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날, 영국 런던(7/26)
본격적인 런던 관광..마음은 급하고 볼 건 많은데, 도대체 일정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 감이 안 섰다.
민박집 아저씨께 들은대로, 아침엔 버킹엄 궁전의 위병 교대식을 보러 갔다.
가는 교통편은 런던의 2층 버스를 타고 싶어 일부러 버스를 탔다.
요즘 버스는 우리 나라 버스처럼 앞문이 자동으로 열렸는데, 예전버스는 문없이 버스 뒤가 트여있고
우리가 잽싸게 올라타야했다. 오...재밌었다-_-
버스 안은 온통 흑인들..검표원도 흑인 여자였다.
외국을 다니며 느낀 거지만, 흑인 여자들은 대부분 머리를 여러가닥으로 땋았다.
우리 나라 가수들이 많이 하는...레게 머리?
친구가 저 머리를 하고 싶어 미용실에 갔더니 20만원 달라기에 그냥 집에서 이틀 밤새워
남동생이랑 남친이랑 셋이서 손으로 땋았다던데,
친구한테 외국으로 레게머리관광을 권유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_-
일부러 버스 2층으로 올라가 친구랑 사진을 찍는 생쑈를 하며 목적지에 도착했다.
빅토리아 스테이션에서 버킹엄 궁전까지는 예상외로 꽤 멀었다.
도착하자, 벌써 사람들이 북적대고 있었다..11시 30분에 있다는데..
관광객들이 많았지만, 예상대로 교대식은 허무했다-_-
버킹엄 궁전은 외곽만을 둘러봤다. 여왕이 없는 모양이었다-_- 여왕이 있으면 깃발을 꽂는대는데..
뒤이은 기병 교대식이 더 멋지다는 얘기를 이미 들었지만 시간이 급해 대영박물관으로 직행.
그 유명한 대영박물관.
무료라서 더 멋지다는 대영박물관.
욕심내서 다 보려면 하루가 꼬박 걸린다는데, 우리는 시간도 없고해서 하이라이트만 보기로 했다.
이집트, 그리스 로마, 그리고 동양관.
많은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대영박물관을 돌며 느끼는 생각은 딱 하나다.
도둑넘들-_-+++
우와~ 대단해~ 라고 그 문화에 대한 경탄을 하기 앞서, 아니, 이걸 다 떼왔단 말야?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우리는 그때 한국관 개방 시간을 못 맞춰 못 들어갔지만,
스위스서 만난 한국애들이 한국관 갔다 열만 받아 왔다는. 거기 있는 게 뭐지? 직지심경이었나?
람세스 앞에서 멋지게 사진을 찍고 왔는데, 나중에 안 거지만 거기 있는 게 대부분 가짜라는 얘기.
허무했다. 그거 옮기려고 가슴팍에 구멍까지 뚫었대서 그 자국까지 남았길래 기념으로 찍었는데,
가짜가 많았단다. 내셔널 갤러리도 그렇고.
대영박물관에서 기억에 젤 남았던건 네레이드 신전과 이집트 미이라다.
그런데 왜 대영박물관이라고 번역을 하는거지? 그냥 영국박물관이라 그러잖고? (영국에 대한 반감이 아직까지-_-)
그리고 내셔널 갤러리로 직행.
내셔널 갤러리 또한 무료. 이 점은 정말 멋지다--
그림은 정말 많았으나, 모조품이 많단 얘기에 감동은 덜했다.
예전 미술 백과사전을 끼고 살았던 경험으로 아는 그림이 몇개 보였으나,
의외로 조잡한 듯한 그림도 많았다.
중간 중간 보이는 고흐, 르누아르, 마네, 다빈치, 반 아이크 그림이 반가웠다.
정말 "아는 만큼 보인다"는 얘기가 가슴에 와닿는 순간.
가끔 미술책이나 백과사전에서 봤던 그림 발견하는 재미로 모든 wing을 둘러보고
바로 앞의 트라팔가 광장으로 갔다.
넓은 광장 중앙에 넬슨 제독의 동상이 얹힌 탑이 서 있고,
아래에는 몇 마리 사자가 광장을 굽어보고 있었다.
이 날은 우리나라 vs 터키 전이 열리던 날.
