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밀 학급 해결하려고 무작위 추첨으로 강제전학 "도시계획 엉망… 애들만 피해"
- 지난달 10일 세종시 한솔중학교 대강당에서 학부모들이 참석한 가운데 다른 학교로 전학갈 학생 374명을 무작위로 뽑는 추첨이 진행되고 있다. /신현종 기자
추첨을 한 이유는 '반강제'로 전학을 보낼 학생들을 골라내기 위해서다. 한솔중은 24개 학급 600명 정원으로 2012년 개교했다. 그런데 세종시에 인구가 급속도로 유입되면서 2년 만에 과밀(過密) 학교가 됐다. 43학급에 학생 수는 1000명이 넘게 불어난 것이다. 결국 인근에 새로 개교하는 새롬중학교로 학생들을 분산하기로 했고, 무작위 추첨으로 떠날 학생을 정하는 게 가장 뒤탈이 적은 방식이라는 결론이 났다.
전산상의 클릭 추첨으로 올해 한솔중 2~3학년이 될 774명 중 400명은 그대로 남고 374명은 새롬중으로 전학을 가게 됐다.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탄성과 한숨이 교차했다. 갑자기 전학 가게 된 일부 학생들은 "친구들과 헤어지게 됐다"며 눈물을 흘렸다. 두 자녀 중 하나는 한솔중에, 다른 하나는 새롬중에 보내게 된 정부 부처의 한 과장은 "도시계획을 엉망으로 해서 아이들만 혼란을 겪는 피해를 입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세종시에 급격하게 인구가 유입되는 반면 학교 증설은 이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2012년 7월 출범 당시 10만3000여명이던 세종시 인구는 매월 1000명 정도씩 늘어나 작년 말엔 12만2100여명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학교를 새로 만드는 작업은 훨씬 더디다.
2012년 개교한 한솔초등학교는 24개 학급 600명으로 계획됐지만 2배가 넘는 54학급 1500여명으로 운영돼 교실난을 겪고 있다. 다음 달 새로 문을 여는 아름초등학교는 개교하자마자 3층까지 지어진 교사(校舍)의 1~2개 층을 수직으로 증축하는 공사를 벌일 예정이다. 개교와 함께 공사판이 되면서 학생들이 소음에 시달리고 사고 위험에 노출될 게 뻔하다.
학교 부족 사태로 어린 학생들이 고생하고 있지만 세종시의 도시계획을 짜는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과 교육 행정을 맡은 세종시교육청은 '네 탓 공방'을 벌이고 있다. 행복청은 2030년까지 156개의 유치원과 초·중·고교를 설립할 계획인데, 세종시교육청은 "공주대에 용역을 의뢰해 분석한 결과 27개교가 더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증설을 요구하고 있다.
세종시교육청은 "행복청이 수요 예측을 제대로 하지 못해 학교 부족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고, 행복청은 "교육청 주장대로만 하면 수십년이 지난 다음에는 학교가 남아돌 수도 있기 때문에 이미 설립한 학교를 증축하는 게 우선"이라며 맞서고 있다.