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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관리자 선임기준 강화로 건기사고 감소 기대 |
신호수 배치 등 법령 재정비 등도 뒷받침돼야 |
#1. 조종사 A씨는 지난 2013년 10월 대구에서 브레이커를 장착한 자신의 굴삭기를 이용해 암석 파쇠작업을 하고 있었다. 업무 중 그만 부주의로 돌이 튀었는데, 이 돌이 도로를 주행하던 일반 차량의 전면 유리를 파손시켰다. 당시 현장에는 5.4m 높이의 안전 펜스가 설치돼 있었지만, 조종사 부주의와 함께 건설사가 현장 내 관리·감독·교육 등을 소홀히 했다는 점이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됐다.
#2. 조종사 B씨는 2012년 4월 제주특별자치구의 한 작업현장에서 아스팔트피니셔를 운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방주시 등 부주의로 현장근로자를 치어 숨지게 했다. 당시 경찰은 조종사 B씨가 현장근로자를 발견하지 못해 사고를 낸 것으로 추정했다.
건설현장에서는 위 사례와 같은 사고가 빈번하다. 다양한 사고 중에서도 특히 건설기계 사고 발생시에는 그 특성상 경미한 사고보다는 인명피해 등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건설사나 건설기계임대업자 양측 모두 부담이 큰 편이다.
사고발생시 잘잘못을 가리는 과정에서 건설기계임대업자들은 흔히 신호수 미배치를 거론하며 현장의 책임을 묻는 경우가 많다. 신호수는 현장에서 굴삭기나 덤프트럭 등 건설기계의 안전한 이동을 돕는데, 이들이 적재적소에 배치되지 못했을 경우 사고라도 발생하면 현장의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대한건설기계협회 공제사업본부 관계자에 따르면 건설기계 사고의 10건 중 4건 정도는 신호수 미배치 등으로 인한 현장의 과실이라고 한다.
이들 신호수는 주로 안전관리자가 배치하는데, 최근 정부 차원에서 안전관리자 선임기준의 강화가 추진될 방침이어서 건설기계사고율 감소 등 업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국토교통부와 안전행정부, 고용노동부, 소방방재청 등이 안전정책조정회의를 통해 지난 2일 ‘건설현장 재해예방 종합대책’을 마련해 발표한 것.
시공단계 중 안전관리 강화에 초점을 맞춘 이번 종합대책에는 대규모 공사를 발주하는 공공기관과 각 지자체가 산재현황을 공표하고, 기존 최저가낙찰제는 시공능력과 사회적 책무 이행 등을 함께 평가하는 종합심사낙찰제로 변경하는 등의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이 중에서도 특히 주목해야 할 사안은 안전관리자 선임기준의 강화다. 안전관리자는 신호수를 고용하고 이들의 배치 계획을 수립하는 등 건설현장에서의 안전관리를 총괄하는데, 위험의 정도가 크다고 판단되면 공사비에 관계없이 안전관리자를 선임해야 하는 방안이 추진되기 때문이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12조 제1항 별표3의 ‘안전관리자를 두어야 할 사업의 종류·규모, 안전관리자의 수 및 선임방법’에서 건설업은 공사금액이 120억 이상, 800억원 미만일 경우 또는 상시 근로자 300명 이상, 600명 미만일 경우에 한해 안전관리자를 1명 이상 선임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앞으로 추진될 재해예방 종합대책에 따르면 터널 굴착 등 위험의 정도가 크다고 판단될 경우 120억 미만의 공사나 300명 미만의 공사에서도 안전관리자를 선임해야 한다. 다만 위험의 정도를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이 모호하고, 법령 마련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은 문제다.
고용노동부 한 관계자는 “위험성을 판단하는 구체적 기준은 앞으로 정해야 하고, 안전관리자 선임기준의 완화요건과 관련된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개정 등은 올해 말 정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법 제정은 더디게 진행되는 부분이어서 법안 마련 이전까지 건설현장의 관리감독에 특히 신경쓰겠다”고 말했다.
건기사고 원인에 신호수 매번 거론되나 대책마련은 뒷전
“안전관리자보다 신호수 배치가 더 시급”
안전관리자 선임기준이 강화된다고 해서 건설기계 사고 감소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무리라는 부정적 시각도 있다. 현장에서 실제적으로 건설기계의 안전한 유도 역할을 하는 이들은 신호수(유도자)이지, 안전관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들 신호수는 안전관리자처럼 건설현장에 의무적으로 몇 명씩 둬야 한다는 규정 자체가 없다. 반면 현행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40조 제1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다음 각 호의 작업(양중기를 사용하는 작업, 차량계 하역운반기계 등 사용시 전도 등 근로자에게 위험을 미칠 우려가 있는 경우, 운전 중인 건설기계에 접촉되어 근로자가 부딪칠 위험이 있는 장소에 근로자를 출입시키는 경우, 항타기 또는 항발기의 운전 작업 등)을 하는 경우 일정한 신호방법을 정해 신호하도록 하여야 하며, 운전자는 그 신호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는 건설기계 작업시 원칙적으로 신호수를 배치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안전보건공단 건설재해예방실 한 관계자는 “신호수 배치 기준이 워낙 광범위해 현장에서 지키지 못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좀 더 구체적인 배치 기준이 필요한 상황이며, 구체적 기준은 차후에 마련할 예정”이라면서 “건설기계임대업자 입장에서는 신호수가 의무적으로 배치될 수 있도록 관련 민원을 제기하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호수 배치에 관한 구체적 기준 미비는 결국 건설기계 사고 우려가 크다는 점을 알면서도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인건비 절감을 중시하는 건설사의 임의적 판단 하에 신호수를 고용하지 않을 경우 건설기계 사고로도 직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신호수를 의무적으로 배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안전보건공단의 또 다른 관계자는 “그렇지 않아도 정부 차원에서 지난해 T/F를 구성해 건설기계 사고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 고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신호수 배치에 대한 구체적 기준 마련 등 건설기계 사고를 방지하려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신호수 전문교육·건설사 안전설비 투자확대도 선결과제
비단 신호수 배치만이 문제는 아니다. 정작 건설사가 신호수를 고용해 배치하더라도 그들의 전문성 결여도 건설기계 사고 발생률을 키우고 있다.
현재 대다수 현장에서 신호수는 일이 비교적 간단하다는 이유로 관련 교육을 시키지도 않을뿐더러 아르바이트 형태의 단순한 일용직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전문성이 현격히 떨어진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심지어 인력 대신 같은 동작만을 반복하는 신호수 로봇마저 늘고 있다. 인명피해 등 대형사고로 직결될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이해할 수 없는 처사다. 이 때문에 신호수 배치에 대한 관련 법령을 보완하고, 교육을 통해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한건설기계협회 관계자는 “최근 건설기계 사고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차원에서라도 각 건설현장마다 신호수는 반드시 배치될 수 있도록 관련법이 마련돼야 한다”면서 “일용직 인력 등을 고용해 전문성이 떨어지는 점도 보완하는 차원에서 좀 더 체계적인 교육 지원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건설사의 발상 전환 또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건설기계 사고 발생시 신호수를 배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건설사가 사고책임을 상당 부분 떠안는 만큼, 안전설비 투자에 보다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인건비 절감이라는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건설기계 사고라는 훨씬 더 큰 책임을 떠안을 셈인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않으려면 건설사는 신호수 배치를 포함한 모든 안전설비 투자확대에도 힘써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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