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산하 기후변화에관한정부간위원회(이하 IPCC)는 지난 11월17일 스페인 발렌시아에서 열린 제27차 총회에서 지난 6년간의 조사 결과를 집약한 최종 보고서와 요약문을 승인, 채택했다.이번이 네 번째 보고서로 이미 1990년, 1995년, 2001년에 보고서가 나온 바 있다.이번 IPCC의 보고서에 따르면 북극 얼음 면적의 감소, 해수면의 상승 등 실측 자료들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것이며 지난 1백년간 지구의 평균 온도는 0.7℃나 상승했다고 한다.지구온난화가 자연적인 현상이 아니라 산업화에 따른 이산화탄소 등의 방출로 인한 인재(人災)라는 사실도 분명하게 언급했다.
이 보고서는 다음 달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되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 보고되고 2012년에 만료되는 교토의정서의 후속 대책을 세우기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시사저널>은 지구온난화가 불러올 재앙의 심각성에 주목해 IPCC 보고서가 담고 있는 핵심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세계 대기 및 해양의 평균 온도가 상승하고 만년설과 빙하가 녹으며 지구 평균 해면이 올라가고 있다.지난 12년(1995~2006년) 중 11년이, 1850년 지구 표면 온도의 측정이 시작된 이후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되었다.1906~2005년에 상승한 평균 온도 0.74℃는 TAR(이번 4차 보고서 이전에 제출된 2001년의 3차 보고서)에서 언급한 100년(1901~2000년) 동안의 0.6℃보다 더욱 높다.지난 50년간의 평균 추세 역시 10년당 0.13℃ 상승으로 지난 100년에 비해 두 배에 달한다.지구온난화가 최근에 급속히 이루어졌음을 알 수 있다.
1961년 이후 이루어진 관찰 결과들을 살펴보면 지구 전체 바다의 평균 수온 증가는 3천m 깊이에서도 이루어진다.그리고 열의 80% 이상을 바다가 흡수하고 있다.이와 같은 온도 상승은 해수면의 부피를 증가시키고, 이는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진다.
지구온난화는 지구의 복사강제력이 강해졌기 때문에 발생한다.복사강제력이란 어떤 요인이 지구의 대기로 들어오는 에너지와 나가는 에너지의 균형을 변화시키는 데 영향을 주는가를 재는 척도이다.그 값이 플러스가 되면 지표면의 온도를 상승시키고, 마이너스가 되면 지표면의 온도를 하강시킨다.
교토의정서의 후속 대책 위한 기초 자료
지구의 복사강제력이 강하게 된 이유는 대기 중 온실가스 때문이다.이산화탄소, 메탄, 일산화질소로 대표되는 온실가스는 1750년 이후 산업혁명의 결과로 눈에 띄게 증가했고, 이제는 산업화 이전 65만년의 모든 양을 합한 것보다 크다.특히 온실가스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의 농도 증가는 주로 화석 연료 이용과 토지 이용 변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전세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산업화 이전에 약 2백80ppm이었지만 2005년에는 3백79ppm으로 높아졌다.지난 65만년 동안의 변화폭(1백80~3백ppm)을 넘어서는 수치이다.
온실가스의 증가로 인한 온난화는 빙하 감소의 원인이 된다.산악 빙하와 적설량은 북반구와 남반구 모두에서 줄어들었다.빙하와 만년설이 광범위하게 줄면서 수면이 상승하고 있다.지구 평균 해수면은 1961년부터 2003년까지 1.8mm/년의 속도로 상승했다.연평균 해수면 상승 속도는 1993년부터 2003년 사이에 더 빨라서 3.1mm/년으로 상승 속도가 2배에 가깝다.20세기 이전까지 해수면은 0.17m 올라간 것으로 추정된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북극의 평균 온도는 지난 1백년 동안 지구 평균 온도 상승 속도의 두 배에 가까운 속도로 빠르게 올라갔다.북극 온도는 10년 단위로 높은 변화를 보이고 있다.1978년 이래 위성 데이터를 살펴보면 북극 빙하가 10년에 평균 2.7%씩 줄어들고 있다.여름에는 감소 속도가 더욱 빨라 10년당 7.4%가 줄어들었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기상 이변의 조짐도 나타난다.1900년부터 2005년까지 장기적 강수량 추세를 다수의 대규모 지역에서 관찰했는데 상당한 강수량 증가가 남미와 북미의 동부 지역, 북유럽, 북아시아, 중앙아시아에서 관찰되었다.반대로 사막화가 지중해 일대, 남부 아프리카, 남아시아의 여러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특히 열대 지방과 아열대 지방의 넓은 지역에 걸쳐 장기간의 심한 가뭄이 나타나고 있다.해수면 온도 상승, 적설량의 감소 등과 연관이 있다.광범위한 지역에서 심한 기온 변화가 지난 50년에 걸쳐 관찰되었다.뜨거운 낮과 밤 등이 빈번해지고 있다.
