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1장,
한기범은 아내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만큼 송이의 마음을 이야기 해 주었는데도 눈에 뜨이게 아이들을 차별하는 아내의 마음을 어떻게 해석을 해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여보!
그렇게 송이가 싫소?“
”아니에요.
송이가 싫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어요.
송이도 내 자식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도 나도 모르게 승규나 아름이를 먼저 생각하게 되고 그 아이들 중심으로 모든 것을 하게 돼요.“
”조금만, 한 번만 더 생각을 한다면 오늘 같은 일은 어찌 일어나겠소?“
”나도 그러지 않는다고 생각을 하면서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는 걸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어요.
송이를 생각하면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내 마음도 내 마음대로 되질 않아요.“
”정말 큰일이오.
어머니가 단단하게 화가 나신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소.“
한기범은 아내를 나무랄 수도 없다.
앞으로의 일들이 더욱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해진다.
아내가 유달리 나쁜 사람도 아니다.
마음이 모질거나 차가운 성품이 아닌데도 자식들 일에는 내 자식이 우선인 엄마의 마음을 누가 말릴 수가 있을 것인가?
저녁이면 주방에서는 시어머니와 며느리가 각자 아이들의 입맛에 맞추어 야식을 만드는 진풍경이 벌어진다.
문정숙이 아무리 송이의 입맛에 맞추는 재료를 사와도 시어머닌 따로 재료를 준비해서 송이의 야식을 준비한다.
문정숙은 그런 시어머님을 어쩌지 못하고 함께 아이들의 야식을 준비한다.
송이는 엄마가 아니고 할머니가 야식을 가져다주는 것에 의아해 한다.
“엄마는요?”
“네 어미는 바쁜 사람이니 할미가 가져왔다.
어서 많이 먹어라!“
“할머니!
늦게 이렇게 야식을 먹는 것은 정말 좋지 않아요.
엄마에게는 말을 하지 못했지만 할머니, 저 먹고 싶지 않아요.“
”그래도 저녁도 부실하게 먹었는데 야식이라도 먹어야 견디어 내지 무슨 힘으로 어렵고 힘든 공부를 하겠니?“
”밤에 배부르게 음식을 먹으면 자꾸만 졸려서 공부도 안 되고 게으름을 피우고 싶어서 정말 야식은 먹지 않았으면 해요.“
”그렇다면 저녁을 제대로 사 먹어야지.
언제나 김밥이나 라면으로 대신하고 있는 것은 아니냐?“
”아닙니다.
학교 앞에 있는 식당이 음식 맛도 있고 깔끔해서 늘 그 집에서 먹어요.
양도 푸짐하고 값도 저렴해서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는 집이에요.“
“그렇다면 좋은 음식을 사먹겠다는 약속을 해라.”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송이는 할머니와 약속을 하고 할머니가 주시는 저녁 값을 받는다.
너무 늦은 시간에 음식을 먹으면 좋지 않다는 생각이었고 자신 때문에 할머니까지 주무시지 못하시고 고생을 하시는 것 같아서 야식을 먹지 않기로 한다.
김윤희는 송이의 말대로 해 주기로 한다.
늦게 음식을 먹어서 좋을 것이 없다.
딸 기영이도 저녁식후엔 물조차 마시지 않고 있었던 것이 기억난다.
“야식을 송이 것을 하지 마라!
송이는 늦게 먹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하니까 먹이지 않는 것이 좋겠다.“
“네, 어머님!”
문정숙은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러나 휴일이 되면 김윤희는 송이를 위해서 음식재료를 사온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입에 맞는 음식을 먹이고 싶은 마음이다.
송이뿐만이 아니라 온 가족이 영양보충을 하는 날로 생각을 하고 김윤희는 며느리에게 재료를 살 수 있는 충분한 돈을 준다.
송이도 송이지만 수능을 코앞에 두고 있는 손자 승규를 위해서라도 일주일에 한 번은 영양보충을 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인 것이다.
문정숙은 그런 시어머님의 마음 씀이 늘 감사하고 고맙다는 생각을 한다.
이제 온 집안은 승규에게 맞추어진다.
