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매화여행이라는 주제로 떠나는 여행이었다. 난 무조건 신청했다. 왜냐고?
2011년 2월3일 토쿄 국립박물관에서 열리는 세슈의 특별전을 보고 나왔는데
그곳 정원에 막 피어나던 매화 몇송이가 햇볕을 받아 눈부시게 빛나던 모습에 매료되었던 기억이 있어서다.
인천공항에 6시 30분 집합이다. 코로나로 공항버스편이 많지 않아 내심으로는 전날 저녁 인천공항에서 캡슐호텔을 이용하던가, 노숙을 하여야겠다고 생각했으나, 무샘이 검색해 보란다. 요즈음은 공항버스편이 많아졌다고
다행히 역사박물관앞에서 새벽 4시 50분에 탈 수 있는 6002번 공항 버스가 있고 미팅 시간안에 갈수 있었다.
거의 밤을 새우고 빈속에 커피 한 잔 마시고 공항버스를 탔는데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한다.
다행이 손님이 많지 않아 옆자리에 짐을 놓고 머리를 기대고 거의 누운상태로 공항에 도착하였다.
미아님이 손안에 꼭 쥐어주던 따뜻한 쑥 인절미를 한입 베어물었다. 조심 조심 꼭꼭 씹어 넘겼는데 울렁거리던 것이 좀 진정되었다. 빈속에 커피를 마셔서 그런가보다.
이렇게 시작된 일본여행이다.
다자이후 텐만궁
후쿠오까의 매화꽃명소인 덴만구는 합격을 기원하는 많은 수험생과 부모님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몇 년전 동생내외와 함께 간 곳이다. 그때는 가을단풍철 매화나무에 매실이 몇 개 달려 있었었다.
이 다자이후 덴만구의 명물이 매화나무 <도비우메>인데 덴만구의 신 ’스가와라노미치자네‘가 수도인 교토에서 규슈로 좌천되었을 때, 그 뒤를 쫓아 날아왔다는 애절하고도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6천 그루 매화라는 말씀에 내 머리엔 상상이 안되는 화려함으로 극치를 이룰 줄 알았다.
그런데 때가 안맞았나 보다, 이제 피기 시작하거나 핀 것이 냉해를 입어 실망을 하게 될 줄이야.
매화나무를 보는 내내 찡한 것이 어느새 축 처진 어깨 위에는 무겁게 내려앉은 세월의 덮개로 온몸에 감싸고 있었다.
석이 버섯을 담은 푸르스름한 이끼가 온몸을 덮여 있었다. 그것이 바로 나를 보는 것 같아 코끝이 찡해졌다.
히타 오오야마
버스를 타고 매화 축제를 한다는 히타 오오야마로 향한다.
그러나 이곳은 더욱 더 매화나무가 피해가 컸다. 축제라는 펄렁거리는 배너만이 반기고 있었다.
매화꽃을 찾아 이곳 저곳을 기웃거렸지만 내심 성에 차지않는다.
호텔에 들어와 한국에서 찍었던 매화 사진을 들여다 본다. 작년 무샘과 다녔던 곳에서 찍은 매화를 동영상으로 만들어 논 것이 있었다.
2일차
나베가 타키 폭포
차에서 내려 불과 몇분만에 도착한 나베가 타키폭포를 보면서 난 아이슬란드의 셀랴란즈(seljalandsfoss)폭포와 중국의 황과수 폭포를 떠올렸다. 이 두곳은 폭포 뒤를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폭포의 높이는 9m 넓이는 20m로 낙차보다 강폭이 넓어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
폭포 뒤쪽을 볼수 있고 또 산책할수 있었다. 폭포 뒤로 들어갈 수 있는 것을 우라미 폭포라고 한다는 것을 올리브님의 후기에서 처음 알았다.
아소 대관봉 전망대
차창 밖으로 보는 풍경에 흠뻑 빠지다.
세계 칼데라의 지형과 아소 5악을 볼수 있는 포인트인 전망대에서 바라다 보는 아소산의 위용이 대단하다.
아소산 화산분화구
구마모토현의 상징인 아소산의 오악중 나카다케에서는 오늘도 분화구에서 유황연기를 품어내고 있었다.
