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치유) 07. 행복의 호르몬 세로토닌, 숲에서 깨워라. - 행복한 삶을 위한 단순한 비결
웰빙(well-being)을 넘어서 내추럴빙(natural-being)이 화두다. 인류의 역사는 숲에서 시작해 숲과 함께 진화 발전해 왔으니, 숲은 인간에게 원천적인 고향이며 모태와 같다. 이것이 바로 인간이 내추럴빙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는 국토의 65퍼센트가 산과 숲으로 이루어져 있다. 숲은 부작용이 없는 치료약이고 보약이며, 모든 사람을 받아주는 종합병원이다. 누구나 가까이 있는 산과 숲을 쉽게 찾아가서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시킬 수 있다. |
사랑에 빠진 사람은 얼굴부터 다르다.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이 떠올라 자신도 모르게 자꾸 웃는다. 별것 아닌 일에도 감동 받고, 다른 사람에게 친절해지기도 한다. 왜 사랑은 사람을 이렇게 ‘행복한 흥분’에 빠지게 하는 것일까?
미국 러트거스 대학의 피셔 교수는 이 이유에 대해 사람이 사랑에 빠지면 사랑의 단계마다 뇌에서 다른 화학물질, 즉 호르몬이 분비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랑의 첫 단계에서 나오는 호르몬은 도파민, 아드레날린, 세로토닌(serotonin)이다. 이들 물질은 사람을 사랑에 눈멀게 하여 사랑하는 사람만 생각하게 만들고, 연인을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며, 그 사람의 모든 것이 예쁘고 아름답게만 보이도록 한다. 그 단계가 지나면 페닐에틸아민이 분비되기 시작하는데, 이는 중추신경을 자극하는 천연 각성제 구실을 한다. 이때는 사랑에 대한 제어하기 힘든 열정이 분출되고 행복감에 빠져들기도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기 위해 밤새 그녀의 집 앞에서 기다린다든지,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랑을 선택하여 가출한다든지 하는 행동이 바로 이 페닐에틸아민 때문이다. 사랑의 완성 단계에서는 옥시토신이라는 물질이 분비되는데, 이 물질은 사랑하는 사람을 보면 성적 매력과 흥분을 느껴 껴안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만들기도 한다.
세로토닌은 이렇게 사람이 사랑과 행복의 감정에 젖어, 기분 좋고 활기차게 생활하게 만든다. 세로토닌은 뇌에서 만들어지는 신경전달물질로, ‘혈액(sero)’에서 분리된 ‘활성물질(tonin)’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세로토닌 분비가 제대로 되지 않거나 뇌에서 바로 없어져 버리면 반대로 여러 질병과 증상이 나타나는데, 대표적인 것이 우울증이다. 그래서 우울증 치료약은 세로토닌을 활성화하거나 세로토닌을 뇌에 오래 머물도록 하는 성분으로 만들어졌다. 프로작이나 졸로프트 같은 것들이 바로 이런 약들이다. 특히 여성은 이 세로토닌의 혈중 농도가 조금만 변해도 민감하게 반응해서 생리 전후에 우울증이 심해지기도 한다. 여성 우울증 환자가 남성보다 많은 이유도 여성이 세로토닌 분비에 더 민감하기 때문이다.