수능을 코앞에 두고 있는 승규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 온 가족들은 조심을 하고 모든 신경을 쓴다.
김윤희 역시 손자의 수능이 대단히 신경이 쓰인다.
재수를 하지 않고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을 하기에 더욱 조심하며 가족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으려 노력을 한다.
승규는 그런 가족들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승규는 상위권의 성적이 되지 못하고 중 상위권에 머물고 있기에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게 될 것인지가 불안하기만 하다.
한기범은 그런 아들을 늘 다독이며 용기를 넣어준다.
가끔은 늦게 귀가를 하는 아들을 학원까지 마중을 나간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부자는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아들의 마음을 알아가면서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있는 아빠다.
실력에 맞추어 대학을 선택하라고 하면서 대학보다는 원하는 전공에 중점을 두라는 말을 해 주곤 한다.
아무리 좋은 대학을 들어간다고 해도 자신의 전공에 맞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말을 해 주면서 아들의 기를 살려주곤 한다.
매일 데리러 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아들의 수능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한기범은 매일 데리러 가려는 노력을 한다.
김윤희는 그런 아들을 보면서 오는 길에 송이도 함께 데려오기를 바라고 있지만 늘 승규만 데리고 들어서는 것을 보면 화도 나고 서운해진다.
그렇다고 코앞에 수능인 손자가 보는데 무엇이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
그저 속으로만 당신의 서운함을 삭이곤 한다.
송이가 들어오기도 전에 집안의 불들이 대충 꺼진다.
승규의 방과 현관에만 불을 켜 놓고 송이가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김윤희는 아들 며느리가 방으로 들어가고 나서 대문 밖에서 서성인다.
송이를 기다리며 조금씩 지하철 정류장으로 나서고 있다.
송이는 그런 할머니를 보며 반가워한다.
“할머니!”
“아이구, 내 새끼!
얼마나 힘들고 고생이 많으냐?“
”고생은요?
당연히 해야 할 공부를 하는 것을요.“
”어여, 가자.
이제는 밤바람이 매우 춥구나!“
“아직은 괜찮아요.”
“저녁은 든든한 것으로 먹었어?”
늘 묻는 것이다.
“네! 갈비탕을 먹었더니 너무 배도 부르고 속이 꽉 차는 느낌이에요.”
“잘 했다.
건강을 잃고 나면 아무것도 필요 없다.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이 건강이라는 것을 알지?“
집으로 오면서 김윤희는 송이의 손을 꼭 잡고 걷는다.
이것이 제 에미가 있었더라면 얼마나 사랑받으며 소중하게 생각해줄 것인가를 생각하면 가슴이 절절이 아파온다.
김윤희는 자신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쉰다.
“할머니!
이렇게 할머니가 한숨을 내 쉬시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파요.“
”그랬어?
내 새끼가 이 할미가 한숨을 쉬는 것도 느끼곤 하니?
참으로 기특한 것!“
“할머니!
아빠가 오빠만을 데리러 다니시는 것을 보시곤 또 내 생각을 하시는 거죠?“
”다 같은 자식이라고 말로는 그렇게 말을 한다마는 이럴 때 보면 그것이 말 뿐이라는 것이 들어나지 않니? 그래서 할미가 속이 상하고 우리 송이를 할미가 아니면 누가 보살펴주고 지켜주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할머니!
그렇게 생각하지 마세요.
아빠도 엄마도 저를 많이 사랑해주고 계세요.
지금 오빠는 일분일초가 아까운 사람이에요.
공연히 저 때문에 시간을 허비할 수는 없지요.“
”너를 데리러 가서 널 태우고 승규에게 가도 되는 일이 아니냐?“
”그럼 아빠가 집에서 일찍 나오셔야 하는데 하루 이틀도 아니고 아빠가 피곤하지요.
내일 출근을 하셔야 하는데 조금이라도 쉬셨다 나가셔야지요.“
송이는 그런 아빠의 마음을 이해를 한다.
아빠는 저녁을 드시고 잠시 눈을 붙이고 나서 오빠를 데리러 간다는 것을 알고 있는 송이는 서운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김윤희로서는 그런 아들과 며느리가 서운하다.
