까처럼 그로테스크한 개 떼는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난 재빨리 티엘린 툴-검을 뽑아 들고 경계 태세에 들어갔다. 기척은 점점 가까워져 갔고 마침내 난 수풀을 뚫고 튀어나온 적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멈칫
“…이건 또 뭐야?”
“…도플갱어?”
하? 지가 지 정체를 밝히네? 난 어이가 개념 너머로 도망가는 것을 느꼈다. 똑같은 목소리에 키에 옷차림에 얼굴. 수풀 속에서 나타난 것은 거울을 비춘 것처럼 나와 똑같은 모습을 한 뱀파이어였다. 아니, 지 입으로 도플갱어라고 말했지 참. 근데 내가 저렇게 기분 나쁘게 생겼단 말이야? 나름 흰 색 계열의 여름 옷으로 신선하게 갈아 입고 이미지 쇄신 좀 했다고 생각했는데 밤에 보니까 더 기분 나쁘지 아니한가! 밤에 내 얼굴을 보는 심정이 이런 거였구나…앞으로는 마스크라도 하고 다니는 게 여관 주인들을 위한 배려가 되겠는걸?
중얼
“…그것도 그것대로 기분 나빠.”
“나도 네가 기분 나쁘거든?”
“뭐?”
순간 기분이 왕창 더러워졌다. 오물이 가득한 쓰레기 더미로 얻어 맞아도 이런 기분은 맛보기 어려울 거다. 세상에 내 모습을 한 녀석이 나보고 기분 나쁘데! 이거 가슴에 제법 삼천 원…아니, 스크래치인데? 어쨌든 내 모습을 한 적이라니 장로 놈 머리 좀 썼군. 난 파이널 히트에서 배운 도플갱어 공략 법을 머리 속으로 되새기며 중얼거렸다.
중얼
“쳇, 골치 아프군.”
“정말이지…상대가 하필이면 도플갱어라니.”
삐질
“저게 내가 할 말을 다하네.”
뭐 저런 웃기는 놈이 다 있어? 나와 똑같이 진지한 얼굴을 하며 미간을 좁히는 그 놈의 모습은 날 자꾸만 화나게 만들었다. 하긴 도플갱어의 특징 중 하나가 이거지. 적을 열 받게 만드는 화딱지 나는 연출력! 참고로 도플갱어하고 보니 그때의 일이 생각난다. 작년이었던가? 파이널 히트에서 친구 녀석과 함께 심연의 던전 탐방을 갔다가, 친구와 똑같이 생긴 도플갱어와 마주친 적이 있었다.
-헉! 폭열의 라르벨이 둘이다! 이건 뭐 대륙 멸망 예고도 아니고 큰일 났는데!? 푸하하하!!
-…로엔…저 도플갱어보다 널 먼저 죽여버리는 수가 있다…?
무한의 살기를 내뿜으며 노려보건 말건 난 무척이나 즐거운 마음으로 그 도플갱어를 패려 들었다. 이에 친구 녀석은 ‘너 같은 놈에게 내 모습을 한 것을 맞게 하느니 차라리 내가 죽이겠다’ 라며 특유의 무기인 스크라이트 플라늄 라이플을 들고 다짜고짜 달려들었지. 그야말로 유저 대 핀치가 아닌 도플갱어 나 살려 시추에이션이 펼쳐졌던 뜻 깊은 날이었다. 결국 친구의 모습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원본에게 미치지 못해 힘이 딸렸던 도플갱어는 한 떨기 가련한 국화…아니, 푸딩이 되어 경험 치가 되었고, 그 뒤 우리는 더욱 우정을 돈독하게 할 수 있었다. 그래, 남자끼리 우정을 돈독히 할 수 있는 바로 그 방법으로 말이다.
삐질
‘…정말이지 지금 와서 내 모습을 한 도플갱어를 보니 친구의 심정이 이해가 팍팍 가는구먼. 왜 나한테 그렇게 주먹질을 해댔는지 드디어 이해가 간다 가….’
