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인데, 어떻게 스크랩하는 지 몰라서 그냥 긁어왔어요. 근데 솔직히 100% 동감하기는 힘듬
1. 격투스포츠 강국, 대한민국
사실 격투기에 조금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국이 격투기
강국이라는 것에 대해 실소를 금치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최홍만이나
데니스강, 추성훈 정도 만이 세계 무대에 이름을 떨쳤을 뿐 대부분의 한국
격투기 선수들이 번번히 세계의 벽을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엄밀히
말해 한국의 격투기 인프라를 통해 성장한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그들을
사례로 들어 말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하지만 시선을 조금만 더 넓히면 대한민국이 격투스포츠의 강국이라고
하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광복 후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은
레슬링에서 나왔으며 역도산으로 시작된 프로레슬링의 영광은 60~70년대
김일의 세계무대 호령으로 정점을 달렸고, 80년대 한국 복싱은 수많은 세계
챔피언을 배출했다. 게다가 유도와 태권도는 맹주의 자리를 계속적으로
지키고 있다. 한국인은 마치 격기종목에 가장 특화된 민족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사진 : 국민적 영웅이었던 홍수환 선수 챔피언 획득 당시>
2. 임치빈
우리나라 격투기가 본격적으로 발전을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이후에서
부터이다. 위에서 말한 스타선수들 외에, (과거 복싱에서 그러했듯)
격투기에서도 중경량급 선수들이 서서히 기량 향상을 보이며 세계 무대에
근접해가고 있다. 현재 중경량급 입식타격가들이 지향하는 궁극적 목표는
바로 K-1 월드맥스 무대이다.
한국 중경량급 파이터 중 최고를 꼽으라면 임치빈을 들 수가 있다.
국내 격투기 선수 중 가장 많은 전적을 가지고 있으며 뛰어난 동체시력과
순발력으로 화려한 경기를 하는 선수이다.
<사진 : 일본킥복싱의 영웅 사토시 고바야시를 KO시키는 임치빈>
<사진 : 스트라이킥 대회에서 일본 선수를 농락하는 임치빈>
임치빈은 최근 열린 K-1 맥스코리아 2009에서도 다시 한국 챔프에 올랐다. 약점을
찾기 힘든 토털 파이터인 그는 라이트급 출신이지만 10KG 상위의 체급인 MAX
급에서 순식간에 한국 최강자에 오르며 큰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파워와 신체
조건에서 한계점을 노출하며 번번히 세계 무대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랬던
그가 이번 맥스코리아 대회에서 완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이며 팬들로부터 다시금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임치빈은 한국 입식타격의 수준을 대변하는 모니터와 같은 존재이다.
간혹 격투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김세기, 김성욱과 같은 강자들과의 대결이
없었으므로 임치빈을 한국 최강으로 내세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금번 맥스코리아 대회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그가 한국 최강의
선수임을 완전히 증명했다. 게다가 이번 대회를 통해 임치빈은 예전보다 훨씬
달라진 수준의 경기력을 보이며 팬들과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사진 : K-1 맥스코리아 2009에서 많은 팬들로 부터 실제적 국내 최강으로 인정 받던
김세기에 압도적 경기력을 보인 임치빈>
3. 달라진 임치빈 분석 : 맥스코리아 2009 경기를 중심으로
1) 성공적 증량으로 인한 파워의 증가
임치빈은 이번 대회에서 예전과 확연히 달라진 근육량을 보였다. 월드맥스 무대
강자 중 하나인 버질칼라코다와의 2차례에 걸친 명승부로 펀치력과 파워를 증명했던
김세기 선수에게 밀리지 않고 오히려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2) 증량에 상관 없이 유지된 순발력과 스피드, 그리고 체력
임치빈이 가지고 있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빼어난 동체시력과 신체 순발력이다.
보통 증량을 한 선수들에게 따르는 문제점 중 가장 큰 부분이 바로 순발력의
저하인데 임치빈은 그런 속설을 비웃듯이 오히려 더 뛰어난 순발력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강화된 근력을 바탕으로 상대와의 거리를 순식간에 쥐었다 폈다 하는
스텝 속도와 공격 스피드는 임치빈이 얼마나 많은 준비를 장기적으로 해왔는 지
짐작하게 한다.