아들이 나서지 않아도 며느리가 데리러 다녀도 되는 일이다.
그러나 남편에게만 맡겨놓고 바라보고 있는 며느리의 마음이 더욱 서운하다.
“할머니!
절대로 할머니의 마음을 나타내시면 안 되는 것을 아시죠?“
”오냐!
그냥 속으로만 묻어 두겠다.“
”그냥 흘려버리세요.
자꾸 가슴에 쌓아두시면 병이 되시는 거예요.“
”그래, 기특한 내 새끼!
할미가 병이 생길까 걱정을 해주니 어찌 할미가 너를 생각하지 않겠니?
할미는 우리 송이를 위해서라도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겠다.“
“그럼요!
송이가 반드시 성공을 해서 엄마도 찾고 할머니께 효도를 다 하면서 살아갈 것이니까 아프지 마시고 오래오래 사셔야 해요.“
김윤희는 그런 송이가 더욱 소중하다.
벌써부터 제 어미를 찾아야겠다는 굳은 마음을 볼수록 든든해지고 더욱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송이가 모든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는 아들과 며느리는 예전처럼 조심하는 마음들이 사라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한기범은 어머니가 송이를 데리러 나가시는 것을 모르고 있다.
그러나 문정숙은 시어머님께서 송이 때문에 문 밖에서 서성이며 송이를 기다리고 계시다는 것을 알지만 자신이 말릴 수 있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그대로 모른 척 한다.
남편에게 조금 일찍 나가서 송이를 태우고 승규를 데리러 가라는 말도 하지를 못하고 있는 문정숙이다.
늘 업무에 시달리며 바쁘게 하루를 보내고 들어오는 남편이다.
그런 남편을 조금이라도 더 쉬게 해 주고 싶은 아내의 마음이 앞서는 것이다.
송이보다는 남편과 아들이 우선이다.
그것은 어쩔 수 없는 문정숙의 마음이다.
이제 송이도 알 것은 다 안다고 생각을 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가볍다.
예전처럼 시어머님의 눈치도 그다지 보지 않아도 편안한 마음이 된다.
부부는 승규의 수능으로 송이를 생각할 여유가 없다.
남편이 아들을 데리러 가는 사이에 문정숙은 승규를 위한 야식을 만든다.
송이는 야식을 먹지 않겠다고 했으니 신경을 쓰지 않는다.
아름이도 자신의 몸매를 위해서 야식을 먹지 않고 있으니 당연히 송이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승규를 위한 야식만 준비를 한다.
자신이 남편 대신에 승규를 데리러 가고 싶지만 한 밤중에 운전을 하는 것을 극구 말리고 있는 남편이다.
아내가 한 밤중에 차를 몰고 나가는 것을 앉아서 기다릴 수 없다.
이제 승규의 수능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다.
문정숙은 그런 승규를 위해서 보양식을 따로 해서 준다.
힘과 기운을 잃지 말라는 엄마로서의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윤희는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면서 그저 모른 척 할 뿐이다.
어미로서 그보다 더 한 것이라도 해 주고 싶은 마음을 알고 있다.
집안은 더욱 긴장감으로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집에만 오면 그렇게 조잘거리는 아름이마저도 오빠의 수능일이 며칠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는 조심스럽게 행동을 한다.
누구하나 마음 놓고 기침을 하는 사람도 없다.
행여 승규의 귀에 거슬려 스트레스를 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움이 온 가족의 신경을 날카롭게 하고 있다.
김윤희는 수능 전날 승규에게 봉투를 쥐어준다.
“승규야!
지금까지 네가 노력한 대로 차분하게 마음을 가지고 시험을 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시험이 끝나고 나서 친구들하고 맛있는 것도 사 먹고 기분전환도 하면서 결과를 기다리는 거야!“
“할머니!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그래!
실수하지 않는다면 네가 가고 싶은 대학에 갈 것이라고 믿는다.“
승규의 등을 도닥여준다.
하나뿐인 친손자가 기특하고 때로는 대견스럽다.