광장 안에 빨간색 옷을 입은 사람들이 꽤 눈에 띄었다. 특히 사자 옆에-_-
터키 사람들도 빨간 옷을 입고 빨간 터키 국기를 들고 한국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미 경기는 3:2로 한국이 진 상태.
그렇지만 전혀 실망스럽지 않은 얼굴로 대~한민국을 외치며 행진을 계속하는 빨간옷 무리들이 자랑스러웠다.
승리를 기뻐하는 터키인들이 오픈 카를 타고 자축하자 거리의 한국인들이 모두 그들의 승리를 축하해줬다.
새삼 한국인임이 자랑스러운 순간..
아침에 뭣도 모르고 꺼내입은 빨간옷 또한 매우 자랑스러웠다-_-
광장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1.7파운드-_-(가격도 잊을 수 없다. 처음 사먹은 음식이라..)
한국돈으로 3400원이란 생각을 하자 아까워서 한입 먹기가 두려웠다-_-
분수 옆에서 좀 놀다 뮤지컬을 보기 위에 광장 옆의 극장으로 출발.
Her majesty's 라는 극장이었다.
"오페라의 유령"을 상영하는 곳.
피카딜리 서커스의 가장 대표적인 뮤지컬은 세가지로, 캣츠, 오페라의 유령, 레미제라블이라 들었다.
우리는 민박집에서 표를 주는대로 들고 왔는데, 보고 싶었던 오페라의 유령이었다.
한국에서 마침 오페라의 유령 바람이 불어서 그랬는지, 한국인이 많았다.
(순전히 그 책 보다가 리갈에서 내렸다는 선전 영향이 아닐까-_-)
표는 당연히 제일 싼 10파운드짜리 3등석이었다-_-
음악은 말할 것도 없이 내용도 매력적이고 무대장치등이 스펙타클한것이 꽤 멋진 뮤지컬이었는데,
남자들은 대부분 자고 나오는 눈치였다. 내용 모르면 잠이 올 듯 하니
담에 볼 사람은 반드시 내용을 알고 오길..
(책이랑은 내용이 조금 다른편..)
그리고 코벤트 가든을 거닐었으나..역시 돈이 없는 관계로, 먹을 수도 살 수도 없어-.ㅜ
조금 보다가 다음 목적지로 직행했다.
리전트 파크...
정말 영국 여행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곳이다.
나는 유적이나 건축물보다는 자연 경관에 아름다움을 느끼고 감동하는 편이다.
영국은 유적 돌아보느라 정신이 없어서 그런지 그런 감동이 많이 없었지만,
리전트 파크는 잘 정리된 나무와 잔디와 꽃들로 지친 여행에 편안함을 선사하는 그런 곳이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조깅을 하는 사람들,
피크닉을 나와 음식을 나눠 먹으면서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들..
새삼 이런 곳에서 살았으면..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 때 일을 마치고 가족들과 이런 곳에 산책을 나온다면..하는 생각.
풀밭에 누워 책을 읽다가 해질 때가 다 되어 일어났다.
후에 하이드 파크, 세인트 제임스 파크까지 다 다녀온 사람 얘기를 들으니
리전트 파크가 그 중 젤 이쁘고 좋다고 하니, 참고하길.
그 다음은 어제 못 갔던 타워 브릿지의 야경.
런던 브릿지에서 보는 타워 브릿지의 야경이 제일 멋있다고 해서 런던 브릿지로 갔다.
날씨가 무지 추워 주위가 새카매질 때까지 견디지 못하고
대충 어스름 해질 때까지 기다려 타워 브릿지를 보다가 돌아왔다.
웬 바람이 그리도 부는지..다음 날 약하게 감기까지 들어버렸다.
타워 브릿지의 광경은 빅벤의 느낌과 비슷했다..
책과 티비에서 많이 보던 그것. 우와~ 멋지다~~저걸 또 어떻게 지었을까? 하는 그 느낌.
지하철을 기다리며 버거킹에서 와퍼세트를 사 저녁으로 먹었다.
4.52파운드 정도? 한국돈으로 9000원이라고 생각하니 피눈물이 났지만,
양이 무지 많고, 넘나 맛있어 또 감동해 버렸다-.ㅜ
민박집에서 아침만 먹고 저녁 11시까지 버티다 먹었으니 오죽했으랴.
