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14일 오후
수술을 할까 말까 망설일 병이 아니다.
맹장이 터졌는데 예약이 안되었으니 아파도 참아요.
하는 병원은 골빈 병원이거나 돌팔이 집단일 것이다.
심장 마비 환자가 들어왔는데
"참아요. 당신 순서가 아니니 기다려요."
뼈가 부러졌는데 아파도 며칠 참으라니 이런 말을 의사가 할 말은 아닐 것이다.
이렇게 말을 하여야 인술을 업으로 삶을 사는 의사의 말일 것이다.
"힘드시지요. 응급 환자이시니 바로 조치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
고통 속에 며칠을 기다릴 수 있다는 말을 듣고 환자나 보호자는 입술이 탄다.
바로 조치를 받으려고 연줄 찾는 전화를 걸어보나 연줄은 하늘에 뜬 연줄이 되어 소용없다.
의사는 며칠 뒤에 수술을 할 수 도 있다고 겁을 주었다. 허나, 아침 시간에 다른 의사가 와서 수술을 오후에 한다하고, 간호사는 언제부터 금식을 했냐고 묻는다.
수술 전날 밤 12시부터 금식을 하는 것이 수술 전 환자가 지킬 사항이다. 우리야 벼락 환자니 알 수 있나.
심전도 측정을 한다.
피검사를 한다.
다시 또 심전도 검사를 한다. 무슨 검사를 한 번에 못 끝내고 또 또.
엑스레이 사진을 응급실에서 한 번, 전번에 교통사고로 목을 다쳤다하니 다시 목 사진 또.
움직이면 아내는 아프다.
다시 진통제를 맞는다. 다시 오후 2시 쯤 또 사진을 찍자고 한다. 환자가 움직여서 방사선 촬영대 위에 올라 갈 때 아내는 자지러진다. 아프다는 환자를 다루는 사진 기사에 따라 환자를 배려하는 사람이 있고 은근하게 아프게 하는 기사도 있다.
" 너도 한 번 언제 한번 다쳐서 혼 좀 놔라."
누구나 힘든 고비를 맞이할 것이니 내가 악담을 안 해도 '그'도 혼날 것이다.
간호사가 아내의 왼쪽 발에 사인펜으로 수술 해당 다리라고 표시를 한다.
응급실 근무 의사가 나를 부르며 수술 내용을 설명하고 동의를 하라고 한다.
병원 측의 하는 일은 모두 무죄이며 모든 잘못은 환자의 운에 달려있다하는 내용에 나는 동의를 한다.
나의 서명이 없으면 수술을 할 수 없다.
아내의 왼쪽 팔뚝에 항생제 반응 주사를 놓는다.
아랫몸에 제모제를 바른다. 예전에는 털을 모두 제거하였으나 요즘은 약을 바르고 10분 뒤에 닦아내면 된다고 한다.
언제쯤 수술을 받을 줄 모른다 했으나 아내는 응급실에서 바로 수술실로 들어간다. 오후 3시가 채 안되었다.
차가 식구들이 나와 함께 아내를 따라간다.
처남내외, 둘째 처형 내외, 셋째 처형과 우리 아들과 딸.
의사의 말로는 수술이 한 시간 반 정도로 마취 시간과 회복 시간을 포함하여 3시간 쯤 걸릴 것이라고 했다. 집도의는 바빠서 얼굴을 볼 수 없다. 이 의가가 불쑥 와서 한 마디, 다른 의사가 불쑥 한 마디.
20년 전 수술실 앞에서 절망하던 날이 떠오른다. 병원 1층에는 수술 환자의 진행이 모니터로 나온다. 대기 중, 수술 중 , 회복 중.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회복실에 들어갔다는 문자가 뜬다.
가족들이 우르르 회복실 앞으로 간다.
다른 환자의 보호자들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수술실로 들어가는 입구와 회복실 입구는 같다. 출입 금지 구역이다. 수술은 잘 되었을까. 하고 나면 얼마나 아플까. 마취에서 바로 깨어날까.
입구에 간절한 소망을 담은 기도문이 걸려 있다.
' 환자를 위한 기도
전능하시고 영원하신 하느님 아버지. 아버지께서는 앓는 사람에게 강복 하시고 갖가지 은혜로 지켜 주시니 주님께 애원하는 저희 기도를 들으시어 누구의 병을 낫게 하시며 건강을 도로 주소서.
주님의 손으로 일으켜 주시고 주님의 팔로 감싸 주시며 주님의 힘으로 굳세게 하시어 더욱 힘차게 살아가게 하소서. 우리 주 그리스도를 통하여 비나이다.'
나와 아내는 교회를 가지 않는다. 성모 병원에 가면 하느님을 찾고 절에 가면 부처님을 찾는다.
하늘은 무엇을 믿거나 간여 하시랴.
하늘 아래 예수 계시고 부처 계시니.
아니 천지신명도 계시니.
'하느님. 부처님. 천지신명이시여. 굽어 살펴 주소서. 세상을 향하여 오직 선으로 살아온 이 사람을 구하시어 당신의 자비를 밝히소서. 당신이 추구하는 선이 바로 제 아내가 살아 온 삶의 선이기에 슬픔 뒤에 기쁨을 주소서.
저의 교만을 교만이라 하지 마시고 당신의 가혹한 처사를 돌이켜 보시어 착각이 아니었나 살피소서.
바라건대 아내의 몸이 비록 다쳤으되 그 마음이 더욱 강하여 전과 다름없이 선을 베풀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첫댓글 종원! 고생 많다. 힘내라는 말밖에 달리 어쩌지도 못하는구나.
하느님과 부처님의 갈등-모두가 매달리니 누구를 건지리오? 조속한 쾌유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