게다가 1970년대부터 북대서양에서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의 활동이 증가한다는 증거가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열대 해수면 온도의 상승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기타 일부 지역에서는 강력한 열대성 저기압 활동의 증가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이 현 속도와 비슷하거나 좀더 빠르게 진행된다면 21세기 기후에는 많은 변화가 발생할 것이다.그 변화들은 20세기에 보았던 그것보다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모든 온실가스의 농도가 2000년 수준으로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10년마다 약 0.1℃의 추가적인 평균 온도 상승이 약 20년 동안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지구온난화가 가져올 특징과 패턴을 예측해보면 다음과 같다.우선 온난화는 바다보다는 육지에서 심할 것이고 북반구 고위도 지방에서 가장 극심할 것이다.적설량은 줄어들 것이며 바다 빙하는 남반구·북반구 모두 줄어들 것이다.그리고 북반구의 경우 늦여름 바다 빙하는 21세기 후반이면 완전히 사라질지도 모른다.
혹서와 열파, 폭우와 폭설의 빈도가 높아질 가능성도 매우 크다.열대성 저기압과 그로 인해 발생되는 태풍과 허리케인은 더욱 강해질 것이고 더욱 많은 비를 뿌리게 될 것이다.강수량은 고위도 지방에서 증가할 가능성이 크고 아열대 지방에서는 감소할 것이다.
특히 인간 활동으로 인해 생긴 온난화와 해수면 상승은 온실가스 농도가 안정화된다고 하더라도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왜냐하면 기후란 단기간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대기로부터 이산화탄소가 제거되는 데도 오랜 세월이 걸리기 마련이다.
이러한 기후 변화에 따른 영향은 자연계에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빙하나 눈이 녹아 흘러 빙하호가 확장되거나 증가하고 있으며 산악 지역의 눈사태가 늘어나고 있다.북극과 남극의 식물종 및 동물종도 변화하고 있는데 이는 온난화로 인해 종이 고위도로 북상하고 있기 때문이다.철새의 이동이나 산란 등도 이른 봄에 이루어지고 있다.
인간의 삶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데 해수면 상승에 따라 일부 해안가는 침식되고 있고 북부 고위도 지역에서는 봄철에 조기 파종을 하기도 한다.북극 지방에서 인간 활동이 가능해진 것도 한 예이다.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우선 수자원의 경우 21세기 중반에 습윤 열대 지역, 고위도 지역은 물 가용량이 10~40% 증가하고 저위도, 중위도 지역은 10~30% 감소해 전체적으로 가뭄 영향을 받는 지역이 늘어날 것이다.
육지 생태계의 경우 복원력이 한계에 이를 수도 있다.생물 종의 20~30%는 지구 기온이 1.5~2.5℃ 상승하면 멸종에 이를 수도 있다.생태계 구조 및 기능의 변화는 인간 활동에도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
오세아니아, 물 부족에 연안 거주 지역은 재난에 시달릴 것중위도와 고위도 지역의 경우 1~3℃의 온도 상승은 곡물 생산을 증가시킬 수 있지만 그 이상의 온도 상승은 오히려 감소시킬 수 있다.반대로 저위도 건조지역은 온도가 증가함에 따라 농작물 생산량이 감소해 기아가 발생할 수 있다.
해안과 저지대의 경우 온난화가 인간 활동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지역이 될 것이다.수억명의 사람들이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홍수의 위험에 노출될 것이다.열대성 폭풍이나 지역 해안 침강의 위험은 이미 노출되었다.아시아에서 인구가 몰려 있는 해안 지역이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다.