영국에 있으면서 느낀 건, 사람들이 참 많이 먹는다는 것이다.
거리마다 샌드위치, 햄버거 테이크아웃점이 널리고 널렸다.
우리나라 어른들은 식탐이 있는 걸 부끄럽게 여기는 편인데,
이 사람들은 걸으면서 먹고, 뛰면서 먹고, 걷다 앉아서 먹고, 차타고 가면서 먹는다.
아침부터 저녁 12시까지 계속 걸으면서 뭘 사먹고 또 먹는다-_-
그래서 그런지, 영국 여자들은 하나같이 살들이 엄청나게 쪘다는 것..--
모두들 과감한 끈나시차림인데, 팔뚝과 뱃살, 엉덩이가 터져나갈 듯 했다..-_-
나도 한 팔뚝한다고-_- 생각하며 살았는데, 영국에선 나보다 마른 여자를 거의 못 본 것 같당..
난 원래 나시를 잘 안 입었는데, 이번 여행 마치고서 줄기차게 입었다--
아마도 영국 사람들 영향인 듯..ㅋㅋ
여튼 그렇게 영국에서의 토요일이 지나갔다.
나중에 들은 얘긴데, 토요일마다 노팅힐에서 벼룩시장이 열리는데 그게 그렇게 구경거리라고했다.
난 노팅힐에 볼 게 없단 얘길 꽤 들어서 그런지 일부러 안 갔었는데, 지금 와서 조금 아쉽다..
벼룩시장이면 또 얼마나 재미날까 했는데..
런던 토요일에 가시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넷째날, 영국 윈저성
영국 마지막 날..
오늘은 런던을 멋어나 교외로 나가보기로 했다.
친구 남친이 윈저성을 꼭 가라는 권유가 있었다고 해서,
우리는 주저않고 윈저성을 보기로 했다.
빅토리아 코치 스테이션에 짐을 맡기고, 윈저행 버스를 탔다.
이틀동안 아끼고 아꼈던 파운드가, 여기서 다 날라갔다.
7.5파운드의 왕복 차비, 윈저성 입장료 10파운드.
멋있었지만, 한국돈 2만원이면 입장료가 너무 비싼 거 아닐까?
학생 할인 안되냐는 말에 단호히 노~를 외치던 백발 할머니 표정이 아
직 생생하다-_-
친구랑 우리나라 경복궁은 2만원은 안 받느니 하며 투덜대면서 내부로 들어갔다.
윈저성은 런던의 건축물들과는 또다른 느낌이었다.
런던의 건축물들은 화려한 고딕양식과 그 높이에서 웅장함을 느꼈는데,
윈저성은 돌담으로 된 낮은 건물들로 투박하면서도 위엄이 서려있다고나 할까..
엘리자베스 여왕의 주말 거처라는데, 나와 비슷하게 다녀온 언니는 여왕을 멀리서나마 봤다는데
나는 안타깝게도 여기저기 널린 여왕의 사진들만 봤다.
정말 촌스럽게 옷을 입는다는 느낌..-_-
내부는 별로 볼 게 없었다.
아니, 내 기억에 남는 게 없다는 게 올바른 표현일 게다.
갤러리와, 메리 왕비 인형관 정도..
차라리 성 입구 잔디에서 빨간옷을 입고 악기를 연주하던 관악대의 음악이 기억에 남을 뿐..
세인트 조지 예배당은 일요일인 관계로 문을 닫았었다.
그리고 이튼 칼리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확실히 런던 시내와는 다른 느낌의 거리..
옥스퍼드나 캠브리지 같은 대학 도시도 구경하고 싶었으나,
역시 건물에 감동을 느끼는 스타일이 아니라-- 이튼 하나로 만족했다.
여기 저기를 구경하며 강변에서 사진을 찍고 유로라인을 타러 다시 런던으로 가는 그린라인 버스를 탔다.
런던의 주황색 지붕의 가정집들이 눈에 익을만..했는데^^
다음에 온다면 에딘버러를 꼭한번 가보고 싶다.
런던과는 또다른, 스코틀랜드의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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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9개국 여행기~ (2편, 런던/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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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08.15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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