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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커뮤니티에서 추천 200개 넘게 받았던 3년전 글
정말 좋은 분석이라고 생각하는데 장문 읽기 싫은 사람들은 지금 뒤로가기ㄱ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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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대? 댄데? (한국어 모음 병합과 과교정)
왜 "징징댄다"를 "징징된다"로 적느냐?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오류를 범하는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더 어리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20세기 중반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는 한국어 모음체계의 급격한 변화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언어학적으로 "과교정"(overcorrection)의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어는 20세기 중후반을 거치면서 정말 익스트림한 변화를 거쳤습니다.
어휘적, 형태론적 측면에서도 그러하지만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음성적 측면과 음운론적 측면일 것입니다.
먼저 20세기 중반을 거치면서 단모음이 이중모음화 되었습니다.원래 독일어 움라우트처럼 [ø]로 발음되던(축구선수 메수트 외질의 그 "외"입니다) "ㅚ"는 이중모음 [we]가 되었고, [y]로 발음되던(표준중국어 병음 "yu"입니다, 유럽어들은 ü로 쓰는 경우가 있더군요. 또 토마스 뮐러의 "ㅟ"입니다) "ㅟ"가 이중모음 [wi]로 발음이 바뀌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ㅚ"[ø], "ㅙ"[œ], "ㅞ"[we]의 구분은 20세기 중반에 이미 다 유실되어 버렸습니다. 이러한 유실은 맞춤법에 있어서 "왠지"와 "웬지"를 헷갈리게 만들고, "해도 된대"와 "해도 됀대"를 헷갈리게 만들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장단 구분의 유실입니다. 원래 한국어는 장음(長音)과 단음(短音)의 구분이 있었습니다. 즉, 짧은 "ㅏ"와 긴 "ㅏ"의 구분이 있었다는 거죠(ㅏ, ㅣ, ㅜ, ㅔ, ㅗ 다 마찬가지입니다). 말 그대로 장음, 즉 긴 모음은 더 길게 발음합니다. 일본어의 장단음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되실 것입니다. 영국영어 역시 장단음이 잘 드러나는 언어 중 하나입니다. "bin"과 "bean"을 비교해보세요. 전자가 단모음이고 후자가 장모음입니다.
예를 들어서, 사람이 입으로 하는 "말"은 "말:"[ma:l]이고(장음), 타는 말은 "말"[mal]입니다(단음). 지금도 시골 80대 어르신들 언어조사를 가면 이 장단음으로 단어를 구분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분들이 요새 서울말을 들으면 왜 사람이 하는 "말:"을 타는 "말"처럼 발음 하냐고 뭐라고 하시겠죠. 다만, 경북 방언 같은 경우에는 성조(중국어 3성처럼 올라가는 성조)와 함께 남아 있어서 경북 분들은 젊은 분들도 장단을 살려 말씀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 "ㅔ"와 "ㅐ" 구분의 유실도 굉장히 큰 변화였습니다. 음성학적으로 "ㅔ"는 [e]로 발음되고(예를 들어 독일어 "elefant"), "ㅐ"는 [ɛ]로 발음이 되었습니다(예를 들어 독일어 "heft"). 저는 어렸을 때 충주에서 자랐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어렴풋이 "ㅔ"와 "ㅐ"의 구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구분하는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이런 발음 병합은 "죽는대"와 "죽는데"를 헷갈리게 만들었습니다.
처음에 정서법(orthography) 혹은 맞춤법이라는 게 생겨날 때에는 발음을 반영합니다. 예를 들어서, "닭"이 "닥"이 아니라 "닭"인 이유는, 맞춤법을 처음 제정할 때에는 "닭을"이라는 문구가 [달글]처럼 발음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때에도 물론 "닭" 혼자로서는 "닥"이라고 발음되었지만 뒤에 모음이 오면 "ㄱ"이 살아서 발음되었기 때문에 "닭"이라고 밝혀적은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요? 저희는 [달글] 먹지 않고 [다글] 먹습니다.
처음 맞춤법을 정하던 시기에는 "ㅞ", "ㅙ", "ㅚ"도 구분이 어느 정도 됐을 것이고, "ㅔ"와 "ㅐ"도 구분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표기법으로 구분을 했던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 구분이 지금은 모두 음성학, 음운론적으로 유실되었기 때문에 발음나는대로 적다가는 맞춤법에 하나도 안 맞게 되는 것이죠.