오늘은 바람이 많이 불어 레벨 2가 발동되어 분화구 주변 접근이 금지 되어 멀리 연기를 뿜는 나카다케분화구를 바라다 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휴계소에서 점심을 먹고 담소를 하고 있었으나 난 시간이 아까워 혼자 분화구가 보이는 언덕으로 올라갔다.
우리 일행보다 먼저 올라가서 기다리라 생각하였으나 아무리 기다려도 오질 않는다.
우리 일행은 내가 갔던 눈에 보이던 그 언덕이 아니라 좀더 가까이 보기 위해 다른 언덕으로 올라갔던 것이다. 오늘은 뭔가모르지만 무샘과 핀트가 안맞는다고 생각했다.
난 내 짐작대로 당연히 호수를 보고 언덕에 올라 분화구연기를 보려니 생각했던 것이다.
무샘에게 몇마디 물어만 보았더라면 혼자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을
미악분화구
다시 버스를 타고 도착한 미악분화구를 오른다.
제주도의 오름과 똑같은 모양으로 작은 분화구를 갖고있다.
길도 없는 곳, 무샘이 앞장서고 길벗님이 따라가며, 길이 만들어서 분화구를 오른다.
대부분의 길벗님들은 중간에서 포기하고, 몇사람에 끼어 정상까지 올랐다. 아까 선생님을 따라 가지 못해 많이 걷지 않았기에 이번엔 욕심을 내보았다.
천천히 올라가 조그만 분화구를 보고 곧 내려와야한다.
내려오는 길. 아예 주저 않아 갈대를 잡으면서 미끄럼을 타면서 내려왔다.
3일
키쿠치 협곡의 폭포와 숲길 산책
원시림을 방불케하는 숲길에서 온몸 가득 피톤치트향에 취했다.
맨 뒤에서 걷는 내내 숲에서 나는 향기와 흐르는 물소리가 동무해주었다.
스이젠지 조주엔(수전사 정원)
정류장에 버스를 세웠을 때 매화한그루를 만났다. 아 이곳에는 매화를 만날 수 있을 것같았다.
구마모토를 대표하는 정원인 스이젠지 조주엔에 들어서니 수양 매화가 반기고, 매화향이 날라 오고 있었다.
연못을 가로질로 무지개 다리에서 미아님과 어머님의 다정한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참 행복해 보이는 모녀다.
터키여행때 만났던 모녀를 떠올린다. 80이 넘은 엄마를 모시고 휴가를 내어 따라온 따님을 떠올렸다.
그때 집콕만 하고 있는 날. 지인이 함께 가자고, 꼭 나와 함께 가고싶다고 했었다.
그렇게 우리 둘은 터키로 향하고 그곳에서 만난 모녀는 나에게 용기를 넣어주었었다.
요즈음은 무심재의 길벗님들에게서 기를 받고 용기를 내어 여행에 따라다니고 있다.
여기 저기 다니며 매화를 담으려 했으나 좀처럼 마음에 드는 매화를 만날 수 없었다.
정원 가운데 이상한 구조물이 있었는데, 무샘이 그곳 위에 있는 사다리를 발견하고 내려서는 올라갔다.
아마 호기심이 발동했나 보다. 위에서 바라다보는 매화를 어떨까하고
사람은 호기심이 사라지면 늙는다고 했는데. 우리 무샘은 아직 청년인가보다.
돌아 나오는 길, 연못 물위를 조심조심 걷는 고양이를 발견하고 몇 컷을 찍었는데,
아마도 이 고양이는 그곳이 건널수 있다는 걸 알고 있나 보다. 자주 건너 다녔나 보다.
구마모토 성
일본의 삼대 명성중 하나인 구마모토 성은, 지진으로 피해를 입었으나 거의 복구하여 개방하고 있었다
구마모토성은 약 40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임진왜란 때 출전한 가코 기요마사가 성주가 되어 쌓았고,
오래된 은행나무가 있서 긴난성(銀杏城)이라는 별칭이 있었다. 성앞에 외로운 작은 매화 한그루 몇송이의 꽃을 달고 서있었다.
