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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지난번에 남긴 글에 예상치 못했던 반응이....
왠지 졸지에 듣보잡 동유럽 빈민국가에서 유학하는 처지가 된거 같아 기분이 묘하네요 -_-;;;;;
하여간 체코의 자세한 경제지표는 제가 찾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는데; 저도 여기서 듣고 살짝 배운바로는
공산화전까지 유럽에서 손 꼽히는 공업국으로 상당히 잘사는 나라였고, 공산화 되고나서도 공산주의 국가중에서는 가장 잘사는 나라중 하나였다고 하네요.
그나마 예전부터 쌓아온 게 있었던 덕에 민주화되고 다른 동유럽국가들이 경제적인 문제로 비틀댈때 더 잘 버텼던것 같다는 추측. 지난 봄에 동유럽에서 경제위기로 난리가 났을 때 (특히나 헝가리) 체코는 의외로 참 잠잠하더라고요.
그냥 여기서 살면서 느끼는 거는, 한국보다는 잘산다고는 할 수 없고, 그렇다고 훨씬 못산다고 할 수 없고요. 복지는 나름 유럽에서 어느정도 순위에 들정도로 잘 되어있다고 들었습니다. 외국인이 보험없이 병원에 가도 큰 부담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친한친구들 집에도 몇번 가봤는데, 그냥 뭐 한국 평범한 가정집과 별 다름없는 수준의 집.
제가 체코유학을 택한 이유 중 하나는 좀 경제적인 이유도 있지만 체코 애니메이션이 역사도 깊고 유명하거든요. (뭐 어디까지나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거나 공부하시는 분들만 아는 사실이지만)
그리고 제가 다니는 학교의 애니메이션과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곳이기도 하고 교수진들도 엄청 빵빵해요. 2차대전 무렵부터 작업을 하셨던 노교수부터 명망있는 중견 작가 교수들에서 애니메이션계를 앞으로 이끌어갈 신인으로 소개된 젊은 교수까지 아주 다양합니다.
뭐 이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프라하에서 느끼는 것은, 참 이 나라 사람들 복받았다... 라는 겁니다. 조상들이 물려준거 고대로 간직한 덕에 도시도 정말 아름답고 관광수입도 많고. (1년에 체코를 방문하는 관광객수가 약 1억명이라는 조사결과를 본적이 있어요. 체코 인구가 천만인데 그 10배가 다녀가네요)
이 나라가 전쟁의 화마를 그나마 피할 수 있었던 건 나찌가 쳐들어올때 저항안하고 그냥 백기들어서라고 하는 굴욕적인 이유가 있긴하지만, 프라하 풍경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그 굴욕을 겪어서도 지키고 싶은 도시일만도 하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듣기로는 나중에 히틀러가 늙어서 살곳으로 프라하를 정해놓았었다고 하네요.
등교길이 집에서 전철을 타고 말로스뜨란스까역에서 내려서 (프라하성 바로 아랫쪽의 역) 트램으로 갈아타서 블타바강을 건너 까렐교를 지나, 블타바강변을 쭉 타고 학교앞 역인 나로드니 디바들로 (국립극장)에 하차하는 코스인데요.
학교에서 스트레스받고 이것저것 울적하다가도 학교를 가면서 물끄러미 바깥 풍경을 보다보면, 참 등교길이 이렇게 예쁘다는게 한편으로는 복인 것 같아 기운을 내기도 한답니다.
가끔 트람 몇정거장 정도는 걸어가는데, 아직 이른 아침이라 관광객 몇명없는 까렐교를 보고 있으면 참 기분이 좋습니다. 특히나 안개가 좀 껴서 까렐교들의 조각상들과 그 건너편의 프라하성이 뽀얗게 신비롭게 보일때는요. 그치만 요새는 까렐교 앞이 열심히 공사중이라 좀 기분이 깨기도 해요.
학교건물도 나름 오래된 건물인데, 얼마나 오래되었는지는 잘 모르고요. 강의실 위치에 따라서 강건너 프라하성이 보이기도 하고 길건너의 국립극장이 보이기도 합니다. 둘다 참 보기 좋아요. 지난학기에 정말 좋았을 때는 기초음악수업을 음향과에서 들었을 땐데, 젊은시절 바이올리니스트였던 친절하신 백발 할아버지 교수님이 강의실의 피아노를 연주하시고, 저는 창밖으로 보이는 프라하성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어요. 학교에서 좀 문제가 있어서 힘들었을 때였는데 잠깐이나마 위안을 받았던 순간이었죠.