표기법과 발음이 진짜 안 맞는 언어로는 영어를 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현대영어에서 밤을 뜻하는 "night"를 [nait]로 읽죠. 하지만 옛날에 이른바 대모음추이(the Great Vowel Shift)가 있기 전에는 [ni(h)t]였고(대충 니(흐)트 정도로 읽혔습니다), "night"라는 표현은 이때의 발음을 반영한 것입니다. 영어도 발음으로 철자를 유추하는 것에 한계가 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한국어 표기법도 이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많던 모음이 줄어서 "ㅏ", "ㅣ", "ㅜ", "ㅔ", "ㅗ", "ㅡ", "ㅓ"의 7모음으로 쭈그러든 현대 한국어 모음 변화는 20세기에 끝나지 않았습니다. 21세기에도 지속되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20세기동안 한국어에서 "ㅚ"[ø], "ㅟ"[y]와 같은 단모음들이 이중모음화 되었습니다([we]와 [wi]). 그런데 21세기에서는 이에 더 나아가 이 이중모음들이 자음 뒤에 나올 때, [w]가 탈락되는 현상이 보편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서 "돼"[twe]가 "대"[te]와 발음이 같아지기 시작한 거죠. "안돼?"는 "안대?"가 되었습니다. "뒤지고 싶냐?"는 "디지고 싶냐?"가 되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굉장히 보편적인 변화입니다. 예를 들어서 Proto-Romance(전로망스)에서 고대 스페인어(Old Spanish), 고대 포르투갈어(Old Portuguese), 고대 카탈란어(Old Catalan)로 분화되는 과정에서 /n/과 같은 비자음(nasal consonant) 뒤에 오는 /w/가 탈락되었습니다. /januarium/(대충 야놔리움)이 각각 [enero](대충 에네로), [ʤanejru](대충 쟈네이루), [ʤiner](대충 쥐네르)가 되었습니다. 굉장히 흔한 일입니다. 언어학적으로 [자음+모음]이 [자음+gilde(w, j 등)+모음]보다 훨씬 자연스럽고 발음하기 편한 형태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 한국어는 이제 "대"와 "되", "돼", "데"의 구분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지금 우리 세대는 의식하면 "대"와 "되" 정도는 구분할 수 있지만, 우리들의 자식세대, 그리고 그 손자 세대는 아예 구분할 수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과교정(overcorrection)이 등장합니다. 과교정이란, 쉽게 말해서 굳이 고쳐서 틀리는 것입니다. 언어학에서 굉장히 유명한 과교정 사례는 영국영어에서 "India and Asia"입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영국영어에서는 어말의 "r"은 탈락됩니다. "car"은 [car]이 아니라 [ca:]로 발음되죠. 그런데 이게 또 모음 앞에 나올때는 [r]이 살아납니다. 예를 들어서, "car and dog"는 [ca.rən.dɒg]처럼 [r]이 남아있죠. 그런데 이런 현상 때문에, [r]없이 그냥 단순히 모음으로 끝나는 단어들도 괜히 [r]이 있지 않았을까 해서 화자들이 [r]을 붙이는 거죠. 그래서 "India and Aisa"를 [in.diə.ren.ei.ʃə]처럼 마치 "india[in.diə] 뒤에 [r]이 생략된 것처럼 발음하죠. 대표적인 과교정 사례입니다.
드디어, 제가 하고 싶은 말까지 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징징된다"라는 틀린 맞춤법은 "징징댄다"의 과교정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ㅚ"[ø]라는 단모음은 20세기에 이중모음화되어 [we]가 되었고 21세기에는 자음 뒤에서 [w]마저 탈락되어 마치 [e]처럼 발음된다고 말했습니다. 또, "ㅔ"[e]와 "ㅐ"[ɛ]의 구분도 없어져 버렸죠. 그래서 "안돼"는 [andwe]가 아니라 "안대"(안데)[ande]로 발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런 발음은 어린 친구들일수록(단언컨대 2000년대 생일수록), 더 잘 나타납니다. 그런데 이 친구들은 동시에 12년간의 교육과정속에서 "안돼"를 발음나는대로 "안대"로 적는 것은, 틀리다는 것을 경험해왔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 친구들은 과교정을 하여 "징징댄다"와 같은 경우도 "징징된다"로 적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이 친구들은 지금 30~40대와 달리 자음 뒤에 오는 "ㅚ"와 "ㅔ"를 잘 구분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 친구들에게는 다 "ㅔ"[e]입니다. 다만 어렸을 때부터 배워온 맞춤법 학습의 결과로 발음나는대로 못 적고, 괜히 과교정해서 틀리는 것입니다.
유사한 사례로 "나아요"와 "낳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초등학교 때 흔히 받아쓰기 할 때 받침을 안 써서 틀린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학습의 결과로 "나아요"라고 하면 뭔가 어색하게 느껴져서 뭐라도 받침하나 쓰는 것입니다. 그런데 다른 받침은 다 발음이 다르니까, 묵음이 나는 "ㅎ"을 끼워넣는 것이죠.
정서법(맞춤법)은 처음에는 민중의 발음을 표현합니다. 하지만 한번 정립된 정서법은 굉장히 보수적으로 변합니다. 민중의 말이 변할 동안 맞춤법은 변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민중의 변화된 말은 굉장히 규칙적이고 일관된 맞춤법 오류를 만들어냅니다. 저는 20세기 중반부터 시작된 한국어 모음의 대격변이 지금까지도 지속되고 있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굉장히 충격적인 맞춤법 오류들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댓글 아.. 그렇구나.. ^^
네... 잘 들었습니다.^^
우리 어릴 때라고 이런 현상 없었겠나 싶고요. 주 언어교환 매체가 변하면서 한국어 문법 공부 안 시키고 안 하는 거도 한몫 한다고 보긔. 틀렸으면 뭐가 맞는지 보는 게 아니라 몰라 걍 써 하고 아무것도 안 하잖아요.