또한 증량에 따르는 부작용 중 무시 못할 것이 체력의 저하이다. 많아진 근육량으로
인해 요구되는 산소량이 많아지고 피로도 또한 증가하여 체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임치빈은 예전부터 후반 막판 체력 저하가 지적되었던
선수이다. 하지만 이번 토너먼트에서 그 어떤 선수보다 많은 라운드 수를 소화
하면서도 끝까지 경쾌한 모습을 유지하며 오히려 스태미너가 좋아졌음을 과시했다.
3) 파이팅 스타일의 변화 : 테크니컬 인파이팅
예전처럼 좋은 동체시력과 순발력을 이용한 아웃파이팅이 아닌 인파이팅에 가까운
게임 운영으로 '과연 이제까지의 임치빈이 맞는가'하는 탄성이 절로 나오게
하는 경기를 보여주었다. 그것도 원초적 진흙탕 싸움이 아닌 돌진 속에서도
절묘한 테크닉을 통해 데미지를 최소화 하는 새로운 타입의 파이팅 스타일을
구축했다.
4) 달라진 위기 관리 능력
임치빈은 수세에 몰리면 경기 운영이 흐트러지는 파이터였다. 다시 말해
'역전승'을 기대하기 어려운 파이터라는 점이다. 그런데 이번 맥스코리아 대회
에서 놀라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수환에게 두 차례 실신에 가까운 다운을
당하면서도 끝까지 냉정을 잃지 않고 상대 선수를 대비해 훈련해왔던 기술로
결국 역전 KO승을 이끌어 낸 것이다. 관계자들은 이미 선수로서는 막바지에
이른 시기에 놓인 임치빈의 이러한 정신적 변화에 혀를 내둘렀다고 한다. 신체적
기술적 변화도 어렵지만 이미 완숙의 경지에 다른 파이터에게 정신적 변화를
요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4. 홍수환의 영광을 다시금 재현하라
스포츠가 삶의 실제적 활력소가 됨은 이제 증명할 필요가 없는 상식이다.
2002 월드컵 때의 가슴 벅찬 나날들과 WBC 및 베이징올림픽에서 세계
최강의 국가들을 보기 좋게 격파하던 야구 대표팀의 모습, 김연아와 박태환이
불모지와 같았던 피겨스케이팅과 수영에서 세계 최고의 자리에 당당히
서는 모습을 보면 대리만족 이상의 감동과 희열을 느끼게 된다.
현재 세계적인 불황이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런 가운데 격투기가 신흥 흥행
스포츠로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프로레슬링이나 복싱과 같은
종목이 중흥했던 시절은 바로 지금처럼 삶이 고달팠던 시기였다.
그러한 난세에 김일이나 홍수환 같은 영웅들이 나타나 국민들의 삶에 큰
활력소가 되어 주었다. 비록 그들과 임치빈을 연관 짓는 것은 큰 비약일 수
있겠지만 어쨌든 임치빈이라는 존재가 한국의 대표로 세계 무대를 두드린다는
것은 사실이다.
K-1 월드맥스 무대에서 임치빈의 전적은 3전 3패로 초라하기 그지 없다.
앞서 말했듯이 최홍만이나 추성훈과 같은 선수는 한국 격투기를 진정으로
대표하는 선수로 보기는 힘들다. 냉정히 MMA의 김동현과 입식타격의 임치빈
정도 만이 한국의 진정한 대표라고 볼 수 있겠다. 임치빈의 어깨에 너무 많은 짐을
얹는 것은 안되겠지만 사실상 그의 모습에서 한국 입식타격에 대한 현실적 수준
읽어낼 수 밖에 없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데니스강이나 추성훈이 해외
무대에서 선전 한다고 해서 한국 격투기의 수준이 그만큼 높다고 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홍수환의 7전 8기는 당시 국민들에게 큰 희망과 활력소가 되어주었다.
한국 챔프인 임치빈은 이번에 일본 챔프인 고히루이마키 선수와 맞붙게 된다.
이미 1 번 대전하여 로우킥으로 속절없이 무너진 바 있지만, 한국의 대표
파이터로서 일본을 대표하는 파이터에게 완연히 달라진 모습으로 승리를
거둘 수 있기를 기원한다. 그래서 월드맥스 무대에서 첫 승을 신고한 후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감과 희망을 안겨주는 영웅으로 거듭날 것임을 조심스레
예측해 본다.
<사진 : 우승 후 회한과 감격의 눈물을 흘리는 임치빈. 그의 세계무대 선전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