뒤로 물러선 난 내가 쥐고 있는 검과 똑 같은 것을 쥐고 있는 도플갱어를 보면서 혀를 ‘쯧’ 하고 찼다. 옷차림은 물론 무기까지 같은 것으로 보면, 방금 내 모습을 보고 변신한 것이 틀림 없었다. 마력의 흐름을 읽고 변신했다면 내가 가진 겉으로 드러난 대부분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소리겠지? 하지만 게임 시스템까지 저 쪽으로 가진 않았을 것이다. 그건 나만의 오리지널…나 만의 상식 밖 이야기니까. 난 검을 고쳐 잡고 외쳤다.
버럭
“어이, 도플갱어! 순순히 물러서지 않으면 질펀한 푸딩이 될 때까지 패주겠어!”
“흥, 누가 할 소리를! 너야말로 물러서지 않으면 패주겠어!”
“이런 앵무새 같은 색히…파.히 도플갱어도 너 정도로 멍청이는 아니었거든? 좋은 말로 할 때 알아서 기어라, 응?”
“너야말로 알아서 기어라, 응?”
“….”
내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이 뭔지 아는가? 바로 손가락 질과 무보수이다. 저 녀석의 행동은 그 무엇도 저 두 가지에 해당이 안 된다고? 노노~저 녀석은 지금 내 귀중한 그리드 구출 시간을 말 장난으로 잡아먹고 있다. 즉, 이 싸움은 순전히 이익도 안 되는 ‘무보수’ 에 포함된다 이거란 말이다. 결코 저 놈의 싸가지에 열 받았다는 게 아니야, 알았어? 난 이를 드러내면서 녀석을 향해 빠르게 달려들었다. 그러나 녀석은 내 모습으로 변신한 도플갱어답게 내 차지 공격을 가볍게 막아냈다.
챙!
“젠장, 이 횽아가 좀 바쁘거든? 그러니까 비켜!”
“넌 말로 싸우냐? 젠장, 못생긴 너야말로 비켜!”
못생긴 이란 말에 맨 땅에서 미끄러질 뻔했다. 지금 누가 누굴 보고 못생겼다는 거냐! 똑 같은 얼굴이면서 이럴래!? 무한의 안습을 느끼면서 난 온 힘을 다해 검을 횡으로 베었다. 그런데 녀석은 놀랍게도 건틀렛의 손등으로 그 것을 비껴 막아내더니, 역으로 내 안 쪽으로 파고 들었다. 깜짝 놀란 난 강하게 점프해서 뒤로 피했고, 녀석은 놓치지 않겠다는 듯 달려와 막 착지하려는 나를 향해 검을 던졌다. 이런 못된 놈…내가 다트 판이냐! 난 몸을 힘차게 회전시켜, 내려찍기 한방으로 날아들던 검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파악!
챙그랑-
척
“시바, 꼬치구이 되는 줄 알았네!”
“쳇, 못 피할 줄 알았는데 제법이군!”
무기를 잃은 주제에 도플갱어는 웃었다. 당연하다. 무기는 녀석이 변신한 몸의 일부라 다시 만들면 그만이거든. 녀석의 손이 진흙처럼 우르르 뭉개지더니 아까와 똑 같은 검이 다시 생성되었다. 물론 내가 내려찍은 무기는 어느 새 재가 되어 바닥에 흩어져 버렸다. 나랑은 다르게 무기가 무한대라는 것을 자랑하듯 녀석은 진한 썩소를 지었다. 우와, 기분 짱 더러워. 내가 썩소를 지으면 저렇다 이거지? 앞으로 적을 제외한 존재들 앞에서는 웃는 걸 자제해야겠다. 내가 인상을 쓰면서 섣불리 덤벼들지 않자 녀석은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처억
“왜 그러지? 이 몸의 가공할 만한 위력에 덤비는 것이 무서워졌나?”
“웃기고 있네.”
“하?”
시크한 표정을 지으며 바로 받아 친 내가 당황스러운 듯, 녀석의 자세가 살짝 흐트러졌다.
피식
“솔~직히! 넌 내 적수가 못돼.”
“하지만 상황을 보라고, 넌 내게 고전하고 있잖아?”
“고전이 아니야.”
‘탐색 전이었다고나 할까.’