근데 또 받아쓰기 못하면 혼나거나 맞았던 세대들은 이런 식으로는 잘 안 틀리더라고요~ 본문 내용대로라면 과교정의 끝판왕이어야 하는데요. 저는 오히려 영상물이 활자를 대체하던 격변기에 활자와 멀어진 사람들이 맞춤법을 응용할 줄 몰라 생긴 일 같아요ㅎㅎㅎ
삭제된 댓글 입니다.
22 그리고 제가 궁금한 건 ‘대다’를 ‘되다’로 쓰는 사람들은 말로 할 때 발음을 그렇게 할까 하는 거예요. 징징되지마 너무 이상하지 않나요… 이거 말고도 발음을 그렇게하나 싶은 것들이 더 있었는데 지금 안떠오르네요
예전 사람들은 내가랑 네가를 진짜 들어서 구분이 가능했겠긔 맞춤법은 그래도 꼬박꼬박 맞춰서 네가라고 쓰는데 이제 네가라고 점점 안쓰는것 같긔 어려질수록...암튼 글쓴이 똑똑하긔 흥미롭긔
뭔소리긔 걍 교과서 수준의 책도 안읽어서 그렇지
옛날 영상보면 우리나라 말이 부드럽더라긔. 어느 순간 말이 딱딱해졌긔. 장단구분이나 성조, 모음 유실이 동시다발로 이뤄졌나보긔.
오 흥미로운 관점이긔 글 감사하긔
저도 흥미롭게 읽었긔 글쓴이 글 잘썼네긔 단순히 책 안읽어서 맞춤법 오류가 늘어난다는 전체적 접근이 아니라 글쓴이가 과교정이라는 특정 현상으로 더 깊게 파고드는 지점이 있고 어느 정도 일리 있다 생각하긔
와 흥미롭긔. 독서량 부족도 그렇지만 이런 발음 변화 때문에도 헷갈려한다는 게 맞는 말 같긔.
책 많이 안읽어서만 구런줄 알었는데 이런 관점도 있네욥
‘-거리다’는 의미의 ‘-대다’를 ‘-되다’라고 쓰는 거 정말 너무 거슬렸는데, 이 글 보니 이유가 이해되네요. 어쨌든 근본 원인은 ‘-대다’와 ‘되다’의 쓰임 차이를 모르는 것…
흥미로운 분석이네요
결국 발음의 변화를 맞춤법이 따라가지 못해서 생긴 현상이라는 분석이네요 교육과정의 문제도 있겠지만 좀 더 국어학적, 음운론적 관점에서 분석해보니 더 흥미롭긔!! 당장 100년 전, 50년 전, 30년 전 과거 영상이나 음성을 들어도 말이 다른 게 느껴져서 신기하더라긔ㅋㅋㅋㅋㅋㅋㅋ
오 그렇군요 넘 흥미로운 글이긔
글에 많이 공감 하긔. 발음도 제대로 안 하고 이상한 줄임말 너무 많이 쓴지 오래 됐긔. 네 음절 단어조차 두음절로 줄어버리고요. 혹시 조음기관이 퇴화되고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사람들 대체로 발음이 뭉그러지는데 사회가 모든게 너무 급하고 빠르게 변하고 사람들은 피곤해서 발음 조차 제대로 할 시간 없다는 건가 싶긔.
근데 발음교정이란 현상이 이렇게 갑자기 일어날 수 있는 거긔? 조선시대처럼 몇세기에 걸쳐 없어지는 줄 알았는데...! 솔직히 글을 시각적으로 보는 경험이 대폭 줄어서가 맞는 거 같아요. 요즘은 다 언어를 듣기만 하고 눈으로 읽지 않으니까. 이상한 맞춤법을 이상하게 느끼지도 못하긔.
오... 이 글 공감가긔
공감가는 측면이 많긔. 근데 어려서 맞게 쓰던 사람들도 인터넷 하게되면서 틀리는 경우도 많이 봤어요.
저는 삐삐-핸드폰-스마트폰 을 다 겪어본 세대라 분명 문자 시대 때 맞춤법으로 나를 괴롭게 하지 않았던 사람이 요새 괴롭게 하는 경우를 많이 보거든요? 이건 분명 커뮤의 활성화에 따른 틀린 맞춤법에의 노출과다도 영향이 있을 거라 보여져요.
오 저는 흥미롭긔ㅎㅎ옛날에는 구분을 해서 일상에서 썼기에 딱히 공부하지않아도 아는 것들이 이제는 적더라도 시간을 들여 공부를 제대로해야만(물론 어려운공부라고 할 수 없는 상식수준이라고 볼수 있지만요) 알 수 있다는 이야기같긔!!
저분이 제시한 내용 말고 물론 다른 측면의 원인도 분명존재하겠지만요!
정독했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