하지만 불행히도 애니메이션과는 5층 꼭대기 바로 지붕밑 다락방이라 -_- 아무것도 뵈이는 게 없습니다. 학교에서 제일 잘나가는 과인데 어찌나 구석에 쳐박아놨는지... 아무래도 다른과에 비해 좀 늦게 생겨서 남는방 구석에 있는거 준듯. (2000년 무렵에 생긴 제일 어린과 오디오비주얼도 같은층에 있지요.)
학교얘기 나온김에 학교 얘기를 좀 하자면, 한국학교에 비해서는 좀 널널한 편입니다. 1학년 2학기부터는 강의도 목요일까지만 있고요. 금요일에는 학생들이 자유로 선택할 수 있는 모듈이라고 불리는 강의들이 있습니다.
금요일 하루종일 강의들으면 한학점 주는 강의도 있고, 좀 길게 듣고 레포트도 하나내야 2학점 주는 강의도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이수해야하는 학점이 꽤 많아서 학점채우려면 어쩔 수 없이 듣게 되요. 그치만 강의들이 대체로 매우 알차고, 영화감독을 집접 초빙하는 경우도 많고, 외국에서 (다른 유럽국가나 미국에서) 강사들 초빙하는 경우도 많고 해서 들으면 배우는 것도 많고 좋더라고요.
근데 생각해보면 한국에서 대학다닐때 보다는 좀 널널한 편인데요. (체코어 때문에 이론수업 공부할 때는 남들보다 시간이 수배로 걸린다는 점이 있지만 -_-) 체코대학중에서는 가장 빡센편에 속해서 애들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요. 몇일전엔 오디오비주얼과 애들이 무슨 예술학교가 애들 이론공부만 미친듯이 시키고 작업할 시간도 안주냐면서 항의서를 공식적으로 학교에 제출했더군요.
저는 뭐 과제는 주면 주는대로 불만없이 넙죽 받아하는데 우리과 다른 여자애는 시간이 부족하니 시간을 더달라. 요새는 기분이 우울해서 아무것도 못하겠다 라는 말을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하더라고요. 한국에서 교수가 무리한 과제를 내줘도 악 교수님 너무해요하면서도 기한안에 제출했던 예전 대학생활을 생각해보니 참 기분이 묘하더군요.
아 저는 한국에서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는데, 학교가 쫌 미치게 과제가 많은 학교로 유명해서... 그 당시를 떠올리면 밤새서 과제하고 학회에서 작업했던 기억이 대부분이에요. (거기에 60일간 과전체가 수업거부했던 대사건...-_-;;)
그당시 교수님들은 교수님들이 원하는데로 마음껏 과제를 내주곤 했는데, 학생들이 좀 너무하다고 약간 항의하면 호호호 그냥 몇일 밤새면 되지 뭘그래 하던 곳이었습니다. 기말에는 이틀에 한번만 잤던 기억이...
하여간 학생들이 강의가 빡세다고 항의서도 내고 교수들한테 대놓고 시간없고 피곤하다고 불평하는 걸 목격하는 건 매우 신선한 경험이었네요.
그외 학교에서 놀았던(?) 경험들을 떠올려보면.
각 학년마다 좀 성격이 다른 것 같은데, 우리학년은 매우 음주가무를 즐기는 편인 것 같더라고요. 1학년때 부터 음주와 파티의 연속이었는데, 매학번마다 그랬던 것도 아니더라고요. (우리가 유별난편) 우리는 선배가 누군지도 잘 모르고 학교에 들어갔는데. 우리학년애들은 1학년 오리엔테이션도 단체로 우르르 몰려가고 1학년과 함께하는 개강파티도 바로 개강전에 열었더군요.
1학년때 수시로 열렸던 파티를 제외하면 (할일도 매우 많았던 시기인데 놀기도 너무 열심히 놀아서 다들 폐인이었던 시절) 기본적으로 학교축제는 딱 한번있는 FAMUFEST입니다. 매년 11월 초에 극장하나를 빌려서 4일동안 하는데 (영화관이 아니라 콘서트나 연극, 무용등의 공연을 하는 공연장) 기본적으로 영화제이므로 학생들이 작품을 출품하고 시상식도 해요.