난 천천히 자세를 잡고 섰다. 아까와는 정 반대로 분위기가 심각해진 나를 보면서 녀석은 조금 당황한 듯 바로 검을 수직으로 세우며 덤벼들었다. 하지만 난 살짝 옆으로 비껴 녀석의 공격을 피함과 동시에 미스릴 건틀렛의 옵션, 바람을 휘감은 손을 휘둘러 녀석을 수풀 저편으로 밀어버렸다. 나로 변신한 녀석답게 가까스로 중심을 잡아 꼴 사납게 넘어지진 않았지만 바로 자세를 잡으면서 홱 돌아보는 꼴이…오우, 조금 화난 모양이다.
스윽
‘하지만 이젠 그 걸로 끝이다.’
"빛의 신 케이나인이여, 나에게 첫 번째 검의 길을 열어주소서."
<제 1 직업, 검의 길이 열렸습니다. 프리 소드맨이 활성화됩니다.>
둥근 광휘화 함께 용기와 신념, 자유를 상징하는 세 자루의 검이 교차하는 모양의 문양이 눈 앞에 떠올랐다. 더 없이 밝고 아름다운 황금 빛의 봉인 진. 그래픽 하나는 가상 현실게임 중에서도 자타공인 최고라 알려진 파이널 히트였기에 복잡한 수식이 빙글빙글 돌면서 기계처럼 정갈하게 하나씩 짜여지는 수식의 모습은 보는 이를 황홀케 만드는 힘이 있었다. 아쉽게도 이 세계에서는 나에게 밖에 보이지 않지만 나만의 눈요기라고 여기지 뭐!
스으
“뭐 하는 거냐?”
도플갱어는 내가 무슨 말을 중얼거리자 잠시 경계했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자 금새 썩소를 지으면서 검을 치켜들었다. 나처럼 프리 소드맨 모드로 활성이 되지 않았다는 것은, 역시나 저 도플갱어가 날 완벽하게 복사하지 못했다는 말이 된다. 하긴 캐릭터의 거의 모든 것을 프로그램으로 단박에 알아내어 복사해 낼 수 있는, 파이널 히트의 도플갱어들도 하지 못한 것을 일개 ‘리얼 몬스터’ 인 저 놈이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난 밝게 웃으면서 한 걸음을 걸었다.
쉬익
“그냥 죽어.”
촤아악-
그래, 단 한 걸음 옮겼다. 녀석에게는 그 것만이 눈에 보였을 것이다. 난 내 뒤에서 멍하니 내가 방금 서 있던 자리를 응시하는 도플갱어를 보면서 다시 혀를 찼다. 내가 뒤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녀석이 경악 어린 표정을 지으며 빠르게 물러섬과 동시에, 녀석의 검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차례대로 두 팔이 떨어지고 그 뒤를 따르듯이 머리가 떨어졌다. 허리가 저절로 절단이 나면서 땅 위로 철퍽 엎어졌고, 끝으로 하체가 힘 없이 무릎을 꿇었다. 데구르르-구르는 녀석의 얼굴은 ‘말도 안돼’ 라고 울부짖는 것처럼 보였다.
터억
“말 했지? 고전이 아니라고.”
난 무표정한 얼굴로 녀석의 머리를 밟고, 힘을 주었다.
퍼석-
“이건 내 탓이 아니야.”
푸스스스-
“처음부터 경고 했지? 순순히 물러서지 않으면 질펀한 푸딩이 될 때까지 패주겠다고.”
아, 이건 푸딩이 아니고 잿더미로군. 도플갱어는 조각조각 난 채 재가 되어 사라졌다. 게임에서는 녹아서 액체 웅덩이가 되던데 여기는 역시 다르구나. 레벨 업을 위한 경험 치도, 쓰러뜨린 보상인 아이템도 주지 않는다. 역시나 이익론자인 나로서는 그 점은 좀 아쉬웠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잿더미를 발로 들춰본 난,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입맛을 다셨다. 보통 도플갱어 하면 아무리 그지 몹이라 해도 재련용 준 보석이나
저벅
‘기묘한 기분이군…잠시 이대로 활성화하게 내버려둘까.’