언제나 듬직하고 점잖아보여서 특별히 더 사랑스럽다.
수능일 새벽부터 집안이 분주해진다.
행여 늦을 새라 새벽밥을 하면서 가족들의 식탁이 준비가 된다.
문정숙 또한 아들의 수능 장에 따라갈 생각이다.
한기범은 아들의 수능 일에 휴가를 제출하고 시험장까지 갈 계획이다.
회사에서는 수능을 보는 자식이 있는 아빠들에게 하루 휴가를 준다.
한기범은 수험장을 따라가겠다는 아내를 말릴 수가 없다.
엄마로서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문정숙은 모든 준비를 해 놓고 남편과 함께 승규를 태우고 수능 장으로 간다.
늦지 않게 일찍 도착해서 여유 있는 마음으로 수능 장으로 들어가는 아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두 부부는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늘 그러하듯이 수능 일 당일에는 왜 그리도 기온이 뚝 떨어지는지 밖에서 기다리는 부모들은 발을 동동 구르면서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다.
마치 그 자리를 떠나서 따뜻한 곳으로 가면 자식들의 성적이 떨어질까 두려운 마음에서 추위를 무릎 쓰고 그 자리를 지키며 수험이 끝나길 기다린다.
문정숙 또한 기도하는 심정으로 꼼짝도 하지 않고 아들의 시험이 다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만 무사하게 시험을 잘 보게 된다면 더 이상 힘들게 공부를 하지 않고 즐겁고 가벼운 마음으로 대학생활을 할 아들이 되기를 고대하며 지금까지의 고생이 헛되지 않기를 기도한다.
재수를 하지 않고 원하는 대학에 합격을 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비록 상위권은 아니라 해도 그다지 못하는 것도 아니기에 원하는 대학에 합격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승규는 그런대로 시험을 마치고 나온다.
모두들 어렵다고 아우성들이다.
승규 또한 어려운 문제들을 차분한 마음으로 채워나갔지만 예상보다 실력이 저조할 것으로 생각이 되어 걱정스럽다.
그러나 이미 주사위는 던져진 것이라고 생각을 한다.
학교에 나가 선생님과 친구들과 문제를 맞춰보지만 예상대로 생각보다 성적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이 바라던 대학을 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많은 생각을 한다.
승규의 점수는 예상했던 대로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응시하기엔 너무 불리한 점수가 된다.
한기범은 아들이 풀이 죽어 있는 것을 본다.
“승규야!
조금 낮추어서 가도 네가 원하는 과를 선택을 하면 된다.
학교는 큰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잖니?“
”.........................“
승규는 많은 생각을 하다 아버지의 말대로 낮추어서 응시를 한다.
다행이 합격통지서를 받고나서야 안심을 한다.
그래도 지방 대학이 아닌 서울에 있는 대학이라는 것에 안심을 한다.
문정숙도 아들이 서울에 있는 대학에 합격한 것만으로도 만족스럽다는 생각을 하며 재수를 하지 않은 것이 다행스럽다.
김윤희는 그런 손자가 대견스럽다.
승규의 대학입학금을 며느리에게 내어준다.
“이 정도면 입학금이 되지 않겠니?”
“네, 어머님!
정말 고맙고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내 하나뿐인 손자인 것을 어쩌겠냐?
그래도 기특한 것이 지방대학이 아닌 서울에 있는 학교에 가게 된 것만으로도 기특하고 대견스럽다.“
”네!
저도 행여 재수라도 하려고 한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어머님과 아버님이 승규를 사랑해주신 덕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정숙은 시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입학금으로 입학금을 납부한다.
이제 대학생이 된 승규를 위해서 의상도 두어 벌 구입을 해 주면서 뿌듯한 마음이 들며 자식이 이렇게 아무 탈 없이 제 길을 가고 있는 것이 흐뭇해진다.
아름이 또한 이렇게 서울에 있는 대학만 가기를 바라고 있다.
여자아이기에 더욱 그런 생각이 간절한 문정숙이다.
글: 일향 이봉우
첫댓글 즐감하고 감니다
잘 보고 갑니다
즐~~~감!
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