작년 축제때 상을 받았던 연출과의 단편영화가 이번에 깐느에서 cinefondation부분(영화학교 학생 작품상)에서 1등상을 타서 학교에서 경사가 났었죠. (찾아보니 3등상은 한국 학생이었네요)
기본적으로 영화제이므로 입장료도 받고 그러더군요. 간단한 이벤트도 하고 영화 상영 하루 종일하고 특별강의도 있고 콘서트 등등도 있고... 무엇보다도 술을 미친듯이 죽도록 마십니다 -_- 정말 술에 원수진 것처럼 이노무 술들 마셔서 다 없애버리겠어 - 하는 식으로 극장에 딸린 바의 술을 완전 거덜네요.
애들이 미친듯이 술마시고 담배피고 난리여서 (극장전체가 완전히 담배연기에 휩쌓여있습니다...-_-)극장측에서 제일 싫어하는 행사중 하나라고 들었어요. (그 극장에서 알바하던 다큐멘터리과 친구 모양의 증언)
의외로 학교전체 (아카데미전체)의 축제는 정기적으로는 없는데, 놀기 좋아하는 우리학년들이 주도해서 전체학교 축제를 일주일전에 열었어요. 근데 불행히 예상외로 10월 중순에 겨울날씨가 되어버려... (10월 10일쯤 부터 평균기온 2~4도) 좀 망한 축제가 되긴했습니다... 축제장소를 야외로 잡았거든요 -_-
학교 바로앞에 있는 다리 밑에 연결되어있는 작은 섬에서 천막치고.. 벌벌 떨며 따뜻한 와인으로 몸을 녹이며 놀았지요. 첫째날 뒷풀이는 다행이 근처 갤러리 지하의 펍을 빌려서 해서, 따뜻한 곳에서 술마시며 춤추고 잘 놀았습니다.
재밌었던 점은 디제이 제일 앞에서 열심히 춤추는 애들 대부분 영화학교 우리학년애들 -_-, 그 외 중간중간 연극학교, 음악학교애들이 섞여있었고.
디제이는 우리학교 감독과의 젊은 교수와(이 교수 좀 특이하고 유명한데, 영화감독이며 디제이고, 유명한 인디밴드도 하고 있고, 배우도 하고 그래요.) 오디오비주얼과에서 초빙한 듯한 여자 디제이 (둘이서 열심히 미친듯이 코믹댄스를 온몸을 던져가며 추고 있었음) 연극학교애들 중 춤좀 추는 애들은 진짜 제일 뒤에서 현대무용을 하고 있더군요. 춤추다가 지쳐서 앉아 쉴 때 나름 눈요기가 되었어요.
그 날 컨디션이 별로여서 잘 놀지 못한게 좀 아쉽지만... 요새 너무 날씨가 꾸리꾸리해서 (10월 중순부터 계속 흐리고 춥고 가끔 비내리고...) 기분이 별로라 우선 과제나 열심히 해놓고 학교축제에서 잘 놀아야겠어요 -_-
오늘 학교에서 상영회와 토론이 끝나고 (전체 학년 학사과정 석사과정 작품들 모두 상영하고 작품에 대해 토론) 집에와서 새로 작업할 애니메이션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홀로 카페에 갔었어요. 저는 혼자 카페같은데서 아이디어 짜는 쪽을 좋아하는 편이거든요.
체코에는 테이크아웃되는 스타벅스나 커피빈같은데는 별로 없고 (스타벅스가 몇군데 있긴한데 말도 안되게 비쌉니다.) 그냥 느긋하게 커피마시며 책읽을 만한 전통적인 카페가 많거든요.
우리집 근처에 싸고 분위기 좋은데가 몇군데 있어서 자주 가는데 최근에 발견한 곳은 예전엔 한식일식 레스토랑이었다가 망한건지 이사 간 건지 없어지고 카페로 새로 문연 곳 이었어요. 체코 동네 카페 정도의 가격이고 카페안에 작은 무대가 있어서 매일매일 공짜로 콘서트와 연극을 볼 수 있어서 애용하는 곳이지요. 단골이 되어서 웨이트리스들 얼굴도 익히고 친해지고 했더니 전엔 안주던 쿠키도 서비스로 주고 생수에 레몬도 넣어주더라고요.