아마쿠사 리조라 테라스
일몰을 보기위해 열심히 버스는 달린다. 그러나 날씨가 바쳐주지 않아 일몰은 못보고 잠시 소금빵과 커피로 한가롭게 한담을 하며 하루의 피로를 풀었다.
4일
다카오 미추네야마 라쿠엔
미추네야마 라쿠엔을 찾아가는 길 차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나를 잡아 끈다.
아마도 진주 양식장인지 무엇인지 모를 양식장인 것 같았다.
꽃의 낙원으로 봄에는 벚꽃과 철쭉이 피고 가을에는 단풍으로 물들인다고 한다.
우리가 도착한 정원엔 아직 몇그루의 매화와 동백만으로 만족한다. 마음속으로는 철쭉이 만개하면 장관을 이룰 것이라 생각했다.
쿠주쿠시마 유람선
쿠주쿠시마는 나가사키현 사세보시에서 히라도까지 25km의 해역에 복잡하게 얽힌 리아스식 해안과 208개의 섬들이 만들어낸 풍경이다.
잠수함 바위가 윤슬에 둘러쌓여, 잠수함 한척이 긴 항해 끝에 바다위에 떠서 휴식을 취하는 것 같은 풍경을 만들어 낸다.
이시다케 전망대
쿠주쿠시마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전망대에 올랐다. 작은 배 한척이 지나며 만들어낸 물결이 참 예쁘다. 시간만 좀 있다면 이곳에서 일몰을 보면서 머물고 싶었지만 그게 허락되지 않았다.
일본의 도자기 마을 ‘이마리 오카와우치야마'
험준한 산을 뒤로 한 작은 마을에 도자기 공방들이 위치한 덕분에 비밀스러운 도자기 마을이란 뜻의 ’비요의 마을‘로 불리기도 한다. 일본 자기 역사를 대물려 이어가고 있는 아름다운 마을을 돌아보며,6 다리도 지도도 도자기로 만들고 곳곳에 도자기를 구워 마을을 아름답게 가꾸고 있었다. 마을을 돌아보며 만난 수선화와 수양매화나무가 나를 반긴다.
5일
가라쓰성
가라쓰 성채가 양쪽의 넓은 백사장 가운데 있어 마치 학이 날개를 펼친 모양과 비슷하다 하여 무학성이라고 하고 물위에 떠있는 성이라 지칭한다.
올라갈 때는 엘리베이터를 탔으나 내려올때는 계단으로 내려오다가 물방울이 햇볕에 반짝이는 것을 바라다보며 가쓰라성을 뒤로 하고 수양 매화가 있어 한컷을 찍었다.
송림 사이를 걷다.
이토시마 해변
바닷가의 해풍을 막기위해 심은 송림사이를 걸어 바닷가에서 바라본 가쓰라 성은 마치 물위에 떠있는 성과 같았다. 멀리있는 성을 당겨서 잡았다.
마이즈루공원
수선화 군락지를 지나 후큐오카성의 폐허가 된 곳에 매화동산이 조성되어있었다
내려오는 길 매화꽃의 꿀을 따고 있는 새를 만났다. 무슨 새일까? 혹시 휘파람새일까? 어디선가 매화와 휘파람새라는 글을 읽었던 것같아 생각났다.
오호라공원
오호리 공원은 산책하며 사색하기 좋은 곳인 것 같다. 호수에서는 갈매기와 이름을 알 수 없는 물새가 자맥질을 하고 있는 한가로운 공원이다.
이렇게 4박5일의 일본 여행은 막을 내리고 곧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간다.
저녁 8시 떠나야 하는 비행기가 연발을 한다고 한다. 잘못하면 집에 가는 길이 문제가 될 것 같다.
지하철 검색을 하니 마지막 차가 11시 30분경이다.
잘하면 지하철을 탈수 있고 아니면 택시를 타야 한다.
짐을 찾고 인사도 하는둥 마는둥 걸음을 재촉하여 지하철 역사에 도착하니 아직 시간여유가 있으나 기침이 나서 멈추질 않는다.
물을 꺼내 한 입 먹었지만 기침은 멈추질않아 한참을 애먹었다. 아마도 내 힘을 다해 달리다 싶이 걸어와서 그런가 보다.