또한 세로토닌은 잠을 잘 자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세로토닌이 멜라토닌과 작용하면서 인체의 생체시계가 잘 돌아가게끔 하기 때문이다. 이 생체시계는 에너지와 체온, 숙면과 깊은 관계가 있다. 세로토닌이 부족해 우울한 사람은 생체시계 또한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매사에 의욕이 없고 제대로 잠을 잘 수가 없다. 우울증과 불면, 의욕상실이 서로 연관이 있는 이유가 바로 세로토닌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세로토닌이 부족할 때 생기는 또 한 가지 잘 알려진 증상은 식욕 조절을 상실시켜 비만을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행복의 물질인 세로토닌을 어떻게 하면 우리 몸에서 잘 만들어 내고 뇌에서 오래 간직하도록 할 수 있을까? 연구에 따르면 세로토닌의 전구물질은 트립토판(tryptophan)이란 물질인데 이는 여러 가지 음식을 통해 섭취할 수 있다. 특히 바나나, 요구르트, 우유, 달걀, 고기, 견과류, 콩, 생선, 치즈 등에 풍부하다고 알려져 있다.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많은 전문가들이 이런 음식을 먹어 인체에 아미노산 트립토판이 증가하면 세로토닌도 증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로토닌의 생성 주기는 태양의 사이클과 일치한다. 다시 말하면 낮에, 그것도 햇볕이 좋은 한낮에 많이 생성된다. 햇볕을 제대로 쬘 수 없는 우기나 겨울에 기분이 울적하고 우울증 환자가 많이 생기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사회보장제도가 완벽한 북구의 나라들에서 자살률이 높은 이유도 햇볕이 부족한 극지방의 날씨와 세로토닌의 생성과 관계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밤낮을 거꾸로 사는 올빼미 족에게도 세로토닌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해가 진 뒤에는 자고, 해가 뜨면 일어나는 정상적인 생활 규칙이 몸에 좋은 것이다.
또한 긍정적인 사고와 규칙적인 운동은 세로토닌 분비를 돕는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울적하고 기분 나쁜 일은 세로토닌의 분비를 억제시키고 더욱더 우울하게 만든다.
세로토닌의 증가에 도움이 되는 햇볕, 운동, 긍정적인 사고와 생활 등은 숲을 꾸준히 이용하면 얻을 수 있다. 숲은 우리에게 충분한 양의 햇볕을 제공하는데, 직접적인 햇볕과 아울러 나무 그늘에 의한 간접적인 햇볕까지 적절하게 쬘 수 있도록 하기 때문에 아주 효과적이다. 직접 햇볕을 오래 쬐면 지나친 자외선 때문에 피부 노화가 촉진되고 피부암, 백내장 같은 질병에도 걸리기 쉽다. 자외선은 피부에 백해무익하다.
자외선을 많이 받은 피부는 수분이 심하게 증발돼 피부에 잔주름이 생기고 탄력성도 줄어들며, 각질층이 두꺼워져 노화 현상이 촉진되기 때문이다. 자외선 중 UVB는 피부 세포 속 DNA를 파괴하는 활성산소를 만드는데, 활성산소가 소량인 경우에는 피부가 회복되지만 그 양이 많으면 피부암이 되기도 한다. 숲의 햇볕은 강렬하지 않고 적당하여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어떤 음식에서도 섭취할 수 없는 비타민 D를 충분히 만들어 주며, 백혈구를 증가시켜 우리 몸의 면역력을 높여 준다.
숲은 우리의 원초적 생리와 코드가 맞아 숲에 가면 즐겁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즉, 숲은 감정도 긍정적으로 변화시킨다. 숲 속의 모든 식물은 우리의 움츠렸던 마음을 풀어 준다. 그래서 기분이 울적할 때 사람들은 숲을 찾아가 마음의 평온을 얻는다. 그러므로 숲 산책은 세로토닌의 분비를 왕성하게 하는 생활 습관이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숲에서는 정말 흥미롭고 자연스럽게 운동할 수 있다. 운동은 억지로 해서는 안 된다. 몸에 좋으니까 할 수 없이 해야지 하는 마음으로 운동하면 몸에 큰 도움이 되지도 않을뿐더러 작심삼일(作心三日)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숲에 가면 자연스럽게 운동이 된다. 오르막 내리막을 적당히 걷다보면 힘들이지 않고 재미있게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언제든지 혼자, 혹은 가족이나 친구 어느 누구와도 운동할 수 있어 행복하고 즐겁게 생활하게 된다.
신원섭. 숲으로 떠나는 건강 여행. 지성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