스토리 짜러 갔다가 넘 피곤해서 커피마시면서 졸다가 결국 그냥 집에 가는데 왠지 와인이 땡겨서 집근처에 있는 이탈리아 식품점에 들어갔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가 외국인들이 좀 많이 사는 동네라 동네 곳곳에 외국식품점들이 많아요. 집 바로 뒷쪽에는 일본식품점 있고, 좀 더 걸으면 그리스 식품점, 이탈리아 식품점, 아랍 식품점, 러시아 식품점 등.
오늘 간 이탈리아 식품점은 2년전엔가 몇번 가봤던 곳인데 오랜만에 가봤더니 인테리어도 더 예뻐지고 왠 이탈리아 가족들이 이것저것 골라서 사고 있더라고요.
와인 하나 골라서 계산하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이탈리아 남자꼬맹이가 (한 2살쯤 되었을 듯) 나한테 오더니 쪼그리고 앉아서 제 신발에 달린 하얀색 꽃 (검은색에 하얀색 꽃이 달린 플랫슈즈를 신었었어요.) 막 쓰다듬더라고요. 아이고 어찌나 귀엽던지.
애가 하는 게 너무 귀여워서 엄마도 너무 좋아하고 가게 아주머니도 이탈리아로 막 흥분해서 떠들면서 좋아하더라고요. (이탈리아어는 모르지만 대충 알아들은건 판타스틱하다고 그런거;;;) 그치만 그 귀여운 아가가 크면 아빠처럼 느끼한 이탈리아 남자가 되겠죠.
글쓰면서 천천히 와인한잔 마셨더니 한잔 다 비웠네요. 안주로 치즈랑 캐비어 먹었어요. 캐비어는 슈퍼에서 처음 사봤는데 작은 50그람짜리 1700원 정도하는 싼 거에요. 싼거라 이상할까봐 걱정했는데 그럭저럭 맛있네요.
사진 몇장 올리고 자러 갈게요 :-)
여기는 지금 사는 집 베란다에서 찍은 겨울 풍경이에요 아마도 작년초였나.
뒷뜰인데 이 뒷뜰을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이 공동으로 쓰는 곳이에요.
까렐교 건너가면 바로 보이는 파스텔톤의 귀여운 집들.
여기는 까렐교 옆에 나있는 계단으로 내려가면 갈 수 있는 깜빠섬인데. 교수님 스튜디오가 여기있어서 과에서 파티할때마다 가요
교수님 스튜디오는 왼쪽에서 보이는 앞에서 세번째 집에 있지요. 뒷문열고 나가면 블타바강과 까렐교가 보이고 너무 얘뻐요.
깜빠섬에서 찍은 블타바와 그 건너편. 거대한 나무의자는 깜빠섬에 있는 갤러리에서 하는 전시작품 중 하나였어요.
건너편에 보이는 건물 중 둥근 지붕이 높은 곳이 국립극장이고 그 바로 왼쪽 옆의 건물이 제가 다니는 학교에요.
깜빠섬의 샛강
여기는 제가 사는 동네의 길이에요. 산책하다가 찍었지요.
겨울에 백조보러 가서. 백조들이 강변에 먹을 거 얻어먹으려고 항상 대기 중이에요.
저기 보이는 다리가 프라하에서 제일 오래된 까렐교.
국립박물관이고요.
그 근처에 좀 걷다보면 나오면 분수가 있는 작은 광장인데. 눈가린 음악가들 조각상이 있는
분수가 너무 예뻐요. 누군가가 조각상에 장미꽃을 두고 가서 찍었지요.
구시가 광장. 성 미쿨라슈교회 (강건너가면 프라하성 밑에 똑같은 이름의 더 큰 교회가 하나 더 있어요.)
얀 후스 동상이 보이네요. 도착하고 얼마안되서 찍은 사진
약간 분홍빛이 된 하늘이 예뻐서 찍은 프라하성 사진.
어쩌다가 가이드해드린 한국 관광객분들이랑 같이 탔던 마차의 마부 뒷모습
아이고 이번 주 잠을 잘 못자서. 오늘은 푹 자야겠어요
모두들 좋은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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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홈피 잘구경했습니다, 사진보다 내가 중세와있나 착각했다는 ㅋ.ㅋ
이사진을 보면서 가고싶다고 생각이 드네요 감사합니다 님의 정성이 담겨있어서 더욱 고맙습니다.....
참 아름다운 사진이네요. 몸은 한국에 있지만 제 영혼은 프라하로 잠깐이나마 다녀갔다온 느낌?ㅋㅋㅋㅋ 고맙습니다. 잘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