어디서 난지 모를 힘이 마구 솟구친다. 이 것은 스피드와 힘, 체력 등을 비약적으로 올려주는 프리 소드맨의 효과이다. 비록 완전 해제를 하지 않아서 모습까지 변한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로도 충분히 전투에 도움이 되니까 별 상관은 없겠지 싶었다. 직업 군 봉인 해제. 이것이야말로 0과 1로 이루어진 신의 은총. 게임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이 먼 곳까지 날 따라와줬구나. 뭐 애완동물들은 물론 여러 가지 시스템도 같이 따라왔는데 이 정도는 당연 하려나? 기분이 좋아진 난 빙그레 웃었다.
싱긋
“뭐 이 정도라면 완전히 다른 세계가 아닌 거 같으니까…딱 좋아….”
혼란스럽게 해도 괜찮아. 모두 함께 가자. 웃기지도 않게 레벨 업으로 차원 이동을 해서 뱀파이어들과 맞짱 뜨게 된 거라고 해도 상관없어. 그리하여 훗날 내가 이 세계에 존재해선 안 되는 ‘버그’ 취급을 받게 된다고 해도 상관없다. 보라고, 이 세계에서 난 틀림 없이 존재 하고 있잖아? 그리고 언젠가는 분명히 내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 거야. 언젠가는 분명히.
‘하지만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날이 갈수록 게임 시스템에 대한 내 의지가 확고해져 간다. 새로운 리얼을 받아들이고 진심으로 나아가야 할 마음이 점점 안이하게 변해가고 있는 것이다. 파이널 히트의 인벤토리, 맵, 파티, 직업 군 등등. 이대로 가다간 뭐 한번쯤 죽어도 리스폰 장에서 부활하면 돼-라고 생각해 버릴지도 모른다. 젠장, 무섭다. 정말 그러다 죽으면 개 쪽 나는 건데! 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게임 시스템은 앞으로 내게 더 없는 득이 될까, 아니면 해로운 독이 될까?
한숨
‘고민해봤자 소용없나,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자.’
새로운 적의 기척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네온 이 건방진 장로 놈! 아주 단계별 돌파를 하라고 난리시구만? 그냥 네가 맨 처음 나타나면 안돼? 바로 네 놈을 쓰러뜨리고 그리드를 데리고 돌아가면 안되냐고! 신경질이 솟구친 난 티엘린 툴을 거칠게 뽑아 들었다. 시야를 멀리해서 보니, 저 쪽에서 갑빠가 상당한 것들이 이쪽을 향해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미노타우르스의 일종인가? 땅이 울리는 것으로 보아 무게가 상당한 모양이다. 난 썩소를 지으면서 앞으로 도약했다. 뭐 일단은 싸우자. 미래를 향한 의구심 따위 마음 속 깊이 묻어둔 채로-.
“혼란스러워.”
로엔이 미노타우르스의 목을 거침 없이 따는 것을 본 네온이 흥분해서 마구 수정구를 향해 소리를 지르는 사이, 그리드는 자신도 모르게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리드는 호위자의 계약으로 인해 로엔의 기분이나 상태를 조금이지만 느낄 수 있었다. 지금 그의 마음은 그야말로 거침 없는 혼란. 태풍에 감싸인 바다의 파도처럼 한 없이 사납게 뒤바뀐다. 걱정하다가도 무시하고 기뻐하다가도 돌연 슬퍼한다. 지금까지 계약했던 수 많은 다른 뱀파이어 호위자들과는 정말이지 다르다. 악하고 음울했던 모든 뱀파이어들의 틀을 깨버리는 독특한 감정.
‘그 것은 혼돈.’
“…형님은…정말로…뱀파이어인 걸까….”
그리드의 눈빛이 흐려졌다. 의심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그리드는 불안해하고 있었다. 로엔 그린이라는 뱀파이어가 금방이라도 자신의 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마치 어느 사이엔가 자신과는 전혀 다른 무언가가 되어 버릴 것만 같은…그런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수정 구를 주시하던 네온은 갑자기 가라앉아 버린 그리드의 모습을 보고 소리 지르는 것을 멈췄다. 프린스가 옅은 선홍색의 눈동자에 담고 있는 것은 놀랍게도 가슴이 미어질 듯한 애달픔. 자신이 장로로 즉위되고 나서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표정이었다.
머엉
‘프린스의 자리에서 쫓겨날 때 조차도 저런 표정은 짓지 않았었는데!’