산업 역시 해안가와 강 하구 지역에 위치한 시설이라면 기후 변화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특히 급속한 도시화가 진행 중인 곳일수록 위험에 취약하다.저소득층 역시 마찬가지인데 상대적으로 위험한 곳에 살아 유사시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지역별로 살펴보자. 우선 아프리카의 경우 다수 주민들이 심각한 물 부족 사태에 직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수온 상승과 식량 부족으로 인한 지나친 어획 활동은 해당 지역의 식량 공급에 지대한 영향을 주게 된다.
아시아의 경우 히말라야의 빙하가 녹으면서 홍수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산사태가 발생하며 수자원이 고갈될 것이라는 관측은 현실이 될 것 같다.특히 남아시아, 동아시아 및 동남아시아의 해안 지역에는 인구가 밀집해 있는데 홍수 및 해일의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남아시아와 동아시아의 경우는 경제성장과 인구 증가 등이 기후 변화와 맞물려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특히 농작물 생산이 감소하면서 개발도상국의 경우 기아 위험이 증가할 것이다.
오세아니아의 경우 우선 물 부족 문제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인구가 증가한 연안 거주 지역은 해수면 상승뿐 아니라 폭풍과 범람이 증가하면서 항상 재난의 위험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남부 유럽은 폭염이 기승을 부릴 것이다.수자원이 줄어들고 농작물 생산이 위협받을 것이며 산불도 자주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북부 유럽에서는 겨울이 짧아져 농작물 수확량이 증가하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을 것이다.하지만 2020년대까지 유럽 전역에 걸쳐 홍수 발생의 위험이 증가한다.북부 유럽의 경우 동절기에도 홍수 재해를 당할 가능성이 크며, 중·남부 유럽의 경우는 알프스 등 고산지대의 눈이 녹아 흘러내리면서 연중 홍수의 위험에 놓이게 된다.특히 해안 범람으로 인해 2080년까지 매년 2백50만명의 인구가 재난 위기에 직면할 것이다.
중남미의 경우 기온 상승과 수분 감소로 인해 동부 아마존 지역이 열대 우림에서 사바나 지역으로 변할 것이다.열대 우림 지역의 생물은 기후 변화로 인해 멸종할 것으로 보인다.사막화도 진행될 것이며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태평양 남동부의 어족자원 분포도 변화할 것이다.
북미의 경우 서부 산악 지대의 온난화로 인해 동절기 홍수가 증가하고 하절기 유량은 감소해 한정된 수자원을 두고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도시의 65세 이상 노년층은 폭염을 조심해야 한다.해안 지역의 수많은 사람들은 해수면 상승이나 폭풍, 해일로 인해 경제적 손실과 생명을 잃을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북극의 경우 종이 북상하면서 생태계가 혼란스러워질 것이다.반면에 도서 지방의 경우 온난화로 수자원이 고갈될 우려가 있고, 해안 침식 등으로 인해 관광 자원이 파괴되어 관광지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될지도 모른다.
결국 기후 변화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배출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배출량 자체를 줄이기 위한 획기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교토의정서상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970~2004년 사이에 70%가 증가했다.특히 에너지 공급 부문은 1백45%의 증가를 보이고 있고 수송(1백20%), 산업(65%), 토지 이용 부문이 뒤를 따르고 있다.만약 추가 대책이 없다면 2030년까지 25~90% 정도 온실가스 배출량(2000년 대비)이 증가할 것이다.
장단기 방법으로 온실가스 배출량 줄여나가야 ‘희망’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 방식은 다양하다.에너지 부문에서는 공급 설비의 효율을 향상시키고 신재생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법이 논의되고 있으며, 수송 부문에서는 바이오연료와 대중교통 사용 정책이 시도되고 있다.산업에서도 재활용과 이산화탄소 배출 제어 방법을, 농업에서도 축산 분뇨를 관리하고 질소비료의 시비를 개량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단기적인 방법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방법도 강구해야 한다.향후 20~30년에 걸친 저감 노력이 장기적인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의 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이다.화석 연료에 지급하는 보조금을 줄이거나 세금을 부과하고, 이산화탄소 사용 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배출량을 원천적으로 규제한다면 온난화를 늦추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에너지 절약 전문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탄소배출권을 거래하도록 하며 토양 중 탄소 함량을 일정하게 유지하거나 관개 및 비료 사용의 효율성을 높이도록 토지 관리를 유도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