깜깜한 밤 공덕역에서 지하철을 환승하고 둘러보니 지하철 안에는 젊은 청년들만 보인다. 좀 무서운 생각이 든다. 서대문 역에 내려 집까지 걸어 들어오니 새벽 1시.
아! 가고 오는 길 참 멀고 험하다. 다음 번엔 좀 수월하게 오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벌써 일주일 째 나의 바이오리듬은 바닥을 치고 있다. 일어날 줄을 모른다.
다시 치어업 하기 위해 무심재와의 여행을 하면 힘을 받을 수 있을까? 기대하며 내일 사량도로 향할 준비를 한다.
이번 후기는 몽도 마음도 힘이들어 안쓸까하고 일주일이나 미적 거렸다. 그러다 브리사님이 이시다케전망대에서 바라보던 배가 지나가면서 만들어내던 물결사진을 올러달라던 말이 생각났고.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후기까지 쓰게 되었다.
첫댓글 명품 후기를 기다리던 1인입니다
시야님!!!
제가 보고 느끼지 못한 곳을 하나하나 표현하셔서 더 감동입니다
특히 이사진 제맘에 쏙 들어 퍼갑니다
매화향기 수선화향기에 함께 취한 행복만땅 여행길이었답니다
감사합니다
넘 무리하지 마세요
시야님 힘내세요
저는 대상포진 예방접종하고 끙끙~~~
무리는 금물하고 있어요
폭포속 제 멋진 사진도 퍼갑니다
올리브님 후기를 보고난후 내가 후기를 쓰니 훨씬 쉬웠답니다. 항상 감사할 뿐입니다. 건강 조심하시고 다음 여행길에서 만나요.
공작새가 쫘악 하고 날개를 펴는 순간과 닮은 사진작품, 엄지척!
다른 사진작품들도 넘 보기좋습니다~^^
지금 있는 그대로 보고 즐기고 만족하기는
제 여행에서 주제가 되지요.
기대한만큼이 아니거나, 기대한것보다 더많이~,
자연을 찾는 여행자리는 때 맞춤이 어렵지요.
그래도 나름대로 언제나
늘 여행자에게 돌아오는 자연품이니까 좋지요.
매화꽃여정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건행하소서~^^
산마루님 안녕하세요.
여행을 하다보면 자연의 순리에 따라 순응해야한다는 것을 배웁니다. 기대했던 꽃을 보면 봐서 감사하고 아직 안폈으면 다시 와야하는 이유가 생겼구요.
그렇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배웁니다. 너무 큰 기대가 잠시 실망으로 이어졌지만 그 이면엔 또다른 긍정적인 많은것이 있었습니다. 항상 감사하지요.
언젠가 모를 길위에서 뵙겠습니다.
이 맘때 쯤 일본을 가면 다양한 축제가 많아 여행자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지요
어느 봄날
후쿠오카 의 " 덴만구" 신사에서 본
우아하고 화사한 매화 들 ~~ 웅장하진 않지만 부드러운 일명 "우라미" 폭포 소리가
들리는듯 ~~그리고
아름답던
" 가라쓰 " 성의 야경도 ~~
함께 한듯 조근조근 써 내려간 후기에
적재적소 만점짜리
사진이 오버랲되
추억이 스멀스멀 되 살아 나네요 ,,,, ^^
감사한 마음으로
즐감함니다 ~♡
즐거운 추억을 소환하셨군요.
추억은 아름답다라는 말을 다시한번 생각합니다.
얼마나 많은추억을 만들지 모르지만 제추억 속에 스스랑님이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진이 풍족해서 더욱 멋진 후기 되셨네요 다시 공부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함께해서 더욱 아름다운 여행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본에서도 자박자박...
언니만의 속도로 여행을 즐기시는 모습이
정말 멋지고 좋아보였어요~
제가 드린 쑥떡이 언니 컨디션 회복에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이예요~
언니처럼 멋진 70대가 되고싶어서
시야님 따라쟁이가 되려합니다
시야언니 뵙고 싶어서라도
무심재여행 더 열심히 다니겠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네. 감사합니다. 두 모녀의 모습 참 부러웠답니다. 항상 웃으며 남을 배려하는 모습도 너무 좋았답니다. 얼마나 갈지 모르지만 행복한 추억을 만드는 일 함께하십시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