“저기…그리드님?”
“…무서워.”
“네?”
“…….”
피를 탐하고 어둠을 걷는 자라면 누구나 기피하는 거대한 보름달. 투명하도록 짙고 새파랗도록 아름다운 빛의 파노라마 속에서 그는 홀로 어둡게 빛난다. 아아, 명칭을 붙여 준다면 그 것은 월하의 뱀파이어-. 그는 별로 웃지 않았다. 어느 날 그가 웃었다. 그 것을 보았다. 눈치 채고 말았다. 아주 오래 전에 잊어버린 것을 그 곳에서 보았다. 그 걸로 충분했다. 그런 걸지도 모른다. 그 것은 무척이나 조용하게 서서히, 그리고 천천히 다가왔다. 눈치 챘을 때는 이미 눈부시도록 새하얀 달빛이 오래 된 검은 피를 살며시 물들여 버린 뒤.
그 것은ㅡ그것은 매우 은은하게 반짝이는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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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밑으로 또 다른 곳의 이야기가 나올 예정이었지만...아직 끝내지도 못한 주제에
14페이지마저 넘어간 바람에 그냥 여기까지만 올립니다. 스폐셜이 아니니까 짧게 가죠<<
랄카 드디어 30회로군요~이거 경축스럽습니다ㅠㅠ 설마 여기까지 쓸 줄이야 ㅇ<-<
그럼, 약속 드렸던 이벤트 갑니다.
이번 이벤트는 팬아트 이벤트 입니다.
로엔그린에서 가장 맘에 드는 캐릭터의 팬아트를 그려주세요. 상상도 참고도 상관 없습니다.
추상화나 이등신, 졸라맨 형태라도 상관 없습니다. 저는 만인공평의 눈을 가지고 있으니까요:9
우승 뭐 이런 거 없고 참가하시면 다 참가상 드립니다() 기한은 무한정(...)
참가상은 제가 직접 그림 하나를 아무거나 장르 따지지 않고 그려드릴게요<뭥미
....그럼 뭐 한 두명 참가해도 충분히 스릴 넘칠 거 같은 이벤트, 시작하겠습니다:9
첫댓글 30회 경축!!!!!!!!!!!!!!!!! (팡파레) 어옐. 팬아트(.) 오예 그럼 이김에 즈는 서피누님을!!<ㅡ이래// . 근데 기간은 ㅜㅜㅜㅜㅜㅜㅜ? ..... ....푸딩오예<< . 자기 자신에 관해 깊게 고찰 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해 로엔군<ㅡ이래
기간은 무한정~랄카 40회 전까지라고 치지 뭐<야] 푸딩이냐 재냐 그 것이 문제로다() 음, 요즘 로엔이가 넘 찌질대서 죄송죄송 ㅇ<=<
삭제된 댓글 입니다.
푸힝/ㅂ/ 감사! 랄카 추상화 좋은데 키키키ㅠㅠㅠ 로엔 군 저런 건 나도 의문스러워...글이 주인 닮는다고 나한테도 오춘기가 왔나벼ㅇ<-<???????<<<
경축경축!!! 그림은.......제게 무리라고 봅니다. 죄송.
감사합니다/ㅂ/ 엉ㅠㅠ 즈는 졸라맨이라도 괜찮은데;ㅅ;ㅅ;ㅅ; 글구 세린님 그림 잘 그리시던데요 뭐;ㅅ;ㅅ;
캬하 축하드려요!!!!!!!!!!!!!! 랄카 벌써 30회근요!!!!!!!!!! 팬아트라() 랄카 전 무리인검미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하지만 딴 분들꺼 마구 기대하고 있을꺼그요!!!
랄카 팬아트라고 많이 어렵게 생각들 하시는데 정말 전 간단한 손그림이라도 사랑해드릴 겁니다ㅠㅠㅠㅠ 워엉 파이님 축하 감사드려요/ㅅ/
정말 길구도 긴 소설이였어요 30회까지 오다니 축하해요!! 앞으로도 잼있는 소설 많이 올려주세요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완결을 향해서, 제가 좀 더 만족하고 스스로 재미있다고 느낄 수 있는 소설을 썼으면 해요^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