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장형유가공장]에서의 대장균 출현에 대한 엄중 주의사항
P 사장님,
이번 제주도의 소규모 유가공장(목장형유가공장은 아닌 듯합니다)의 유제품들에서 대장균이 검출되자
이를 식약처가 보도자료를 내서 공표했습니다. 이것을 언론들이 벌떼처럼 달려들어 그 유가공장의 그동안 이미지,
그들의 헌신과 쌓아 올린 피땀 어린 유가공 업적과 명성을 단번에 박살 내는 현장 소식에 많이 놀라셨지요?
나는 학교에서 목장형유가공 교육할 때, 이러한 사태가 미래에 닥칠 것임을 알고 [유제품 위생과 안전] 교육 시간과 [낙농 관련 미생물학] 시간에 영국의 “조종사 출신 치즈 메이커의 위생사고”로 회사가 폭삭 망하고 영구 폐업조치 당한 사례를 들며 만약 우리 [목장형유가공장](그 이름이 거론되는 것 자체가 무서운 일이지요) 한곳이라도 대장균 검출 관련 보도가 나오면 모든 [목장형유가공장]들도 동시에 피해가 막심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또 강조했지요?
그런데 왜 잊을 만하면 이런 사태가 빚어지며 자신 말고도
다른 건전한 [목장형유가공장]들까지도 명성과 이미지에 먹칠하는 것일까요?
목장이라는 공간은 엄밀히 말하면 모든 세균의 천국이라고 봐도 됩니다.
거기는 세균들의 밥이 되는 유기물이 흘러넘치는 곳이기 때문에
온갖 세균들이 [먹을 것] 천지라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나는 매번 [목장형유가공장]은 가능하면 목장으로부터
확실히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좋다는 것을 강조해왔습니다.
[목장형유가공장]에서 유가공장 종사자들이
쉽게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목장 출입 전후의 행동과 마음 자세입니다!
[위험 사례 A]
≪어느 [목장형유가공장] 운영자인 A 씨의 일상을 살펴볼까요?
종업원이 없으니 A 씨 혼자서 사장, 직원, 판매원, 회계직원,
HACCP 관리책임자 등등을 도맡아 하는 실정입니다.
당연히 목장에 가서 하는 모든 일도 혼자 도맡아서 해야 합니다.
새벽에 일어나면 커피믹스 두 개를 한 컵에 말아 마셔 가며 목장으로 향합니다.
일단 쓱 목장을 둘러본 뒤 착유장에 가서 사료 주고 착유를 시작하면
아홉 시가 넘어서야 끝이 납니다.
목장에 있는 동안에 틈만 나면 스마트 폰을 꺼내 들고 통화도 하고 SNS도 보는 것입니다.
집으로 돌아가 아침 먹고 나서 다시 목장 둘러보고
소 발정 여부를 관찰한 뒤 이상 없으면 목장 유가공장으로 가는 겁니다.
이 상태의 A 씨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대장균을 비롯한 모든 세균으로
완전 오염, 범벅인 상태입니다.
그의 스마트 폰도 어느새 세균 덩어리 집합소로 돌변합니다.
그는 유가공장에 들어가 목장에서 입었던 작업복(또는 일상복)을
유가공장에 와서는“유가공장용 위생작업 복”으로 갈아입고
70% 알코올로 손 소독도 철저히 하였으니
당연히 자신은 매우 깨끗하다고 여긴지 오래입니다.
더구나 유가공장에 와서 습관처럼 물비누로 거품 내어 손을 잘 씻고
위생 티슈로 닦아 낸 뒤 강풍으로 풍욕(Air shower)까지 한 몸이니
더욱 깨끗해진 자신을 확신합니다.
그리고 그날의 유가공 작업을 시작합니다.
오늘은 그의 목장이 자랑해 마지않는 맛있는 요구르트 제조입니다.
[1등급 A 원유]를 요구르트 탱크에 채우고 정해진 온도와 시간에 맞추어 살균,
냉각하고 스타터 접종,배양하여 pH 4.6을 확인하고 교반, 냉각하였습니다.
그런데 전에는 한 번도 안 보이던 문제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막 포장을 하려는데 요구르트 조직이 이상합니다.
유청 따로 요구르트 조직이 따로 노는 것이 심상치 않습니다.
아이고 어쩔거나, 위생 사고, 대형 사고가 났다고 판단되는 순간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거래처
납품하고 로컬 푸드에 깔아야 하는 내일이 아득합니다.≫
그는 전에 배인휴 교수에게서 『누구든지 목장에 잠깐이라도 다녀왔거나
외부활동을 했으면 유가공장에 와서는 들어가기 전에 반드시
샤워(전신 목욕) 하고 난 뒤“유가공장용 위생작업 복”으로 갈아입고
유가공장에 들어가야만 한다』라는 교육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참의 세월이 지나고 보니 놀랍게도 그는
그 사실을 망각하고 그 중요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합니다.
어느덧 긴 세월을 거치는 동안 망각이라는 바다의 일렁이는 파도가
그 기억이며 엄중하다는 인식을 모두 집어삼킨 거지요.
위의 A 씨 같이 행동하는 분들이 이 세상에는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나는 항상 노심초사합니다. 유가공장 들어가기 전에 목장을 다녀왔든 안 다녀왔든
외부활동하다가 유가공장에 들어가려면 원칙적으로 샤워를 한 뒤
바로 거기서 위생 작업복을 갈아입어야 하는데
많은 사람이 적당히 손을 씻고 알코올 소독하고 작업장을 드나드는 것이라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